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육시장화정책 현황과 문제점: NCLB를 중심으로

진보교육뉴스 73호

::::: 해방으로 가는 논쟁과 소통

지난 2001년 현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여 "No Child Left Behind Act(NCLB)" 라 명명하고 이듬해인 2002년 1월 8일 이 법안에 공식 서명함으로써 NCLB는 명실상부 미국의 유초중등교육(K-12)을 관장하는 연방 법이 되었다. NCLB는 말 그대로 전국의 모든 공립학교에서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도록' 학생들의 학력수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제 각 주는 저마다 나름의 학력기준을 정하고 2014~2015 학년도까지 주의 모든 학생들이 100% 이 기준을 통과하도록 해야 한다. 학력기준을 통과했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수단은 물론 끊임없는 평가시험이다.

이렇게 모든 학생들의 학력수준을 높이기 위해 NCLB는 학교, 학생, 교사들에게 상당히 강한 책무성을 요구한다. 이를테면 학력기준에 미달한 학생들에게는 사교육(과외)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준다거나 사립학교로 전학 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준다. 교사들에게는 퇴출이라는 무시무시한 제재조치가 기다리고 있다. 또한 실패한 학교에게는 차터스쿨로 전환하거나, 학교운영을 민간업체에 위탁해야 하는 벌칙이 주어진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NCLB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일고 있으며, 부정적 영향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NCLB가 교육시장화라는 숨은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그래서 교육시장화 정책이라는 맥락 속에서 NCLB를 분석하고 이것이 주는 의미 있는 시사점을 발견하고자 한다. 또한 그간의 경험으로 미뤄 짐작컨대 한국의 정책입안자들이 본국에서도 논란이 진행중인 정책을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서도 똑같은 논란을 야기시켜왔기 때문에, NCLB의 핵심요체와 문제점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 여겨진다.

1. NCLB 추진 배경

NCLB 법이 주요 ‘개혁’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타이틀 Ⅰ’ 이라고 하는 연방재정을 지원받는 학교다. 타이틀 Ⅰ 이란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학교를 지원하는 연방재정을 말하는데, 통상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 교육기회에서 많은 차별을 받고, 교육여건도 형편없으며, 학업성적도 낮기 때문에 교육‘개혁’의 집중 대상이 되고 있다. NCLB가 강요하는 높은 책무성은 바로 이 타이틀 Ⅰ 학교가 대상이며, 즉 지원된 연방재정만큼 학업성적을 높이라는 주문이다. 받은 돈 만큼에 상응하는 성적을 높이지 못할 시에는 응당한 제재조치가 가해지는 건 뻔한 일이다.

미국은 대체로 경제력에 따라 거주지가 분화되어 있어, 경제력이 높은 중상류층은 도심 주변에 발달한 교외(suburb)에 모여 사는 반면, 흑인이나 히스패닉계가 주축을 이루는 저소득 빈민층들은 주로 도심의 집값이 싼 지역에 모여 산다. 이처럼 사회계층이나 인종에 따라 주거지의 구분이 명확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의 재산세로 조성되는 교육재정은 지역에 따라 현격한 격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교육재정의 격차는 교육자원, 교육시설 및 여건, 교사임금 등에 있어서 차이를 낳고 이것이 결국 지역간 학력격차를 낳는다. 이렇게 내재된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어떠한 처방도 없이 부실한 공립학교에 무시무시한 벌칙만을 강요하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오히려 학교를 시장화하려는 음모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부시는 역사적으로 아프리카계로부터 가장 낮은 지지를 얻은 반면, 부유층과 재계로부터는 상당한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교육은 공화당 대통령이 가난한 유색인종사회(특히 공교육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와 긴밀한 동맹관계를 맺은 척 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분야다. 그래서 부시는 교육을 인기영합적 전략으로 활용코자 하였다. 부시가 자신의 교육개혁전략을 선거에 적극 활용한 기가 막힌 사례가 있었다. 2001~2002학년도 당시 부시가 텍사스 주지사였던 시절에, 휴스턴에 있는 샤프스타운 고등학교의 교장인 로드 페이지는 자기 학교 학생들의 중도 탈락률이 0%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적이 있었는데, 이는 텍사스 주의 엄격한 학업성취도 평가 정책의 공으로 돌려졌고 ‘텍사스의 기적’이라고 까지 불려졌다. 이후 대선에서 부시가 당선되었고, 로드 페이지는 초대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 후 사프스타운 고등학교의 중도 탈락률 0%는 거짓이었음이 밝혀졌다. 결국 로드 페이지의 속임수 덕에 부시가 당선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이 속임수의 공로로 교육부 장관에 임명되었던 것이었다. 결국 부시 정부는 ‘강한 책무성’ ‘높은 학업성적’ 이란 화려한 수사를 동원하며 NCLB를 자신의 선거전략에 적극 활용했고, NCLB는 부시 대통령에 뒤이어 국민적 지지를 얻어 통과되었다. 실제로 NCLB 법이 의회에서 통과될 당시 민주당, 공화당을 초월하여 초당파적 지지를 얻었다.

