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 5월-이러쿵저러쿵] 스물여덟에 아기 엄마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글: 한노보연 회원 조이


작년, 내 나이 스물일곱에 결혼이란 걸 했습니다. 평생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그리고 앞으로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옆에 있고, 또 그 사람의 생각도 나와 같아서, 즉, 타이밍이 맞아서 결혼하게 된 거 같습니다-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천천히 시작한 생활은 아니었습니다만, 생각을 많이 하고 고민을 오래했더라면 아마 결혼을 못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 둘은 결혼 이후에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고 고민하고 노력했나 봅니다. 우리의 신혼은 많이 서툴렀습니다. 함께 산다는 건 쉬운 일이 결코 아니더라구요-

그런데 함께 지내는 삶이 채 익숙해지기도 전 어느 날, 생각도 못했던 새로운 가족이 찾아왔습니다. 스물여덟에 아기 엄마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가장 처음 마주한 심정은, 황당함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이어서 두려움과 불안감이었지요. 학업과 출산, 육아를 어찌 병행할 것인가에 대한 각종 복잡한 마음들, 그리고 내 인생을 손해 볼 것 같은 마음까지- 많이 무거웠습니다.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기까지, 그리고 결정한 이후로도 한동안, 부모가 될 우리 둘의 관계는 신혼초보다 훨씬 더 불안정 해졌더랬습니다. 뭐, 저만 부담스럽고 걱정되고 했을까요, 몸속에 직접 아기가 자라고 있진 않아도 아빠가 될 사람도 많이 당황스럽고 준비가 안 되어 있었겠지요. 우리 둘 자신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힘들고 긴 가을-겨울이었습니다.

아이의 존재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현실적으로 내가 어떻게 학업을 병행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계획하고, 태어날 아이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면서, 비로소 이 상황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조금은 안정된 새해와 봄이 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육아의 방식과 육아의 가치관에 대한 부분이겠지요. 우리 둘은 결혼 전 연애 시절부터 아이를 몇이나 나을지,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얘기를 꽤 나눈 편이었지만, 이게 눈앞에 닥치는 현실이 되고 나니 참 막막하고 불안하더라구요. 여전히 많이 고민하는 중이고, 아이가 자라는 내내 더욱더 고민하게 되겠지요…

점점 더 많은 부분을 돈이 해결해주는 사회에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힘든 엄마 아빠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돈이 되진 않을까, 내 입으로 비판했던 부모의 자세를 내가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답습하게 되진 않을까,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기대하고 요구하게 되진 않을까, 첨예한 경쟁사회의 구조 속으로 아이가 내몰리게 되진 않을까, 그리고 그걸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묵인하게 되진 않을까, 그래서 아이를 처음 가졌을 때의 초심을 잊고 나 역시 유난스런 다른 부모들처럼 사는 게 아무렇지 않게 되진 않을까, 휴-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지배합니다. 고민이 또 다른 고민을 낳고, 줄줄이 이어져 끊이질 않습니다.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관을 온전히 지키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결코 쉬워 보이진 않으니까요. 아이를 낳기로 한 것이 잘한 일일까, 이런 세상에 내놓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하는 생각까지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착한 사람들에게”라는 노래의 구절이 머리 속을 맴돌았습니다.

“........아직 부족해서라는 말은 말아요.
아직 때가 아니라서라는 말은 말아요.
그건 완벽한 부모가 되기 전에 아기는
갖지도 낳지도 말란 말고 똑같잖아요 똑같잖아요..............”

그래요- 어쩌겠어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있나요, 뭐.
앞으로 쉽지 않은 육아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미리 겁내지 않으렵니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고민하고 고생하면서 점점 배우고 익숙해 질테니까요-

아가도 처음 부모 노릇 하는 엄마 아빠가 서툴러도 이해해주리라 감히 기대해 보렵니다.
스물 여덟에 엄마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만, 삶을 산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아가가 태어나면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훨씬 더 많아지겠지요, 좌충우돌 육아 일기도 종종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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