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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6월- 연구리포트] 재해노동자의 사회적 지위에 관한 기초 연구

-재해노동자의 사회적 지위에 관한 기초 연구」는 2009년 한노보연 연구공모에서 채택되어 연구 지원을 통해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에서 수행한 것으로 6월과 7월호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

재해노동자의 사회적 지위에 관한 기초 연구
- 산재 승인 노동자에 대한 분석 결과를 중심으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회원 김 정 수

1. 연구배경

작업 중 발생한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건강을 상실한 노동자들의 고통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인해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전사회적으로 팽배해지고 노동강도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들의 고통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은 요양 과정에서, 가정에서, 현장에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재해 노동자들이 처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연구들이 종종 있어왔으나 기존의 연구들은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산재 승인과 요양 과정에서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에 기반하여 일부 산재 승인과 요양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개선-사업주 날인 폐지, 사고 시 산재승인기간 단축-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산재 승인과 요양 과정을 합리화한다는 취지로 2006년을 전후로 도입된 여타의 다른 제도들은 오히려 산재보험에 대한 진입장벽을 훨씬 높임으로써-특히 근골격계 질환이나 뇌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업무 관련성 질환의 경우-현재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불러왔다. 문제는 산재 승인과 요양 과정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요양과정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현장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게다가 기존의 연구는 주로 산재 승인을 받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승인 및 요양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산재보험 진입에 실패한 노동자들은 연구에서조차 배제되어 왔고, 그들이 겪는 고통은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산재보험이 현장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병든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고통만 가중시키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다보니 더 이상 ‘산재보험 개선’이 정답이 아님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되었다. 산재로 승인을 받든 그렇지 않든 최소한의 치료받을 권리, 생활할 권리는 확보되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이미 널리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재해노동자들이 비단 산재 승인 및 요양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가정과 현장에서 겪는 고통,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고통까지 포괄하여 조사하고자 하였다. 더욱이 산재 승인을 받은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산재를 승인받지 못해 더욱 큰 고통을 받은 노동자들까지 포함시켜 연구를 수행하였다.

2. 연구방법

금속노조 경남지부 소속 각 사업장별로 최근 몇 년간의 재해 현황과 처리 현황(산재 승인, 불승인, 공상)에 대해서 파악을 하였다. 한 사업장에 설문지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사업장 규모별 산재 유형별로 나누어서 사업장별로 무작위로 조사 대상자를 선정하였다. 산재 승인 노동자의 경우 총 142명을 목표로 선정하여 그 중 112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산재 불승인 노동자의 경우 총 125명을 목표로 선정하여 그 중 91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심층 면접 조사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심층 면접은 집단과 개별 면접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면접 시간은 약 2시간 정도, 대상자는 30명이었다. 주요 결과는 발췌하여 정리하였다.

3. 산재승인 노동자에 대한 분석 결과

산재 승인 사례 중 업무상 사고는 전체 65.18%, 업무상 질병은 34.82%였다. 재해를 당한 시기를 살펴보면 3.60%가 2000년 이전이었으며, 27.03%는 2001-2005년 이전, 54.95%가 2006-2008년 6월 말 이전이었으며, 14.41%가 2008년 7월 1일 이후였다.
산재 신청 및 승인과 관련하여 산재승인을 받은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산재 발생으로부터 산재승인까지는 상당기간의 시일이 소요되었다. 재해가 발생하였지만 7일 이내에 회사에서 산재 신청한 경우는 13.76%에 불과했으며, 산재 신청까지 2주 이상 걸리는 경우가 74.31%나 되어 재해를 당한 후 산재 신청 시간까지 많이 지체되고 있었다. 산재 신청 후 요양 승인기간까지 걸린 시간의 경우도 법정 처리 시한인 7일 이내는 8.18%에 불과했다.
이 기간 동안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함으로써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었다. 재해 발생 후 산재 승인 받기까지 치료를 전혀 받지 못한 경우가 3.6%,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가 56.76%로, 60.36%가 재해를 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경향은 업무상 질병인 경우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을 통해 살펴본 바에 의하면 재해가 발생한 후 업무상 사고의 경우 일정정도 회사에서 치료를 보장하고 있으나 업무상 질병에 대해서는 치료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재해를 당한 후 이중적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산재 승인 기간(산재 신청에서부터 승인까지의 기간)과 산재 요양 기간을 2006년 전후로 나누어 비교해 볼 경우 최근의 달라진 경향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즉, 2006년 이후 산재 승인 기간은 비교적 단축된 반면, 산재 요양 기간이 현저하게 줄어 든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기존 분석 결과와도 일치한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에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자료(2008년 7월 1일부터 2009.7.31 결제 기준)를 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08년에 비해 2009년에 6개월 이상 요양을 받은 경우가 현저하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표1).


