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10월|지금지역에서는] 우리의 노동을 말한다전기원노동자의 작업환경 실태 증언대회가 열리다

우리의 노동을 말한다
전기원노동자의 작업환경 실태 증언대회가 열리다


전국건설노동조합 노안국장 박종국

2011년 9월 23일 오전 초유의 단전사태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한국전력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었다. 이날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정문 앞에서 건설노동자들이 모여 전국건설노동조합 김금철 위원장의 대회사를 시작으로 전기원노동자 작업환경 실태에 대한 절박하고 절실한 증언대회를 진행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과 노동건강연대가 공동 주최하고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전문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증언대회에 전기원노동자들의 심각하고 위험한 작업환경에 대한 폭로와 요구를 담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물과 공기 없이 산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기 어렵듯이, 전기 없이 산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이들은 무심하기 일쑤다. 보이지 않는 노동, 숨겨진 노동, 무심하게 스쳐 지나치는 노동 등을 포함한 모든 노동은 소중하다. 이세상은 노동 없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모든 노동을 올곧게 드러내고 보듬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전국건설노동조합)
전기원노동자들의 작업환경 실태에 대한 증언을 통해 전기원노동자들의 노동을 온전하게 만나보자. 만들어진 전기를 시민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전기원노동자들의 작업환경 실태를 올바르게 보고 이를 보듬고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관심과 연대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아래 정리한 증언대회에서 발표한 주요내용을 꼼꼼하게 읽고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좋겠다.
첫 번째 증언은 김인호 경기전기원지부장이 하였다. 배전예산 확대 및 개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발언이었다. 산재발생 및 은폐 그리고 안전과 보유인원 축소 등을 야기하는 신공법 문제와 전주발판볼트 변경 등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전력은 배전예산 부족을 이유로 노후화되고 낡은 전력 시설 교체 및 복구에 대한 예산축소와 무분별한 각종 신공법을 도입하여 감전사고 및 인원 축소에 따른 고용불안을 야기 시키고 있다. 현장에서는 편조(작업조) 인원 축소에 따른 역할작업 문제가 발생하여 안전사고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는 유일한 생명줄인 전주 발판 볼트마저 예산을 절약한다는 미명아래 일방적으로 변경해 버린 결과 추락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게다가 전국 841개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한국전력이 계획한 2011년과 2012년 예상 단가계약 배전공사물량을 살펴보면, 고압전기업체 평균 도급 추정액이 37억 7천여만원으로서 1년에 대략 18억 이상의 배전공사를 시공하겠다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9개월이 지난 현재 8억원에도 못 미치는 업체가 부지기수이다. 실제 해야 할 배전공사를 안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이것은 지난 9월 15일 전국의 대규모 정전사태는 아닐지라도 지역별 정전사태를 발생시킬 우려를 낳고 있으며, 지방 전기공사업체 총 공사실적의 23.35%나 차지하는 발주처인 한국전력이 협력회사 지정요건을 갖추기 위해 고가 장비 등을 구입한 지방 중소 전기공사업체를 파산의 지경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전기원노동자를 극심한 실업과 반실업의 고통에 몰아넣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로 한국전력 ‘불법하도급’ 비리가 왜 발생되고 있는지, 한전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석원희 인천분과장이 증언을 하였다.
지난 8월 10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한국전력 직원들이 불법하도급을 눈감아주고 공사비의 2~5%에 해당하는 15억원 상당의 뇌물과 향응제공 등으로 70여명을 적발하였다는 발표를 한바 있다. 배전업체들은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한국전력 직원들에게 로비를 하는 것은 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되어 있으며 심지어는 편조인원을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어도 지적받지 않고 있다.
국민의 세금이 줄줄이 세고 있는데 한국전력은 직접고용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팔짱만 끼고 있다.

이러한 불법자금은 품질과 안전보건 그리고 고용창출에 쓰여야 할 공사비를 전용하여 조성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전력공사의 부실과 고용불안과 중대재해를 낳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전기공사업체들은 배전활선작업 필수 인원의 결원이 생겨도 한국전력에 대한 로비와 관행 덕택(?)에 제재와 처벌의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공공의 이해를 위해 존재하는 한전이기에 너무나 당연하게 부정부패 비리 척결하는데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실은 부정부패비리의 주요 고리로 작동하고 있는 형국이다.
세 번째 증언자는 김갑구 지부장이었다. ‘협력업체 현장실사와 종합평가 제도의 부활’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국전력은 배전업무 민간위탁을 점차 확대하면서 기존에 당연시 되어 있던 현장실사 종합평가제도를 폐기하였다. 즉, 2만볼트가 넘는 활선 및 무정전 작업이 가능한 작업조인지를 심사하는 현장실사제도와 배전공사가 가능한 업체인지를 심사하는 종합평가제도를 폐기한 것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무능력 무자격 업체들이 난립하게 되었으며, 심지어는 평가기준을 ‘공사실적’ 심사만 보고 판단하겠다는 망발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기원 노동자들은 보유인원 축소에 따른 고용불안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2~30년 넘게 전봇대에서 청춘을 보낸 고숙련 전기원노동자들의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게 되어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목숨을 담보로 한 2만 볼트 이상의 전기작업에 의해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폐기된 내용>

