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론의 본질과 '공영형 혁신학교'의 문제점

진보교육뉴스 71호

::::: 해방으로 가는 논쟁과 소통

지역균형발전론의 본질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심화될수록 노동집약적 산업은 제3세계 주변부 국가로 이동하고, 중심부 국가들은 기존의 대량생산체제를 지양하고 이른바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유연한 생산체제를 도입한다. 예전처럼 모든 자본과 인력을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시키는 발전전략은 인구의 포화와 유지비용부담으로 더 이상 유지가 어려워졌다. 또한 소농 중심의 농업기반이 점차 무너지면서 이제 지역은 새로운 투자처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기존과 같은 거대한 산업단지는 불필요하게 되고, 지역에 분산유치하는 것이 자본의 위험부담을 줄이고 지역개발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최적이다. 여기에 정부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까지 지역에 이전시켜 다양한 형태의 복합도시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바로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으로써 예컨대 인천, 부산, 광양 지역은 동북아 허브 항만, 공항으로 개발하여 물류중심지로 구축하는 동시에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여 초민족 기업과 금융기관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처럼 수도권에 자본과 노동력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특성화된 ‘균형발전’을 달성하기 어려우므로 행정수도와 공공기관을 지역으로 이전하고 기존의 수도권은 중앙정부의 핵심기능을 유지한 채 동북아 중심국가의 전진기지로 전환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두고 ‘지방분권화’란 수사를 덧칠하지만 실제로는 중앙정부의 책임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일국 내부에서 기능적 분할을 초래하며 초국적 자본의 활동근거지를 조성하는 한편, 기타 지역은 특정한 기능중심의 경제구조로 살아남을 것을 강요한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들에겐 농업기반이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지역경제의 사활을 걸고 투자개발을 유치하는 것 외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물론 투자 유치를 위해 기존의 법적 규제는 철폐된다. 현재 넘쳐나고 있는 각종 특구정책(경제자유구역, 지역특화발전특구, 기업도시, 제주국제자유도시, 대덕R&D 특구, 혁신도시)은 이러한 계획이 반영된 산물이다.

허나 이러한 ‘지역균형개발’ 정책이 지역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창 진행 중인 공공부문의 축소, 민영화와 함께 재정책임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 뻔하다. 또한 혁신도시나 각종 특구가 경제적 효과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오히려 지역개발논리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중앙정부는 핵폐기장, 새만금, 미군기지 이전 등과 같이 지역의 대규모 사업을 둘러싸고 지역민들과 지방정부 간에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으며, 지역 공동체는 무너지고 있다. 특구로 선정된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 높은 경제효과를 발생시키는 산업을 유치한 도시와 낮은 경제효과를 발생시키는 산업을 유치한 도시 간에 격차가 생기기 마련이고 이는 곧 지역민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역균형발전’은 허구에 불과하다.

공영형 혁신학교의 문제점과 허구성

이처럼 자본의 새로운 축적전략은 주민들에게 ‘지역개발’이라는 환상을 심어주고 있으며, 이를 실현시킬 목적으로 각종 혜택과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영형 혁신학교’다. 이전되는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도시를 ‘혁신도시’로 지정하고 이렇게 혁신도시로 지정된 지역에는 공교육제도에 적용되는 법적 규제를 면제하는 자율학교를 세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즉 혁신도시를 유치하기 위해 공교육제도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적극 활용하여 해당 지역의 공교육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학교를 세우려는 것이다. 교육부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06년 업무보고’를 발표한 데 이어 건설교통부는 지난 3월 16일 '공공기관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건설지원특별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입법예고안에 담긴 공영형 혁신학교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① 교원자격, 교육과정, 학생선발 등 기준 적용 예외

제43조(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 ①혁신도시의 특성에 맞는 인력양성과 교육여건의 개선을 위하여 혁신도시 안에서 초중등교육법 제61조의 규정에 의한 특례의 적용을 받는 학교 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자 하는 학교의 장은 관할 교육감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

