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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ㅣ11월 l 일터다시보기]보호자 없는 병원-간병 노동자들의 투쟁 그 이후, 간병 제도화를 앞두고

보호자 없는 병원
-간병 노동자들의 투쟁 그 이후, 간병 제도화를 앞두고



                                 한노보연 회원  조이혜연



일터 2008년 4월 특집은 간병 노동자들의 노동과 삶, 그리고 건강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의 투쟁이야기가 실려 있지요. 지난 몇 년 간 간병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간병 서비스는 보건의료영역에서 꽤나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보건의료학생들의 모임인 ‘매듭’의 여름 현장활동(건활)은 올해 역시 서울대 병원 공공노조와의 일정을 함께 하기도 했고요, 이제 간병 서비스는 그 동안 모두가 요구해온 ‘간병 제도화’를 눈앞에 두고 사적 영역에서 공공 의료 서비스의 영역으로 들어 오는 길목에 서있습니다.

지난 달, 제 외할머니가 대학 병원에 입원을 하셨습니다. 몇 년 째 파킨슨 병과 치매로 누워 계신 외할머니는 24시간을 할머니 곁에서 간병할 가족이 마땅치 않아서 그 동안 요양원에 계셨습니다. 혼자 거동도 못하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외할머니는 24시간 간병이 필요했고, 가족들은 경제적 부담이 되더라도 간병인을 고용하기로 하였습니다. 간병인의 임금은 하루 5~6만원. 일주일이면 40만원 가량 되고, 한 달이면 150~180만원 가까이 되니 가족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돈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병원 측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 사업을 소개해주었습니다. 말 그대로 환자 가족이 병실에 머무를 필요가 없도록 간병인이 환자의 간병을 해주는 제도라고 하더라고요. 환자의 부담금이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고, 간병인들은 병원 측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하니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쓰는 것보다 나을 듯 해서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 사업 병실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간병 노동자는 일주일에 6일, 하루 24시간씩 근무하지만, ‘보호자 없는 병실’의 간병 노동자는 하루 8시간 또는 12시간씩 교대 근무를 한다고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간병 노동자는 특수 고용직이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병원의 직접 고용 또는 파견 고용의 형태가 되어 노동 3권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오, 이쯤 되면 이 제도는 꽤 괜찮아 보입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복지에 대한 상식을 신뢰하지 못하는 저이기에 시범 사업의 진행과 문제점, 향 후 전망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병원 내 간병 서비스를 사적 영역이 아닌 ‘병원을 통한 공식적 서비스’로 전환하기 위해 올해 5월~12월 8개월간 10개의 시범병원에서 44억원을 들여 ‘보호자 없는 병원’을 시범 사업 중이라고 합니다. 대학병원 급은 단 두 곳이 포함되어 있고, 외할머니가 입원하신 병원에서도 2개의 6인실만이 시범 사업 중인데, 그 곳에 입원하게 되었으니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정부는 시범 사업을 통해 제도화 모델을 개발하고 내년부터 공식적인 서비스로 제도화 한다는 목표입니다. 따라서 간병인력을 확충하고 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눈 여겨봐야 할 쟁점은 따로 있어 보입니다. 바로 간병 서비스의 건강보험 급여화와 직접 고용, 그리고 간병 노동자의 노동 조건입니다. 정부의 계획은 간병 서비스를 건강보험에서 비급여로 제공하거나 표준화된 민간의료보험을 통해 제공하려는 것인데, 이는 결국 질병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셈입니다. 비급여나 민간의료보험 영역의 서비스는 불평등을 발생시켜 계층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입니다. 핵가족화와 저출산, 맞벌이 등과 맞물려 간병 서비스는 필수 의료 서비스의 영역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건강보험 급여로 서비스가 공급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필수 의료서비스에 해당되는 업무는 파견 금지가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간병 업무 역시 파견 금지 업무로 명시하여 간병 노동자들을 병원이 직접 고용하도록 함으로써 간병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과 간병 서비스의 질 향상을 동시에 취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수년 간의 간병 노동자들의 투쟁과 사회의 목소리와 요구에 힘입어 이제 간병 제도화가 정말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제도화가 되느냐 안되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제도가 될 것인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병원 노동자 희망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간병 노동자 권리 캠페인인 ‘따뜻한 밥 한 끼 권리 캠페인’의 문구가 간단하지만 핵심을 잘 표현하고 있어 소개하며 마칠까 합니다.  

- “환자에게는 좋은 간병을!! 간병노동자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 병원은 간병노동자를 위한 탈의실과 식사를 보장하라!!
- 간병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라!!
- 간병서비스도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라!!
- 병원은 직접고용한 간병인력으로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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