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ㅣ11월 l노안활동가에게 듣는다]평가와 반성 속에 힘찬 다음 걸음을!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배현철 동지

▸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배현철 동지
▸ 인터뷰 & 정리 _ 한노보연 선전위원  흑무


 
인터뷰를 몇 번 해보지는 않았지만, 인터뷰 대상이 수다스러운 편이 좋다. 몇 가지 질문만 던져도 우르르 우르르 이야기를 쏟아내는... 금속노조 배현철 동지와는 서로의 근무지(?)가 서울인터라 집회나 기자회견, 간담회 등에서 종종 만난 적이있다. 그런데 이 동지가 별로 수다스러운 편은 아닌 것 같더라. 그래서 좀 인터뷰를 앞두고 걱정을 했었다.
인터뷰 말미에 ‘어떻게 노동운동을 하시게 되었나요?’ 라고 배현철 동지에게 물었더니 돌아오는 간명한 답, ‘저는 금속노동자였어요. 그러니 노동운동을 하게 되었죠.’ 맞는 말이지 뭔가.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대의원대회가 11월 22일에 있어요. 이 자리에서는 지난 1년 사업을 점검, 평가하고 앞으로 1년 사업을 준비하고 결의하게 되요. 그래서 최근에는 대의원대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원래 대의원대회는 좀 더 일찍 진행되는데 선거가 늦춰지면서 11월에 대의원대회를 하게 되었지요.


그 자리에서 나눠볼 노동안전보건실(이하 노안실)의 1년 사업은 뭐가 있나요.

 

첫 번째로는 발암물질조사사업이 있어요. 이 사업은 특별사업인데요, 특별사업이란 말의 뜻은 노안실에서 하는 일상사업이 아니라 금속노조 차원에서 기획된 ‘특별한 과제’의 사업이라는 거에요, 노안실에서 주관하는. 예산도 노안실이 아닌 금속노조 차원의 사업예산으로 잡히게되지요. 두 번째로는 기본사업, 그러니까 부서사업이 있어요. 올해 같은 경우는 근골격계유해요인 조사사업의 해였잖아요. 그래서 노동조합이 중심이 된, 노동조합이 조사하는 방식을 취해보려고 했었어요. 지역을 묶어서 조사를 해보려 계획했었는데 잘 안됐어요. 실제로 추진해보니 경남지역 정도에서 진행되었고요. 경주, 충남, 경기 등에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노안실의 과제지요. 세 번째로는 산재법 개악에 따른 질판위의 불승인 남발을 막기 위한 투쟁을 계획했었는데 이것도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처럼 계획대로는 잘 안되었어요.


잘 되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왜 안 되었을까... 평가하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저 같은 경우에는 노안사업이 그간 활동해왔던 영역이 아니었기에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었어요. 노안운동의 과정이 제게 체화되어 있지 않은 거죠. 이런 한계가 제게 있었다면 현실의 문제도 있어요. 노동안전보건운동이 20년이라는데, 그 20년의 성과는 어디있는 것이냐,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노안운동의 어려운 때라는 생각, 퇴보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도 노동운동의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보이고 있습니다.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를 보면 이건 성과지요. 노동자들의 근골격계질환 문제를 가지고 투쟁했고 제도화시켜냈지만 이 조차도 제대로 현장에서 실행해내지 못하는 상태에요. 앞서 이야기했듯,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노안운동을 반성적으로 재평가해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사업은 제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권역별 대책위를 만들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영남권에서는 대책위가 만들어졌어요. 부산울산경남대책위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은 상정했던 수준에 못 미쳤음을 이야기하는 건데요, 이 사업은 민주노총 차원에서 개악 산재법, 질판위에 대응하는 상으로 제출했었어요. 민주노총, 지역본부, 금속노조, 지부를 대응의 축으로 만들어보려했던 건데... 이 사업추진 주체들이 밀도 있게 결합하지 못했습니다. 주체들이 결합해서 사업으로 나가야 하는데. 기획을 좀 더 구체화시키지 못한 한계도 있습니다. 노동기본권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이런 노안 문제들이 묻힌 면이 있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거지요.