2. NCLB의 핵심 내용

NCLB가 추구하는 전략은 전형적인 당근과 채찍 전략이다. 즉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시험을 치르게 하여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과 그 교사, 학교에 대해서는 가혹한 제재조치를 취하고 반대로 통과하였을 시에는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NCLB의 핵심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각 주가 따라야 할 의무사항과 그에 상응하는 보상 혹은 제재조치를 알아보자.

주의 의무사항

- 각 학년별로 주요 과목의 학업성취 기준을 정해야 한다.
- 학생들이 위 기준을 달성했는지 여부를 판별할 평가제도를 개발해야 한다.
- 학교와 학구는 전체 학생의 학업성취도 뿐만 아니라 민족이나 인종, 장애여부 등에 따라 10개의 하위그룹별로 학업성취도를 보고해야 한다.
- 지역의 학교와 학구가 얼마나 잘 교육활동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지역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즉 각 학교는 학생들의 학력평가 결과를 학부모에게 통지해야 하며, 기준 미달 교원의 비율 등 교원의 자질, ‘연간 적정 향상도’ 달성에 실패한 학교에 관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
- 동일 과목, 동일 학년의 모든 교사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평가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전문자격 교원, 임시자격 교원 비율, ‘매우 우수’ 판정을 받지 못한 교사의 비율 등에 관해 해마다 보고해야 한다.
- 2014~2015 학년도까지 모든 학생들이 능숙한 학업성취도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면 '연간 적정 향상도 (Adequate Yearly Progress, AYP)'
- 연간 적정 향상도에 명시된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에 따라 보상이나 제재조치를 담은 책무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2005~2006 학년도부터 3학년부터 8학년(한국으로 따지면 중 2)까지는 해마다 수학과 읽기 또는 국어 시험을 봐야 하며, 고등학생들은 적어도 한 번 이상 치러야 한다. 그리고 2007-2008학년도부터는 초중고 모든 학교에서 적어도 한 번은 과학시험을 봐야 한다. 이렇게 모두 합하면 한 학구에서는 한 해에 모두 17번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렇게 치른 시험결과는 인종, 성별, 가정배경, 영어수준, 장애여부 등 집단의 특성에 따라 10개의 하위그룹으로 분류되어 분석되는데, 만일 한 학교 내에서 하위그룹 중 단 한 그룹이라도 주에서 정한 학력기준(AYP)에 이르지 못하면 이 학교는 '실패한' 학교로 낙인찍히게 된다.

학력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교에 가해지는 제재조치는 다음과 같다. 특이한 점은 아래 제재조치들은 누적적이다. 즉 5년간 AYP를 달성하지 못한 학교는 2년차, 3년차, 4년차 때 적용된 벌칙들도 고스란히 물려받게 된다.

벌칙 조항

- 2년 연속 AYP를 달성하지 못하면 '성적 향상 요망' 학교로 분류되며, 기술적 지원과 학교 선택권이 제공된다.
- 3년간 AYP를 달성하지 못하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보충과외학습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 4년간 AYP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음 중 하나를 따라야 한다.
  : 교직원 교체, 새로운 교육과정 교체, 학교운영권한 축소, 학년이나 수업일수 확장, 학교 내부조직 구조조정, 외부 전문가의 조언
- 5년간 AYP를 달성하지 못하면 학교를 구조조정 해야 하며, 다음 중 하나 이상의 조치를 따라야 한다.
  : 차터스쿨로 전환, 교직원의 전부 또는 대부분 교체, 학교운영을 외부에 위탁, 주요 운영기구 교체, 학교운영권을 주에 넘김

한편, 좋은 성적을 낸 학교에 주어지는 보상책도 있는데, 2년 연속 목표를 달성한 학교에 상장을 주거나 탁월한 성과를 낸 교사에게 재정적 보상을 해준다.

