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 노동법 개악 저지투쟁 평가와 전망

노동법 개악 저지투쟁 평가와 전망


김혜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장



1. 노동법 개악의 성격

신자유주의 유연화는 9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되어온 자본과 정권의 對노동 전략이다. 97년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를 통과시킴으로써 비정규직을 양산하기 위한 출발을 했고, 그에 바탕하여 광범위하게 비정규직을 확산했다. 그리고 그렇게 확산된 다양한 비정규직의 형태를 기존의 노동법의 틀에서 배제하여 일반적 고용형태로 만들려는 시도를 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법 개악이다.
이 노동법 개악은 크게 세 가지 목적을 갖고 있는 바,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일반화하여 비정규직 양산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둘째, 비정규직의 노동기본권을 제한하여 투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의 문제를 ‘차별’로 전환시켜서 비정규직 문제의 책임을 정규직에게 돌리려는 것이다.
이런 목적에 입각하여 정부는 97년에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을 먼저 통과시키고, 2004년에는 ‘기간제및단시간근로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고, ‘파견 허용대상을 확대’한 후, 다시 2006년에는 여기에 ‘특수고용 노동자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특별법을 만드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다시 말해 모든 비정규직을 ‘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허용하고 규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노동계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본과 정권의 재편노력, 즉 노사관계로드맵과 연동되어 있다.

2. 노동법 개악 저지투쟁에서 주요 기점별 평가

① 2000년 ‘비전형근로자 보호대책’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를 막지 못하고, 2000년에 무수히 많은 파견노동자들이 2년 이상 정규직 간주 조항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길거리로 내몰렸을 때 노동운동 진영은 이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파견은 일반화되었다.
정부는 이미 2000년에 파견법의 성공을 교훈삼아서 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할 계획을 세웠고 그것이 10월 4일에 발표된 ‘비전형근로자 보호대책’이었다. 이 안에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준근로자화, 기간제의 자유로운 활용, 파견법 허용대상 확대 등 2004년에 제출된 법안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런데 그것을 일방적으로 입법추진하지 않았는데 자본으로서는 96·97년 총파업의 기억이 남아있으므로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노사정 합의의 외형을 만들려고 했고, 이 내용을 고스란히 노사정위원회의 논의로 넘겼다.
하지만 노사정위원회에서의 합의는 불가능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것에 맞서 싸웠고 민주노총도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하면서 그 안에서 안정적인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② 2004년 9월 노동부의 입법안 제출과 노동자들의 투쟁
정부에서는 노사정합의의 외형을 갖추기가 힘들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정규직노조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과 비정규직 보호의 정당성을 홍보하면서 ‘비정규직 보호법안’이라는 것을 제출하였다. 나름대로 이데올로기적으로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정규노동자들이 열린우리당을 점거하면서 이 법안이 개악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폭로되었다. 민주노총은 이 투쟁에 호응하여 9월 21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총파업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9월 22일 104개 단체가 모여서 ‘노동법 개악 저지’를 공식 선언하였다. 모처럼의 발빠른 대응이었다. 이제 공세적인 노동계의 반격이 시작되었고 자본과 정권의 의도는 좌절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한 국면에서 노동계가 승기를 잡은 것일 뿐, 그에 합당한 실력, 즉 투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정세의 주도력을 차츰 잃어갔다. 비정규노동법 개악안이 비정규직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제대로 설명되지 못하고, 비정규직들을 ‘위해서’ 투쟁해야 하는 것으로 왜곡되게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10월 26일 총파업이 제대로 조직되지 않고 11월 2일 총파업이 철회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애써 잡은 정세의 주도력은 방향을 잃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총파업을 조직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투쟁의 의지와 방향이 이미 꺾여있었다는 점이다. ‘국회 상임위원회 상정시 총파업’이라는 결정은 국회의 지리한 공방을 놓고 노동자들을 대기상태에 놓이게 했으며, 11월 2일 이수호위원장이 이야기한 ‘수세적인 개악 저지’가 아니라 ‘권리입법 쟁취’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상 정부의 개악안에 일정한 타협과 수정을 할 수도 있다는 선언이었다. 따라서 그 이후에는 협상과 타협으로 기조가 변하고 투쟁은 압력수단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 것이다.

