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로 바라본 과학의 상업화

진보교육뉴스 68호

::::: 해방으로 가는 논쟁과 소통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번복과 황우석 본인의 계속되는 거짓말로 인해 진실규명은커녕 줄기세포주의 존재 유무와 그동안 자신의 연구성과에 대한 진위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황우석 사태는 끝을 모르고 번지고 있다. 세계 과학사에 길이 남을만한 이번 사태를 두고 여러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겠으나, 이번 연구가 정부와 관련 업계의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을 통해서 가능하였다는 점, 성과를 위해 데이터를 위조하였다는 점, 상업적 이해관계를 위해 특허를 통해 연구결과를 보호하려 했다는 점, 연구결과가 학술지를 통해 발표되어 과학자들간에 서로 공유되고 커뮤니케이션되는 것이 아니라 보도자료나 기자회견을 통해 연구성과가 발표되어 일반대중은 물론 동료 과학자들에게조차 정보가 제한적으로 제공되거나 비밀화되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이는 과학의 상업화 현상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기실 자본은 고등교육기관을 통해 보다 많은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지식, 특히 과학기술지식을 생산하는데 주력해왔고, 특허를 통해 이를 보호하면서 경제적 효용이 널리 공유되는 것을 막아왔다. 이에 따라 대학에서 다루는 연구주제가 학문적 호기심이 아니라 상업적, 군사적 가치에 초점이 맞춰지고, 대학이 국가와 자본의 이해와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과학의 상업화를 촉진하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상업화의 결과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에서의 상황은 어떠한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첨단기술의 부각과 정부의 집중 지원

수년전 이른바 ‘지식기반경제론’의 등장으로 지식과 정보의 경제적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지식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다. 지식기반경제론에 따르면 전통적 생산요소인 토지, 자본, 노동은 부차화되고 대신 지식이 중요한 생산요소로 등장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식이 중요해진다. 이는 포디즘 이후 등장한 ‘유연한 축적체제’와 조응하는 것으로, 유연한 축적체제 하에서는 빠르고 정확한 정보의 선점이 가치 있는 상품이 되었다. 환율, 시장의 동향, 소비자 취향 등의 정보는 기업의 생존에 중요하며 이러한 정보에 대한 접근에 있어 배타적 특권을 갖게 되면 막대한 이윤을 챙길 수가 있게 되었다. 또한 이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새삼 부각시켰다. 최신의 과학적 발견과 최신의 기술, 그리고 이를 응용한 최신의 상품 개발은 기업의 이해관계에 있어 결정적이며, 이를 위해 각 기업들은 앞다투어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가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지식의 생산뿐만 아니라 지식의 활용과 관리에 있어서도 지적재산권을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안정적이고 배타적인 소유권을 확보하려 한다.

한국의 상황도 이러한 일반적인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부는 고부가가치 지식을 생산할 인적자원 개발을 위해 중앙행정부처에 ‘교육인적자원부’를 두었고, 과학기술을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보고 BT, IT, NT와 같은 첨단기술 육성에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이미 정부는 2002년부터 'BioTech 2000' 계획에 따라 2007년까지 5조1000억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노무현 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의 일환으로 '바이오신약·장기사업'의 5개 상품 분야에 2004년부터 현재까지 2년간 70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올해에만 황우석 교수에게 200억 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면서 황우석의 연구성과가 국민 모두를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처럼 대대적인 포장을 하였다. 이렇게 돈과 관심이 집중되자 황우석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주식시장은 요동을 쳤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표되는 연구성과에 발맞춰 바이오 관련 주는 폭등을 거듭하다가 급기야 지금에 이르러서는 폭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만일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들의 건강증진과 의료혜택 확장을 위하고자 한다면 질병을 유발하는 사회적·환경적 요인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의료혜택의 불평등과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접근을 했어야 하는데, 이는 안중에도 없이 치료가능성조차 희박한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것이다. 더구나 황우석과 관련된 병원, 연구시설, 농장 등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건설될 예정이었다. 이로 미루어 본다면 정부가 목적했던 바는 BT산업을 통한 주식시장부양과 의료분야의 시장화였음을 알 수 있고, 애초 연구의 목적이 상업적 효과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한 가지 특이할 만한 사실은 국내 기업들이 핵심분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국가가 나서서 상업적 연구에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연구개발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금액은 점점 감소하고 있는 반면, 기업의 지원금은 급격하게 증가해 전체 연구개발비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현재 한국정부의 연구지원금액 중 약 70%가 응용과학에 집중되고 있어 한국의 경우 국가 주도 하에 과학의 상업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정부가 각종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통해 산학협력(대학과 기업의 연계)을 장려하고 있지 않은가. 일례로 2006년부터 7년간 2조1천억 원이 투입되는 BK21 2단계 사업은 산학협력 성과(산업체 지원금 수주실적, 특허·기술이전 실적)의 평가비중을 종전의 5%에서 20%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다.