3. 문제점

현재 미국 50개 모든 주에서 NCLB의 전부 또는 일부를 거부하는 입법조치를 취해놨고, 일부 주에선 NCLB에 대해 법적 소송까지 걸었다. 1만 개 이상의 학교들이 “성적향상 요망 학교”라는 불명예스런 낙인이 찍혔으며, 자신들의 요구나 도전도 건의할 수 없는 점차 강화된 처벌조치가 곧 취해질 것이다. 다가오는 2007년에 이 법은 재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법을 수정할 것인지 아예 폐기할 것인지 벌써부터 논쟁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학업성취도 격차에 내재되어 있는 뿌리깊은 사회적 불평등을 극복하겠다는 약속도 없이 개별 학교로 하여금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학교가 이 책임을 다하지 못할 시에는 가혹한 처벌을 감수해야 하며, 이 때문에 학교의 교육활동은 위축되며 불평등은 감소되지 않고 오히려 확대된다.

가. 교육의 본질 왜곡

○ 평가기준의 자의성과 조작 가능성
주별로 2002~2003 학년도에 연간 적정 향상도를 달성하지 못한 비율을 보면, 앨라배마는  5% 인데 반해, 플로리다는 76%에 달했다. 이처럼 목표 달성율이 들쑥날쑥한 이유는 '연간 적정 향상도' 라는 기준 자체가 자의적이라 각 주마다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서로 다른 기준을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마다 모든 학교가 계속해서 성적을 올린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마당에 몇 년 후엔 결국엔 모든 학교가 '실패한' 학교로 낙인 찍힐 것이다. 실제로 2005~2006학년도에는 전체 공립학교의 1/4(23,000개교) 정도가 연간 적정 향상도 달성에 실패했고 이런 추세로 간다면 정말 모든 학교가 '실패한' 학교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자 주는 성취기준을 낮게 조작해서 일시적으로 실패율을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꼼수들은 유색인종이 모여 사는 가난한 학구보다 부유한 백인이 모여 사는 학구로 하여금 각종 제재조치를 피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자체적인 평가권, 교육과정 편성권 박탈
이렇게 학교 외부에서 강제되는 시험이 실시되자 교실에서는 많은 부작용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메인 주에서는 교사가 직접 개발하고 실시하는 평가가 사라졌고, 필라델피아에서는 초등 4학년 학생들이 책을 덜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레곤 주에서는 평가시험을 더 많이 보느라 외국어교육, 음악수업 예산을 삭감했고, 전국적으로 보자면 특히 유색인종이 다수를 차지하는 도심지 학교에서 예술교육 수업이 줄어들었다.
NCLB는 주가 교육과정과 평가를 개선시키기 위해 고안한 자체의 제도를 실행하고 발전시키려는 것을 방해했고, 학교와 학구 수준에서 실행할 수 있는 전체적인 학교모델과 장기간의 근본적 개혁의 이행을 방해했다.

나. 학교의 시장화

○ 학교선택권
연방정부가 AYP를 2년 연속 달성하지 못하면 학교선택권(전학을 갈 수 있는 기회)을 준다고는 했지만, 전학 갈 기회가 허용되는 학생들은 많은 반면, 실제 갈 수 있는 빈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시카고의 경우 270,000명의 학생들이 전학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실제 옮길 수 있는 빈자리는 1,100명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NCLB가 전학을 갈 수 있는 기회만 부여했을 뿐, 학생을 더 수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지원한다던가 실패한 학구에 새로운 학교를 짓는데 필요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들은 '아무나' 받지 않을 것임을 공공연히 내비쳤다.

연방 교육부가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사립학교의 2/3은 학생들을 임의로 배정받는다면 바우처 지원을 거부하겠다고 했으며, 과반수는 공립학교와 똑같이 평가시험을 실시해야 한다면 또한 바우처 지원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게다가 3/4 가량은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이나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어서 영어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학생과 자원이 빠져나가면서 정말 개선이 필요한 학교의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는 데에 있다.

