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 금속산별노조 건설 과정에서의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의식

<39호>
금속산별노조 건설 과정에서의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의식

김혜진 /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장


1. 산별노조 건설 과정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위상

산별노조를 건설하는 것은 계급적 강화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는 산별노조 전환은 계급적 강화라기보다는 있는 노조들의 자기 전환이다. 애초의 목적은 사라지고 그 자체가 도그마가 되어서 건설되는 산별이 과연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산별노조라는 조직형식은 노조운동의 발전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산별노조를 건설하고자 하는가? ‘금속노동자 총단결’의 기치는 지금 왜 중요한가? 단지 조직을 확대하고 힘을 키우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현시기 산별노조를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노동자 전체를 분할하면서 구조조정의 책임을 아래로 계속 떠넘기는 현재의 산업구조에 노동자들의 단결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예전에는 대기업 노동자들의 선도투쟁으로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해나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자본의 분할전략으로 인해서 대기업의 투쟁이 다른 사업장에 마이너스의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산별노조 건설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현실적으로 제기되는 노동자 내부의 분할에 맞서 ‘공동투쟁’을 현실화하고, 그 공동투쟁이, 대기업의 하청이 구조조정을 강제당하면서 또다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연쇄 고리를 끊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그래서 비정규직과 부품업체 노동자들을 주체로 세우는 운동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금속노조 운동은 이런 자본의 분할을 오히려 강화하게 된다. 사내하청 노조운동도 그러므로 대기업 중심성에서 벗어나 구조조정에 대한 부품업체와의 공동대응이라는 자신의 과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즉 현시기 산별노조 건설이라 함은 바로 이렇게 대기업과 부품업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실질적인 공동투쟁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과제 속에서 절박하게 제기되는 것이다.
하지만 산별노조 건설 과정 자체가 이런 공동투쟁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기업 중심의 구조를 유지·온존하거나, 산별교섭에 매달려 현장에서부터의 구조조정 투쟁에 대해 오히려 산별 중앙이 통제하는 상황이 된다면 아무리 산별노조가 중요하다고 해도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거나 해악적인 산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 미조직 조직화의 방향과 집중점

산별노조 건설이 단지 기존 조직의 전환이 아니라면 당연히 미조직 노동자 조직사업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조직사업에 대한 전망은 주로 산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업장 중심이었다. 사내하청 조직화 문제가 제기된 것도 그것이 금속산업에서 집단성이 높고 대규모 조직화가 가능하며, 파업의 효과가 크다는 점 때문이었고 그 결과 완성차 중심으로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많이 건설되었다. 지금도 미조직 조직화의 방향으로 이후 자동차 산업에서 핵심이 되고 있는 모비스 등 1차부품업체들(여기는 100% 하청으로 운영되고 있다)이 꼽히고 있고, 중공업이나 철강에서도 대규모 사업장의 사내하청이 1순위가 되고 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적 분할정책은 일부 핵심적인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그 투쟁에 의거하여 다른 곳의 노동조건을 올리거나 산별노조의 힘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흘러가도록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완성차에서는 일정하게 노동조합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부품업체로 책임을 전가하고, 부품업체로 내려갈수록 더욱 힘든 조건에 놓이게 된다. 이제는 대공장의 투쟁이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밑에서부터 조직화에 힘써서 더 어려운 조건의 노동자들이 힘이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공동투쟁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오히려 조직되기 어렵고, 힘든 3차부품업체 등 지역을 중심으로 포진해있는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안산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대한 ‘지역적 조직화’를 고민해볼 수 있다.
또한 산별노조 건설이 계급적 단결을 시작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출발은 당연히 이미 조직되어 있는 정규직 사업장 내부의 비정규직을 조직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산별노조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결의하여 직접고용·간접고용을 가리지 않고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규직 노조에 대한 문제제기와 사업결의를 조직해야 한다. 그렇게 정규직 노조에 대한 시비걸기가 시작되지 않으면 계급적 산별의 지향은 시작되지 않는다.

