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법인화는 곧 민영화다!

진보교육뉴스 62호

::::: 해방으로 가는 논쟁과 소통

 

최근 들어 국립대 법인화를 둘러싼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지난 7월 28일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국립대학 발전을 위한 법제화 방안 공청회’를 열고 국립대 법인화 법안을 내놓았으나 공무원노조교육기관본부와 범국민교육연대, 학벌없는사회학생모임의 강한 반발을 사야만 했다. 최근 이주호 의원은 “욕을 먹더라도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이주호 혼자만의 독자 플레이로만 볼 수는 없다.

지난 7월 1일 김진표 장관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대학총장세미나에서 국립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법인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데 이어 7월 20일 관훈클럽초청토론회, 7월 22일 광주전남국립대학 구조개혁 추진위원회 간담회에서도 하반기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즉 교육부의 호위 내지는 비호 속에 국립대 법인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법인화란 무엇인가

현재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는 법인격이 없는 ‘정부조직의 부속기관’ 내지는 ‘국가가 설치한 영조물’이다. 하지만 법인화는 그 목적이 명백하게도 ‘재정, 인사, 조직의 자율성과 효율성 및 책무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그에 걸맞게 조직형식과 법적 지위의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즉 단위대학 중심의 효율적이고 자율적인 운용이 가능하기 위해선 국가로부터 분리?독립된 법인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취지 자체가 민영화로의 전환을 이미 내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작년 4월부터 전국 89개 국립대학이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되어 민간경영기법의 도입, 외부자의 경영참여, 문부과학성에 의한 평가와 지원 등이 실시되고 있다. 일본의 위정자들도 법인화를 추진할 당시 정부지원이 현행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법인화가 ‘민영화’와는 다르다고 강변했었다. 하지만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신보수주의 흐름 속에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그리고 경쟁과 효율성의 원리에 따른 대학재편을 꾀한다는 점에서, 학문의 상업화와 대학자치의 말살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민영화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야심차게 출발했던 대학구조조정이 의외로(?) 지지부진하자 정부는 원활하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국립대는 법인화를, 사립대는 영리법인화하여 경쟁과 효율에 입각한 구조조정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법인화에 대한 주체들의 저항을 최소화하고자 최근 국립대학 총장선출방식을 개악하였다. 총장간선제는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강화되면서 학내주체들의 발언권과 힘을 약화시켜 법인화에 대한 저항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음모이기 때문이다.

법인화 무엇이 문제인가

총장으로의 권한집중
지난 5월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은 국립대 총장선출에 있어서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대학의 자치를 말살하고 총장에게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되 국가의 관리?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립대학을 재편하려는 시도이다. 이주호의 법안에 따르면 총장은 인사, 재정, 조직 등에 관해 거의 모든 결정권한을 갖고 있다.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가진 총장은 학내주체들이 직접 뽑는 것도 아니고 국가기관이 개입하거나 일부인사들에 의해 간선으로 뽑게 된다. 재정위원회에 직원대표와 학생대표가 참여한다고는 하나 이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 재정위원회는 의결권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직원대표 1명과 학생대표 1명은 고작 들러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대학자치의 말살
이렇게 총장의 권한이 막강해짐과 동시에 학내주체들의 권리와 자유는 응당 축소되고 제한된다. 일본의 경우 법인화를 앞두고서 대학의 민주적인 저항력을 빼앗기 위해 전국적으로 학생자치에 대한 탄압이 격화되기도 했다. 즉 기숙사를 강제로 철거하면서 학생들을 내쫓고 이에 저항하는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이처럼 대학당국이 학생의 움직임을 통제함으로써 대학은 한층 더 정부에 저항하는 힘을 잃게 되었다.

또한 대학의 예결산, 인사와 보수, 재정운영 등에 관한 모든 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학외인사가 반 이상 참여함으로써 어용학자들이나, 기업 관계자 등 대학을 기업경영화려는 인사들의 전횡으로 총장의 책임경영이란 미명 아래 대학의 자치는 죽고 만다.

학문의 자유 침해
이렇게 국립대학이 경쟁과 효율성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한 기초학문의 고사는 뻔한 사태이다. 각 대학들은 한정된 예산을 따내기 위한 경쟁적인 조건 속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윤창출과 밀접한 연구에만 집중투자를 하게 될 것은 뻔하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도 없고, 돈도 되지 않는 기초연구에는 예산이 삭감되고, 과감히 구조조정 된다면 국립대학의 공공성은 흔들리게 된다.

국가의 재정책임 방기
법인화의 목적은 무엇보다 ‘단위학교의 효율적이고 자율적인 책임경영’이다. 즉 총장을 중심으로 각 대학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되 각 대학은 이제 ‘알아서’ 수익을 내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야 한다. 이는 응당 국가에 의한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며, 정부는 경영성과에 따라 차등적인 재정지원을 하게 될 것이다.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각 대학법인이 학생납부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등록금의 인상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기존까지는 국립대학이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고등교육을 제공해 왔으나 법인화가 된다면 이마저도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다. 또한 각 대학은 수익사업을 위해 이윤창출과 밀접한 연구에 집중투자를 하거나 대학병원을 수익창출형 구조로 전환한다거나 하면서 결과적으로 공공성이 파괴된다.

교직원 신분 불안정
법인화가 되면 현행 공무원 신분인 교직원이 법인의 직원이 된다. 법인의 대표이사격인 총장에게 인사권이 주어짐에 따라 유연한 고용 형태와 급여 체계가 가능해지고 겸직, 겸업이 자유로워지며, 특히 총장, 학부장 등의 관리직에 외국인도 기용할 수 있게 된다. 애초 법인화 논의의 출발이 국가행정조직의 구조조정이란 목적이었기에 조직의 대폭 감축과 유연한 노동력 관리는 불가피하다. 이러한 고용형태의 파괴는 연봉제와 같은 성과주의에 기초한 급여체제의 도입과 짝을 이루는 것이다.

고용형태 파괴의 한 형태로 ‘임기제’라는 것은 일정기간 동안 특정 연구를 목적으로 교원을 고용하는 제도로 외부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연구원을 연구용역비로 운영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인데, 마치 대학이 기업의 하청연구기관이 되어 버리는 셈이다.

이러한 교원노동의 불안정화는 계급적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낳게 되는데, 특허권이나 급여와 직결되는 성과의 달성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 살벌한 분위기가 지배하게 될 것이며, 근무형태도 제각각이어서 서로 마주치는 일조차 힘들어지게 되면 교수회나 직원노조 등의 단결력이 급격히 붕괴될 것이다.

국립대 민영화 당장 중단해야

국립대 법인화는 정부의 재정부담과 책임을 덜기 위한 목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지 대학의 자치와 자율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대학의 자치와 자율성의 본질은 대학 경영자(총장이나 이사회)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주체들(교직원, 학생)의 자치와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결국 국립대학의 법인화는 단지 법적 지위가 국가기관에서 법인으로 변화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총장에 의한 책임경영 강화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선출방식 변화, 국가의 재정책임 방기, 학문의 자유와 공공성 침해, 교직원 구조조정 등을 수반하는 거대한 민영화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립대 법인화는 대학교육을 황폐화시키고 공교육을 붕괴시킬 것이며 교직원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므로 법인화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관련 자료]

아수라장 된 교육공청회, ‘교육’이란 말이 무색  <데일리서프라이즈> 7. 28

[이주호 의원실] 국립대학 발전을 위한 법제화 방안 공청회 2005.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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