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월간지 현장에서 미래를

[123] '4대보험 부과징수권한 국세청 이관' 논란에 부쳐

'4대 사회보험의 부과징수 권한 국세청 이관' 논란에 부쳐

현장에서 미래를 제123호

이진사



들어가며

정부가 4대사회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의 부과·징수 권한을 국세청 산하에 설립될 ‘징수공단’에 이관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부과·징수 통합에 따른 효율성’, ‘4대보험의 사각지대 해소 가능성’이 주된 관심사다.
그러나 ‘사각지대의 문제’에 대한 본원적 고민이 없이, 소득파악 능력 및 징수능력에 대한 과신이 앞서고 있다. 또한 ‘이들 보험공단의 노조가 강성이어서, 통합에 따른 논란이 거셀 것이다’, ‘99년에도 한번 통합하려 하였으나, 노조의 저항과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실패한 바 있다’, ‘이런 게 제대로 된 개혁아닌가? 강하게 밀어붙여 개혁에 성공하라’는 곁다리 기사가 핵심을 호도한다.
이번 안은 정확히 일주일 사이,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8월 10일 ‘항간에 통합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그 안에 대해서 다음 월요일 발표될 것이다’고 소문이 떠돌던 그 짧은 시간에 전국민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일대 사건이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4대보험의 통합(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이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분위기다. 이달 중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안을 확정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라고 한다.

원칙적으로 ‘4대 보험’의 업무는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다. 단, 그 시기와 방법(누가, 어떻게, 어디까지)의 문제가 남는다. 때문에 각종의 안이 도출되고, 그 장단점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빈부격차차별철폐시정위원회’에서 작년 말 제출되었던 안을 기본으로 하는 이번 보고안은 논의의 주제를 공개하기보다는 갑작스레 언론에 먼저 흘리고 이를 협의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중요한 것은 ‘비효율의 제거’가 아니라, ‘국민적 이익의 구체화’라는 것이라는 것을 이 정부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4대 보험에 업무에 관해서는 ‘모든 사람의 소득이 파악되고, 그에 따른 보험료를 납부하며, 급여서비스를 받는다’는 정답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답을 도출하기까지 필요한 각종의 가설에는 이견이 존재한다. 이번 안에 존재하는 논점을 간략히 정리하여, 향후 진행될 구체적 논쟁을 미리 가늠해보기로 하자.


그간의 경과

「사회보험 관리운영 통합을 위한 정책 건의안」
'98.2월 제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4대 사회보험 통합방안 강구키로 합의하고, 그해 11월 사회보장심의위원회 산하에 ‘4대 사회보험 통합추진기획단 설치’하여(98.11~99.12), 「사회보험 관리운영 통합을 위한 정책건의안」을 확정하여, 관리조직의 단계적 2:2 통합(연금+건보, 고용+산재)을 안으로 제출하였으나, 부처간 이견으로 징수체계 일원화 등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사회보험 적용·징수 일원화 방안」
2005년 9월초부터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와 복지·노동부, 3개 사회보험공단이 참여하여 집중적인 협의를 거쳐 합의안 도출하였는데, 그 안은 사업장 가입자에 한해 보험료 부과기준을 과세대상소득으로, 징수방법을 전년도 소득기준 고지납으로 통일하고, 보험료 부과등급체계 폐지 및 상하한은 유지하는 형태로 하며, 2007년까지 법령개정 작업 및 전산시스템 보완, 후 2008년 이후 중장기적으로 조직체계개편 검토(국세청이관 또는 1개공단에 이관)하는 안이었다.

「사회보험제도의 관리운영체계(적용·징수) 개편: 원칙과 방향」
2006년 7월 20일 참여연대는 양대 노총 등이 참가한 부과징수업무 국세청이관에 대한 토론회를 열어, 징수일원화에 대해는 대체로 동의하나,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론과 선결조건(잉여인력의 재배치 문제 등) 등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진 후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다수 의견 개진하였다.

「 8.28 국무회의 보고예정안」
국세청에서, 사회보험 적용징수공단을 설치하고, 직제설계안, 업무설계안을 국무회의에 보고예정이며, 사회보험의 고용보장 전제로 한다. ‘부과·징수 일원화’의 시행시기는 2008년 1월 1일로 하며, 국세청은 이 업무를 위해 7,800명을 요구했다고 알려진다.


쟁점들

현행 4대보험은 고용·산재보험만이 통일되어 있을 뿐, 보험료부과기준 소득 부과기준 소득은 크게 ‘과세대상소득’(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서 적용)과 ‘임금총액’(고용·산재보험에서 적용)으로 구분된다.
·납부방법 납부방법은 월납(연금·건강보험 적용)과 분기납으로 구분된다.
·보험료 산정방법 보험료산정방법은 국민연금의 경우 45등급의 표준보수월액에 보험료 9%, 건강보험은 100등급의 보수월액에 보험료 4.48%이다. 고용산재보험의 경우 추정임금총액에 보험료율을 곱한 개산보험료를 매년 3월 31일까지 신고하고, 다음해 3월 31일까지 실지급한 임금총액에 보험료율을 곱하여 확정보험료를 납부한다. 고용보험의 경우, 실업급여와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의 3개사업을 진행하며, 각 사업마다 보험료가 다르고 납부의무자 역시 다르다. 산재보험의 경우 사용주 전액부담으로 사업특성에 따라 보험료가 다르다.
등이 다르다. 이로 인해 첫째, 사업주가 각기 다른 3개 공단(고용·산재 보험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처리)을 상대로 하는 행정부담이 크고, 둘째, 각 공단의 적용·징수분야는 업무 자체의 고유성이나 전문성이 부재하기 때문에 별도의 조직(각 공단 내 적용·징수 업무)을 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 셋째, 근로소득 등 소득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공단의 부과방식 특성상 국세청과의 업무 일원화를 통해 소득파악 시스템을 강화하여, 허위 및 누락 등 제도 내에 존재하는 비효율을 제거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효율성 논란’의 핵심이다.