제44조(자율학교 운영에 관한 특례) ①혁신도시에 소재하는 국공사립의 초중등학교에 대하여는 당해 시도 교육감의 지정을 받아「초중등교육법」제21조제1항·제24조제1항·제26조제1항·제29조제1항·제31조·제39조·제42조 및 제46조의 규정을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아니하는 학교 또는 교육과정(이하 “자율학교”라 한다)을 운영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초중등교육법 제61조에 규정된 것으로 혁신도시 내에서 자율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교장과 교감의 자격요건, 국정검인정 교과서 사용, 학교운영위원회 설치, 6-3-3 학년제, 3월부터 다음해 2월말까지의 학기 등 현행법상 규정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굳이 위 법안이 아니더라도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율학교로 지정될 수 있는 요건은 굉장히 넓다. 즉 입법예고안에 명시된 대로 교육감은 ‘혁신도시의 특성에 맞는 인력양성과 교육여건의 개선을 위하여’ 자율학교로 지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습부진아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 ▲개별학생의 적성·능력을 고려한 열린교육 또는 수준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 ▲교육과정 운영을 특성화하기 위한 특성화중학교, ▲소질과 적성 및 능력이 유사한 학생을 대상으로 특정분야의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또는 자연현장실습 등 체험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특성화고등학교, ▲그 밖에 교육감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학교를 모두 자율학교로 지정할 수 있다. 따라서 혁신도시에 들어서는 자율학교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던 특성화중고등학교(전국단위 학생모집과 별도선발, 교육과정 자율운영 가능)도 자율학교로 지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행 기준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는 예외조항은 더욱 확대되는 것이다.

교육부 ‘2006년 업무보고’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은 이미 교육부가 계획하고 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특성화중고 20개교에는 교장자격증 미소지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여 경영마인드를 겸비한 교장을 임용”하고, “특성화학교, 자율학교를 확대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학교체제의 다양화” 전략은 입체적이다. 기존의 법체계를 충분히 느슨하게 풀어놓고 더 나아가 그 적용대상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② 민간이 학교경영

제44조 ②시도 교육감은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하여 자율학교로 지정된 공립학교를 협약에 의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법인에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다.

현행법상 공립학교의 운영주체는 지자체인데, 혁신도시에서는 계약을 맺고 학교운영을 비영리법인에 넘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교육부가 ‘2006년 업무보고’에서 언급한 이른바 ‘공영형 혁신학교’로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또는 공공기관)가 학교설립운영에 필요한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고, 학교운영주체(학교법인, 종교단체, 지자체, 공공기관, 비영리법인)가 인가권자와 협약을 맺어 학교경영을 위탁받고 협약에 따라 교육실시 후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공영형 혁신학교는 학교 설립과 운영에 있어서 일부를 공공재원을 통해 지원받는다 하더라도 실제 운영은 학교법인이나 종교단체 등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사립학교와 사실상 다를 바가 없다. 또한 교육부는 “학교재정에 대한 학부모 부담은 일반 공립학교 수준을 원칙으로 한다”고만 명시하고 있어 사실상 사립학교와 마찬가지다. 지금 사립학교들은 정부의 보조금과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으로만 운영되고 있지 않은가. 결국 기존의 공립학교들을 없애고 점차 사립학교를 늘린다는 것인데, 그냥 기존과 똑같은 형태와 내용의 사립학교들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율학교로 지정된’, 즉 규제가 완화된 공립학교를 사립형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육부는 공영형 혁신학교에 대해서 학생선발, 교원인사, 교육과정 등의 규제를 풀어줄 계획이어서 공립학교는 물론 기존의 사립학교와도 커다란 ‘차별성’을 갖는 사실상의 사립학교들이 창궐할 수 있다.

③ 외국인 교원 임용

제45조(외국인 교원 임용) 혁신도시에 소재하는「초중등교육법」제2조의 규정에 의한 학교는 양호한 외국어 학습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초중등교육법」제21조,「교육공무원법」제6조, 제32조제1항 및「사립학교법」제52조, 제54조의4제1항 및 제3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임용자격, 임용기간, 급여, 근무조건, 업적 및 성과 등 계약조건을 정하여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외국인 교원을 임용할 수 있다.

