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와 교육개방, 진실은 무엇인가

진보교육뉴스 72호

::::: 해방으로 가는 논쟁과 소통

국책연구기관의 자료조작에 이어 정부가 미국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이른바 ‘4대 통상현안’(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완화, 스크린쿼터 축소, 약값 재평가 개선안 추진 유보)을 전격 해결해 준 것이 밝혀지면서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는 정부는 끊임없는 거짓말로 국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바로 협상과정에서 전기, 수도, 가스 등 공공서비스와 기간 통신산업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대처하겠다고 한 것. 특히 교육분야에서는 대학과 성인교육만을 개방할 것이며, 초중등교육은 협상대상에서 제외하여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과연 그럴까?

정부의 거짓말 1. 초중등교육은 개방하지 않겠다?

이미 다 열어주고는 개방 않겠다는 뻔뻔함!

“초중등교육은 개방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WTO 양허안을 제출할 때마다 초중등교육분야는 제외했다며 자랑스레 지껄이곤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개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는 국내 규제완화를 통해 ‘자발적’으로 시장화 조치를 취함으로써 초중등교육을 개방하겠다고 간접적으로 약속을 해준 것이었다.

정부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인 이유는 이미 교육분야는 사실상 개방이 다 되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는 외국교육기관과 외국인교사들이 들어와서 국내규제를 받지 않고 영리행위를 할 수 있도록 이미 법적 조치가 정비되었다. 또한 지역특구,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각종 지역개발 수단을 동원하여 외국인 교원 채용, 외국 교육과정의 도입이 법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다. 이렇듯 지역개발 정책 외에도 자율학교, 공영형 혁신학교, 국제학교 등 공교육제도의 틀에서 벗어나는 ‘특별한’ 학교들을 무분별하게 허용해주고 교육과정, 교원자격, 학생선발 등에서 기존의 규제를 면제하여 외국인교원의 진출과 외국 교육과정 운영 등을 ‘합법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이렇듯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외국교육기관과 외국인교원의 진출을 이미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유학의 경우 원칙적으로 중졸 이상의 학력소지자만 유학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초등학생까지 이미 광범위하게 유학을 나가고 있다. 이것이 개방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앞문, 뒷문 다 제 손으로 열어주고선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문을 연 것이니, 외국의 개방요구와는 상관없다는 말이 가당키나 한가?

한미 FTA,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문제는 WTO 협정의 원칙상 일단 개방을 하기로 약속을 하면 점차 그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야 하며 그 역(逆)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정부가 이렇게 미리 자발적으로 시장화 조치를 취해놓으면 시장화된 영역은 협상 대상에 포함되어 버린다. 즉 원칙적으로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서비스는 WTO 서비스협상의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공적 공급(국공립학교)과 사적 공급(사립학교)이 공존하거나, 공적 공급이라 하더라도 상업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수업료를 학생이 부담)에는 협상 대상에 포함된다. 따라서 정부가 규제철폐를 통해 공교육체제에 경쟁기제의 도입과 사적 자본의 진출을 허용하게 되면 이 모두가 개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헌데 이는 WTO 서비스협상의 원칙이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FTA 협상과는 약간 다르다. WTO는 회원국간의 다자간 협상방식으로 운영되며 협상대상도 숱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 쉽사리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수년째 공전중이다. 이를 보완 내지는 대체하기 위해 FTA라는 양자간 협상방식이 유행하고 있으며, FTA는 양자간 협상이기 때문에 WTO에서 적용되는 다자주의, 최혜국대우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FTA의 양허방식은 네거티브 방식이다. 즉 개방을 하지 않는 분야의 리스트만 기재하고 나머지는 당연히 개방을 하는 것으로 약속함으로써 강력하고 포괄적인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FTA는 WTO의 보완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양국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WTO 양허안 이상의 수준에서 협상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즉 양국이 WTO 협상에서 각자 약속했던 양허안보다 적어도 높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미 FTA 협상에서도 한국정부가 이미 WTO 하에서 개방을 하기로 약속했던 초중등교육분야까지 포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로선 미국이 FTA를 통해 어느 정도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미국이 WTO 협상과정에서 한국정부로 하여금 얼만큼 개방을 할 것을 요구했는지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즉 한미 FTA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어떤 수준까지 개방이 될 것인지를 알기 위해선 WTO 서비스협상 내용에서부터 가닥을 잡아볼 일이다. WTO 서비스협상 당시 미국은 한국정부로 하여금 무엇을 요구했었던가? 미국은 교육 테스팅 서비스와 직업훈련 서비스를 교육서비스에 포함시킬 것과 고등교육과 성인교육을 개방할 것을 요구했었다. 이 가운데 교육 테스팅 서비스가 미칠 영향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엔 가히 ‘광풍’이라 할 만큼 영어열풍이 불고 있다. 정부는 영어를 수준별 수업으로 하게끔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으며, 국제중학교나 특목고 등을 확대하면서 입학자격으로 높은 수준의 영어실력을 요구하게끔 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그들 나름대로 너도나도 영어마을을 짓고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유학, 어학연수, 영어마을 체험 등 각종 사교육 프로그램이 폭발적으로 창궐하고 있으며 사교육 시장도 파악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규모가 커졌다. 또한 초중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공인’ 인증시험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학원이나 사설업체에서 실시하는 각종 영어인증시험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심지어 올해는 무려 60만 명의 초등학생들이 이러한 각종 영어인증시험에 응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이 인증해주는 영어시험 제도가 도입이 된다면 이처럼 거대한 영어 사교육시장을 일거에 장악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어야말로 문화자본의 직접적 표현이다. 헌데 이 문화자본은 그야말로 ‘부모를 잘 만나야’ 쉽게 획득이 가능한 것으로 누구에게나 다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1년에 2천만 원 이상씩 부담하며 외국교육기관을 다니든가, 별도의 사교육비를 들여 열심히 학원이나 과외를 받아 실력을 연마한 뒤 비싼 응시료를 지불하고 미국이 인증해주는 시험으로 자신의 가치를 매기든가 해야 한다. 아니면 아예 유학을 떠나든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인정해주지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 문화자본의 유무에 따라 교육기회, 나아가 직업획득, 결혼 등에 있어서 차별이 이루어지니 돈이 없으면, 든든한 부모 없인 삶의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셈이다.

