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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민주주의의 실험, 전자투표

민주주의의 새로운 전술, 전자투표
인터넷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인가

선거에서 투표율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 오래된 문제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로까지 이해되며 선거를 통해 뽑힌 개인이나 정당에 대한 정통성 자체에 대한 의심으로까지 해석된다.
투표율 문제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 근본적인 이유겠지만 그렇다고 한심한 정치나 무관심한 유권자만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특히 우리나라 지방선거 경우는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해 현재와 같은 투표방식으로는 투표율 극복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투표는 주로 취약한 접근성의 극복이나 막대한 선거 비용의 절약 등을 이유로 도입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부정투표 또는 선거의 공정성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오면서 보다 보수적이고 경직된 형태의 투표방식이 오랫동안 유지되어왔다.
이미 외국의 여러 나라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투표들이 실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는 유권자로부터 위임을 받은 다른 유권자가 대신하여 투표 할 수 있는 위임투표방식을 도입했으며, 핀란드나 영국은 투표일 이전에 일정기간동안 투표가 가능하도록 하는 사전투표방식을 도입했다. 호주는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나 네덜란드는 재외국민을 위해 인터넷 투표를 도입하여 시범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자투표는 단순히 선거 과정상, 전자적 시스템 도입뿐 아니라 선거과정 혹은 선거 행정시스템 전반에 대한 혁신이라는 면에서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전자투표 추진계획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작년 11월, 전자투표 사업추진단을 설치하여 정보화전략계획을 수립하고, 2005년 5월부터 전자 투표기 및 인터넷 투표시스템의 개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전자투표시스템의 도입을 위해서 해킹이나 시스템다운 등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분산된 방식의 중앙처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선거기간동안 모든 시스템에서 안정적으로 자료가 실시간으로 저장될 수 있는 백업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또 중복투표 방지를 위한 통합선거인명부 확인시스템과 키오스크(Kiosk)를 사용하는 전자투표 시스템, 실시간 검증이 가능하고 개표상황의 실시간 체크와 후보자 자신이 자신의 득표에 대한 역추적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전자투표시스템은 개인 인증이 가능한 스마트카드를 도입하거나 인터넷 등 원격으로 투표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될 계획이다.
한편 선관위는 유권자의 개인정보가 담겨있는 통합선거인명부를 온라인화하되 전자투표기는 오프라인으로 구성하여 유권자가 전국의 어느 투표소에서든 투표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전자투표는 비공직선거 및 위탁선거에서부터 시범적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정당의 경선이나 주민투표, 각종 단체의 선거 등으로 시범투표를 확대하고 2007년 재․보궐선거를 포함한 공직선거에서도 시범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2008년 국회의원 총선부터는 전자투표를 전면적으로 적용하여 확대하고, 2012년에서는 집에서 모든 투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선관위 전자투표계획의 주요 골자이다.
선관위는 17대 국회의원 선거 때 종이투표의 투․개표에 들어간 비용이 400억에 이른다고 밝히고, 이것을 전자투표로 전환할 경우 160억원 정도의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전망이 전자투표를 이용한 선거가 아무런 사고 없이 정상적으로 치러졌을 경우만을 상정하여 검토한 결과라는 것이다. 만약 시스템상의 오류나 해킹 등으로 인해 투표 자체가 무산되거나 개표결과가 조작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투표율을 상승시키는 일정정도의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과연 전자투표가 민주주의 선거에서 보장해야 할 ‘보통․평등․비밀․직접’의 원칙을 보장할 수 있는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전자투표의 여러 방식들
전자투표는 크게 유권자가 직접 투표소에 가느냐 혹은 가지 않느냐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전자에 키오스크 방식이나 옵티컬스캔(Optical Scan) 방식이 있다면 후자는 인터넷을 이용한 투표 혹은 핸드폰, 피디에이를 이용한 투표 등이 있다.
키오스크방식은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보다 쉽고 편리한 투표환경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개표 및 집계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무효표 발생 확률이 거의 없다는 점 그리고 보안상 위험이 낮다는 점에서 차세대 투표 방식으로 꼽힌다.
한편 옵티컬스캔 방식은 유권자가 투표소에 직접 나가 전자 펜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면, 광학장치(Optical Scanner)가 이 표시를 해독하여 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방식은 유권자가 친숙하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나, 유권자가 직접 투표소를 나가 투표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무효표 발생 확률이 높다.
인터넷투표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PC를 통해 투표관리시스템으로 유권자의 표를 보내는 방식이다. 인터넷 뱅킹이나 인터넷 전자상거래와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종이영수증 발급장치나 공개소프트웨어의 채택
일련의 국내 전자투표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전자투표에서의 사고는 피할 수 없다. 미국 텍사스대 행정대학 도날드 모이니한(Donald P. Moynihan)교수는 전자투표를 ‘고위험 시스템(high-risk system)’이라 정의한다.
그는 전자투표라는 것이 여타 전자정부사업과는 달리 사고가 날 경우 엄청난 위험을 초래하게 되기 때문에 전자정부에 적용되는 것과는 다른 이론적 틀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특히 전자투표시스템은 내부적으로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복잡시스템(complex system)이고 고위험 테크놀로지(high-risk technology)라는 것이다. 때문에 사고나 실패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시스템을 설계해서는 굉장히 위험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모이니한 교수는 전자투표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운영하는 조건들을 적시하고 종이영수증 발급장치나 공개소프트웨어의 채택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그 조건에는 전자 투표가 해킹이나 바이러스 공격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해야 하며, 유권자의 컴퓨터를 떠난 데이터는 서버까지 안전하게 배달되어야 하고 개인 단말기, 네트워크 그리고 서버 차원의 보안까지 허점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 등이 포함된다.
한편 전자투표시스템은 투․개표의 조작 가능성을 파악하여 전송과정에서 조작을 목적으로 공격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하고 투표 및 개표의 모든 과정에 대한 객관적인 외부감사가 가능해야 한다. 결국 전자투표의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외부의 공격까지도 막아낼 수 있는 보안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투표의 결과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계산되어야 하고 컴퓨터나 전자기기에 대한 일반적 상식을 가진 유권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야 한다. 외부로부터 선거에 대한 의문이나 요청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재검표 할 수 있어야 하고 자료로서의 보전 및 재생 또한 가능해야 한다.

임정애 / 네트워커 :: eddyim@jinbo.net


국내 전자투표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나
사례1)
2005년 3월 13일 있었던 열린우리당 전남도당 선거에서 전자투표기가 오작동하여 투표에 참여한 300여명의 투표자의 결과가 누락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열린우리당은 바로 결과 발표를 무효화하고 당 중앙선관위의 재검표까지 받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사례2)
2005년 1월 19일 있었던 금융노조 선거는 전산장애로 인해 전자투표가 중단되고 손 투표로 전환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금융노조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선거 파행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금융노조 선관위는 전자투표에 대한 사전준비 부족으로 투표가 실패하고 이후 손 투표로 전환했지만 관리 부실로 인한 개표 과정에서 부정시비가 불거지면서 노조선거는 사실상 공백 상태에 빠지게 됐다.

사례3)
지난해 5월 24일부터 진행된 민주노동당 최고위원과 지도부 선거가 서버 과부하로 인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민주노동당은 곧이어 전자투표시스템 오류로 인한 당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 투표가 미뤄진 데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당 중앙선관위 명의의 사과문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신속하게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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