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 12월 특집] 직업성 암 산재인정 현황 및 문제점

- 삼성 백혈병 사례를 중심으로-

1) 직업성 암 산재인정 현황 및 문제점
- 삼성 백혈병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공유정옥

삼성 전자 백혈병 및 다른 직업성 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직업성 암’이라는 말은 산업보건을 연구하거나 노안활동을 오래한 사람들에게도 생소하다. 알려진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이다. 전체 암의 5~10%를 직업성 암으로 추정하는데 프랑스는 1년에 1만 명이 직업성 암 발생자라 보고, 그 중 8-9%가 보고되고 있다. 보고된다는 말은 ‘직업성 암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독일은 조금 더 높은데 승인율이 10% 안팎이기 때문에 승인율을 어떻게 높일지가 고민이라고 한다.
한국의 경우 직업성 암이 보고되는 통로는 산재보험 통계가 유일하며 전국 암 발생에 대한 가장 최근의 자료는 2007년 것이다. 6,500명 가까이 직업성 암에 걸렸지만 단 7명만이 직업성으로 인정되었다. 0.1%다. 프랑스, 독일에서 직업성 암 승인율이 낮다고 난리인데 우리는 0.1% 밖에 안 된다. 전체적인 승인율이 낮은 것은 어느 나라에서건 암에 걸렸을 때 그것이 직업성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한국사회의 승인율이 이렇게 낮다는 것은 한국에서 직업성 암을 인정받는데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2003년 직업성 암 통계를 보면 4,993명이 암 발생, 247명이 산재신청, 그 중 56명이 승인을 받았다. 2008, 2009년에는 인정받는 숫자가 더 줄었다. 직업성 암 산재승인율이 1%가 안 된다는 것은 인정받는 문이 좁으니 아예 문에 들어서기(산재를 신청하는 등)를 포기하게 되는 문제를 만든다. 이런 악순환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사회적 권리와 책임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그 자리에는 부도덕, 반인권적인 범죄들이 들어선다. 산재신청도 어렵고 승인도 어렵다보니 악의를 가졌던 아니건 사업주들이 고용을 무기로, 치료비나 보상금을 주겠다며 산재신청 자체를 포기시키거나 종용하는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반올림에서 증언대회를 했는데, 산재신청을 하고 상당기간이 지났음에도 ‘산재신청해도 안 된다’는 사측의 훼방이 심했다.

노동자 건강권과 기업이나 정부의 사회적 책임을 바로 세우고 제도와 현실의 한계를 악이용하는 부도덕과 반인권적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직업병은 더 쉽게 발견되고 더 쉽게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암이나 뇌심혈관계 질환처럼 병이 중하고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심각한 질병들은 물론, 근골격계 질환이나 피부 질환처럼 병 자체는 중하지 않으나 그로 인한 일상의 침해가 심각하고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받는 질병도 마찬가지다.

직업성 암의 판정절차는 일반 산재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업무상 사고와 달리 원인과 결과가 바로 바로 나오지 않는다. 이런 경우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에 명시된 대로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역학조사를 요청한다. 근로복지공단에서 판단키 어려우니 조사를 통해 판단을 내려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역학조사를 수행하고 이 결과를 자체 평가위원회를 거쳐 근로복지공단에 회신한다. 그럼 근로복지공단에서는 그 회신내용을 다시 질판위에 넘기고 질판위원들이 모여 심의를 한 후 판정을 내리면 근로복지공단이 피해노동자에게 결과를 통보하는 과정이다.