구분 합계 4일미만 4일~7일 8일~14일 15일~28일 29일~90일 91일~180일 6개월~1년미만 1년이상
2009 7,941 217 632 257 791 2,964 2,082 8 64 134
2008 8,760 251 634 146 472 2,161 2,318 2,066 712
증감율 -9.3 -13.5 -0.3 76 67.6 37.2 -10.2 -58.2 -81.2
표 1. 업무상 질병 치료 기간(산업안전공단, 합계에서 사망자수는 제외함)


산재 승인 및 치료과정에서 겪은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관계 및 사회생활을 살펴보면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현실적인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산재로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산재 승인 및 치료 과정에서, “공단에서 받는 임금이 부족해 소득이 줄었다.”, “비급여 항목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산재 치료 종결 후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한 경우가 각각 35.5%, 45.1%, 36.7%였고, 심지어 “산재 중 금전적으로 힘들어 빚을 낸 사실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도 25.9%나 되었다. 또한 “몸이 좋지 않아 조그마한 일에 화를 내었다.”, “산재 치료 당시 자신감이 많이 없어져 위축되었다.”, “산재 환자를 꾀병 환자 취급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고 응답한 경우가 각각 53.2%, 61.4%, 64.8%로 산재로 요양을 받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심리적인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심리적인 문제는 노동자들의 가족관계 및 사회생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아내(남편)에게 많이 미안했다.”, “자식(부모님)에게 짐이 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산재 치료 과정에서 친구나 동료들을 자주 못 만났다.”, “주변사람들 눈치 때문에 외출하기가 불편했다.”고 응답한 경우가 각각 74.6%, 61.9%, 72.3%, 57.6%나 되었다.
산재 치료 과정에서의 느낌이나 생각들을 살펴보면, 자신의 건강 상태와 현장 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번 치료로 병을 깨끗이 고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처럼 일을 해도 건강에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응답한 경우는 14.3%, 23.3%에 불과했고, “복귀하면 조만간 병이 재발할 것 같다.”, “전체적인 건강이 나빠질 것 같다.”, “다시 몸이 아파도 이번처럼 치료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응답한 경우는 56.0%, 53.3%, 54.6%나 되었다. 현장 상황에 대한 인식도 매우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복귀하면 예전처럼 힘들게 일해야 할 것 같다.”, “내 몫까지 일하느라 회사 동료들이 고생했을 것 같다.”, “복귀하면 직장 상사에게 눈치가 보일 것 같다.”고 응답한 경우가 각각 65.7%, 67.2%, 43.6%나 되었고, “직장의 작업환경이 개선될 것 같다.”고 응답한 경우는 34.2%에 불과했다. 자신의 건강 상태와 현장 상황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고 및 질병의 치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산재 승인 노동자들의 사회심리적 상태(PWI) 점수는 평균 26.6점이었다. 고상백(2004)등이 1,713명의 정규직 및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설문도구를 이용하여 스트레스를 측정하였는데, 당시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값은 19.6점,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값은 21.8점이었다. 산재 승인 노동자들의 경우 이에 비해 상당히 높은 점수임을 알 수 있다.

항목 업무상 사고 업무상 질병 p-value
평균 표준편차 평균 표준편차
가족관계 /
경제적어려움 19.6 7.3 23.4 7.9 0.0228
치료받을 당시
느낌이나 생각 21.3 6.4 25.6 6.2 0.0015
사회심리적상태 25.5 8.3 28.7 7.5 0.0498
동료 상사와의 관계20.2 4.3 22.0 4.4 0.0501
표 . 업무상 사고인지 질병인지 여부와 각종 스트레스 지표

산재 승인 및 치료과정에서 겪은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관계 및 사회생활, 산재 치료 과정에서의 느낌이나 생각, 사회 심리적 상태(PWI), 동료 상사와의 관계 등은 업무상 사고인지 업무상 질병인지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이상의 지표들을 점수화하여 비교해 보면 업무상 질병의 경우 업무상 사고에 비해 각종 스트레스 지표들의 점수가 상당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표2). 업무상 사고에 비해 업무상 질병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이기 때문에 주위 시선에 따른 부담과 함께, 산업재해 보상보험법의 업무상 질병에 대한 까다로운 인정기준과 치료 연장 기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하는 재해 노동자들의 스트레스 지표가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산재 승인 노동자들의 현재 상태를 보면, 87.50%의 노동자들이 “조금”이상 악화되었다고 응답하였고, 현재까지 “자주” 혹은 “가끔” 치료를 받는다고 응답한 노동자도 45.53%나 되었다. 비용은 70.67%의 노동자가 본인이 부담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도 업무상 사고인지 업무상 질병인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업무상 질병의 경우 “조금”이상 악화되었다고 응답한 노동자들이 94.88%나 되었고, “매우” 악화되었다는 경우도 28.21%나 되었다. 현재까지 “자주” 혹은 “가끔” 치료를 받는다고 응답한 경우도 66.66%나 되었다. 직장 복귀와 관련하여 복귀 전후로 불이익이 있었다고 응답한 경우가 44.44%로 금속노조 소속의 산재 승인을 받은 노동자들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불이익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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