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6년|10월|특집] 우리들의 이어말하기는 계속 된다

반올림이 노숙농성 1년을 맞아 삼성 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이어말하기를 엮어 책으로 발간했다. 이어말하기는 노숙농성 돌입 전인 2015년 9월 21일 ‘삼성의 중심에서 나를 말하다‘로 시작해 반올림이 노숙농성에 돌입하면서 주요하게 삼성 직업병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내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 1년 동안 이어말하기에는 삼성 반도체/LCD 직업병 피해 노동자와 유가족을 비롯해 노동, 인권, 환경 등 각 영역의 활동가들은 물론 언론인, 법률가, 의사, 교수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 반올림 농성장 지킴이 활동가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이어말하기를 통해 삼성이 직업병의 실태를 알리고, 삼성에게 책임있는 역할을 줄곧 요구했다. 혹한의 추위와 폭염에도 길바닥에서 농성을 이어가는 반올림에겐 따뜻한 연대를 나누는 자리였다. 또, 이어말하기는 삼성 직업병 문제만이 지난 노숙농성 1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발생했던 강남역 10번 출구 여성혐오 살해, 가습기 살균제피해 문제 등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는 장으로 그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이번 노숙농성 1년을 맞아 주옥같은 이어말하기를 더 많은 분들과 나누기 위해 책으로 엮였다. 이 과정에서 땡땡땡 협동조합의 연대가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분들의 이야기를 실을 수 없어 총 340여 명의 이어말하기 참여자들 가운데 삼성 직업병 피해자 및 유가족 13분의 이야기와 연대했던 85명분의 이야기를 실었다. 이중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이어말하기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 김미선 님 삼성 LCD 기흥공장, 다발성경화증 피해자, 시력장애 1급
삼성이 보상위원회를 꾸렸다는데 어이가 없습니다. 회사에서 일한 노동자는 다 똑같은 사람 아닌가요? 눈이 안 보이는 것도 힘이 드는데 삼성은 차별하려 하네요. 삼성은 정신 차리고 제발 피해자들 얘기를 들으세요. 병을 나눠서 보상한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당신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이게 할 짓입니까!

-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고 윤은진 님의 언니 (윤은진 님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 급성백혈병으로 23세 나이에 사망)
동생 떠난 지 벌써 13년이더라고요. 저도 다섯 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요. 자식 키우는 부모 마음은 다 같을 거 같아요. 아마 동생이 살아 있었으면 결혼도 했을 거고 아이도 낳고 그랬을텐데 이런 평범한 일상들을 하나도 경험하지 못하고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마음이 아주 아파요. 제가 사는 곳이 안산이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정말 세월호 부모님들도 똑같은 마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월호 유가족분들도 그런 얘기하시더라고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정말 내 아이가 왜 죽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알아야지 위로받고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 같아요.

- 신부전 님 : 삼성LCD 재생불량성빈혈 고 윤슬기 님 어머니 (윤슬기 님은 삼성 LCD 천안사업장에 입사, 재생불량성빈혈로 만 31세에 사망)
우리 슬기는 맞는 골수가 없어서 13년간 수혈과 스테로이드 약에 의존해 살았어요. 그러다 피를 토하고 슬기가 “엄마 나 죽는거야?”라고 묻는데, 폐출혈, 장출혈이 다 온 상태라 마지막 가는 길이 너무 고통스러울 거 같아 의사한테 수면제를 놓아달라고 했고 그렇게 갔습니다. 우리 슬기는 무척 건강했어요. 공부도 잘했고요. 특히 일본어를 잘했어요. 그런 슬기가 일할 때 역겨운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부모로서 자식에게 몹쓸 짓을 했어요. 그런데 삼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고 있습니다. 내 새끼 삼성 보냈다가 평생 가슴에 묻고 살게 됐는데, 삼성은 돈 몇 푼 주고 끝내려 하는 거예요. 이렇게 두면 우리 슬기 같은 사람 계속 생겨날 거예요.

- 손성배 -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고 손경주 님 아들
하늘나라에 있는 유미 누나에게 유미 누나, 누나라고 불러도 되지요 제 아버지는 잘 지내시는지요. 제 아버지도 그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 백혈병으로 돌아가셨어요. 얼마나 억울하셨나요. 우리 아버지는 눈을 못 감으시더라고요. 눈꺼풀이 안 감겨서 간호사가 연고로 붙였어요. 이런 아픔과 죽음들을 얼마나 더 지켜봐야 하는 걸까요? 강남 한복판에서 오늘로 딱 150일째 노숙농성 24시간 이어말하기를 하고 있어요. 이어말하기를 하고 있으면 냉소와 혐오의 눈빛으로 우리를 보는 분들이 간혹 있어요. 혀를 끌끌 차는 분들도 있고요. 하지만 성과도 있었어요. 회사가 재발방지에 힘쓰기로 했어요. 이제 크게 두 가지가 남았어요.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 두 가지예요. 지치지 않게 도와주세요. 이 거대한 회사는 우리가 지치기를 기다린대요.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하고,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는 일. 똘똘 뭉쳐서 해볼게요. 누나도 위에서 힘 많이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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