① 행정부담의 문제
행정부담의 문제 중 ‘사업주가 각기 다른 3개 공단’을 상대해야 된다는 주장은 ‘상당한 허구’가 가미된 사실이다. 허구는 ‘각기 다른 3개 공단’을 상대해야 된다는 것이고, 사실은 ‘보험료 부과기준·납부방법’에 있어 차이가 있는 제도로 인해 관련된 문의 등이 있을 경우, 각 공단별로 이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과·징수 업무가 통합되었을 경우 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보험료부과기준·납부방법·보험료산정 방식이 일원화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선결조건 즉, 보험료 부과기준 등의 일원화가 선행되어야 부과·징수 업무가 통합되었을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까지 각 보험은 목적하는 서비스의 차이 즉, 1)장·단기 보험 특성에 의한 차이 2)위험발생률의 차이 3) 적용범위의 차이(사업장만 적용하는 고용·산재보험)로 인해, 각기 다른 제도체계를 형성해왔는데, 이의 일원화가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행정부담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부과·징수 업무의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작 중요한 쟁점은 제껴놓고 껍데기만 보고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② 공단 조직의 비효율
현재 3개 보험공단에는 약 18,0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중 45~48%의 인력이 자격관리(적용) 및 보험료 부과·징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고 할 때, 약 9천명이 3그룹으로 나뉘어 업무를 수행하므로 단순계산하여, ‘3000명이면 할 일을 9천명이 한다’는 식의 주장이 펼쳐진다.
그러나 보험업무 중 부과·징수 업무는 사업주 및 개인의 소득신고를 받고, 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부과하고 징수하는 종합적인 과정이며, 그 과정 중에 상담업무가 끼어들게 된다. 이런 상담 서비스는 정확히 계량되지 않으며, 따라서 그 과정 상 ‘효율’을 측정하는 것은 대단히 ‘비효율’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여기서 비효율은 각 공단조직의 ‘비효율’이라기보다 앞서 언급된 ‘행정’의 문제와 연계되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복업무’에 따른 비효율의 문제는 그 자체의 문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안에 의하면, 국세청 산하 ‘사회보험 징수공단’에서는 필요인원을 7,800명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인력의 비효율 문제는 ‘이관’을 통해서 쉽사리 해결될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관건은 국세청 산하 공단이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서비스 수준의 문제가 될 것이다. 저급한 수준이지만, 보험원리에 입각한 4대 보험에서 ‘안내면 안주지’ 식의 접근을 취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방식인데, 급여서비스와 분리된 ‘부과·징수 업무’에서 이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에 주지할 필요가 있다.


③ 소득파악 능력의 제고 및 이를 통한 사각지대의 해소
임시·일용근로자에 대한 ‘지급조서 제출 의무화 최근 EITC(근로소득보전세제) 도입 예정 등을 계기로 하여, 저소득·일용노동자에 대한 임금 ‘지급조서’를 사용주는 세무서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와 함께 ‘부과·징수 업무’를 국세청에서 처리함으로써, 그간 근로소득이 확인되지 않은 일용노동자 등에 대해서 그 소득을 파악하는 조세인프라를 구축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2003년도 국세청의 임금근로자 근로소득 파악 수준은 약 74% 정도이며, 파악되지 않는 380만 명은 일용노동자이거나, 과세미달 소득자로 확인된다. ‘지급조서’의 제출의무화는 소득파악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임금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파악능력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으며, 이들을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소득을 확인하여(추정방식, 신고방식, 부과방식 등), 보험료를 부과하고 징수하는 것이 공단의 업무였다. 이 업무를 국세청이 처리할 때, 어떤 식으로 처리할 것인가? 저소득 자영업자의 소득은 국세청도 손을 대지 못한 영역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2005년 빈부차별시정위원회와 복지·노동부 및 사회보험 3개 공단은 사업장가입자에 한하여 적용징수 일원화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안은 이런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다.

나가며

소득에 근거하여 보험료를 납부하고, 납부한 보험료를 재원으로 하여 급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방식에서, ‘적절한 보험료의 부과·징수’는 제도의 근간이 된다. 자격·부과-징수-급여로 이어지는 제도의 전반적인 틀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급여’를 모든 사람에게 발생하게 하는 것이다. 즉, 사각지대의 해소이다.
현재의 개혁 논의는 제도개편의 핵심에 존재해야 하는 ‘서비스’는 염두에 두지 않고, 조직 축소 및 통합에 필요한 사전정비에만 몰두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효율’의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