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투쟁!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가? [27호|특집1]

최저임금 투쟁이 한창인 때에 최저임금 투쟁에 대해 진단한다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투쟁이 노동운동의 핵심 과제로 자리잡혀가고 있고 확산되는 지금, 최저임금 투쟁에 대하여 본질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결정기준 문제와 최저임금 투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짧은 생각입니다. 다소 거칠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최저임금 요구와 결정 기준에 대하여

- 결정기준에 대한 고민

최저임금 결정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는 최저임금을 어떻게 주장해야 하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실에서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너무나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기준과 목표를 논하는 것이 탁상공론일 수도 있으나, 기준과 목표에 대한 분명한 설정은 최저임금 투쟁을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 만드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기에 많이 논의되어야 합니다.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최저임금은 “2004년 5인 이상 상용직 노동자 정액급여 평균(1,635,649)의 1/2 수준인 817,825원”입니다. 그런데 노동자의 적절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한달 임금을 817,825원으로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듭니다. 최저임금 기준은 나라마다 다른데, 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는 나라도 있고, 상용직 풀타임 노동자 중위임금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나라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는 무작위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임금 구조와 신자유주의 빈곤화에 맞서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물론 저는 전문가도 아니고 글 쓰는 사람도 아니어서 결정 기준에 대하여 설득력 있게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재 노동계에서 정한 결정기준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817,825원이 생존을 위한 생존임금은 될지 몰라도, 생활을 위한 생활임금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적절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생산성 혹은 노동력의 대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임금위원회와 생계비위원회로 나뉘어져 있는데 생계비위원회의 내용이 간과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민주노총이 전노협 시절부터 해마다 표준생계비를 조사해왔는데 이것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은 표준생계비를 근거로 매년 임금인상 요구를 마련했습니다. 표준생계비의 근거를 보면 세세한 부분까지 설득력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민주노총은 명확하게 생계비 기준과 저임금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표준생계비 이하의 임금(혹은 소득)이면 저임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최저임금위원회 생계비위원회에서 조사한 실태생계비는 2003년 29세 단신노동자를 기준으로 1,091,111원인 것으로 나타났고, 2005년 민주노총이 발표한 1인 가구 남자 표준 생계비는 1,508,161원입니다. 최저임금이 생존의 최저선이 아니라 적절한 생활이 보장되는 최저한도의 임금이라면 최저임금은 실태생계비 혹은 표준생계비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생계비는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나가서는 무상 주거까지 사회적 공공성이 확대될수록 재조정되어, 갈수록 최저임금을 사회적 임금의 성격으로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저생계비의 현실화를 위한 지표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재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은 과연 타당한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 50% 요구의 현실적인 문제점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자료나 민주노총 자료를 보면서 사소하지만 심각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름 아닌 개념 사용의 문제입니다.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최저임금 현실화, 노동자 임금 총액 50%”에서, 결정 기준과 %의 타당성을 따지기 전에 민주노총, 나아가 노동계 전체가 개념을 명확하게 사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2004년 노동자위원 안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저임금제도개선 요구 2.최저임금 결정의 사회적 기준 확립 - 전체 노동자 임금 수준의 50% 이상으로 최저임금 기준 명시 <중략> 전체 노동자 임금 평균의 1/2 = 2004년 5인 이상 상용직 노동자 정액급여 평균(1,635,649)÷2 = 817,825

[2005년 최저임금 요구안 노동자위원 단일안 2005년 5월 20일]



이렇게 볼 때 도대체 최저임금 요구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정액 급여의 기준이 무엇인지 뚜렷하지가 않습니다. 액수로는 노동부 통계에 따라 나누면 되니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1/2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한 자료들은 50%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에서 제출한 민주노동당과 정부여당 최저임금법 개정안 비교를 보면 “최저임금 수준을 전체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하며”라고 되어있습니다. 또한 ‘민주노총 산별 최저임금 투쟁 현황과 과제’라는, 2005년 3월 29일에 발표한 정책 워크샵 발제문에는 “금속노조 전체 노동자 통상임금의 1/2 요구”라고 되어있기도 합니다. 또한 법적인 용어가 아닌 ‘임금 평균’이라는 개념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통상임금인지 평균임금인지 정액 급여의 산출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호하기 때문에1) 뭐라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는데 개념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50%라는 말만 강조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심하게는 ‘결정기준’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사실은 임금수준의 문제에 결정기준을 끼워 맞춘 것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호한 개념은 이후에 숫자 놀음에 놀아날 여지가 너무나 많습니다. 숫자 놀음의 허구성은 자료를 통해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 정액임금 대비 최저임금율이 1996~2000년에는 31~32%대에 머물다가 2004년 35.0%까지 회복했음.[저임금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제도 개선방안 중-민주노총 정책실]”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2005년 소득 격차가 사상 최고로 벌어지고 노동소득비율이 하락한 상태에서 정액 임금 대비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큰 모순이 아닙니까? 또한 몇 년간 전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하락한 것을 보았을 때 정확한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50%라는 숫자는 위험천만한 것입니다. 결정 기준도 문제지만 개념의 정확한 사용도 필요합니다.