3. 산별협약과 관련하여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산별협약 쟁취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워낙 금속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편차가 크고, 고용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동일한 산별협약이 관철되기 쉽지 않다. 보건의료노조처럼 산별협약을 맺지만 ‘간접고용의 경우 병원이 사용자가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거나 오히려 각 지부의 자율적 교섭의 가능성을 없애는 10장 2조가 관철되는 것처럼 산별협약이 오히려 현장에 대한 관리 통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인정하는 가운데에서 이중협약을 허용하는 것이다. 사실상 ‘정규직 중심의 산별’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리하여 ‘자신들과는 다른 수준의 협약’을 맺어주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협약 수준에서 전체 협약은 정리를 하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별도의 협약을 맺는 방식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지금 정부차원에서 노사정위원회 복원을 이야기하고 산업별 노사정위원회를 강화한다고 한다. 그것이 산별협약과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사관계로드맵의 내용과 산별협약을 맞바꾸기 하게 되면 산별협약의 가능성이 높아질텐데, 그리고 이중협약을 전제로 산별협약을 맺자고 주장할 텐데 그러한 산별협약은 비정규직이거나 저임금 금속 노동자들에게는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산별협약을 이중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협약의 내용이 동일하게 모든 금속노동자들에게 관철되도록 투쟁해야 한다.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산별고용구조에 대한 내용’을 만들어서 ‘숙련형성을 통한 비정규직의 단계적 정규직화’나, ‘일부 기금을 내서 비정규직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숙련이 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미 자동차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일한 현장에서 동일한 작업을 해왔지 않은가? ‘숙련’ 논리는 비정규직의 발생 원인을 은폐하고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기에 절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또한 비정규직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비정규직 스스로가 조직되어 투쟁해야 하고, 그 투쟁을 산별노조 전체의 힘으로 뒷받침하면서 동일한 권리와 노동조건을 쟁취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산별의 논리이다. 산별노조 상층이 비정규직을 대리하면서 사실상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승인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산별협약안의 동일적용이라는 원칙이 분명해져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썩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므로 산별협약 쟁취에 집중하기 이전에 반드시 해야 할 투쟁이 바로 원청사용자 책임 인정 투쟁이다. 고용형태에 관련 없이 동일한 협약이 관철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바로 현장 투쟁의 힘에 의거해야 한다는 점을 고민한다면, 사내하청에 대해서 원청들이 아무리 자신들의 직접적 책임이 없고 산업적 차원에서 고민하자고 주장해도, 사내하청의 실질적 사용자는 원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그에 입각하여 원청들을 대상으로 금속노동자 전체가 투쟁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 때의 ‘원청’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부품업체 노동자들의 투쟁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원청사용자 책임 인정 투쟁’은 비정규직 노조들의 생존에도 중요하지만 이후 산별협약 관철 과정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이중 규정을 막기 위해, 그리고 현장투쟁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요구이다.

4. 현재 조직된 금속 비정규노조들의 조직편재 문제

현재 금속연맹에는 대부분 비정규노조들이 금속노조의 지회로 편재되어 있다. 이미 산별편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공장들이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결의를 하면서 기업지부가 인정될 가능성이 생기고 있고, 사내하청 지회들의 경우 기업지부로 통합해서 가는가, 아니면 지역지부로 가야 하는가가 논쟁이 되고 있다.
기업지부로 가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정규직 노조의 산별전환 과정에 문제제기를 던지고 산별전환이 곧 계급적 단결의 과정이어야 한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지부로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갈 수 있을 때에야 비정규직 지회들의 생존과 투쟁도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그렇게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의 가능성도 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이 갖고 있는 긍정성이 있을지라도 이미 기업지부를 인정하는 이상 대공장 노조에 계급적 산별노조를 강제하고 문제제기를 던지는 행위는 힘을 잃고 있다. 게다가 이미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가 크고 정규직에 의한 비정규직의 대리주의가 만연한 가운데에서의 통합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독자적인 생존을 어렵게 만든다. 비정규노동자들이 표를 많이 갖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모듈화로 인해서 비정규직의 공정이 독립되고 외부화되고 있어서 과거처럼 정규직과 공동으로 라인에서 일하는 구조가 아닌 상태이므로 고립될 가능성이 많다. 또한 문제는 기업지부 단위에서 과연 공통된 단협을 인정할 수 있을까인데, 산별노조로 전환했다고 하면서도 이중단협을 인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 순간부터 투쟁은 왜곡된다.
그런데다가 우리가 산별노조 건설 과정을 구조조정에 대한 공동대응의 과정이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우리나라처럼 대공장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되어 있는 구조를 깨는 것에서부터 그 투쟁은 출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지부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산별전환만을 목표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지부가 용인되어버린다면 그 힘을 최소화하고 지역지부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만약 사내하청 지회들이 기업지부로 통합되면 사내하청 지회의 생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완성차 중심의 구조에 편입되어 기업지부를 강화하는 데에만 일조하게 되고, 그 속에서 자본의 완성차 중심의 기득권 유지 전략에 편입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내하청지회들은 지역지부로 편재되어 다른 부품업체 및 다른 노동조합들과 함께 구조조정에 맞서는 공동투쟁의 가능성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지역 차원에서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을 위한 공동투쟁 등 지역 투쟁의 경험을 통해서 실질적인 계급적 산별의 가능성을 만들어나가고 그 힘을 바탕으로 대공장 정규직 노조들이 지역지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조직해야 한다.

5. 산별노조 구조 안에서 비정규직의 독자성을 구현하는 방식

비정규직 노조들이 어떤 형식으로 편재되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독자성을 구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전체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과 동일한 노동조건의 끝없는 확보를 위한 노력에 매우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협약이 적용되지 않고 원칙대로 전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협약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비정규노조들이 비타협적으로 투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비정규노조들은 산별구조 안에서 용해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독자적인 자기 구조를 갖고 가야 한다. 물론 이 독자적인 구조가 반드시 공식적인 기구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사내하청 대표자회의가 만들어져 있지만 금속연맹 산하의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괄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리고 각 단위사업장 문제에 집중하다보니 공동의 과제를 제기하고 투쟁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사내하청 대표자회의는 일상적인 연대구조로서가 아니라 당면한 과제를 함께 쟁취해가는 투쟁체로 위치되어야 한다. 단위노조 차원의 문제해결을 넘어서서 원청사용자 책임 투쟁 등 공동의 과제를 제기하고 이것을 금속산별노조 전체가 받아안도록 조직하고 그 선봉에 서서 투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청업체와의 교섭에서 쉽게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 노조인정이라는 타이틀에 매달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산별노조 건설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조들이 긴장감을 갖고 투쟁을 만드는 한 주체로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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