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 5월-노안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 사람, 건강, 행복을 소중히 하는 삶을 당차고 의연하게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총무실장 및 노안국장 조성애 동지-


현장, 사람, 건강, 행복을 소중히 하는 삶을 당차고 의연하게

 

 

▸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총무실장 및 노안국장 조성애 동지

▸ 인터뷰 & 정리 _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아이구



노동안전보건활동을 나름 해왔던 동지들이라면 모르는 이가 거의 없는 낯익은 조성애 동지를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실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는 수없이 만났던 동지였지만, 인터뷰를 위해 처음으로 마주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당차고 의연한 느낌을 풍기는 조성애동지의 새롭고 좋은 이야기에 귀가 쫑긋했다. 소중하고 가슴에 담아둘 법한 이야기는 쭉 이어졌다.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

  ▲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총무실장 및 노안국장 조성애 동지

사실 2시간의 인터뷰로는 동지의 수많은 고민과 실천을 담기 부족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밝힌 동지의 이야기가 이후 활동 속에서 보다 많은 이들에 의해 함께 호흡하는 날이 머지않기를 바래본다.


현장 중심성에 기초한 노안활동을 당차게 시작

 

조성애 동지는 공공운수연맹 조직국장으로 발령받아 노안활동을 병행하다, 현재는 연맹에서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운수노조)로 파견되어 남들은 한 가지도 하기 어렵다는 노안국장과 총무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2010년 노동절로 벌써 만 4년째다. 정시까지는 총무실장 업무를 그 이후에는 노안국장 활동을 한다고 했다. 대중조직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인천에 있는 ‘건강한 노동세상’ 전신인 ‘인천산업사회보건연구회’에서 1999년 3월 초부터 상임활동을 시작했다. ‘작은책’에 하종강 선생이 쓴 산재관련 글을 보고, 무작정 노동건강연대를 찾아가서 활동을 하겠노라고, 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단다. 아마도 현장의 구체적인 필요가 중요하다고 공감했던 동지의 감수성이 발걸음을 노동안전보건활동으로 이끈 것이리라.

인천에서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시작했다. 하자마자 2000년 국회의원선거과정에 당시 조옥화 대표가 낙천 낙선 운동을 하면서 거의 혼자 일을 해야 하기도 했다. 2001년과 2002년 사이에 운영상의 어려움과 당시 대표의 활동 변화 등과 함께, 지역 대중조직인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노안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어떤가라는 취지에서 ‘인천산보연’ 해체논의가 있었다. 그 와중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현재 ‘건강한 노동세상’ 대표인 김철홍 인천대교수 등과 조성애동지는 의기투합했다. ‘산재없는 일터회’와 ‘인천산업사회보건연구회’를 통합하여, 2002년 5월 25일 창립한 ‘건강한 노동세상’을 만드는 주역으로 역할을 한 것이다. 창립 당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과 열의가 기억난단다. 그래서 이전처럼 현장 중심성을 견지하면서도 전문가들의 역할을 보다 강화해서, 지원과 후원 수준의 활동을 교육과 조사 및 연구 등 주요 활동에 나름의 역할을 더 할 수 있도록 애썼다고 했다. 노안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새롭게 ‘건강한 노동세상’이라는 단체를 만들 정도로 동지는 당찼다. 현장 상황과 정세를 탓하고 경험과 역량을 이유로 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배워야 할 기풍이지 싶다.

 

공공운수노조 건설준비위, 발로 뛰어 소통과 조직에 애써야

 

노동안전보건활동과 관련하여 단체 상임활동은 노동안전보건관련 고민과 활동을 깊게 할 수 있는 반면에 노조 간부활동은 세상 돌아가는 것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조합원들의 요구에 답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대부분의 활동을 혼자하다시피 했던 단체활동에 비해, 노조에서는 함께 활동하는 이들과의 공동호흡과 역할나누기가 좋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고 했다. 노조 구성원들과 구체적인 공감을 만드는 것과 공식적인 의결과 집행에 합력을 모으는 것이 주요하다는 의미일 터다.

동지는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공공노조, 운수노조, 공공운수연맹 등이 결의를 모아 공공운수노조 건설기에 돌입한 현재 가장 핵심적인 기풍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상반기 투쟁을 계기로 현장을 누비고 현장과 호흡하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벼려야 한다고.