③ 지리한 국회 내 공방
그 이후는 지리한 국회 내 공방을 쳐다보면서 ‘이번에 통과시키면 총파업을 한다’는 선언만 난무하게 되었다. 교섭국면으로 넘어갔고, 민주노총에서 정부의 안을 철회시키는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입법 쟁취’라는 미명 아래 타협을 할 가능성을 비췄기 때문에 ‘협상단’의 논의로 모든 것이 좁혀졌다. 노동자들은 그 협상의 결과를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와 강경한 선을 그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2005년 4월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부의 비정규법안에 대해 기간제 사용사유제한과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 명기, 파견허용대상 현행 유지를 제안하면서, 정부 법안이 개악이라는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정부의 입지는 좁아졌지만 오히려 강경책으로 일관했고 거꾸로 노동운동 내부가 흔들리면서 수정안을 내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인권위원회 발표 이후 4월에 노사정대표자교섭이 열렸고, 여기에서 한국노총은 기간제 사유제한을 포기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5월 2일 교섭이 결렬되기는 했으나 이제는 민주노조운동 내부에 수정안의 흐름이 공식화된 것이다.
물론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투쟁을 호소하고 조직하는 단위들도 있었다. 이미 비정규공대위는 민주노총이 교섭으로 돌아선 이후 정부의 입법안에 대한 지지를 숨겨왔던 단위들이 다시 정부 지지로 돌아서면서 사실상 해소 상태였고, 비정규연대회의의 투쟁 이후 민주노총이 공식적으로 비정규 개악안 저지투쟁을 하는 주체였기 때문에 공식조직 안에서 투쟁의 방향이 논의되었지만, 민주노총이 무기력한 상황에서 다양한 투쟁의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2005년 6월 불안정노동철폐연대를 비롯한 30여개의 노동사회 단체들이 모여서 ‘노동법 개악 저지 중간 평가 토론회’를 한 이후 2005년 말에는 현장조직 중심으로 ‘비정규직 철폐 현장투쟁단'이 구성되었고,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전비연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권리입법 쟁취와 투쟁사업장 승리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만들어져서 국회 앞 농성투쟁을 전개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최종안(기간제 2년 사용 후 정규직화, 불법파견 고용의무, 특수고용 관련 내년 상반기 중 논의)을 발표하고, 민주노동당에서도 기간제 사유제한을 대폭 확대한 수정안을 내면서 사실상 정세의 주도력만이 아니라 집중성도 해체되었다.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하던 전비연(공투본), 현투단 등은 민주노동당에 항의 간담회를 요청하고, 그 외 단위들도 각종 성명서 등을 통해 문제제기를 계속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2006년 2월 27일 국회 경호권까지 발동된 상황에서 노동법 개악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게 된다.

민주노총이 협상으로 전환하고 수정안 흐름이 가시화되면서 투쟁의 주도력도 상실하고, 내부의 응집력도 사라지면서 결국 민주노조운동 진영은 분열되었다. 민주노총은 계속 국회 내 압력을 통해서 일정하게 수정안을 관철시키고자 했으나 이미 정세의 주도력을 갖게 된 정부와 여당은 강경했다. 그리고 민주노총 안의 공식적 질서 안에서만 투쟁을 해왔던 관성으로 인해서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투쟁 전망이나 주체를 만들지 못한 상태로 투쟁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고, 민주노조운동 진영은 법안이 언제 통과될까를 기다리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④ 분명한 투쟁 기조의 변화
민주노총은 2006년 들어와서 투쟁의 기조를 아주 분명하게 수정해버렸다. 이 투쟁의 기조는 2004년 말 교섭을 선언한 순간부터 사실상 이미 수정되어온 과정이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투쟁으로 인해서 이런 수정안 자체는 공식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수정안을 제출한 한국노총에 대한 문제제기가 더 앞서 있었다. 그래서 사실상 수정안을 낼 의사가 있었으면서도 공식화되지는 않은 묘한 상태가 지속되어왔던 것이다.
이런 수정 자체가 공식화된 것은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를 결정하고 ‘한국노총과의 공조’를 이야기한 2006년 5월이었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공조를 복원하고 ‘기간제 사전 사용사유 제한’을 중심으로 비정규법안 재논의(재수정)을 위한 공동투쟁에 나설 것을 제안했고, 15차 중집에서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를 결정했다. 이후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가 민주노총이 노동법 단일안을 만들어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나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투쟁본부를 구성하고 사실상 정부의 법안을 수용하는 재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민주노동당은 6월에 법안이 처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재수정을 통해서 정부의 입법을 받아들일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이다.