NCLB의 제재조치가 사유화를 위한 위장술임에 불과하다는 증거들은 부시의 2007-8년도 예산안에서 드러난다. 전체적으로 교육예산은 줄었지만, 정부는 NCLB에 따른 전학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립학교를 지원하는 새로운 바우처 제도를 위해 1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 과외교사
3년 연속 AYP를 달성하지 못한 학교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보충과외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1,400명 이상의 과외교사가 주의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중 63%는 사기업 직원들이었다. 일부 학구에서는 소수의 아이들을 위해 비싼 사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려고 자체적인 보충학습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도 했다. 예컨대 사우스타운에서는 10개 학급, 250명 학생 규모에 자격을 갖춘 교사가 지도하는 보충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를 없애고 '설리반 학습센터'가 제공하는 50~60명 규모의 더 비싼 프로그램으로 대체했다. 이들 사기업에서 나온 교사들은 공립학교 교원과 달리 수준 높은 자격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아도 된다.

결국, NCLB는 사회제도를 사유화하고, 공공영역을 축소하며, 궁극적으로 학교와 같은 지역적 통제가 가능한 제도를, 시민들 간의 민주적 관계를 소비자 간의 상업적 관계로 대체하는 시장적 개혁으로 바꾸고자 하는 거대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노력의 일환이다.

다. 교원평가

2005~2006 학년도 말까지 주요 과목(체육, 컴퓨터, 직업교육을 제외한 모든 과목) 교사들은 ‘매우 우수’ 하다는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모든 교사는 교원자격증을 갖춰야 하거나 주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매우 우수’ 판정을 받기 위해 각 교원이 갖춰야 할 자격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 신규 초등교사
- 학사학위 이상
- 읽기, 쓰기, 수학 그리고 기본 교육과정 내의 다른 과목에 대한 교사의 지식과 기술을 검증하는 주 평가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 신규 중등교사
- 학사학위 이상
- 각 과목을 가르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거나,
- 전공학과나 그와 유사한 과정을 마쳤거나, 석사 이상의 학위를 마쳐야 한다.

○ 기존 초중등교사
- 학사학위 이상
- 위 신규 교사에게 적용되는 조건을 충족시키거나,
- 모든 과목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주의 공통된 평가기준이 이 능력을 검증하는데 이용된다).
- 평가기준은 각 과목에 대한 교사의 지식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알려줘야 하며, 중요한 판단근거로 사용되지만 않는다면 해당 과목에 대한 교사경력도 고려할 수 있다.

2005~2006 학년도 말까지 위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 모든 교사들이 ‘매우 우수’하다는 판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타이틀 Ⅰ’ 학교의 신규 교사는 2002~2003 학년도까지 ‘매우 우수’ 판정을 받아야 한다. 기존 교사의 경우 주가 정하는 별도의 기준을 통해 교사의 자질을 검증하도록 되어 있는데, 해당 과목을 전공하지 않은 경우에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얻은 전문적 훈련과 경력을 인정받아 주의 평가기준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연방 교육부가 지난 5월에 각 주로 하여금 자체적인 기준을 적용할 것을 제한하고 점차 이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면서 수천 명의 기존 교사들이 ‘매우 우수’판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할 상황에 처해 있다.

또한 각 학교는 ‘매우 우수’ 판정을 받지 못한 교사의 비율, 임시자격 교사의 비율 등을 해마다 학부모에게 알려야 하며, 교원의 자질을 추적할 수 있는 정교한 정보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 정보를 접한 학부모들은 보다 ‘나은’ 학교를 선택할 권리가 부여된다.

라. 재정지원 부족

NCLB 에는 특별한 학교를 개선시킬 재원을 조성하도록 하는 조항이 분명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한 푼도 요청하지 않았고, 의회도 허가를 하지 않았다. 대신에 NCLB의 ‘학교개선자금’은 타이틀Ⅰ 자금으로 대체되었다. 따라서 지역 학구와 학교의 돈이 주교육부가 NCLB의 제재조치를 이행할 계획을 세우는 데 흘러들어갔다. 교육정책센터는 이를 두고 최근에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주가 지역 학구로부터 빼앗아 NCLB의 제재조치를 실행하도록 다른 학구에 지원하는 사기행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워싱턴 DC에 있는 ‘에듀케이션 섹터’ 연구소에 따르면, 이미 학교들은 NCLB 탓에 3,300만 달러의 시험비용을 치렀는데, 이번 학년도 말에 이르면 추가로 1,140만 달러의 비용을 더 지출할 것으로 예측했다. 각 주들이 시험문항을 개발하는데 학생당 약 20달러의 비용을 지출하지만, 이들 평가시험 중 대부분은 형편없고,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2000년부터 주 평가시험을 채점해왔던 평가업자에 따르면 주 평가업체의 35%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한다. 보스턴 대학의 왈트 하니는 “아이들이 치르는 시험의 질에 대한 공적 관리보다 애완동물 산업과 강아지 사료에 대한 공적 관리가 훨씬 낫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형편없는 시험을 보는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반면,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2003년에 NCLB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562억 달러였는데, 실제 연방정부가 지원한 액수는 236억 달러였다. 그리고 실제로 NCLB에 의하면 학교 지출예산의 7% 정도를 연방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액수는 주와 학구가 분담하도록 되어 있다.

