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9월|특집] 2011, 반달이 다시 떠야하는 이유

-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최근 상황 -


● 6월 23일 행정소송 판결, 근로복지공단의 항소와 삼성의 자체조사 발표
지난 6월 23일 삼성반도체 백혈병과 림프종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불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지난 2010년 1월 11일에 시작한 제1차 집단산재 소송에 대한 것으로, 법원은 6명의 피해 노동자 중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고 이숙영 씨와 관련해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고 백혈병을 산업재해로 판단한 것이다. 산재보상 신청 시기에 따라 3~4년에 기다려 힘겹게 얻어낸 이 결과 근로복지공단이 승복하고 항소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7월 농성을 진행했다.
그러나 삼성은 반올림의 근로복지공단 항소 포기 촉구 농성이 진행 중인 7월 14일 기흥사업장에서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은 그동안 삼성이 인바이런사에 자체조사를 의뢰해 진행해 온 작업환경 평가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작업환경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이었다. 공교롭게도 삼성의 인바이런사 작업환경 발표 직후 근로복지공단은 항소를 접수했다. 그리고 같은 날 삼성은 뇌종양, 다발성경화증 등 다른 4명의 피해 노동자들이 6월에 제기한 제2차 집단 행정소송에도 제1차 집단 행정소송에서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피고 측 보조참가인으로 참가해 법무법인 광장의 변호사 9명을 대리인으로 세웠다.
한편 반올림도 1심에서 산재인정을 받지 못한 삼성 반도체 피해자 세 명 김옥이(온양공장/백혈병), 송창호(온양공장/림프종), 고 황민웅(기흥공장/백혈병)에 대해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 고용노동부 및 산하 기관들
최근 직업성 암을 비롯한 업무상 질병의 산재보험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대책논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은 고용노동부의 논의와는 별개로 현재까지 접수했던 삼성 관련 직업병 환자 18명에 대해 전원 불승인을 결정한데 더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항소에 나선 상황이며 삼성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 산재은폐에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도 관련 연구 및 역학조사에 대한 자료 공개 요청을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산재보험 진입 장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를 운용하는 근로복지공단이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행태를 바로 잡지 않는다면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단적으로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이 산재보상을 받기 위해 지금처럼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써야한다면 이는 피해자 스스로 산재 보상를 포기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직업성 질환이 과소 보고되어 보상과 예방을 위한 정책방향 설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고용노동부 및 산하기관들이 산재보험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산재판정과 행정소송의 과정에서 피해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

● 8월 1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삼성 반도체 관리 대책’의 골자와 의의
지난 7월 14일 삼성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몇 가지 대책들을 발표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8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이 수립한 ‘자체 보건관리개선계획에 대해 세부실천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2008년 초 한 차례 <반도체 업체 근로자 건강실태조사>를 실시한 것 이외에는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켜오던 고용노동부가 3년 반 만에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① 고용노동부는 삼성의 보건대책을 단순히 모니터링할 입장이 아니라 꼼꼼하게 지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책임 주체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② 이 사안에 관련하여 역학조사나 산재 판정의 공정성과 타당성, 관련 정보에 대한 국민들의 알 권리 문제 등 그동안 고용노동부와 산하기관들이 받아온 비판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하지 않고 있다.
③ 법 제도를 통해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산재보상 문제를 사실상 삼성이 기업 복지 차원에서 임의대로 해결하고자 하는 행태에 대해서 방조하고 있다.
④ 정부가 책임져야 할 반도체 전자 산업 전반의 화학물질 관리나 건강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한계들을 가지고 있는 내용을 ‘대책’으로 내놓은 까닭은, 아마도 고용노동부가 지난 몇 년 동안 국감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지적받아왔던 사안이고, 또한 백혈병 행정소송 1심 판결을 계기로 올해 국감에서 다시 강력한 문제제기를 받을 것을 예상되기 때문에 사전 방어용으로 준비한 것으로 이해된다.

고용노동부의 삼성반도체 관리대책 내용 요약
1) 삼성의 자체 보건관리개선계획 (세부 실천방안)에 대한 주문
① 유해물질 관리방안 연구 등 건강연구소의 역할과 위상 강화
② 임직원 종합건강관리 시스템 구축
③ 퇴직 임직원 암발병자 지원 1개월 이내에 마련
2) 삼성에 고용노동부가 추가로 주문
① 비법적 관리물질까지 취급화학물질의 독성 파악하여 관리
② 화학물질 모니터링을 전체 제조공정으로 확대
③ 유해성 정보를 근로자에게 효과적이고 확실하게 전달
④ 사업장별로 전담 산업의학전문의 확보
3) 고용노동부 자체 계획
① 고용노동부와 산업보건전문가로 모니터링팀 구성, 주기적 관리
② 화학물질 영업비밀 관련규정 개정

삼성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대책’은 부족하고 부실하다. 그것의 근본원인은 양자 모두 삼성에서 발생한 집단 직업병의 문제를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왕에 내놓은 대책을 고리고 삼아, 부실함을 지적하고 채우며 진정성 있게 강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서 지적했듯이 부실한 대책을 내놓은 근본원인이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삼성 반도체 집단 직업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근로복지공단의 항소와 여전한 불승인 남발, 산업안전보건공단과 고용노동부가 노동자 시민의 알 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문제를 쟁점화 해야 한다.


