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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표지3] 디엠비(DMB) 사업, 산업계 중심의 매체 난개발

수용자 중심의 매체 전략이 필요한 시점

이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혹은 한적한 교외에 나가 TV 드라마나 멀티미디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기존 TV 공중파 방송을 비롯하여, 케이블, 위성 방송, 디엠비(DMB) 방송까지 수백개의 채널들이 시청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시청자들은 채널에 대한 무한 선택권을 마냥 즐기면 되는 것일까? 수많은 채널이 생겼으니 내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송할 수 있는 가능성을 꿈꾸어도 좋을까? 다양한 뉴미디어의 도입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게 될까? 현재로서는 이런 질문에 대한 조그만 단서도 발견하기 힘들다. 기술 표준, 사업자 선정, 수익 분담과 같이 방송 사업자와 관련된 얘기는 무성하지만, 정작 수용자에 대한 얘기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디엠비사업,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

김평호 교수(단국대 방송영상학부)는 디엠비사업과 같은 뉴미디어 도입 과정이 ‘경제와 산업의 논리에 따라 강제적, 독단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공급위주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디엠비사업에는 방송사, 이동통신사, 콘텐츠 제공자, 단말기 업체, 장비업체 등 수많은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KBS, MBC 등 공중파 방송사는 지상파디엠비 사업자로 무난히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위성 디엠비사업자로 선정된 TU미디어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지배적 사업자인 에스케이티(SKT)가 주도하고 있다. 케이티에프(KTF), 엘지티(LGT) 등 다른 이동통신사도 위성 및 지상파 디엠비 서비스의 유통망으로서 일정한 수익을 배분받을 것이다. 고화음컬러폰, MP3폰, 고화질 디카폰 등 급속한 휴대폰 교체를 주도해온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 업체 역시 디엠비폰이 새로운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계기, 수신기 등 장비 업체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세계 시장의 개척도 이미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국내 지상파디엠비 기술이 유럽공동체 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 디엠비시연회가 연이어 개최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정부 차원에서도 세계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책 로드맵 부재로 인한 혼돈스러운 매체의 난개발

그러나, 매체의 사회․문화적 의미에 대한 반성이 부재한 상황에서, 확실한 정책적 계획이 없이 산업 위주로만 추진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평호 교수는 현재의 양상을 한마디로 ‘혼돈스러운 매체의 난개발’이라고 꼬집었다.
디엠비사업의 도입 과정은 이러한 혼란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내 이동전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SKT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위성디엠비 사업을 계획하였으며, 지난 2001년 일본의 위성사업자인 MBCo와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SKT에 대한 특혜라는 언론노조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4년 3월 2일 '디엠비' 조항이 포함된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이후 위성디엠비 사업자로 SKT가 대주주인 TU미디어가 선정되었다. 한편, 지상파디엠비는 2000년부터 제기되었던 디지털TV(DTV) 전송방식 논란의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다. 정보통신부가 이 디지털TV 전송방식 표준으로 고집한 ‘미국식’은 이동 수신에 문제가 있음이 지적되었고,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디지털오디오방송(DAB)이 제시된 것이다. 이 오디오방송이 영상과 결합되면서 지상파디엠비로 발전한 것이다.
최근 디엠비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이러한 사업 추진 과정의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애초에 다른 시장을 상정했던 위성 및 지상파 디엠비가 동일한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된 것도 체계적인 전략이 부재했음을 보여준다. 위성디엠비 사업이 수 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홍보하던 TU미디어가 공중파 재전송이 안되면 사업성이 없다고 떼를 쓰거나, 보편적 서비스 개념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무료 서비스가 원칙이었던 지상파디엠비 사업을 유료화 하고자 하는 시도 등은 디엠비 정책이 아무런 원칙 없이 시장에 좌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언론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와 같은 시장 주도의 뉴미디어 도입 과정을 비판하며 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상미디어센터 조동원 정책연구실장은 “디엠비사업자가 방송사업자로 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 채널 설치 등 구체적인 공적 의무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디지털 전환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쌍방향 서비스의 개발과 확대된 플랫폼을 시민 참여적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구체화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콘텐츠의 다양성과 수용자의 참여가 보장돼야

사실 지금까지의 추진 과정에서 정작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빈약한 실정이다. 한 문화비평가는 “채널은 많아졌지만 정작 이를 채울 콘텐츠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한탄한다. 디엠비사업자들이 기존 공중파 프로그램의 재전송에 매달리는 것도 아직 공중파 프로그램보다 경쟁력있는 콘텐츠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동원 실장은 “이제 수용자는 단지 수동적인 시청자가 아니라 미디어의 생산자로 인식해야 한다”며, “방송의 공공성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방송을 통해 민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데 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의 구조만 확보된다면 채널의 증가는 콘텐츠의 다양성과 시민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디엠비사업자들이 독립프로덕션이나 독립 미디어 제작단체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일정 비율 이상 방송해야 한다는 공적 의무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불어 시민들에 대한 미디어 교육과 실제 제작을 지원할 수 있는 미디어센터와 같은 공적 인프라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 사업자들에게 공공성과 시민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방송 사업자는 공공의 자원인 주파수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시장성이나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러한 요구들이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도입단계인 디엠비사업이 이러한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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