정부의 거짓말 2. 영리법인은 신중하게 접근하겠다?

한국 정부는 이미 경제자유구역법을 통해서 외국교육기관에 대해서는 영리행위를 인정해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외국의 학교가 국내에 들어와서 신입생을 모집하고, 학교를 운영해서 남은 돈을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꼭 영리법인이 아니라고 해서 영리행위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외국교육기관들이 한국에 들어오고자 하는 목적은 바로 돈벌이에 있기 때문에, 이걸 인정해주지 않으면 그들이 한국에 들어올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미국에서 자국민의 교육기회조차 온전히 보장해주지도 못하는 주제에 미국 교육기관이 한국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오겠는가? 실제로 얼마 전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등교육에 있어서는 영리법인까지 개방이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외국교육기관들은 영리행위를 인정해주기 때문에 응당 국내 사학자본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외국 학교들은 돈벌이를 하게 하면서 왜 국내 학교는 각종 규제에 꽁꽁 묶어 놓느냐는 불만이 폭발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차츰 외국 학교들과 수준을 맞춰가며 국내 규제를 풀어줄 것이다.

사실 영리법인 문제는 정부측에서 먼저 나온 얘기였다. 지난 2004년 당시 최진명 교육부 사학지원과장은 공개토론장에서 교육개방을 대비해 사립전문대학부터 영리법인을 허용해주자는 발언을 공식적으로 한 바 있다. 이것이 교육부가 ‘사학청산 양성화’를 추진하는 숨겨진 목적이다. M&A와 같이 시장원리에 따라 수월하게 학교법인을 청산하거나 통폐합할 수 있으려면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한 영리법인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일부 사립대학들은 학교 재정상황이 열악하고 정부 지원이 적다보니까 해마다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감히 ‘기여입학제’를 도입하자고 선수를 친다. 또 한편에선 대학을 주식시장에 상장하여 투자자도 모집하고 수익도 올릴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기여입학제건 주식시장 상장이든 기본적으로 대학이 영리법인이 되어야 가능하다. 즉 사학의 영리법인화는 직접적인 ‘영리법인화’의 추진이 아니라 여러 우회로를 통해 야금야금 자신의 논리를 확보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미국 학교가 한국인의 교육권 보장이 아니라 돈벌이를 위해서 들어올 것이란 점을 정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테고, 그래서 그걸 허용해준 마당에, 더구나 정부 스스로가 영리법인 얘기를 먼저 꺼내놓고선 “영리법인은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말을 도대체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정부의 거짓말 3. 대학은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한미 FTA를 체결하면 과연 미국의 유수의 명문대학들이 국내에 들어올까? 한미 FTA를 추진하는 정부관료들 가운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얼핏 생각을 해봐도 미국의 입장에선 유학생들이 직접 미국본토에 와서 거주하면서 지출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 이익이지 막대한 자금을 들여가며 해외에 분교를 세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 고등교육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지 않는 한.

그렇다면 FTA를 통해 개방이 되었을 때, 어떤 고등교육기관들이 들어올까? 어떤 학교들이 들어오게 될지 지금으로선 쉽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정식 학위를 부여하는 4년제 정규대학이 들어올 가능성은 전무하다. 오히려 2년제 과정이나, 특정 교육과정이 들어와 이를 이수하면 미국에 있는 본교나 기타 정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미국 유학을 더욱 부추길 것이 뻔하다.

또한 앞서 WTO 협상 당시 미국이 한국에 요구했던 것 중 ‘직업훈련 서비스’에서 두 번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이 발급하는 ‘직업훈련 서비스’라 해서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 목사 자격증 등 직업자격을 부여하는 고등교육기관이나 성인교육기관이 들어와 각종 자격증을 남발하며 장사를 할 공산이 크다.

교육개방을 통해 외국대학이 국내에 들어온다면 쉽게 예상컨대 등록금은 무척이나 비쌀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것이 국내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이다. FTA 협정에서 중요한 원칙 가운데 ‘이행의무부과 금지’ 조항이 있다. 곧 국내에 주재하는 외국교육기관은 국내의 교육기관과 차별 없이 경쟁할 수 있도록 동등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는 곧 국내대학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철폐하라는 압력으로 작용하여 가뜩이나 비싼 등록금 외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아이비 리그’ 수준의 대학이 들어올 리 만무하고, 들어와 봐야 미국유학을 더욱 촉진시킬 파이프 라인을 설치할 것이 뻔한 터에, 더구나 학비마저 비싼 비정규, 영리 대학들이 창궐하게 될 터인데 어찌하여 국내 대학의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더욱 우스운 것은 대학 구조조정이다 해서 수백억 원씩 돈을 처들여가며 강제로 대학을 없애고, 정원을 줄이는 판국에 외국대학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니 온전한 정신이 있기나 한 걸까.

궁지에 몰린 정부, 뻔뻔한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어

정부의 얘기는 도무지 납득이 가는 구석이 단 한 군데도 없다. 거짓말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낳을 수밖에 없다. 덕분에 일이 점점 꼬이고 사태는 악화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틀렸다는 걸 시인하고 FTA를 철회하는 것이 더욱 큰 불상사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