일터

[15년|12월|특집] 내용 없는 당근책으로 이용된 노동안전의제들

-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인터뷰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이후 공안 탄압까지 지속되고 있고, 위원장은 조계사로 피신한 상태다. 현재 민주노총 투쟁 계획은?

이미 1년 내내 준비해온 투쟁이다. 1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악 5대 법안을 논의하거나 가이드라인 발표가 가시화할 경우, 총파업을 하겠다고 이미 결의해왔다. 이를 실제로 이행하기 위해 12월 2차 민중총궐기와 민주노총 총파업 조직에 매진하고 있다. 11월 14일에 정말 오랜만에 상당히 많은 인원이 모여서 끝까지 싸웠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분노가 실제로 매우 높다는 증거다. 이 분노를 실제 총파업으로 조직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법안이 상정되어 국회 일정으로 넘어갈 경우 국회 전면 대응을 위한 준비도 함께 하고 있다.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 이후, 공안탄압 대응 활동도 벌여 나가고 있다.

노동개악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이 노동자 건강측면에서도 큰 위협이다. 어떤 문제에 가장 주목하고 있나?

일반해고와 비정규직 증가로 인한 건강 영향을 얘기하기에 앞서, 아주 직접적인 문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감정노동 예방법, 산재사망처벌 및 원청책임강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화학물질 알권리법 등 실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준비해온 입법 과정은 노동개악 관련 입법 이후로 마구 미뤄지고 있다. 또 하나는 실내용도 없는 노동안전보건 의제 일부가 당근책처럼 제시된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실업급여액이 증가하고, 노년층 실업급여 적용이 확대됐다고 광고하지만, 사실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실업급여 하한액은 더 내려가고 실업급여 받는 요건이 대폭 강화되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불안정한 일자리의 저임금 노동자들, 청년 노동자, 단기 고용 노동자들이 실업급여를 받기가 더 어려워진 셈이다. 출퇴근 산재도 마찬가지다. 과실에 따른 차등 보상과 더불어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은 직종은 산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하여 건설 일용, 택배 기사, 화물 운송, 외근을 주로하게 되는 영업 판매직 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들이 오히려 보상 대상에서 빠질 위험이 있다. 이런 내용을 당근책이라고 선전하고 있어, 이것도 큰 문제다.

이런 직접적인 문제 이외에, 일반해고 시대의 일터 괴롭힘,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 등도 노동자들의 건강에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이다. 지금도 일터 괴롭힘 문제가 심각하다. 대신증권 등 기업들이 인력관리 컨설팅을 맡기면서, 노동자들이 일방적인 전환배치에 시달리고, 무수한 낙인이 찍히고 모욕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노동자들이 정신이 피폐해지고 불안감이 증대되고, 정신건강이 악화되었다는 보고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성과 평가를 기반으로 한 쉬운 해고가 가능해지면, 당연히 이런 상황이 악화되고 본격화되고 확대될 것이다. 특별연장근로 체제로 장시간 노동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장시간 노동이 뇌심혈관질환이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잘 알려져 있는 지금도 장시간 노동이 관리나 보상이 안 되고 있다. 전사회적으로도 우리 사회의 장시간 노동이 문제라는 것이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노동시간을 늘리는 셈인 법안을 내놓고 이걸 개선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런 건강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가혹한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지금도 장시간 노동, 높은 노동강도, 위험업무 등이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몰리고 있다. 그런데 파견을 확대하고, 비정규직 기간을 연장하자는 것이다. 건강 영향은 차별적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내년 중점 사업이나 활동은 어떤 것으로 계획하고 있나?

비정규 노안활동을 조직 내 현실로 만드는 게 과제인 것 같다. 그 동안 민주노총에서 어떤 노안 활동을 하더라도, 하청 산재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에 나타나는 차별적인 결과 등이 반드시 구호에 들어가는데도 지금까지는 정책만 있고 실제 손발까지 비정규직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내려가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이제 민주노총 산하에 비정규직노동조합도 꽤 있는데, 이런 단위 노동조합의 실제 활동으로 비정규 노안 문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같은 경우, 급식 노동자들 중심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근골격계 증상조사가 이미 대부분의 교육청에서 다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후 이를 바탕으로 한 성과나 진전이 뚜렷하게 나오지는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비정규직 단위사업장 노동조합, 그리고 각 산별 노조에서 비정규직 노안 활동을 담당할 활동가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조금씩 노안 담당자가 선임되어가는 추세인데, 각자 특성에 맞는 지원을 못 하고 있다. 사실 비정규직 노동자 뿐 아니라,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처음 시작하는 노동조합이나 활동가들이 처음 부딪치는 문제이기도 해서, 이런 활동가들을 위한 맞춤식 교육, 꼭 필요한 매뉴얼 등을 만들고 실제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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