건설 준비위까지 쉽지만은 않았던 활동 및 논의과정과 체불 예산을 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의지와 계획만큼 녹녹치 않기 때문이란다. 공식적으로 14만 명이 넘지만 11만 명 정도가 조합비를 납부하고, 사고조직도 있다. 나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4월부터 각 단위별로 하던 것을 한 달 2회씩 통합회의를 진행하면서 지역본부까지 포함한 회의를 한차례 더 하고 있단다. 공공노조, 운수노조, 공공운수연맹 등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산별통합 조직을 구성하는 이들 사이의 경험과 이해관계 그리고 활동목표를 제대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애쓰기 위해서 말이다. 세조직 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지도부는 4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순회에 돌입했단다.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산별노조 건설 동력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자체를 말살하려는 최근 정부의 공세에 맞서고 지역활동을 산별노조답게 전개할 공공운수노조를 올곧게 건설하기 위해서는 명망가와 중앙중심의 활동을 지양하고, 실태파악-현장의 목소리 수렴-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기획-실천 등의 선순환 활동을 일상적으로 자꾸 현장과 직접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산별노조의 중심에 조합원들을 세워 나갈 수 있을 것이란다. 조합원과의 의사결정 참여와 행동을 강화하기 위한 일상적이고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중요하단다. 우선 지역본부 논의, 지부차원의 논의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실제 소통이 쉽지는 않단다. 때문에 대표자 회의 통한 배포 등과 같이 기존의 방식을 지양하고 각 현장에 직접 배포하는 것을 정착시켜 나가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단다. 공문이나 지침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가는 방식으로.

공동실천의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투쟁을 통한 건설을 위해서는 한국노총 공공과 함께 한 공투본 경험에서 기획과 논의 그리고 준비와 실행과정에서 공감을 키웠던 것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철도와 화물의 투쟁으로 물류를 멈출 수 있는 위력적인 공동투쟁을 위해서도.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조직활동으로

 

사실 공공운수노조의 노안활동은 단위별로 불균등이 아주 심하다고 했다. 나름 활동경험과 성과를 축적해왔던 궤도, 병원, 상용직 등에 비해 발전, 가스, 연구, 사무직은 새롭게 활동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과 노동자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화물연대까지 병존하고 있단다. 게다가 노조차원에서 70여명이 넘는 채용 상근활동가 중에 노안담당이 한명이란다. 그것도 겸직으로.

산별건설이라는 핵심적 과제에 복무해야 하는 현실에서 노조차원의 노안활동에 대한 인식과 역량배치가 쉽지 않지만, 실천적인 물꼬를 터나가야겠단다. 이전에는 대부분 노안은 정책파트에 속해 있었는데, 동지는 조직파트에 속해서 해야 할 역할이 더욱 크다고 했다. 8월에 있을 운수노조 임원선거가 끝나면 꼭 실행에 옮겨보고 싶다고 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실천적인 활동기획과 사업을 통해 현장에 더 가깝게 다가가는 활동을 위해서.

노안활동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에 공감을 만들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단위에 없는 노안담당자가 아니라 조직담당자들을 모으는 것이 현실적이란다. 지역과 사업장별로 조직담당자들을 모아 활동주체를 발굴하고 교육과 현장순회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활동주체를 세우려고 노력중이라고 했다. 우선 전조직차원에서 모든 사업장에 빠짐없이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선임하도록 하여 활동시간과 주체를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단, 이전처럼 상근간부가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배출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7,8월경에는 사무처 성원들에 대해 노안활동관련 교육을 실시하여 중앙활동가들의 기본적인 인식제고에도 힘을 쏟아 지역요구를 수렴하고 교육 등을 실행해 옮길 요량이라고 했다.

2008년 하반기에 23개 사업장을 순회하고 5개 지역 교육을 실시했다. 순회과정에서 수렴된 현장요구에 기초해 실천한 것이 화물노동자 고속도로 검진사업과 청소노동자 씻을 권리 쟁취 사업 등 이었듯이, 항상적으로 현장과 지역순회를 통해 조합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천꺼리를 찾아 사업을 전개할 때 힘 있는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단다. 올해도 13개 지역을 10월부터 순회하면서 2011년까지 지속할 실천꺼리를 찾겠다고 했다. 동지는 조직현실을 고려하여 중앙차원에서 보다 많은 조합원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현장의 필요와 지역곳곳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많은 이들이 본받을 만한 조직 활동의 전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지 싶다.

