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파투쟁을 노동부타격 및 원청사용자성 인정투쟁으로 만들자! [25호|특집4]

1. 배고픈 비정규직 노동자의 저주가 노동부에 벼락을 내릴지니

현대자동차에서 1만 명의 노동자가 불법적으로 고용되어 있음이 노동부에 의해 확인되었다. 그러나 법적으로 파견 노동자가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슬픈 일이다. 그것은 마치 합법인 노예와 불법인 노예를 가르는 것 같다. 합법인 노예는 법이 그러하니 그냥 살아야 하고, 불법인 노예만 해방시키라고 우리는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불법파견이든 합법파견이든 파견이라는 것, 용역 도급이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현대자동차 원하청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정규직화 직접고용' 요구는 불법파견이니 합법파견을 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하청노동자들의 실 사용주인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고 지금까지 자신의 사용자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불법적인 도급을 해왔던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파견법을 철폐하라는 요구이다.

그러나 노예주인인 현대자동차는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이 기회에 현대자동차 안의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모두 합법적인 간접고용(진성도급화)으로 만들겠다고 벼르며 노동부와 손발을 맞추고 있다.

정권과 자본의 '비정규직 차별개선'을 빙자한 정규직 노동조합 죽이기는 우리 모두를 죽인다.

자본과 정권은 비정규직의 차별을 개선하겠다고 말하면서 정규직 노동조합을 죽이려고 한다. 그것을 통해서 결국 정규직 노동조합을 죽이고 나면 모든 노동자들이 죽게 된다. 자본은 지금 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에 도급 노동자들, 하청 노동자들이 더 낮은 임금을 받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정규직이어야 할 노동자들을 위장도급의 형태로 고용하여 착취한 것은 바로 자본이다. 원청이 자신이 사용자라는 것을 인정하라고 주장할 때에는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할 때에는 마치 자신들이 하청 노동자들을 위하는 것처럼 떠든다.

"치약처럼 짜낼 수 있을 때까지 착취하고 아무 때나 버릴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천으로 넘쳐나며 제발 일만 시켜 달라고 아우성인데, 해마다 임금도 인상해야 하고 파업의 손실도 감수해야 하며 심지어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아직도 남아서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를 더 어렵게 한다. 아직 배가 덜고파서 그런다. 저 배부른 노동자들의 잘난 투쟁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비정규직 차별 개선!"

핵심은 하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 권리를 빼앗은 자는 바로 불법파견을 저지른 자본이다. 그래놓고 그 책임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이 뻔뻔함에 대해 투쟁해야 한다.

불쌍한 불법파견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동부의 배려 '비정규보호입법'

정권과 자본은 불쌍한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파견법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파견에서 합법파견이 되니 얼마나 좋으냐고 말하지만 그 말은 불법노예에서 합법노예가 되면 좋다는 말에 불과하다.

"모든 노동자의 노예화, 그 고지가 멀지 않았다. 감히 인간 선언하는 비정규직들의 투쟁 따위 신경쓰지 말고 조금만 더 힘을 내어 밀어붙이자. 신자유주의 만세."

그러나 인간의 사회가 야만적이지 않으려면 적어도 생존권을 틀어쥐고 아무 때나 해고할 수 있는 위협을 하며 인간에 대한 착취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인간을 기계의 부품처럼, 노예처럼 억압하는 파견법은 철폐되어야 한다. 모든 업종에서 파견노동자는 허용되지 않아야 하며, 극히 예외적인 경우여야 한다. 그럼에도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유연화 되어야 하는 노동의 슬로건으로 확대된 파견업은, 급기야 이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업종으로 확대되어 있는 현실이다.

불법파견에 대한 노동부 입장

현대자동차에서의 불법파견 판정은 이런 현실을 고발하는 한 사건이다. 파견업이 허용되지 않는 곳에서 불법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그것을 노동부가 확인하였다면 더 이상 그 사업장에 파견노동자가 없어져야 한다. 불법을 시정하는 길은 정규직화(또는 직접고용)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지난 3월 8일 국정브리핑을 통해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고용의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직접고용하지 않아도 되고, 불법적인 요인만 제거하면 간접고용도 가능하다고 현대자동차 원청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합법적인 간접고용을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현대자동차에게 선언해준 것이다.

배고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주가 노동부 관료에게 벼락을 내릴지니. 투쟁!


2. 현대자동차에서 1만 명의 노동자들이 불법적으로 고용되어 고통받는 책임은 현대자동차 원청에 있다.

현대자동차에 1만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정규직이어야 할 1만 명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실질적인 사용주인 현대자동차가 그동안 불법적으로 자신의 책임을 면해왔다는 뜻이다.

불법파견과 관련한 현대자동차의 계산

정규직 노동자로 고용하였다면 임금을 많이 주어야 한다. 쉽게 해고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노동자들이 단결의 힘을 발휘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고용주로서의 현대자동차의 책임을 모두 져야 한다.