2007년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 노동자 고 황유미씨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직업성 암으로 산재를 신청한 최초 사례였다. 2007년 6월 산재보상을 청구한 이후 두 차 례의 역학조사와 평가위원회, 근로복지공단 평택지사 자문의협의회를 거쳐 2년 만에 불승인 통보를 받았으며 2009년 7월 심사청구를 제기한 뒤, 근로복지공단 산재심사위원회를 통해 4개월 만에 기각 통보를 받았고 2010년 1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11개월째 소송을 진행 중이다. 얼마 전 첫 공판이 있었다.
지금까지 4년, 최초 신청에서 불승인 결정까지만 보더라도 2년이다. 고 황유미씨는 첫 케이스라 치더라도 다른 산재신청자들도 수개월이 걸린다. 기다리다 죽은 노동자들도 있다. ‘업무관련성을 평가하는 것이 어렵다, 처음이다’라는 말은 그 조사를 처음 해보는 이들의 이야기일 수는 있겠으나 산재법의 취지는 신속하게 보상하여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 기다림의 고통은 산재노동자와 가족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절차는 아니다. 우리가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에서 돈을 받기 위해 나를 모르는 사람이 평가하고 기다린 뒤에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아마 세상이 발칵 뒤집힐 것이다. 산재보험은 당사자의 수가 너무 적고 인지도가 낮다. 하지만 피해 노동자 수 천명과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 만명의 문제인데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으니 잠잠했을 뿐이다.

‘역학조사에 따랐을 뿐이다’, ‘자문의사들의 전문적 소견에 따랐을 뿐이다’, ‘판정위원회에서 한 거라 우리는 모른다’... 책임을 떠넘기는 동안 피해 노동자들은 산재 신청을 포기하거나 목숨을 잃어야 했다. 이제 누군가는 답해야 하고 책임져야 한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이 산재인정을 받지 못한 것은 크게 세 갈래로 그 이유를 살펴볼 수 있다. 1) 산재법 시행령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해당 안 된다는 것 2) 역학조사에서 업무관련성에 대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3)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업무관련성이 낮다고 판정한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불승인 논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34조를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의 상황으로 놓고 보면 1) 발암물질에 노출된 경력이 있고 2) 해당 물질의 노출기간이 충분하고 3) 이 물질 때문에 해당 병이 생겼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 되어야 한다, 는 기준이 시행규칙에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 법과 관련하여 산재법 시행령 별표 3에서는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인 인정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뇌심, 근골, 피부, 간질환 등 23개 항목으로 분류하여 이런 경우에는 업무상질병을 인정하자는 내용이다. 이 기준에 명시된 발암물질이나 암의 종류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이것은 조금이라도 신속하게 인정하는 가이드라인 정도로 사용해야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곧 불승인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로 역학조사의 한계를 삼성전자 직업성 암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다. 뇌종양 환자 한혜경씨의 경우 2001년 퇴직하고 7~8년 뒤에 발병했는데 공정과 작업환경이 달라졌다. 그녀가 일했던 설비는 2001년 다른 업체로 팔려나갔고 그 업체가 폐업하면서 공정 자체가 사라졌다. 이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하 산보연)에서는 현재 삼성 LCD 공장에 납품 중인 업체를 방문하여 조사를 했다. 가서 보니 국소배기장치와 환기시설이 잘 되어있고 사업주 또한 그 당시에도 시설이 잘 되어있었다 진술했다. 결국 산보연은 그를 근거로 한혜경씨의 과거 노출 수준이 낮았을 것이라 결론 내렸다. 반도체 산업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과거 작업에 대한 평가가 어렵다. 그런데 어떻게든 짜맞추어 결과를 내버리는 것이다.


또 다른 역학조사의 한계는 과거의 작업환경측정기록이라든가 유사 업종에 대한 연구문헌이 없다는 것이다. 산보연은 삼성전자가 제출한 목록에 근거해서 과거 발암물질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평가하였으나, 2009년 시점에서 회사가 파악하고 있는 화학물질들의 성분은 해당 물질 제조사가 제공한 자료에 근거했을 뿐 실제 확인한 바 없으며 제조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성분은 삼성전자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당사자와 동료 노동자들의 진술을 무시하는 문제도 있다. 회사가 말해준바 없으니 당사자도 무슨 물질을 썼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당사자가 자신의 작업과 사용물질에 대해 아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당사자가 진술을 해도 회사 측 노동자들이 다른 진술을 한다. 결국 상쇄되어 당사자의 진술은 사라져버리고 판단할 수 없게 된다. 작업환경측정을 해도 발암물질이 안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측정할 때 사측이 평상시와 다른 조건을 만들어놓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직업성 암 산재인정 과정은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발암물질을 취급한 경력과 노출정도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회사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건가? 발암물질 사용을 기억하고 자료가 있더라도 과거 노출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일했는지 판단할 근거가 없다면 어떻게 할 건가? 산재 노동자가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인정 여부에 대한 사회과학적 판단을 한다고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산보연의 역학조사를 통해 결론을 내린다. 업무상 질판위에서 작업환경, 피재자, 보건학 통계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모여 판단하는 것이 아닌 이상 책임을 전가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직업성 암이 0.1%밖에 알려지지 않는 이 현실을 그냥 두어도 되느냐에 대해서 답해야 한다. 입법과 행정을 책임지는 이들이 답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를 들먹이지만 ‘충분히 노출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를 같이 해야 과학적인 것이다. ‘제시된 유해요인이 발암과정에 충분히 강력하게 작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근거야말로 비과학적이다. 벤젠과 같은 결과가 확인될 때가지 기다리자는 말인가? ‘51% 이상의 기여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하는 게 도대체 그 근거가 뭐냐. 대법원까지 가야하는 문제가 있지만 법원에서는 노출기준 이하여도, 역학조사에 국한되지 않고, 측정되지 않았어도 당사자의 진술 등에 따라 업무연관성을 인정하고 있다.


