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_ 2005년 비정규 투쟁을 평가한다![34호|특집3]

투쟁에서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필자| 민중언론 참세상 기자 최인희



배달호 열사를 시작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던 지난 2003년의 '열사정국'을 2005년에 종종 회상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들의 죽음에 울분을 터뜨렸고, 물론 부족했지만 그 해 노동자대회는 전투적인 가두투쟁으로 치렀던 기억들이다.

2005년에 비정규직으로서의 삶을 비관하며 자결한 노동자들의 숫자가 그 때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음에도 '제대로 된 한 판'은 없었다. 이제는 '죽음'조차 모두를 둔감하게 만드는 것일까? 생을 마감하면서까지 호소하는데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아까운 그들의 목숨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지 절망스럽다.

2005년 비정규직 투쟁의 주요 화두였던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화 투쟁의 경우, 엄연히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경우에도 정규직 전환은커녕 정부의 묵인 속에 사측의 외면이 계속됐다. 심지어 지극히 당연한 수순으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노조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구속, 수배, 해고, 폭력 등의 탄압이었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류기혁 열사의 사례가 보여주듯,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와 자본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소외당한 채 철저히 고립됐다. 현대자동차, 하이닉스매그나칩, 기륭전자 등 '불법파견' 판정을 받는 사업장은 늘어갔지만 '불법파견 투쟁'이라는 의제는 있으되 전국적 전선은 좀처럼 형성되지 않았고, 이들의 투쟁은 홀로 각개약진하며 근근이 이어져 오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극도로 열악한 삶을 드러내 보이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위력적인 파업 전술을 구사해 전국적인 주목을 일시에 받았던 울산건설플랜트노조와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노조의 경우는 어떨까. 이 둘의 투쟁은 민주노총이 전국 총파업을 시행하기 직전에 타결된 점, 단체협약이 아니라 '다자간 협상'이나 '확약서'라는 형태로 마무리한 점 등에서 닮았다. 투쟁이 일단락되고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당시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비교적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되는 덤프연대,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 산업인력공단비정규직노조 등의 경우도 후속 작업이 더 중요하긴 마찬가지다.

해를 거듭할수록 비정규직노조는 더 많이 결성되고 더 많은 투쟁을 일으키며, 한 해에만 비정규직 노동자 몇 명이 목숨을 버리지만, 완벽하게 승리한 투쟁의 기억은 거의 없고 우리 운동은 늘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수백일 동안 굽히지 않고 끈질기게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오늘도 노조를 결성하고 투쟁에 나설 준비를 하는 시도들이 늘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엄호하고 발전시켜 비정규직 철폐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 중의 하나를 굳이 집는다면, 그것이 이미 진부할지라도 정규직 노동조합, 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천이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독자적인 비정규노조들이 생겨나고 일 년 내내 거의 모든 투쟁의 몫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하면서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잊는다. 교육도 하고 연대집회도 나가고 기금도 모으지만 그것을 '남의 일', 시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간극은 더 벌어지고, 현실을 핑계로 투쟁을 멀리하는 경우가 생긴다. 비정규노조들의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원칙을 견지하기 힘들어지고 늘 타협에의 유혹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대 투쟁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공장 점거 등 극한의 투쟁을 통해 그나마 얻어낸 작은 성과조차 종종 유실될 위기에 처하곤 하는 2005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볼 때, 2006년에는 비정규직 철폐의 원칙을 늘 염두에 둔 정규직-비정규직과의 연대투쟁이 여전히, 그리고 더욱 유효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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