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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2월|특집] 재해예방대책합의의 의미

재해예방대책 합의내용의 골자 2016년 1월 12일, 반올림, 삼성전자,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6명의 피해자 모임, 이하 가대위)는 재해예방대책에 대한 조정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조항은 셋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조는 재해예방대책의 목표를 ‘건강하고 안전한 사업장 내부 체계의 완성’에 두고, 이를 위해 ‘내부 재해관리시스템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부의 독립기구’에서 확인 점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담고 있다.

제2조는 내부 시스템 강화를 다루고 있다. 주로 삼성전자가 조정절차에서 스스로 제안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보건관리팀 강화, 건강지킴이 센터 신설, 체계적 연구조사 및 직업병에 대한 선제적 대처, 안전보건 관련 자료의 보관기간 연장, 사회적 소통 확대 모색 등이 그 내용이다. 여기에 가대위가 요구한 건강검진 및 산재보상 신청자에 대한 지원이 추가되었다.

제3조는 독립적인 옴부즈만 위원회 시스템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번 재해예방대책 합의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폐쇄적인 삼성전자의 안전보건에 대하여 제3자의 독립적 시선으로 지켜볼 수 있는 창구를 만든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은 다섯 개의 ‘3’이라는 숫자들로 요약할 수 있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3개의 기능을 한다. 하나는 삼성전자의 안전보건관리를 종합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제시한 뒤 그 이행을 점검하는 기능이다. 다른 하나는 ‘재해예방을 위한 조사 및 연구’나 ‘유해화학물질 정보공개와 영업비밀 관리’에 대해 삼성전자에게 권고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기능이며, 마지막 기능은 이런 활동들을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종합 진단’은 삼성의 내부 재해관리시스템을 비롯하여 다음 3개 영역에 대해 이루어진다. 첫째는 작업환경 중 유해인자 관리 실태를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둘째는 전 현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작업환경의 건강영향 역학조사이며, 셋째는 삼성의 종합건강관리체계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만드는 등 질병예방 건강증진 대책에 대한 것이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그 활동을 사회와 소통하기 위하여 종합 진단 보고서, 연례활동 보고서, 개선안에 대한 이행점검 보고서 등 3개의 보고서를 작성하여 공개한다. 옴부즈만 위원회의 활동기간은 2016년 1월 1일부터 3년간이고, 최대 3년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옴부즈만 위원회가 운영기간 연장을 요청하면 삼성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따르기로 하였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3인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조정 세 주체들의 동의하에 이철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가 맡기로 하였고, 다른 두 위원은 산업보건과 환경 등 분야의 전문가들로 위원장이 위촉하게 된다.

이 합의의 의미와 과제

이번에 합의한 재해예방대책은 반올림의 애초 요구안이나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에 담겨있던 재발방지대책에 비하면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만큼만 이라도 제대로 실행된다면 극도로 폐쇄적인 삼성전자 안전보건관리를 외부의 독립적 시선으로 지켜볼 ‘틈’을 처음으로 만들게 된다.

옴부즈만 위원회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으려면 그 구성과 활동이 삼성전자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이들의 활동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 등 삼성전자의 성실한 협조도 약속대로 이행되어야 하며, 합의의 의미가 도중에 축소나 왜곡 혹은 유실되지 않도록 시민사회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옴부즈만 위원회 활동이 끝난 뒤를 대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외부의 독립적 시선이 닿을 수 있는 ‘틈’이 닫힌 뒤에도 이번 합의의 취지처럼 ‘건강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주체는 다름 아닌 삼성의 노동자들이다. 따라서 노동자 참여와 역량을 강화할 방안을 찾고 실행해야 한다.

나머지 3분의 2를 위하여

삼성전자는 1월 12일 합의를 통해 8년간 끌어온 직업병 문제가 종결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합의는 2013년부터 이어온 3개의 대화 의제 중 한 가지에 대한 합의다. 사과와 보상에 대한 대화는 2015년 7월 23일 조정위원회 권고안 발표 이후 여전히 중단 상태다. 삼성과 가대위가 조정 권고안을 거부하고 독단적으로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버린 뒤 조정 절차에 따른 논의조차 거듭 보류시켰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문에 작년 10월 7일부터 반올림은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다. 삼성은 이제라도 책임 있는 자세로 사회적 대화에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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