3. 자본가들과 정권의 현재 대응형태와 왜곡된 평가들

이 투쟁에 대한 왜곡된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전부 아니면 전무’의 방식으로 투쟁했다. ‘실력도 없으면서 명분만 앞세워서 실질적으로 얻을 것이 있었는데도 방기했다’는 등의 이러한 왜곡된 평가는 자본가와 정권의 논리와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 정권은 계속 이 법안이 “비정규 보호법안”이라고 주장해왔고 노사정위원회라는 틀을 통해서 ‘합의’의 틀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일반화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왜곡된 평가는 바로 정권의 이러한 태도를 반영한다. 즉 이번 비정규노동법 안에는 좋은 것도 들어있으므로 이것을 받아들이고 일부를 노동계 의견대로 수정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들의 원칙만 주장하다가 결국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원칙을 갖고 투쟁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핵심인데, 이러한 왜곡된 평가들은 정권의 논리를 들이대면서 다시 정권과 타협하라고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타협을 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말이다.
이렇게 이데올로기적으로도 정권이 우위를 차지하지만 정권은 실질적으로도 노동법 개악 굳히기를 하려고 한다. 그것이 바로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이었다. 정부에서는 5만 4천명 정규직화, 그 외에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후속대책들을 발표하면서 비정규 입법안을 강제하고 있다. 오히려 외주화를 강제하고, 차별을 계속 유지하는 무기계약근로로의 전환을 정규직화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제는 시민단체들도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서 ‘입법안’을 빨리 처리하라고 주문하는 상황까지 되었다. 비정규직 양산법이 보호법으로 둔갑했다.
자본가들은 발 빠르게 ‘고용안정’을 전제(사실상의 고용안정도 아니지만)로 차별을 영속화하는 독립직군제를 만들거나, 파견허용 업종 대상 확대를 전제하여 파견업에 진출하기도 하고, 불법파견으로 인정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작업장 형태를 변화시키거나 외주화를 하는 등 비정규직의 고용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차별을 강화하는 방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비정규직은 더욱 양산되고, 고용은 더욱 불안해지고, 조직화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것이 원래 노동법 개악의 예상되는 상태였다. 다만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자들에 의해서 마치 좋은 것이 있는 것인 양 포장될 뿐이다. 그런 포장된 이데올로기들이 투쟁하고 있는, 현재 비정규직으로 있는 노동자들의 숨을 막고 있다.


4. 투쟁을 조직하는데 왜 실패했는가?

