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을 제도화하는 2008 입시제도

진보교육뉴스 61호

::::: 해방으로 가는 논쟁과 소통

눈물의 씨앗, 교육부의 ‘2008 대입제도 개선안’

최근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안’을 발표한 후 교사와 학부모, 교육운동단체들의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새로운 대입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서울대가 내신성적을 무시하고 본고사와 논술을 확대하여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대입에서 사교육의 영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어 부(富)의 불평등이 고스란히 대물림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내신 비중 강화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를 천명했던 교육부는 이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아니 오히려 서울대의 입시안을 수용하겠다는 태도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애초 교육부가 내놓은 2008 입시안이 치명적인 모순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육부는 작년 하반기에 사교육비경감방안(2004. 2. 17)의 일환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2008 대입제도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내신9등급, 수능9등급, 대학자율성 강화”라는 어정쩡하고 애매모호한 절충안을 제시하고 말았다. 개선안의 치명적 약점인 고교등급제, 본고사의 시행은 이미 교육부가 막을 수 없었다. 상위권 대학들은 내신과 수능을 9등급화하면 이른바 ‘변별력’이 떨어진다며 본고사 부활의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고, 급기야 작년에 고교등급제 사태가 현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교육부는 대학자율권을 운운하며 3불(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정책에 대한 의지를 버린지 오래다.

한편 교육운동진영은 입시경쟁의 근본원인을 무시한 채 지엽적인 제도의 변화만으로는 입시경쟁을 해소할 수 없으며, 오히려 교육부의 ‘개선안’이 부의 불평등을 제도화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내신의 상대평가에 대한 막중한 부담으로 스스로 목숨을 버리거나 자발적으로 촛불집회를 여는 등 새로운 입시제도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였다.

본고사 강화, 특목고 우대

이번 서울대 입시안은 지역균형선발/특기자/정시모집을 각각 1:1:1로 선발하되 내신의 실질반영비율을 5% 정도로 묶고, 수능성적은 자격기준정도로만 활용하며, 결국엔 심층면접, 논술, 본고사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된다면 ‘비싸고 질 좋은’ 사교육을 구매한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고, 내신은 불리하더라도 입시교육에 잘 훈련된 특정 학교 학생에게만 배타적으로 통로를 열어주는 셈이 된다.

1/3 정도로 축소된 정시모집에서는 수능성적을 자격기준으로 하고, 논술고사의 비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내신, 논술, 면접을 통합전형한다고 하지만 내신의 비중은 여전히 미미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1단계에서 내신으로 선발하고 2단계에서 논술이나 면접으로 선발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나마 내신으로 선발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지만, 통합전형을 하게 되면 아예 내신을 무시하겠다는 심보다. 내신에서의 몇 점 차이는 논술에서 손쉽게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신성적을 고교에서 제출하는 9등급이 아니라 입맛에 맞게 새롭게 등급화하기 때문에 내신에서의 점수차는 당락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내신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약화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논술의 비중이 강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논술은 본고사의 다른 이름일 뿐이며, 국,영,수를 중심으로 심화학습을 한 학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더욱 그 비중이 확대된 특기자전형은 입시교육 ‘특기자’를 배출하는 특목고에게 문을 대폭 열어주게 될 것이다. 서울대는 “수학,과학 내신성적 상위 5%(과학고는 30% 이내)”라는 특기자전형 응시자격제한을 없애고, 면접의 난이도를 높일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응당 특목고가 유리할 수밖에 없으며, 특목고 입학을 위한 입시경쟁도 덩달아 치열해질 것이다.

본고사 실시 저지와 내신반영비율 확대

올해 고1학생들은 ‘내신반영 비중이 높아진다’는 교육부의 헛소리에 현혹되어 중간고사에 대한 막중한 부담감을 가졌었고, 심지어 몇몇 학생들은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더구나 교육부의 말대로 ‘공교육이 정상화’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교육비는 늘어만 갔다. 또한 교육부의 공언과는 달리 대학들은 내신반영비율을 높이지 않고 ‘선발의 자율권’을 주장하며 본고사 실시를 공론화하고 있다. 애초 모순덩어리일 수밖에 없었던 교육부의 2008 대입제도 개선안은 이렇게 막대한 피해만 낳으며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성적우수학생들을 독식하려는 서울대의 입시제도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서울대의 입시안이 현실화된다면 학생들의 학습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 또한 그렇다. 결과적으로 계층간, 지역간에 따른 차별이 정당화되어 사회적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공교육 정상화’라는 애초의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그리고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본고사를 폐지하고 내신의 실질반영비율을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2008 대입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관련 자료]

 

  2008학년도 서울대학교 입학전형 기본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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