노안실에서 연초에 잡았던 세 가지 사업 중에서는 발암물질조사사업이 애초계획과 비슷하게 진행 중인걸로 보이는데, 이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사업장 실태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어요. 사업장 100여개를 목표로 잡았었는데 내년까지조사해서 그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속사업장은 250여개다) 지금까지 조사를 할 수 있는 사업장은 상당수 했고 특히 자동차산업같은 경우에는 조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를 다 얻었다고 할 수 있어요. 이 데이터를 산재인정의 주요한 근거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안으로 조사를 더 해보려고 독려하고 있는데 충남, 대전충북, 울산, 전북, 부산울산지역의 사업장에서 새로 신청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65개 사업장을 조사했고요.


사업장에 들어가서 조사를 해보면, 조합원들의 반응이 어떤가요.


조합원들에게 서면으로 조사한 결과를 가지고 들어가서 조사를 하면서 우리 현장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발암물질이 있는지를 설명해보면 조합원들의 반응도 뜨겁고 관심도 몹시 높아요. 현장에 가게 되면 조사만이 아니라 발암물질, 직업성 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함께 합니다. 그런데 몇몇 큰 사업장의 경우 조합원들과 소통도 교육도 충분치 못했습니다. 조합원들이 사업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데...
큰 틀에서 보면 지금이 중요한 때지요. 실태조사의 결과가 가닥을 드러내고 있으니 교육과 선전에 다시 주력할 생각입니다. 정리하면, 실태조사는 내년까지 지속할 예정이고요, 기존 조사결과를 가지고 내년부터는 교육, 선전에 비중을 더 둔 사업을 해나갈겁니다.


실태조사에서 발암물질조사사업의 비중이 조금 옮겨간 다는 것인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지금까지 진행된 실태조사를 그 자체가 사업이기도 하지만 그 다음을 위한 준비였고요, 10월 말부터 새 사업은 시작된 상태에요. 크게 현장 투쟁과 사회의제화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사회의제화는 ‘암환자 찾기’로 요약해볼 수 있고 현장 투쟁은 요구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사업장에서 A라는 발암물질이 쓰이고 있다고 하면 이것을 대체하라든가, 사업장의 발암물질 조사결과로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조사하고 연구하는 등의 책임을 회사에 지우는 겁니다. 그리고 대체가 어렵다든가 하는 문제가 있을시 노출되지 않게 밀폐하라는 등 사업주와 정부를 강제할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는 일입니다. 중앙교섭단위에서의 요구안으로 만들어 싸움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그를 위해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야겠지요.


암환자 찾기를 말씀하셨는데 지금 산재신청을 한 직업성 암 피해자는 얼마나 되나요.


신고해온 사람들은 20여명 되고 산재를 신청한 사람은 세 명입니다. 다음 주에 두 명 더 신청할 예정이고요. 산재를 신청한 세 분은 모두 비조합원입니다. 맨 처음 신청한 분은 직업성 암으로 사망한 노동자로 그 분의 형이 산재를 신청한 것입니다. 형님은 금호타이어 조합원인데요, 동생이 자동차수리 일을 하다 석면에 의한 폐암으로 사망한 후 산재를 신청한 것이에요. 그 뒤에 신청한 두 분은 현재 직업성 암으로 투병중인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가족입니다. 조선소에 홍보물을 부착했더니 그것을 보고 찾아오신 분들이시죠. 상황이 급박한 사람들이 있어서 함께 모아서 산재를 신청하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산재신청서류를 준비하는데도 시간이 엄청 걸리거든요, 보통 몇 백 페이지씩 되니까요.
첫 번째 신청자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불승인 처분을 했습니다. 4:3으로 불승인처분을 했다 하더라고요. 질판위 단계에서 피해노동자를 산재로 인정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근로복지공단에서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이 노동자는 행정소송으로 가지 않고 다시 심사청구를 할 예정이에요. 각각의 과정에 대한 싸움을 해볼 생각입니다.


생각보다 신청자가 적고, 그 신청자도 비조합원이라는 사실이 눈에 띕니다.


