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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4월|특집] 지역주민의 요구로 만들어진 양산지역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의 의미

2015년 12월 양산시의회에서 <양산시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가 제정되었다. 양산시의원의 발의로 통과된 이번 조례는 보수적인 시의회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처음 제안된 조례안의 내용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소박한 내용의 조례가 갖는 의미는 주민의 알권리 보장과 참여를 위해 통과해야하는 1차 관문의 입장권을 확보한 것이 아닐까 싶다. 조례의 내용은 참으로 단순하나 그 배경은 간단치 않기에 짧지 않은 시간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2010년 민주노총화학섬유노조, 민주노총양산시지부, 외국인노동자의 집, 양산노동민원상담소, 웅상노동상담소 등 여러 노동단체로 구성된 <웅상지역 노동자의 더 나은 복지를 위한 사업본부>(이하 웅상사업단)가 웅상지역노동자의 노동조건, 건강권 및 복지실태 조사를 위한 설문조사 및 캠페인을 전개한 결과 무방비상태에 놓여있는 영세사업장노동자들의 건강권과 복지의 열악함을 확인하게 되었고 보고대회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알리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유해물질 정보제공 사업’을 통해 작업 현장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 시료를 채취하여 분석하였다. 미조직영세사업장이나 조직된 노동자들이나 모두 자기가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도 심각했다. 채취된 30개의 시료 중 44%에서 발암성물질 또는 생식독성 등 기타독성이 함유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해 5월에 양산시의회 심경숙 의원이 주최하고 웅상사업단이 주관하여 “발암물질 없는 안전한 일터와 양산만들기”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생산에서부터 소비까지 발암물질 없는 사회’를 위해 양산시가 발암물질이 함유된 세척제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대체물질을 사용하도록 조례를 제정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하였다.

또한, 노동조합과 지역주민이 조례제정을 위한 캠페인이나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안전한 일터와 지역사회 만들기’ 운동을 하였으며, 그 일환으로 10월에 <웅상노동문화한마당>을 개최하여 주민들과 공유하고자 하였다. 2012년, 2013년에도 꾸준히 이어진 이러한 활동은 지역 주민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지역사회 생활운동과 연계하여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시도였으며 그 속에서 노동조합의 역할과 위상을 높여가며 노동조합의 조직화도 꾀하고자 하였다. 민주노총화섬노조간부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지역노동단체들의 연대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체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문제로 집중력이 떨어질 즈음 <웅상지역단체연대> 대표자들과 유해화학물질관련 논의가 시작되었고 곧이어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세월호의 아이들은 우리에게 삶과 활동의 태도를 바꾸게 하였다. 세월호와 같은 사고의 위험이 곳곳에 널려있는 한국의 현실을 직시하며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주민의 알권리를 우리의 문제로 놓고 토론하게 되었다.

당시 <유해화학물질 감시활동>을 하고 있었던 현재순(일과건강 기획국장, 화섬노조 노안국장)님의 도움을 받아 공부하고 토론하며 뜻있는 지역주민들이 모여 수차례의 지역간담회와 다양한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거쳐 2014년 11월에 <안전하고 행복한 양산만들기 주민모임>(이하 주민모임)이 만들어졌다. 당시 우리지역의 주요현안이었던 <고리1호기재가동중단>대책위에 함께하며 지역제단체와의 연대활동이 섬세하고도 줄기차게 이어지는 속에서도, 2015년 5월부터 박대조시의원과 협의를 시작하였다. 안행주 주민모임에서 화학물질관련 학습도 진행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이어 담당부서공무원간담회, 공무원노조 및 관련부서 공무원 확대간담회, 낙동강 유역환경청간담회 등을 거쳐 조례안을 만들고 시의회에 발의하게 되었다.

주민모임이라는 지역주체가 마련되면서, 전통적으로 보수여당일색의 시의회에 세월호사건의 반향으로 당선된 야당 소속 4명의 시의원의 역할과, 웅상 사업단의 5년 여 간의 활동의 성과, <알권리 보장을위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의 활동의 확산,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장거리를 오가며 해주신 화섬노조 노안국장의 헌신적인 노력...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전국의 화학사고의 문제점과 이러한 화학물질사고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역주민으로써의 안전보장에 대한 필요성이 함께 어울리게 되면서 화학물질안전관리조례안 제정 활동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물의 하나가 지역조례이다.

향후 조례를 근거로 한 ‘양산시 화학물질 안전관리위원회’ 구성과 ‘위해관리계획서 지역사회고지’, 더 나아가서는 <알권리 보장을 위한 조례개정> 등 실질적 활동을 위한 용기와 능력을 준비하는 것이 지금 주민모임의 숙제이다. 해본 적도 없고 아는 것도 어설펐기에 조례제정까지 주민모임 구성원들은 나름 긴장하고 고단했었다. 그런데 조례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상황을 인지하게 되면서, 앞으로 갈수록 태산일 것 같고, 할수록 늘 것 같은 미지(未知)의 과제들이 넘겨다봐지기에 이 여정이 결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함께 뜻을 나누고 도모할 수 있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서로를 북돋우며 또다시 엄두를 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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