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 5월-일터 다시보기] 조직 내 성폭력문제, 진정한 반성과 성찰을 위한 인식의 전환으로부터

<09년 03월 칼럼 “민주노총 성폭력사건을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를 읽고>

한보노연 회원 안 재 범


금속노조 충남지부에서 발생한 성폭력사건의 처리와 해결과정을 바라보며 성폭력에 대한 인식부족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성폭력이란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물리적 또는 신체적인 직접 행동과 상대방에게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주는 언동 또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체의 행위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물리적, 정신적, 언어적, 환경적 폭력을 말한다. 여기서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자신의 몸(정신과 신체의 통일체로소의 의미)에 대한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직접적인 물리적 행동이나 신체 접촉이 없었다 하더라도 성과 관련된 불특정 행위에 대해 폭력적인 느낌을 받았거나, 성적인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껴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다면 성폭력에 해당한다. 따라서 성폭력 사건발생시 피해자 보호조치를 우선으로 피해자 입장을 중심으로 사건이 처리되고 해결되어야 하는 게 원칙과 기본이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이 같은 성폭력과 폭언, 폭행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사건발생시 처리절차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또, 성폭력 근절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성폭력이 발생한 산하조직에 교육이수를 강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성폭력 금지와 관련한 제도와 규정이 정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욱 문제인 점은 처리나 해결과정에서 피해자 중심의 사건처리 원칙보다는 여전히 가해자가 속한 정파의 기득권이나 세력 유지 논리에 따라 사건축소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나아가 노동조합 단결이라는 대의명분을 빌어 덮어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지난 2009년 민주노총에서 발생한 성폭력사건과 관련한 일터 칼럼에서 유현경 동지는 “조직 내 성폭력 문제를 놓고 조직보위 논리와 운동의 대의명분에 가려 가해자와 피해자사이의 개별적문제로 치부하거나 문제제기 자체를 단결의 장해로 판단해 은폐, 축소되거나 처리나 수습에 그치고 있는 것에 대한 노동운동 내 반성과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한바 있다.
이처럼 우리는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때문에 다양한 자기비판을 통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거의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서 보여준 조직 내의 처리 과정이나 피해자 입장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으며 성폭력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조직 내에 성폭력사건 발생시 “말로 한 것이지 강간을 한 것은 아니지 않나” “이정도가 무슨 성폭력이냐” “술에 취해 실수했다 그러니 문제 삼지 말아 달라”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은데 왜 너 혼자만 유별나게 그러느냐” “엄중한 투쟁시기에 조직력을 훼손시킬 수 있으니 이쯤에서 접어두자” “가해자는 평소 그런 사람이 아닌데 너무 과하다” 등의 가해자나 주변의 2차가해 언동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금속노조 충남지부의 성폭력 사건도 마찬가지다. 처리 과정이나 해결과정에서 성폭력에 대한 인식부족을 여실히 보여줌으로서 사건처리 시 피해자 보호와 입장보다는 특정계파의 조직 보위논리에 매몰되어 2차 가해가 계속해서 양산 확대되어 문제만 복잡해지고 꼬이고 있다. 이 같은 성폭력에 대한 몰이해와 인식부족은 성폭력사건 발생 시 여성과 남성, 계파 간의 문제로 확산되어 조직 구성원 간 감정만 악화시킴으로서 조직 내 소통을 가로막고 노동운동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성폭력에 대해 그 의미를 바로알고, 조직 내 성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해 지도층의 진정성 있는 결단과 의지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건 발생 시 가해자나 자신이 속한 조직 또는 집단의 염려보다는 가장 고통스러워할 피해자를 중심에 두고 사건을 해결하고 처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성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해 수시로 조직 내 지속적인 교육과 토론을 통해 성폭력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어 나아가야 할 것이며 여성노동자를 같은 노동자로, 동지로 인식하는 조직문화가 정착되도록 나로부터 실천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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