밀도 있게 조직이 안 되었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난 달 10월부터는 현장을 샅샅히 훑고 조직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또 각 지역에 있는 노안단체들과 함께 직업성 암환자를 찾고 산재신청까지 함께 하는, 공동사업으로 추진해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선전도 강화할 겁니다.
금속노조 노안실의 이야기가 현장의 조합원들에게 전달되기까지의 다리가 없었어요. ‘암환자 찾기’에 더 적극적으로 힘을 쏟겠다는 지부나 지회의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합원들의 신고도 늘어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비조합원을 대상으로는 선전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미조직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 더 열악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금속노조 다른 실에서 활동하시다 노안실로 배치 받으셨는데, 해보니 어떤가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어요. 잘 아는 활동분야도 아니고... 걱정이 많았는데 실제로 부딪히는 문제들도 그랬습니다. 10월 중순에 조선분과 회의가 있어서 제가 갔었어요. 그 자리는 사업평가하고 계획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는데, 작은 것을 바꾸는 문제라도 조선분과에서 공동으로 사업을 하고 그를 통해 조합원들이 느낄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지난 발암물질조사사업을 조선분과 중에서 두 곳을 했는데요, 그랬더니 조사사업 대상이었던 사업장에서 사측 관리자들이 ‘우리만 조사대상이다’라고 하며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치면서 현장의 조합원들을 들쑤시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작던 크던 함께 움직이는 사업이 중요하다는 의견이었어요. 그러면서 해보면 좋을 여러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는데 저의 어려움은 이 많은 의견들 중에 어떤 부분을 잡고 사업을 벌어나가면 좋을지, 작업장의 노동안전보건 현실을 다 꿰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거죠.


배현철 동지가 생각하는 노안활동은 뭔가요.


안전보건문제는 조합원들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에요.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업은 직접적으로 눈에 드러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그 과정과 결과가 뿌듯함을 느끼게 하지요. 보람을 느낄 수 있어요. 또 재미있는 일이고요. 노안활동을 하는 간부들도 그런 느낌들을 갖는 것 같더라고요.
그때 그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활동, 노동운동이 종합예술이라면 노안활동은 눈으로 확인해나갈 수 있는 영역, 그렇기 때문에 보람도 느끼고 한 편으로 좌절할 수도 할 수 있고요. 좌절하게 되는 경우는.. 직접 바꾸고 해결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의 문제인데 그것을 하지 못했을 때. 다시 말해 바뀌지 않고 해결하지 못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좌절할 때도 있어요.
또 한 가지는, 조합원들에게 잘 다가가는게 중요한 때라고 봅니다. 오히려 조합원들이 더 둔감할때가 있더라고요. 본인이 발암물질을 쓰고 있는데 그걸 바꿔야한다거나 하는 식의, 해결에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우들이 있죠. ‘더운데 이걸(보호구) 끼면 일을 할 수가 없다’는 반응들도 있고요. 아무래도 우리 조합원들이 그동안 자본에 길들여지고 짓눌려왔기 때문이겠죠, 아, 물론 대부분의 조합원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요.


마지막으로 활동을 하며 지켜온 배현철 동지의 좌우명같은게 있다면.


식상한 얘기이기도 한데... 주어진 일과 역할을 열심히 하려고 해요. 어떤 측면에서 보면 노동조합의 실무에 매몰되어 있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는데, 내게 주어진 일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왔어요. 다른 사람들이 제가 그래왔다고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지만...(웃음) 그리도 또.. 제가 금속노동자로 살다가 노동운동을 하게 되어서 그런지 현장 조합원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사업을 고민할 때도요. 혹자는 즉흥적이다, 사업장의 분위기에 휩쓸린다라고도 할 수 있지만 현장 조합원의 눈으로, 사업을 바라보고 평가하려고 합니다. 덧붙여 어떠한 지향을 말하고자 할 때도 대중조직임을 잊지 않고 그것들을 사업 속에서 풀어내려 하고, 우리 조합원들의 생활 속에서 필요한 것들도 요구하고 싸우게 되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대중’이 중요하다는 거죠.  일터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한노보연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