위 조항은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에 규정된 국제고등학교에서 외국인 교원을 임명할 수 있는 조건과 동일하다.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에 소재하는 학교로서 국제관계 또는 외국의 특정지역에 관한 교육 등으로 국제화된 전문인력의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국제고등학교)에는 대통령령에 따라 외국인 교원을 임용”할 수 있다. 다만 경제자유구역에서는 국제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했지만,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혁신도시에 있는 모든 초중등학교 및 각종학교에 외국인 교원의 임용이 가능하다. 구체적인 임용자격, 기간, 급여, 조건 등은 대통령령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현행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에 근거해 예측은 해볼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에 있는 국제고등학교의 외국인 교원은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교원자격 요건을 따르거나, 자국법에 의하여 교원자격을 취득하고 교육경력이 3년 이상인 자를 임용할 수 있다. 외국인 교원은 자신의 모국어나 학교장이 정한 교과에 한해 임용될 수 있고, 임용기간은 5년 단위로 계약한다. 그리고 보수나 복무규정은 채용계약에 따른다.

이처럼 국내학교에 고용되는 외국인 교원 및 강사 임용이 모두 계약직 형태이며, 자격 요건에 있어 허위 교원자격증이나 학력을 위조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외국인 강사들의 학력위조 문제가 심심찮게 터지고 있다.

한편 이러한 교직의 개방은 GATS 협상에 있어서도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다. WTO교육개방을 종용하는 주요국들도 전문직의 이동은 제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가 외국교육기관의 국내 주재를 허용하면서도 전문직종 자격획득을 위한 코스는 제외하는 것을 보면, 전면적인 교직개방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정규직 형태로 국내 공교육제도에 진입하는 외국인 교원들의 증가로 인해 교직사회 내의 경쟁적 풍토가 조성되고 구조조정과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운동의 대응이 절실하다

이 법안은 기존의 느슨한 법제도(초중등교육법에 의한 자율학교의 운영,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라 국내학교에 외국인 교원 임용)를 공공기관 이전을 빌미로 혁신도시에까지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며, 거기에 더해 기존의 공립학교를 민간에 위탁경영하는 새로운 방식까지 도입하는 등 공교육체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경쟁적인 학교체제를 만드는 노골적인 시장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자율학교와 협약학교는 모두 영국과 미국에서 본뜬 것으로 자국에서조차 정책의 실패가 판명이 나 도로 철회를 했거나 여전히 그 교육적 효과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학교체제 다양화 정책은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空約)으로 남발되고 있다. 지역에 입시명문고를 유치, 설립하겠다는 허무맹랑한 약속은 그 실현성 여부와 상관없이 실제로는 현행 학교제도(특히 평준화)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공격으로 비화하여 ‘선택’ ‘다양성’ ‘자율성’ ‘경쟁’ 등의 실체 없는 이미지들을 양산하고 있다.

이번 건교부의 입법안도 현 집권여당의 선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각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현 정부가 선물보따리를 내놓고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한층 더 깊이 보자면 부동산 투기와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경기침체를 극복하고자 각종 ‘XX도시’ ‘자본자유화구역’ 등의 개발 계획을 남발하며 온 국토를 투기의 장으로 만들고 있는 노무현 정권의 경기부양 대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어쨌든 예상컨대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혁신도시를 따내겠다는 공약을 핵심으로 내세울 것이고, 이를 위해 기존의 교육제도에 대한 근거 없는 맹비난을 퍼부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낙후한 시설과 생활조건 등을 열거하며 혁신도시 유치만이 살 길인 양 선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혁신도시 자체를 반대할 뚜렷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준화의 해체와 학교제체의 다양화는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이 아닌가.

따라서 비단 교육제도에 있어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 부동산 투기, 지방재정 문제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 분석과 이것이 해당지역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며, 중앙차원의 대응뿐 아니라 각 지역차원의 대응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또한 시기적으로도 이러한 공세는 5월이 최고조이고 6월이 되면 법안이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선거결과에 따라 향후 법안 처리에 있어서 유동성이 있겠으나, 사실상 5월이 법안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거나 거꾸로 법안 상정이 이루어지는 시기인 셈이다. 따라서 이 시기의 대응이 무척이나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