삼성전자 퇴직 임직원 암 발병자 지원 제도 내용 요약
-대상자
2000년 1월 1일 이후 퇴직한 삼성전자 반도체ㆍLCD 임직원 중 재직기간 1년 이상(삼성전자 반도체,LCD 발령일 기준) 및 퇴직 후 3년 이내(최초 진단일 기준) 특정 암 발병자로서, 재직中 산업안전 보건법 상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자
-대상 질환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다발성골수종, 상피암, 폐암, 재생불량성 빈혈, 악성중피종, 비강/후두암, 간암, 대장암, 피부암, 뇌종양, 방광암, 골수이형성증후군 (총 14종)
-지원 금액
치료비: 1억원 한도내 실비(10년간 지원)
사망위로금: 1억원(암 발병 후 10년내 해당 암으로 사망 시)
-지원 절차
1단계 : 전화 접수
2단계 : 신청서 제출(2011년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2개월간 접수. 2011년 11월 이후 발병자는 지속 접수)
사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내부 심사 절차에 따라 재직기간, 직무, 질병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지원 여부 판정, 지급대상 여부는 2011년 11월 중 개별통보 예정

● 8월 30일, 삼성전자의 ‘퇴직 임직원 암 발병자 지원 제도 세부 방안’ 발표
제한적으로나마 노동자 건강 훼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자’로 자격을 제한한 것은 유해/위험 작업환경에 의해 암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비록 삼성이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아도 암으로 투병 중인 임직원들에 대한 회사의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치료비 및 사망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는 하나 사실상 이것은 삼성조차 인과관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삼성의 퇴직자 암 지원 제도는 긍정성보다 문제점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제도를 사업주 임의대로 좌지우지할 경우, 이는 산재 은폐 도구로 악용될 위험이 매우 크다.

● 삼성과 정부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삼성은 지원 대상 질병과 지원 신청자의 자격을 제한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지원금 지급 결정 기준과 절차 및 심사위원의 구성 및 운영 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며, 이 제도의 운영과 감시에 전 현직 노동자 및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인 외부 주체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금품 회유나 행정소송 개입 등을 통해 지금까지 전 현직 암 피해자들의 산재 보상권을 방해해온 행태를 즉시 중단하고 정중히 사과하는 일이다.
노동부는 삼성의 이 제도가 산재은폐 도구로 악용되지 않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필요한 대책을 다양한 주체들로부터 수렴하여 시행하고 꼼꼼히 지도 감독해야 한다. 그리고 직업성 암을 비롯한 직업병(업무관련성 질환) 문제는 일개 사업장의 기업 복지 차원에서 수습할 수 없으므로, 전체 노동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산재인정의 장벽을 낮출 수 있는 책임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이미 질병으로 고통받아왔으나 업무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에게 신속하게 산재보상을 제공하고, 산재 불승인으로 행정소송을 거친 피해자들에 대한 법원의 산재인정 판결에 불복하여 제기한 항소를 철회하여 그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더불어 중소규모 사업장들과 각종 하청, 협력, 납품업체들을 포함하여 반도체 전자산업의 모든 노동자들이 유해인자들로 인해 건강을 잃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부가 삼성전자에 추가로 요구한 비법적 화학물질 관리나 화학물질 모니터링 전 공정 실시 등은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므로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적극적인 지도, 감독, 지원을 통해 이런 예방대책을 적극 확장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반올림은 9/8 참여연대, 환경정의와 함께 노동부에 공개질의서를 보냈고, 9/15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일터


2) 이날 발표된 연구의 결론은 “제조라인에서의 발암물질 노출 수준이 과학적 기준보다 매우 낮았고, 과거 작업환경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볼 때 6명의 암 발생자와 작업장 발암물질 노출 사이의 관련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임. 그러나 이날 발표된 내용은 구체적인 노출평가방법과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채 결론만을 주장하였을 뿐이며, 발표회 사후에조차 실제 보고서나 발표용 자료는 공개되지 않음

3) 7월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권오현 삼성전자 DS총괄 사장은 ①건강연구소 위상 강화, ②임직원 토탈 케어 시스템 신설하여 입사에서 퇴사까지 홈닥터 수준의 건강 개별관리, ③중증질환 투병 임직원 지원제도 시행과 건강검진 강화 등 임직원 건강증진 제도 개선, ④ 퇴직 임직원 중 암 발병자 지원 등의 계획을 발표함.

4) 자세한 내용은 [노동부20110817삼성반도체개선계획보도자료] 참조.

5) 자세한 내용은 [삼성20110830퇴직임직원중암발병자지원제도] 참조.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한노보연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