과학의 상업화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였는가 ―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국의 실용주의적 관점은 고등교육기관을 통한 이윤추구를 정당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대학의 기업화는 가장 먼저, 빠르게 진행되었다. 미국의 경우 1970년에는 연구개발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이 모두 149억 달러로 산업체가 지원한 104억 달러보다 더 많았는데, 1997년이 되면 연방정부 지출은 627억 달러, 산업체 지출은 1,333억 달러로 관계가 역전되었다. 이 기간 동안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한다면 정부 지출은 거의 증가하지 않은 것에 가까운 반면 기업 지출은 3배 이상 증가했다. 1980년에 산업체의 자금지원은 미국 대학의 전체 연구 예산에서 겨우 3.8%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처럼 대학의 연구개발에 대한 기업의 투자는 급속한 비율로 증가하였고, 1980년 '베이-돌 법'의 통과로 연방정부의 지원에 의해 이루어진 연구성과를 대학 소유로 특허를 취득하여 이윤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기업과 대학의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분야의 연구는 외면받게 되었다. 게다가 미국 대학교수들이 자신의 전공과 관련있는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고 주식을 보유하면서 이들의 연구 방향이 해당 기업의 이해관계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은 당연하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연구에 미치는 또 다른 영향은 논문을 발표하거나 특허출원을 하기 전  단계에서 데이터나 실험결과를 공유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1997년 미국의학협회지에서 대학 연구자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연구자의 20% 정도가 지식의 독점을 보호하기 위해 6개월 이상 연구결과 발표를 연기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렇게 지적재산권은 모든 연구를 위해 필수적인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을 어렵게 하였다. 특히 기술의 상업적 이용을 촉진한다는 베이-돌 법은 연구결과를 공유하여 그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을 저해함으로써 오히려 기술의 발전과 확산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비밀주의 경향보다 심각한 문제는 데이터의 조작이나 날조이다. 즉 연구 후원자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논문을 조작하거나 심지어 이해관계에 반하는 경우 논문 자체를 비밀리에 폐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또는 연구에 참여하지도 않은 기업관계자나 정부 인사를 논문의 공동 저자로 올리는 윤리적 문제도 발생하였다. 이렇게 되면서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윤리나 과학지식의 공공적 성격을 소홀히 여기는 심각한 결과가 빚어졌다.

한국은 어떠한가

앞서 살펴본 미국의 경험을 보면 이번 황우석 사태는 이와 상당한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공적 의료체제조차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는 마당에 ‘첨단분야’라는 이유로 무턱대고 생명공학을 육성하여 의료분야를 시장화하려는 정부와 연구비를 확보하려는 황우석의 조우로부터 발단된 이번 사태는 난치병 치료와 경제적 부흥이라는 허황된 꿈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게 만들었고, 급기야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겠다는 욕심이 연구과정에서의 윤리와 절차를 무시하고 심지어 연구결과를 조작하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또한 줄기세포주를 특허로 등록함으로써 원천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즉 미국에서 과학의 상업화에 따른 우려와 부정적 영향이 국내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는 사태를 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미국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연구비 비중이 70% 정도로 높지만, 그 상대적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반면 기업이 대학에 지원하는 연구비는 꾸준히 증가하여 1970년에서 2002년 동안 기업이 지원한 연구비 비중은 2.6%에서 7.6%까지 증가하였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대학 연구비에서 정부 지원금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기업의 대학 연구비 지원은 일부 특정한 대학에만 한정되어 있으며 그조차 미미한 수준이다.