올해는 궤도노동자 노안학교의 ‘공동학습 공동투쟁’처럼 여럿이 함께 다양한 목소리를 공동의 경험으로 만들고 함께 행동할 수 있도록 했단다. 3월 24일부터  9월까지 월 1회씩 궤도노동자 노안학교(프로그램은 앞 표지 뒷면)를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8개 사업장중 대구를 제외한 7개 사업장에서 47명이 참여한 1강 프로그램에 동지는 힘을 많이 받았다. 일방적인 교육방식을 지양하고 참여자들의 현장이야기를 직능별로 나누어 논의토록 했더니, 교대제 등과 같은 현실에 대한 고민과 대응방안이 아주 구체적이고 실행가능성이 높은 공동요구로 현장활력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에. 조직이 사람만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필요와 지향 그리고 실천할 주체들의 행동을 기획하는 것이라는 동지의 고민이 현실로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이들의 행복할 삶과 운동을 위하여

 

동지는 공공노조의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확보를 위한 ‘따뜻한 밥 한 끼’ 운동처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현장노동자들의 요구에 기초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일하는 현장노동자들의 다양한 경험을 자주적으로 나누는 것을 중시해야 한단다. 무릇 운동은 그렇게 한 발 한 발 전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삶과 마찬가지로 운동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오랜 동안 기억에 담아둔 투쟁을 소개했다. 활동초기인 2001년경에 인천의 낫쏘 공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던 장OO씨가 장기까지 굳으면 사망에 이르는 다발성 말초신경염 관련 상담으로부터 시작한 투쟁이다. 유기용제로 인한 당사자의 직업병에 대한 보상과 치료는 물론이고, 지역차원에서 해당 현장과 여타 사업장을 포괄하는 지역 환경문제까지 지역환경운동 주체들과 함께 쟁점화하여, 당시 노동부 점검과 개선으로 이어지게 했던 활동. 현장에 기초하되, 지역과 환경 등의 의제로 확장해 나가는 것을 지역의 공동 활동으로 돌파했기 때문이지 싶었다.

‘모든 노동자에게 산재보험 적용을’이라는 의제를 가장 중요시해야 한다고 동지는 강조했다. 노동자

들 사이에서도 역차별을 야기할 수도 있는 차별과 다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전제로 가장 기본적인 ‘치료받을 권리 쟁취’라는 과제가 다수의 문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일 터다. 나아가 아프면 누구든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운수노동자 노동시간 제한을 위한 연구도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하고 있단다.

아픈 기억도 이어졌다. 활동했던 이들과의 관계로 인한 아픔과 아쉬움 혹은 분노 등. 특히 이상관 투쟁, 하이텍알씨디코리아 투쟁 등과 같이 유의미하고 굵직한 실천과정에서 함께 했던 동지들 간의 차이와 다름에 대해 이해와 배려보다 대상화와 차별 혹은 무시에 의한 상처를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상처역시 긴 호흡으로 서로 보듬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모든 활동에서 사람이야말로 가장 소중하기 때문에.

노안활동주체들이 독자적인 ‘노동안전보건 대학’같은 것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을 소개했다. 법률원 및 교육원, 정책연구원과 영상 활동 등의 사례처럼 노조스스로가 의제와 활동 등 모든 영역에서 자기 완결성을 지향하고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노안활동 주체들의 실천적 정체성이 위축되거나 단절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역할과 역량을 키워나가야 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이었단다. 여튼 지역차원에서 노동조합과 노안운동 주체들이 함께 미조직 노동자 등을 위한 활동, 주체로 세우기 위한 활동에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는 것이 주요하지 싶단다.

30대 초반에 독립해 여행을 좋아하는 조성애 동지는 활동에 대한 기획은 통상 1년 단위로 하는데 반해, 활동하는 이들의 일상기획은 늘 시간에 쫓기거나 활동에 밀려 여의치 않아하는 것이 문제 아니냐고 했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나중에 꼭 미용기술을 배워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유의미한 일을 하면서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있단다. 자본과는 독립적으로 세상과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방안으로. 일전에 인도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사람은 참 다르고, 다르게 살 수 있구나.”하는 것을 느꼈단다. 그래서 요즘 이슬람 문화관련 책을 읽고 있는데, 8말9초에 왠지 끌리는 터키 여행을 해볼 계획이란다. 스스로가 할 일을 다 해놓고. ‘나는 간다. 터키로!’ 일상도 활동도 이렇게 구체적이고 간명한 목표를 의식적으로 갖는 것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본인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 자신만의 것을 갖는 것, 건강권도 운동도 삶이라는 것, 세상 살아가는 것이 삶이다. 지향을 견지하면서 그 길에서 속도와 방안에 연연하기 보다는 자기의 필요와 사람들의 행복을 보듬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살아지는 삶보다는 살아가는 삶의 주체로 일상을 누려야 한다.” 행복하기 위해 자신을 절대 놓치지 않으면서 말이다.

노안활동이 그렇지 않느냐며 한 동지의 말이 귓전을 오랜 동안 때릴 듯하다.

“교육을 하기 전에 현장순회를 먼저하고, 현장 이야기를 간부로부터 듣는다.”

“교육이나 회의하는 시간만큼 힘 다지기 시간(뒷풀이)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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