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 12월 안전보건연구동향] 20년간 노동환경 어떻게 달라졌나.

20년간 노동환경은 어떻게 달라졌나-제5차 유럽 근로환경 조사결과 발표

                                                     한노보연 선전위원  류현철

유럽에서는 1991년부터 매 4-5년마다 유럽연합 회원국을 대상으로 취업자 근로환경 조사를 실시해오고 있다. 최초의 조사에서는 노동 조건과 관련하여 물리적 위험요인, 정신건강 위험요인, 업무구조와 관련된 위험요인 등을 유럽연합 12개 국가를 대상으로 해서 표본조사를 통해서 조사하였다. 이후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서 대상 국가를 확대하고 설문의 내용을 보완하여 왔다. 4차의 조사를 통해서 유럽 내의 노동인구의 변화, 근무시간의 감소, 작업속도 결정요인의 변화, 노동 강도의 상대적 강화, 노동 과정의 유연성의 증가, 임노동자의 업무 자율성의 감소, 업무에서 정보 기술의 사용의 증가 등을 보고한 바 있다. 그 외에도 건강과 안정, 위험에 대한 정보, 성별에 따른 차이, 작업장내 차별, 일에 대한 만족도 등에 대한 추세적 변화와 국가별 수준 등을 보고하였다.

최근 2010년에 실시한 5차 유럽근로환경 조사결과에 대한 개요가 발표되었다. 지난 20년간의 변화의 흐름에 대한 1차 요약보고서이다. 제5차 조사에서는 총 34개국(유럽연합 27개 회원국과 노르웨이, 크로아티아, 구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 터키,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코소보)을 대상으로 44,000명가량의 취업자를 표본 대상으로 실태조사가 진행되었다.  
주요한 결과들을 살펴보면 먼저 농업이나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종으로의 이동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동시장 내에서 50-64세의 중고령층 취업자가 2000년 49%에서 2009년 56%로 증가했고, 여성이 관리감독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고용 유연화는 상당히 진전된 상황으로 임시/일용직 노동자의 비율이 1991년 10%에서 2009년 13.5%로 증가하였고, 고용의 불안정성에 대해서는 6개월 후에 직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이 2004년 14%에서 2010년에는 16%로 증가하였으며, 이는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일과 삶의 균형과 노동시간에 관하여서는 먼저 평균 노동시간은 1991년 주당 40.5시간에서 2010년에는 주당 40.5시간으로 감소하였고 주당 48시간 이상 근무하는 비율 역시 2000년에 15%에서 2010년에는 12%로 감소하였으나 유럽연합 27개 국가의 18%의 노동자들이 일과 일상적 삶의 균형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업무의 내용에 있어서는 20년 68%의 취업자들이 직업을 통해서 새로운 일을 배운다고 응답하였으며,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직접 해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4%로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단조로운 업무를 수행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995년 40%에서 2010년 45%로 증가하였고, 업무 중 10분 간격 미만으로 이루어지는 반복 작업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51%에서 40%로 감소하였으나 1분미만의 간격으로 이루어지는 반복 작업에 대해서는 27%로 변화가 없었다. 업무의 자율성에 있어서는 특별한 변화가 보이지 않았으나 비숙련 육체노동자들에서 업무의 자율성이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작업하거나 엄격한 마감시간에 맞추어 작업하는 등 노동 강도가 높은 경우에는 건강과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년간 유럽 국가에서는 엄격한 마감시간을 지켜야하는 노동자들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까다로운 질 관리를 받은 비율이 2000년 69%에서 2010년에 74%로 높아지는 등 노동강도가 증가하였다. 작업 속도를 결정하는 요인에 대해서는 기계장비의 자동적인 속도에 의하는 경우가 18%인 것에 비해서 다른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고 답한 경우가 67%로 높았으며, 작업 속도의 결정요인으로 상사의 직접적 통제를 든 경우가 10년 동안 33%에서 37%로 증가하였다.

물리적 위험요인에 대한 노출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33%에서 업무시간의 최소 4분의 1동안 중량물을 다루고, 23%가 진동에 노출되며, 30%는 높은 소음에 노출되고, 15%가 연기, 흄, 먼지 혹은 위험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는 2000년에 비해 차이가 없는 것이다. 업무시간 중 4분의 1이상에서 힘들거나 통증이 있는 자세로 일하는 경우가 전체의 46%였으며, 상지와 손의 반복적인 작업은 10년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감염성 물질을 다루는 비율 역시 2005년 9%에서 11%로 증가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세부 주제별로 업종이나 직종별, 고용계약 형태별, 성별, 국가별 세부결과는 향후 지속적으로 발간된 예정에 있다. 유럽에서의 이러한 연구결과는 국내의 노동환경에 대한 연구, 조사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노동조건 상의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비해서 실제 정책 결정이나 사회적 의제들을 형성하는데 기초가 될 만한 광범한 조사가 충분하지 않는 현실이다. 과거에 주로 관심이 되었던 물리 화학적 위험요인 등은 작업환경 측정 자료나 작업환경실태조사 등을 통해 부족하나마 이루어지고 있으나 사회 심리적 요인이나, 특정 계증 및 대상에 대한 노동환경에 대한 포괄적 정보를 제공해주는 자료는 여전히 부족하다.  


국내에서도 유럽의 근로환경조사를 모델로 하여 2006년 제1차 근로환경조사가 시행된 바가 있으며, 금년 2010년 2차 ‘취업자 근로환경 조사’가 시행 중에 있다. 일회적이고 단면적인 조사를 넘어서서 주기적인 조사를 통해서 노동시장의 변화와 그에 따른 근로조건이나 노동조건 및 강도의 변화, 물리 화학적인 위험요인을 포함하여 사회심리적인 위험요인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그 변화 추이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일이다.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이나 건강과 관련이 있는 수많은 연구들이 정부나 다양한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연구의 결과들은 차곡차곡 쌓여 정책의 결정이나 사회적 합의의 잣대로 이용되게 될 것이다. 꼼꼼히 지키고 챙겨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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