노동법 개악 문제는 노사정위원회 복귀와 계속 연동되었다. 노동법 개악을 저지해야 한다는 당연하고도 필연적인 요구가 노사정위원회 복귀와 맞물리면서 협상과 타협의 대상으로 변질되었다. 협상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법안에는 건질 것이 하나도 없다. 일단 그 악법을 저지하고 나서 우리의 요구가 다시 제출되어야 하는데 정부 법안을 수정하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노동운동진영 내부를 흔들게 되었다. 지금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는 특수고용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특수고용에 대해서 정부는 ‘경제법상 보호’ 입장을 분명하게 하고 있기에 그 안의 논의에서는 아무 것도 건질 것이 없는데도 계속 투쟁의 발목을 잡고 뭔가 이 안에서 논의가 되면 일정하게라도 개선된 조치가 나올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핑계 삼아 노사정위원회 복귀의 명분을 만들려는 노동운동 내부의 일부 사람들과,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종용하면서 합의의 외형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정부의 의도가 맞아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사실상 투쟁을 조직하는 문제는 방기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도 강력한 투쟁을 조직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민주노총이라는 공식적 질서 안에 갇힌 투쟁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에게 ‘줄넘기 하러 올라갔냐’고 말할 수 있는 것도 공식적으로 논의된 투쟁이 아니면 지원할 수 없다는 민주노총의 방침을 확인해주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사회적 합의의 주된 전제이기도 하다. 즉 내부를 통제할 수 있어야 사회적 교섭의 파트너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인데, 그래서 더욱 승인되지 않은 투쟁에 대한 제재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합의주의를 반대한다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공식 조직 안에서 승인되지 않은 투쟁을 조직하는 데에 두려움을 갖고 문제제기로만 그쳐버리고 있다.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가 고군분투했으나 이 문제의식을 제대로 받아 안고 투쟁할 주체들이 없음으로 인해서 문제제기는 무성하지만 투쟁은 만들지 못했다. 물론 공동투쟁단과 현장투쟁단 동지들도 투쟁을 만들기 위해서 농성투쟁을 하고 노력을 했지만 현장에서부터 힘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했다.
현장에서부터 힘을 만들지 못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이 투쟁이 비정규직들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자본의 ‘비정규 보호’라는 이데올로기는 노동법 개악이 결국 악법이라는 것을 밝힘으로써 파탄이 난 것처럼 보였지만 ‘보호’라는 측면만 문제제기된 것이지 이것이 ‘비정규직들에 대한 것’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이 법안은 비정규직들의 문제가 아니라 정규직인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법안이며, 모든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임이 충분히 설득되지 못한 채 ‘비정규직 문제’라는 당위로만 접근되었다. 그래서 투쟁이 ‘비정규직을 위해’ 해주는 대리투쟁 정도로 인식되면서 현장의 투쟁 동력을 만들지 못한 것이기도 하다.

5.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운 투쟁 동력을 만들기 너무 어려운 조건이다. 2004년 9월부터 시작했으니 근 2년간을 이 문제를 갖고 끌어오면서 누구나 관성화 되어 있고 무기력하다. 국회 안에서의 논의는 여전히 무성하고 정부는 계속 9월 안에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 문제는 여전히 ‘비정규직들의 문제’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으며, 공식 조직은 투쟁을 위해 몸을 일으킬 생각을 못한다. 선도투쟁으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던 비정규직들도 지금은 피곤하고 무기력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투쟁할 수밖에 없다. 2004년 9월에 열린우리당을 점거농성 했을 때에도 이 투쟁이 커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만들었던 것처럼 아직은 패배를 승인할 때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투쟁 기조를 확인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일반적인 고용형태로 만드는 기간제 특별법을 당장 폐기시켜야 한다. 파견법을 철폐할 힘이 없다면 개정안 자체를 상정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다시 비정규직의 권리 입법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국회 안에서의 타협 놀음에 조합원 대중을 동원하면서 말장난을 해왔던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힘을 발휘할 기회와 능력을 잃어버렸다. 투쟁의 힘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 그러려면 다시 한 번 기조를 분명하게 하고 토론에 나서자.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투쟁할 것을 이야기하자. 조합원들에게 막연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이 법안이 미치는 영향, 그리고 우리가 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득하자.
또한 이 투쟁은 노사관계로드맵과 분리된 투쟁이 아님을 확인해야 한다. 정부와 자본은 애초부터 이 두 가지를 분리하지 않았다. 노동운동 전반에 대한 길들이기를 위해서 먼저 유연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완성하고자 했고 그것이 바로 비정규노동법 개악으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와 통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바로 노사관계 로드맵이었다. 지금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논의가 되고 있으나 결국 이것은 무산될 것이다. 타협의 여지가 없다. 민주노총에서는 11월 투쟁계획을 세우고 있다. 노사관계 로드맵과 비정규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을 분리시키지 말고, 함께 힘을 모아서 투쟁 전선을 세우자. 끝까지 힘을 모아보자.
뿐만 아니라 지금 정부의 노동법 개악으로 인해서 이미 고통을 당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연대하면서 투쟁의 주체를 새롭게 세우고 전선을 확대해야 한다. 경제법상 보호 운운하면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정권에 맞서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투쟁을 준비하고 있고,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을 내걸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투쟁하려고 한다. 지금 기간제 노동자들은 정부 입법으로 인해서 벌써부터 해고를 당하고 있다. 이 투쟁에 힘을 다해야 한다. 집중해서 투쟁 주체를 세우고 맞서야 한다. 이 노동자들의 상황은 우리 전체 노동자들이 곧 경험하게 될 상태이기 때문이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철폐연대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