즉 미국에서는 대학연구의 편향이나 기만행위가 기업의 투자와 지원이 극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나타났지만, 이번 황우석 사태의 경우 특정기업의 별다른 지원없이도 국가의 대규모 지원 하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연구지원금이 기업으로부터 직접 나오지 않더라도 과학의 상업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국가가 앞장서서 자본의 이해관계에 맞춰 대학의 연구의제를 좌지우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국가가 재정지원을 무기로 하여 대학정책을 펴고 있고, 열악한 재정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학들은 정부의 정책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쫒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특정대학과 특정분야에만 연구비를 몰아주면서 여타 나머지 대학들에게는 산학협력만이 살 길이라며 기업의 지원을 따내 알아서 대학을 운영하라고 독촉하고 있다. 하지만 안 그래도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한 기업들이 아무 대학이나 손을 내민다고 덥석 손을 잡아주겠는가. 오히려 기업이 대학에 투자하는 방식은 연구개발보다는 맞춤형 인력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방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NURI 사업이 대표적인 예로 지역의 대학과 기업이 연계하여 기업의 수요에 맞는 중견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잡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학에 대한 지원이라기보다 노동력 양성비용을 개별 대학과 학생에게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한편 미국과 유사한 상황도 있다. 베이-돌법과 비슷하게 연구자 개인 소유의 특허도 2003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률‘에 따라 대학내에 법인격을 갖는 산학협력단의 설립이 허용되면서 공식적으로 가능해졌다. 정부는 NURI 사업이나 특성화지원사업, 학교기업육성지원사업 등 국고지원사업의 대부분을 산학협력단의 자격으로만 신청이 가능하게 하여, 재정지원을 빌미로 산학협력단의 설치를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현재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막론하고 모든 국공립대학에 산학협력단이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며 사립대학의 설치율도 80%가 넘는다. 하지만 산학협력단의 특허 성과는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적재산권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액수의 초기비용이 소요되며, 각 대학이 이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도 베이-돌 법의 제정 이후 특허등록과 기술이전 성과가 눈에 띠게 증가했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겨우 수지타산을 맞추는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액수의 법률자문비를 지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처럼 기업이 대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전반적인 상업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적 전략사업의 일환으로 첨단산업 분야에 연구개발비가 집중되고 있고, 이는 결코 자본의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았다. 한때 유행했던 IT 덕분에 관련 벤처가 붐을 일으키며 주식시장 부양에 한몫 했고, 이제는 황우석 효과로 인해 BT 관련주가 각광을 받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국가적 첨단산업 육성은 자본의 금융적 축적에 조응했고, 상당한 산업적 파급효과를 낳았다. 자본의 이해를 적극 반영한 정부의 전략은 연구활동의 본원지인 대학에도 미쳐 연구의제의 선택, 연구과정에서의 태도와 윤리, 연구결과의 확산과 이용 등 과학활동 전반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고, 황우석 사태를 통해 극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대학이 정치적·경제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 또 다른 황우석 낳을 것

쉽게 예상할 수는 없지만, 이번 사태가 황우석 개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통해 배아줄기세포연구의 정당성을 더욱 확실히 보장해주는 것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익’을 위해선 이 분야의 연구에 있어서만큼은 외국에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이번 사건의 조속하고도 애매한 해결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이 강력하게 미치는 한 배아줄기세포연구가 계속된다면 또 다른 황우석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어디 생명공학분야 뿐이랴. 상업적 이해관계, 정치적 이해관계의 자장 속에서 대학연구 전반이 영향을 받게 되며, 이는 연구결과 뿐만 아니라 연구활동의 전 과정에 잠재적이고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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