그런데 비정규직으로 고용했더니 임금을 적게 줘도 되고 아무 때가 해고할 수 있다. 아무 때나 해고할 수 있는 힘을 이용해서 전환배치도 맘대로 시키고 더 힘든 일도 시켜도 되고, 싫으면 나가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한다 해도 탄압하기 쉽고, 고소고발도 다 하고 해고도 시키고 눈에 거슬리면 경비를 시켜 폭력을 해도 된다. 그 책임은 현대자동차에 있으므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단협을 요구하면 하청 사장에게나 가보라고 하면 된다. 이렇게 좋은 비정규직이니 불법이라도 안할 수가 없다.

그런데 불법파견이라도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현대자본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선계획서'라는 것을 내밀고서는 불법을 시정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진성도급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현대자동차가 사실상의 사용주인데도 몇 가지 조항만 고쳐서 마치 진짜 도급인 것처럼 만들어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그렇지만 자본은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노동부나 법원이나 경찰이 모두 자기들 편이니 미리 짜고 투쟁하면서 몇 명만 정규직화하고, 나머지는 진성도급화 해놓고는 제대로 시정조치가 되었다고 떠들면 된다. 그러면 그동안 힘겹게 원청 사용자성 인정하라고 투쟁해왔던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자신들의 법적인 책임은 완전히 면하게 된다. 정규직들이 연대투쟁 한다고 덩달아 시끄럽게 하면 돈을 주고, 1,500명 정도 정규직 시켜준다고 하고 너희 일도 아니니까 이 정도로 눈감으라고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자본으로서는 밑질 것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다.

현대자동차는 고용한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대공장 사내하청노동자들이 마치 노예처럼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원청회사가 실사용주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불법이든 합법이든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기만 하면 아무런 책임 없이 얼마든지 착취할 수 있는데, 자본의 입장에서 정규직으로 고용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는 현대자동차 원청회사의 의지에 의해 임금도 결정되고, 일하는 시간도 결정되고, 휴일도 결정되고, 밥 먹는 시간도 결정되고, 해고도 결정되고, 내가 일해야 할 일자리도 결정된다. 그런데도, 사내하청지회가 단협을 요구하면 원청회사 관리자는 비웃으며 말한다.

"현대자동차는 하청노동자와 아무 상관이 없거든. 너희 사장에게 가서 말해."
바로 그 아무 상관없는 현대자동차가 고소 고발해서 우리는 수배되고 구속되어야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으로 인한 이윤은 모두 현대자동차로 흘러간다. 그러나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조롱이라도 하듯이 아무 책임이 없는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폭력적인 탄압은 더욱 당당해지고 있다.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그 손으로 살인인들 못할까. 아산공장에서의 식칼테러, 경비에 의한 폭력 등은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현대자동차의 손에 피가 묻어있다면 우리는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왜, 어떤 과정으로 너의 손에 도대체 누구의 피를 묻히고 백주대낮에 활보하는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간접고용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지금 불법파견 투쟁을 하고 있다. 이 투쟁이 단지 몇 명의 정규직화로 끝나버린다면 이 투쟁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몇 명 정규직화하고 나머지가 진성도급으로 가 버리면 실질적인 사용주인 원청의 책임을 이후에는 더 물을 수 없게 되고, 현대자동차가 진짜로 원하는 완전히 합법적인 간접고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법파견 투쟁은 사실상의 사용자가 현대자동차임이 확인되었으므로 앞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투쟁으로 발전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노와 사와 정이 만나서 평화롭게 안을 낼 수 있다고 말하지만 비정규직들에게 그런 일은 없다. 이미 고통받는 비정규직들의 절규가 살아있다. 우리 노동자들은 주장한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원청의 사용자성을 회피하게 만드는 모든 간접고용은 철폐되어야 한다. 그러한 간접고용을 합법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파견법은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 그리고 원청이 실질적 사용자임을 법적으로 인정해서 사용자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대자동차, 하이닉스 매그나칩, 대우자동차, 기아자동차의 불법파견 투쟁을 이러한 투쟁으로 발전시키자.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노동부타격으로 전국전선을 형성하고, 제조업에서 뿐 아니라 모든 업종에서 파견법을 철폐하는 투쟁이 승리할 수 있다는 선례를 우리가 남겨야 한다.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투쟁을 조직하자.

필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권수정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알고싶어요. (2)

Q.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의 과제는 무엇인가요?
A.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은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 불안정노동층 자기조직화를 통한 계급투쟁으로 만나야 합니다. 불안정노동 철폐투쟁의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축으로는 그 동안의 민주노조운동의 관성을 떨치고 새롭게 혁신해야 하며, 또 한축으로는 투쟁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불안정노동층 노동자들이 만나, 말 그대로 '천만노동자 총달결' 기치를 세워야 합니다. 노동의 분할과 빈곤화, 경쟁으로 인한 삶의 파괴를 강제하는 신자유주의에 맞서 다시 '천만노동자 총단결'의 기치를 세울 때 우리는 '계급투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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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 하청 , 파견 , 사내하청지회 , 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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