2) 뇌심혈관계질환 산재요양 인정기준의 문제점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국장 문길주

2008년 산재보험이 개정되었다. 당시에도 개정안에 대해 민주노총, 시민단체에서 문제점을 지적했었는데 결국 그 의견을 무시한 채 산재보험을 개정했다.
노동자들이 바라보는 산재보험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추락한 산재승인율과 길어진 산재심의 기간이 그것이다. 2008년 이전에는 지금에 비해 그나마 산재승인율이 높았다. 하지만 2008년, 신속성, 객관성을 표방하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들어섰고 이후 피부로 느낄 정도로 승인율은 낮아지고 있다. 뇌심혈관계질환 승인율은 15% 이하로 크게 낮아졌다. 비정규직이나 택시, 버스노동자, 건설노동자들의 뇌심혈관계질환 산재 인정률은 더 낮다.

산재심의 기간도 길어졌다. 이전에는 길어져야 한 달이었는데 최소 2-3달, 심지어는 4개월 이상도 있다. 법 개정이전에는 7일 내외였다.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심의기간이 늘어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피해 노동자는 가장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시기를 놓치게 되어버린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의료보험법이 개정되면서 산재승인을 받았어도 비급여가 높아서 피해 노동자들은 또 눈물 흘리게 된다. 치료비가 천 만원이 나오면 5백만원은 산재로 처리하고 나머지 5백만원은 비급여로 본인이 내야한다. 어렵게 산재승인을 받아도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 증가로 재해자 개인의 부담은 더욱 가중된 것이다. 산 넘어 산이다.
이와 반대로 근로복지공단은 2009년에 1조 2천억원의 흑자를 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적자로 재정불안 운운하던 근로복지공단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그 성격상 적자를 봐야 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이 흑자는 결국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산재보험이 그 역할을 포기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2006년 6월 이후 암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43명이다. 산재신청은 그 중에서 1건이고 결국 불승인 판정 받았다. 문제는 뇌심이건 직업성 암이건 간에 내가 백혈병이 걸렸으면 이게 일해서 걸렸다는 사실을 내가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을 넘고 또 산을 넘고, 또 다시 산을 넘어 근로복지공단의 기준에 들어와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어버렸다.