* 한국전력 [무정전 배전공사 시공업체 관리 절차서]의 ‘현장실사’
배전 활선작업조 편성심사 및 무정전공사 현장적용 평가를 받고자 하는 협력업체 및 전기공사업체는 3개의 무정전 공법을 심사하여 80점 이상을 득해야 적격업체로 인정되며 부적격 판정업체는 30일 이후에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 한국전력 [배전공사 협력회사 업무처리기준]의 ‘종합평가제도’
이 기준에 의거 단가계약이 체결된 협력업체로서 계약 기간 중 계약이행 실태를 협력업체 종합 평가기준의 기준에 따라 12월에 종합 평가한 결과 900점 이상을 득점해야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전기원 노동자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직업병 및 잦은 산재발생과 원인에 대한 이성휘 전지부장의 네 번째 증언이 이어졌다.
전기원 노동자들은 22,900볼트 전력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직접 활선 작업을 하여야 하므로 상시적인 긴장감과 불안감을 가지며 일을 한다. 사람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0미터 이상의 전봇대 위에서 안전 로우프 하나만을 의지한 채, 팔다리에 힘을 주며 전선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철근 덩어리인 완금 등의 무거운 자재를 들어 올리거나 조립 및 철거를 하는 등 온 몸에 힘을 주며 작업을 하다 보니, 각종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이러한 노동과정에서 추락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마땅한 안전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죽어간 전기원노동자들이 지난해만해도 무려 18명이고, 434명이 재해를 당했다.

연도
재해자수(명)
사망자수(명)
2008년
419명
15명
2009년
447명
18명
2010년
434명
18명
2011.6월
102명
4명
<한국전력 배전현장 중대재해 현황>

다섯 번째 증언은 배전업체 편조인원 편법 운영 등 페이퍼컴퍼니 업체 남발문제에 대해 전북지부 고영귀 지부장이 하였다.
지속적으로 전기원 노동자들의 작업 편조 인원이 축소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실효성과 안정성이 심각하게 의심되는 소위 신공법을 도입하면서, 신기술과 장비사용 등을 이유로 이전처럼 많은 인력이 투입될 필요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심지어는 배전공사를 수행할 필수 보유인원을 정하고 있는 ‘의무 편조 보유인원’ 내부규정 조차도 없애겠다고 하는 것이 향후 방침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 소문이 현실이 되면 페이퍼컴퍼니 업체의 남발로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 이는 정전 등 사회적 불안을 야기 시킬 위험성을 높일 뿐 아니라, 안전한 전기공급을 위해 최일선에서 작업하는 전기원노동자들의 고용 및 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소위 신공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며, 동시에 배전공사에 필요한 필수 인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기원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안전한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실질적인 대책수립이 필요하다.
노동건강연대 전문위원이자 노무법인 참터의 유성규 노무사가 전기원노동자의 작업실태와 관련한 한국전력의 책임에 대해 마지막 발언을 하였다.
전력산업은 신자유주의적 이해와 질서 아니 어떠한 이유로도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공공의 이해를 우선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수익만을 중심으로 할 경우 지난 전력대란 사고와 같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앞선 증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수익 중심의 태도와 운영이 미치는 악영향에 똑바로 보고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한 현실이다.
한국전력은 공공의 보편적 이해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안전한 전기공급이라는 사회적 필요를 위해 최일선에서 애쓰고 있는 전기원노동자들의 고용과 안전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은 안정적인 전기공급과 수익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지위와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책임문제는 법제도적 측면에서도 책임을 져야할 주체로서 무시될 수 없다. 예컨대, 한국전력에서 작성한 무정전 시공업체 관리기준, 배전공사 협력업체 업무처리기준, 배전공사 기능교육 및 평가 관리기준, 한전 배전분야안전수칙, 한전 배전분양 이선공법 안전수칙, 배전현장 안전점검표 등 협력업체평가지침 및 배전안전수칙 지침 등을 볼 때 한국전력의 사용자성은 명백하다. 때문에 향후 한국전력의 사용자성 책임의무를 현실적, 법제도적으로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전력산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이해 그리고 참여역시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증언대회를 마친 전기원노동자들은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이어진 결의대회를 통해 증언대회에서 밝힌 전기원노동자들의 작업실태 개선을 위해 한국전력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연대로 전기원노동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할 그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