2. 최저임금 투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하여

- 최저임금 투쟁이 계급투쟁이 되기 위하여

개별 노동 사안은 노자간 세력관계에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IMF 이후 현재까지 노자간 세력관계는 자본 쪽으로 더욱 치우쳐 지속적으로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로 편입되고 있습니다. 최근 최저임금이 노동운동의 핵심 과제가 된 것은 비정규직화와 저임금 여성노동자의 사회 진출 등으로 노동조건이 최저임금 혹은 그 이하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로 보자면 최저임금 투쟁이 주목 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최저임금 문제는 저임금을 적용받는 당사자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노동계의 임금유연화와 고용유연화 속에서 나타나는 경향입니다. 그러므로 전체적인 분석 속에서 최저임금 투쟁을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권리 쟁취’와 ‘최저임금 현실화’를 외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정규직 혹은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갉아 먹는 이데올로기 선전 효과를 넘어서지 못할 때에는 독이 되어버립니다. 예를 들면 노무현 정권과 경총은 비정규직 노동조건이 좋아지려면 정규직 고용을 더욱 유연화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임금을 해소하려면 정규직 임금을 낮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계가 이런 이데올로기를 넘어서지 못하고 저임금 해소만을 주장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최저임금 투쟁이라도 저임금이 낮다는 것을 강조해버리고, 그 원인이 마치 노-노간 임금 격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목표를 상세히 설명하는 최저임금 정책 자료와 이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민주노총 등의 대시민 선전지나 조합원 교육 자료를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민주노총은 정책 자료를 통해서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임금소득 불평등 최고 : OECD 국가 중 임금 소득 불평등이 미국을 제치고 1위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음 <중략> 한국의 임금소득 불평등도는 2000년 4.9배 <중략> 2003년 5.6배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OECD 국가 중 임금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4.3)보다 크게 높다는 것임.

[저임금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제도 개선방안 중-민주노총 정책실]



또한 조합원 교육지에서도 다음과 같이 선동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심각해진 소득격차, 도시근로자 소득격차 :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82년부터 조사를 시작한 이후 올해 1/4분기 소득격차가 사상 최대라고 합니다.

[민주노총-세상을 바꾸자 교육지 8호]



조합원 교육지 뿐 아니라 대시민 선전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저임금이 낮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기준이 왜 노-노간 임금격차여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책자료와 선전물, 조합원 교육 자료 수치를 보면 노-노간 격차뿐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정규직은 임금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일까요? 민주노총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노동빈곤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전체적으로 빈곤화의 경향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노동소득분배율2)3)96년 64.2%에서 2002년 60.9%로 하락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총취업 비율이 98년 61.7%에서 2002년 64%로 늘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하락한 것입니다.

이제 문제를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이후 노동자 전체의 소득 비율이 낮아졌고 구조조정의 결과로 도입한 인센티브, 성과급, 고액 연봉제 등 노동자간 경쟁 체제가 노-노간 소득 격차를 높였으며 다수의 노동자가 일을 하면서도 빈곤화되는 시스템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임금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도 자본과 노동 간의 빈부격차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고, 노동계가 나서서 노-노간 빈부격차를 선전하고 있는 꼴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 투쟁은 최소한 전체 노동자의 노동소득 분배율을 상승시켜 전체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첫째 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또한 최저임금 투쟁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권 쟁취 투쟁이 되어야 합니다. 최저임금 투쟁이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시혜적 투쟁으로 배치되어서는 안 됩니다. 최소한 선진국 수준으로 노동소득 분배율을 높일 것과 이를 통한 최저임금 현실화를 요구로 제시하고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자 투쟁으로, 임단협과 최저임금 투쟁을 통합하여 조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임단협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최저임금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당위를 넘어 실질적인 조직화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목표의 재설정과 전체 노동자의 임금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을 통합한 투쟁 배치가 필요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최저임금 투쟁의 목표는 노동자 전체의 노동소득 분배율 인상, 저임금 노동자 생존권 쟁취, 노동빈곤화 해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3. 결론을 대신하여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최저임금 투쟁은 ‘최저임금 현실화’를 주장하는 것을 넘어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이라는 관점으로 재정의 되어야 합니다. 또한 신자유주의 빈곤화 경향에 맞선 투쟁으로서 전반적인 빈곤 문제와 연계되어야 합니다. ‘취직하면 최저임금’, ‘실직하면 최저생계비’가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구조적 모순을 넘어서기 위해, 빈곤에 반대하는 투쟁의 중심에 최저임금 투쟁이 자리잡아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생존을 하는 데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사회공공성 확대를 통해 낮아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인간의 기본권인 생활보장을 위해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최저임금 현실화는 전 민중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1) 물론 노동부 통계 자료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 까지나 통계 자료이다. [다시 읽던 곳으로 돌아가기]
2)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피용자보수)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며 노동의 가격이 자본의 가격보다 높을수록, 한 나라의 산업이 노동집약적일수록, 총취업자 중 피용자의 비율이 높을수록 그 값이 커짐. [한국은행 : 노동소득분배율의 변화추이와 시사점 2003. 4.] [다시 읽던 곳으로 돌아가기]
3) 국민일보 5월 8일자 기사에 따르면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6년 연속 60%대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2004년 노동소득 분배율은 58.8%이고 미국(70.5%) 영국(71.5%) 독일(72.2%) 일본(72.7%) 등 선진국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70%대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읽던 곳으로 돌아가기]


필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회원, 이윤보다 인간을 활동가 유기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알고싶어요.(1)

Q : "노동의 불안정화"란 무엇이고 어떤 투쟁을 해야 합니까?
A : 불안정노동자란 이전부터 상대적으로 불안정했으며, 그러한 불안정한 특징으로 인해 최근 드러나고 있는 불안정화 경향에 더욱 심한 타격을 입는 노동자 집단으로 장애, 이주, 여성, 실업, 비정규노동자들을 말합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지속되자 이와 같은 불안정 노동자들의 투쟁도 확산되고 있으며 운동진영에서 이에 대한 대응도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자본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무력화하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해칩니다. 그러므로 노동의 불안정화는 비정규직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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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 빈곤 , 최저임금 , 최저생계비 , 최저임금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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