4. 부작용

가. 평가업체 창궐

연방정부의 NCLB 법이 강제하는 학력평가시험 덕분에 사설 평가업체들은 회계사, 평가시험개발자, 영업직원들을 최대한 끌어 모아 평가시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정부회계국에 따르면 각 주들은 지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NCLB에 따른 평가시험을 치르는 데 대략 19억 ~ 53억 달러의 돈을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금액은 사설 평가업체와의 계약 하에 6년 동안 시험문항 개발, 채점, 보고에 들어갈 직접적인 비용이다. 시험을 준비하고 치르고, 모의고사까지 준비하는데 드는 시간과 같은 간접적인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그 비용은 8~15배까지 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표준학력평가시험에 들어간 교육재정은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언제나 학력평가시험을 주관하는 사설 평가업체들은 공적 책임 없이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다국적 거대복합기업의 일부분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다국적 거대복합기업들은 미국의 평가업체들을, 지구전역을 장악하고 있는 출판산업과 연예산업 왕국의 첨병으로 여기고 있다.  

보스턴 대학교수이자 ‘교육평가와 공공정책에 관한 전국위원회’ 수석연구원인 월트 하니는 “평가업체들에 대한 감독은 매우 소홀하다.”며, “실제로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의 질보다 개 사료와 애완동물 산업에 대한 감독이 더 낫다”고 일침했다.

부시가 NCLB를 정당화하기 위해 책무성이란 수사를 사용하곤 했지만, 우습게도 평가업체들의 재정상태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평가시험은 보통 책무성이 없어, 화가 난 학부모, 학생 그리고 학교행정가들이 시험의 오류에 대해 고소를 하겠다고 위협을 할 때에야 비로소 문제점들이 알려지게 된다.

일반 시민들이 평가업체에 대해 거의 아무 것도 모르는 반면, 로비스트들은 국회의원들이 평가업체들의 이해관계를 잘 알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부시가 집권하고 NCLB 계획이 공개되자, 평가업체 대표들은 의회로 달려가 부시가 텍사스 주지사 시절에 시행했던 표준학력평가시험제도를 들이밀었다.

“내가 1982년부터 교육과 관련한 사안들을 로비해왔지만, 평가업체들이 이렇게 활발히 움직이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전국학교행정가협회의 브루스 헌터가 말했다. “어느 공청회자리든, 토론자리든 거대 평가업체들은 적어도 한 명 이상의 로비스트와 함께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게다가 부시와 평가업체간의 개인적 친분관계도 있다. 2002년 1월 네이션 The Nation 지의 기사에 따르면, 부시행정부는 맥그로우-힐이 운영하는 평가업체와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 편안한 관계의 핵심은 바로 “부시 가족과 맥그로우 가족 간에 3대에 걸친 교분관계가 있으며, 1930년대부터 맥그로우와 부시 아버지는 친구”였다. 실제로 부시는 백악관에 입성한 첫 날, 해롤드 맥그로우 3세를 집무실로 초대했다.

NCLB 탓에 평가시험이 창궐하여 작은 평가업체들도 시장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가장 성공한 사례는 Education Testing Service로서, 대학입학시험인 SAT와 AP(대학과목 선이수제)로 잘 알려져 있다. 2003년에 ETS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여, 캘리포니아주와 1억 7천 5백만 달러에 3년 계약을 맺었다.

평가시험을 치르고 돈을 벌고자 하는 업체들은 또 많이 있다. 연방정부회계국의 보고에 의하면 각 주들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NCLB 시험을 보는데 에세이나 자유주제 글쓰기 같은 최고급 유형의 시험은 53억 달러가 소요된다고 했다. 하지만 객관식 유형의 문제로 시험을 본다면 19억 달러면 된다.