뇌심혈관계질환 승인율이 급감한 원인을 살펴보면, ‘업무수행성’이 없어져 버린 문제가 있다. 오래 전부터 뇌심혈관계질환 중 뇌실질내출혈이나 지주막하출혈이 업무수행 중 발생하였을 경우 이를 인정하였던 것은 우리나라 산재보험의 역사를 반영하는, ‘사회적 합의’사항이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 ‘업무기인성’이 자연과학적(의학적)으로 옳다며 아무런 대안도 없이 일방적으로「업무수행 중 뇌실질내출혈․지주막하출혈이 발병」되었을 때를 삭제해버린 것이다. 결국 뇌심혈관계질환 승인율이 15%이하로 똑 떨어졌다. 왜 삭제했나 봤더니, 선진국 승인율이 15%란다. 우리도 그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와 다른 나라의 노동시간이 같은가? 얼마 전에 교육을 갔다 왔는데 그 사업장은 12시간씩 맞교대를 한다. 아침 7시 반에 퇴근해서 집에 가면 잠이 안 오니 소주한잔 먹고 집에 간다. 커튼치고 자면 14시, 대부분 마흔 살이 넘은 노동자들이다. 이렇게 토막잠 자고나서 다시 밤 근무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 노동자가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쓰러졌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업무량이 30% 증가해야 산재로 인정해줄 수 있다고 한다. 이 노동자가 평균 12시간 근무를 하는데 인정기준에 들려면 16시간 근무를 해야한다는 말이다. 또 사업주는 이 노동자가 산재가 아니라는 것을 구구절절이 써서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다. 그럼 근로복지공단은 당사자, 동료의 진술보다 회사 관계자말을 더 신뢰한다.

대안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이냐... 근로복지공단이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고 있다. 그러니 심사기구를 독립시켜야 한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심사기구 독립에 대해서 부정한다. 일하던 노동자가 뇌출혈, 뇌경색으로 쓰러지면 그 집은 무너져버린다. 이런 기준은 어떤가. 한 노동자가 40시간이 넘게 일을 했다면 그의 뇌심혈관계질환은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과로의 기준을 일상 근로시간이 아니라 최소 법정 근무시간(주40시간)으로 두는 것이다.
40년 만에 개정한 산재보험법이 벌써 곳곳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면 산재보험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 산재보험이 노동자를 위한 법이 되기 위해 금속노조도 함께 노력하겠다.


3)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제도운영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서울대 보건대학원 원장 백도명

기본적으로 제도라고 하는 것이 개인이 경험한 것과 이상적인 것 사이에서 개인의 경험이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깝게 가게 하느냐의 문제이다. 목적에 따른 상황 판단을 해야하는 것이 기본인데, 산재법에 있어서는 보상을 빨리 할 것이냐 직업병을 정확히 밝혀낼 것이냐 신속성, 형평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판단할지의 문제이다.

첫번째는 판단의 정보를 모으는 과정, 근거다. 여기에는 기업비밀, 알 권리와 같은 문제가 있다. 기업비밀 문제를 살펴보면 실제 우리 반도체 공정의 비밀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현재 삼성에서 만드는 반도체는 90년대까지 IBM이 했던 방식을 들여와 대량생산을 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생산 방식은 옛날 방식이라는 말이다. 라인을 새로 깔고 나서 라인이 안정화되어야 하는데, 기계를 이렇게 세팅하면 불량이 더 나오더라, 어떻더라, 하는 것은 노하우일 수 있지만 기업비밀과는 다르다. 모든 것을 다 통제를 하다 보니까 기업비밀과 구분이 안 되고 있다. 전부를 기업비밀로 다루다 보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안전보건 문제까지 영업비밀로 보호하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외국에서 이미 논쟁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안전보건 문제에 있어서 영업비밀은 기존의 영업비밀의 관점과는 다른 것이며 결론적으로 영업비밀이라고 할 수 없다.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근거나 자료가 완벽하지 않고 논리도 현실과 괴리가 있는 상황에서, 해당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결과를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석을 대변하고 도와 줄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규제를 받아야 하는 자가 규제하는 사람을 포획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또 ‘확증 이전의 편익’이라 하여 어느 것도 확증하지 못할 상황에서 누구의 편에서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두번째는 논리의 문제다. 모든 조건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하고 있다. 그런데 산재판정을 할 때의 논리가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백혈병의 경우, 급성, 아급성, 골수성 등등 분류했던 것도 옛날 방식이고 현재도 계속 변하고 있다. 림프종과 백혈병이 완전히 다른 것이냐의 문제 역시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어느 하나의 논리를 가지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노출이 강하면 잠복기는 줄어든다. 노출이 약하면 노출기간은 늘어날 수 있다. 이것은 두부 자르듯이 ‘얼마’라고 정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잠복기를 명확하게 확정할 수는 없다. 또한 다른 원인을 배제하는 것 역시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좋은 논리는 아니다.

