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10월|성명서] 방사능 노출로 사내하청 비정규노동자 사망산재신청 노동자 19명중 14명은 불승인, 방치된 죽음


올해 초 울산에서 비파괴 검사 업무를 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어렵게 산재인정을 받고 투병 중이던 30대 노동자가 어린 딸과 부인을 남겨 놓고 오늘 새벽 유명을 달리했다. 이 노동자는 울산지역의 현대중공업, 세진중공업 등등에서 선박의 비파괴 검사 업무를 10년째 하던 노동자였다. 방사능에 노출되며 일해야 하는 위험 업무이지만, 2차 3차 하청구조에서 10년의 대부분을 야간노동을 하고, 2인이나 3인 1조로해야 하는 작업을 혼자서 감당했다.

방사능 작업에서는 작업자가 방사능에 얼마나 피폭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필름배지 등을 달고 피폭량이 초과되면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지급하지 않고 일괄 보관했다. 엄청난 작업량 때문에 작업시간을 단축시키려고, 불과 2-3미터거리에서 방사선을 맞고 작업을 한 적도 있다. 2006년부터 혈액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으나, 회사는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계속 방사선 투과 검사를 시켜왔다. 같은 직장에서 동료 3명도 백혈구 감소 증세가 나왔다. 이 노동자는 산재신청서에 이렇게 적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너무나 후회한다. 왜 그리 회사의 이익을 위해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억척스럽고 어리석었는지 생각하면 답답할 뿐이다. 다시 건강한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그는 결국 어린 딸과 부인을 남기고 오늘 유명을 달리 한 것이다.
2005년에 과학기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방사능 피폭량이 기준치 이상인 노동자 56명중 48명이 비파괴검사 업무라고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건설업, 조선업 등에서 쓰이는 비파괴검사에 대해 노동부는 업체리스트조차 파악하지 않은 상태다. 원자력과 관련한 법 제도가 교육과학기술부와 노동부로 이원화 되어 있고, 원자력은 거의 성역처럼 되어 있어서, 노동부는 방사능과 관련한 기본적인 데이터도, 능력도 대책도 없이 방치하고 있다.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방사능과 관련한 산재 신청이 19명에 달한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던 노동자 5명을 포함하여, 원자력 병원에서, 반도체 산업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백혈병, 갑상선암, 갑상선 유두암, 위암 등으로 산재신청을 했다. 그러나 산재로 승인된 노동자들은 5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4명의 노동자들은 산재보상도 받지 못하고, 병마와 싸우며 살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오늘 사망한 노동자의 동료들도 10여 년째 동일한 작업환경에 있었고, 여전히 그러한 작업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 마피아란 말도 있듯이 방사능과 관련된 모든 것은 성역처럼 방조되고 교육과학기술부, 노동부의 방치 속에 30대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렸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죽음을 강요받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죽음이 계속돼야 하는가.
민주노총은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더 이상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앞서 싸워 나갈 것을 밝힌다.

2011년 9월 29일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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