그 이유는 시험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채점, 행정처리, 결과보고에 있다. 회계국의 보고에 의하면 콜로라도에서는 시험문항을 개발하는데 전체 비용의 11% 정도만 들고, 행정처리와 채점, 결과보고에 나머지 89%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에세이나 자유주제 글쓰기(객관식 문제보다 분석적 능력을 요하고, 교육적으로도 더 세련되고 가치 있는)는 채점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자유주제 글쓰기 문항을 많이 쓰고 있는 메사츄세츠주에선 2002년에 시험을 채점하는데 매번 7달러의 돈이 더 들었다. 반면 객관식 문항을 주로 쓰는 버지니아와 노스 캐롤라이나에선 각 시험마다 1달러의 비용이 감소되었다.

대다수의 주가 교육재정의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NCLB가 시험을 치르는데 드는 비용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평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재정적 위기가 각 주들로 하여금 기계적 암기와 단순반복 등을 강조하는 수준 낮은 객관식 시험을 보게끔 할 것이란 예측은 당연한 귀결이다.

나. 보충교육시장 확대와 영리형 교육기업의 수익모델 전환

아리조나 주립대학 교육정책연구소가 지난 5월에 보고서를 하나 냈는데,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리 교육기업의 현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영리형 교육기업이란 말 그대로 영리를 목적으로 공립학교나 차터학교를 위탁 경영하고 각종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여 돈을 버는 회사를 이른다. 이들 교육기업은 차터학교의 성장에 힘입어 증가했는데,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학교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함에 따라 차터학교는 급속하게 성장했다. 특히 연방정부의 NCLB은 일정한 학업성취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공립학교는 차터학교로 전환하거나 제3자에게 경영권을 넘길 수 있도록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많은 주들이 차터학교 설립을 촉진하고, 사기업에 위탁경영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교육기업들이 자신들이 영리행위를 할 수 있도록 입법과정에서 활발한 로비를 펼치기도 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06 학년도에 미국 전역에서 모두 51개의 교육기업이 있으며, 이들이 운영하는 학교는 521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가운데 438개 학교(84%)가 차터학교였다.

올해의 주요한 변동사항은 교육기업의 수가 줄어들고 운영하는 학교수도 줄었다는 점이다. 그 중요한 이유는 보충교육서비스 시장(과외, 방과후 학교, 서머스쿨 등)이 성장함에 따라 교육기업들이 점차  학교경영에서 손을 떼고, 이 보충교육서비스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서머스쿨, 과외, 방과후 학교, NCLB에 따른 AYP 달성을 위한 상담과 자문 등 보충교육서비스 시장이 점차 성장함에 따라 학교경영에서 손을 떼고 이 분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에디슨 스쿨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5. 전망

결국 NCLB는 모든 공립학교 학생들로 하여금 쉴 새 없이 시험을 치르게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학교와 학생, 교사에게 가혹한 제재조치를 취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공교육을 축소하고 사유화, 시장화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지 평가시험을 강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교원구조조정, 학교 시장화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플랜 하에 진행되는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도 법안의 폐기 내지는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실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애초 약속과는 달리 연방정부의 재정지원도 형편없고, NCLB가 강요하는 정책에 많은 무리가 따르다보니 실제로 대부분의 주에서 법의 일부 조항을 따르지 않거나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LA의 어느 교장은 ‘연간 적정 향상도’에 대해 ‘나쁜 제도’라 폄하하며, 이를 무시하라고 지시했다. 앨라배마 주 교육위원회는 교원의 질에 관한 조항을 따르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미 의회에는 NCLB의 일부 조항을 폐기하거나 수정하는 법안이 열 개 정도 올라와 있다. 뿐만 아니라 양대 교원노조들도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7년 NCLB 법의 재허가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더욱 공포스런 제재조치가 효력을 발휘할 향후 5년 간 법의 악영향은 점차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실 국내에서도 수준별 수업, 학력평가 확대를 통해 학생 내부의 경쟁 체제를 강화하고 있고, 이것이 다시 교원평가와 연계되고 학교 평가로 이어지는 단일한 평가시스템으로 완성될 위험에 놓여 있다. 미국 NCLB의 사례를 거울삼아 국내에서도 학력 논쟁, 나아가 평가 시스템에 대한 발본적인 논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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