세번째로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판단의 문제다. 근거나 자료도 완전치 않고 또 논리도 현실과 괴리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은 해석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해석을 도와줄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게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주치의의 경우,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진단을 내려 이런 치료를 하면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기준을 가지고 판단한다. 그냥 '잘 모르겠다'라거나 '확신할 근거가 없으니 진단도 치료도 하지 않겠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치의가 참여하면 결과를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네번째로 문화와 정책, 다시 말해 ‘판단이 불확실 할 때,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하는 것이다. 규제가 피 규제자의 이해를 고려하여 규제를 하는 것, 규제 대상의 이해관계를 받아들여 거꾸로 판단해주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면 근로복지공단에 삼성 피해노동자와 가족이 산재인정소송을 냈는데 삼성이 소송 대리하는 것은 포획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판단을 하지 못했을 때, 원칙적으로 누구의 편에서 판단할 것이냐라는 것과 관련하여 피해자, 소수, 약자의 편에서 판단해야한다는 원칙이 서야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것을 전혀 무시하거나 자의적으로 행하고 있다.

모든 관련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모든 논리가 합리적으로 정리될 수 있어야 하고 거기에 관련되는 정보를 공개해야한다. 논리가 제대로 서있다면 결론은 자동적으로 나올 수 있다. 업무상 질병 판정의 논리적 합리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구조와 절차를 명시해야한다. 모든 단계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시민단체와 당사자의 의견개진이 가능해야한다. 근로복지공단이 자기 입맛에 맞는 연구용역을 줘서 문제를 고치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전체 논리가 만들어질 수 없다. 전체 논리를 세우고 그 것을 감시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되어야 하며 근로복지공단 내부에 판정검토위원회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이해 당사자들을 참여시키는데 주치의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또한 기업비밀의 범위를 재설정해야 한다. 회사가 요구하면 무조건 기업비밀이 되고 있는 현실의 개선이 필요하고, 특히 안전보건에 있어서는 기업비밀의 정도를 엄격하게 정해야한다. 마지막으로 불분명한 상황에 대해서는 피해자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원칙’이 명시되어야 한다.


세사람의 발제 후 지정토론자 세 명의 발제가 있었고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 날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고용노동부 산재보험과 김제락 과장은 발제를 통해 ‘직업성 암의 경우에는 국감 등에서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고용노동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11월 말쯤 중간결과를 들어보니 유의미하였다. 연구자들에게 발표할 기회를 제공하겠다. 두 번째로 뇌심혈관계질환 인정기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전문가들과 회의를 통해 마련하고 있다. 과로인정기준에 대한 문제는 노사간 합의를 못 봤고 과로문제에 대해서 계속 논의할 예정이다. 세 번째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제도개선을 논의하고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시한 업무상질병이 통합안에 대해서 ‘지역편차, 지역에 내려가면 전문가 풀이 약하다는 문제가 있어서 하나의 안으로 제안된 것이 질판위 통합’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산재보험 사각지대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고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에 대해 정부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재정이 있어야 보상되는 문제지 않냐’면서 근로복지공단의 2009년 1조 2천억원 흑자에 대해 ‘앞으로 지급해야할 연금이 1조 5천억이 된다. 앞으로 이 연금을 어떻게 준비할 것이냐, 이 연금 지급을 위한 적립이라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방청석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이 산재보험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문제’와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에 대해 노동부는 어떤 입장인지 묻기도 했고, ‘업무상질판위는 이미 공정하기를 포기한 기구’라는 주장과 ‘노동부에서 발주했다는 연구용역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이냐’는 항의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김제락 산재보험과장은 ‘산재보험은 연간 25만 정도가 수급을 받고 있는데 산재승인 문제는 인과관계, 의학적 소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인데, 노동계의 의견만 받을 수는 없다’며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문제는 산재보험의 정체성을 지켜가면서 해결할 일’이라 답했다.

사회 : 2010년 정기 국정감사를 통해 ‘산재법 개정 소위원회’를 제안했다. 그러나 국감이 끝나고 난 뒤 환노위 다수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현재는 민간 전문가와 의원실이 함께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켜보자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10대 경제대국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산재 그 자체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고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향후 이런 논의들이 2차, 3차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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