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8월 소설쓰는 이강] - <하룻밤 꿈처럼 잊지 마소서> 1화 -

내 꼬리는 지금 메트로놈처럼 빠르게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나무 밑둥만큼 남아 있는 작은 털뭉치가 아쉽다. 길었다면 내가 얼마나 지금 기대감에 설레는지 가족들도 잘 볼 수 있을텐데.. 차의 진동이 느껴진다. 아, 이제 집으로 이동하고 있구나. 사실 난 눈이 잘 안 보인다. 이 새 가족들도 내 나이를 모르는 게 아닐텐데.. 아직 하얗게 서리가 낀 내 눈을 보지 못했을까? 정이 들 때까지 내 백내장을 못 알아봤으면 좋겠다. 창문 위에서 바람을 맞는 걸 좋아하지만 오늘은 얌전하게 참는다. 첫 일주일 동안은 조용하게 눈치 보고 살아야 한다.
나이든 아저씨가 나를 본다. 눈이 마주치자 내 꼬리가 자동적으로 흔들린다.

-그러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뻔한 놈을 네가 살린 거네.
-아빠, 늙었다고 죽이는 건 말이 안 돼잖아.
-먹을만큼 먹었잖니. 개 나이 일곱 살이면 이제 한 2년 쌩쌩하고 2년 병수발 하다가 보내겠네. 아빤 그 옆에 하얀 말티즈가 더 예쁘더라. 어린 것이..
-...

꼬리가 살그머니 사그러든다. 하필이면 어제 들어온 그 철없는 녀석 때문에 비교되는구나. 하긴 내 눈에도 그 앤 정말 팔팔했지.. 아니야! 이럴 때일수록 더 이뻐 보여야 해. 지오와 눈을 마주쳐야 해! 나는 지오의 품에서 고개를 돌려 그 아이의 눈을 쳐다본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을 포착해서 그 아이의 팔을 긁는다.

-... 아야! 강희, 왜 그래? 갑자기?

나는 또 열심히 그 아이의 팔을 긁는다. 그러자 지오가 손을 올려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휴- 그래.. 그렇게 예뻐해 줘.

-아빠.. 강희 똥 다 내가 치우고 밥도 내가 알아서 다 줄게. 그리고 동생 태어나면 내가 예뻐해 줄게. 할머니랑 싸우지도 않고.. 그니까, 아빠도 강희 예뻐해 줘. 아직 태어난 지 7년 밖에 안 됐는데 죽으면 억울하잖아.

-그 옆에 말티즈는 6개월밖에 안 됐다더라.
-아빠!! 걘 우리가 아니어도 입양해갈 사람들 많아!

지오가 나를 방어한다. 맞아, 지오야, 나 안 늙었어. 나 팔팔해. 벌떡 일어나 메트로눔 꼬리를 흔들며 지오 팔을 더 긁는다. 지오 나 아직 창창하지? 나 예쁘지? 지오, 파이팅!

-눈에 백내장 낀 애를 우리 말고 누가 데리고 가!!

꼬리가 사그러든다.
들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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