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1월]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노무법인 필 노무사 유 상 철 / nextstep1@hanmail.net

2009년 철도노조는 11월 26일부터 12월 3일까지 파업을 진행했다. 과거 2003.6.28. 파업, 2006.3.1. 파업 때와 달리 정부나 언론에서는 ‘불법파업’이라는 멍에를 씌우지 못했다. 공공부문에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 진행되는 파업이었던 만큼 철도노조는 필수유지업무를 철저히 준수하며 전면파업을 전개하였기 때문이다.
2009년 11월 26일,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이후 11월 28일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는 공공기관 선진화 관련 기관장 워크샾이 진행되었고,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불법에 대해 원칙을 갖고 강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하였다.
그 후 ‘사실’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11월 28일까지만 해도 철도공사는 각 역사내 전광판에 ‘철도노동조합 파업으로 전동열차 운행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라는 문구를 기재했었는데 11월 29일부터 전광판에는 ‘철도노동조합 불법파업으로 새마을, 무궁화, 누리로 일부열차의 운행이 중지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히며 갑작스럽게 철도노조의 파업이 ‘불법파업’으로 둔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1월 29일과 11월 30일에는 철도노조 지도부 15명에 대한 경찰출석요구가 문자메세지로 날아오고 11월 30일에는 체포영장 발부, 12월 1일 이른 새벽에는 철도노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전격 단행되었다.
12월 1일, 법무부, 노동부, 국토해양부 등 정부 3개 부처의 담화문이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법무부가 빠지고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노동부, 국토해양부, 관세청 등 경제부처 중심의 담화문이 발표되었다.
12월 2일, 대통령은 느닷없이 서울역에 마련된 철도공사의 비상상황실을 찾았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철도노조의 합법파업은 불법파업으로 둔갑한 것이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2009년 11월 26일 파업에 돌입한 이후 파업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과거 직권중재에 회부되었던 시기와 달리 노조법에서 보장된 합법파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믿음과 철도공사가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기대하며 파업대오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공권력도 과거와 달리 철도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연행 등의 강경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철도노조는 12월 3일, 파업복귀 명령을 내렸고 철도공사는 현장으로 돌아온 조합원들에게 12월 중순부터 대량징계를 시작했다. 전국의 지부장 이상 간부 중 148명을 해고하고 44명을 정직처분하였다. 해고, 정직, 감봉, 견책 등을 합하면 이 대량징계의 규모는 11,588명에 달한다. 철도공사는 파업참가자 전원에 대한 징계를 단행한 것이다.
노동운동 초유의 대량징계 사태 후 노동위원회를 통한 권리 구제를 희망하였던 철도노조 조합원들에게 돌아온 것은 ‘전체 징계자 중 160여명(1.4%)만 구제'라는 진기록이었다.
사실상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 부분은 법률전문가들로 조차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사항이다. 즉 정부는 철도노조 파업의 목적이 부당하다며 억지로 생떼를 부려 불법파업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이유로 철도노조 조합원들을 대량해고하는 등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 대리인을 맡고 있는 나도 억울한데 생존권을 박탈 당한 철도노조 조합원들의 심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노노모)은 2010년 8월부터 지부장 이상 간부 192명의 해고 및 정직 사건을 공동으로 대리하여 중노위 재심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양측에서 수천페이지의 서면이 오고갔고, 2010년 12월 16일부터 시작된 심문회의는 한해를 넘겨 2011년 1월 10일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철도공사가 주되게 징계사유로 주장하는 것은 불법파업을 기획․주도․선동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2009년 철도노조 파업은 그 시작부터 끝까지 합법파업이었다는 것에 대해 나는 여전히 의심하지 않는다. 똑같은 파업이 어떻게 불법파업으로 둔갑하여 서슬퍼런 해고의 칼로 돌아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아마도 일터가 발간되었을 때에는 철도노조 사건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물론 기대치에 어느 정도 근접할지는 몰라도 최대한 많은 이들이 구제되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합법파업이 불법파업으로 둔갑해 노동자들의 생존을 박탈한 절박한 상황이다. 공공부문에서 현장투쟁의 씨를 말리려는 무리들에 맞서 해고노동자들은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1월 10일 마지막 심문회의를 앞두고 간절한 바램을 글로 담아 본다. 일터를 읽는 모든 동지들의 힘찬 응원의 함성을 바란다.
해고노동자의 현장 복귀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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