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원구조조정', '교육시장화'에 맞선 '교육공공성 강화투쟁'은 전교조 내부투쟁으로 시작하고 있다.

교육부는 2004년 하반기부터 학회의 연구용역, 토론회, 공청회를 거쳐 몇 달간의 졸속적인 추진으로 2004년 말 교원평가안을 확정하고 올 초부터 본격적인 교원평가를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의 교원평가 추진에 맞서 2003~2004년 전교조 집행부는 공교육개편안을 교육개혁의 대안으로 제시해왔고 2005년부터 시작한 이수일전교조 집행부는 ‘일방적 강행저지, 학교자치평가제(조건부 수용론)’을 내세우고 있다.

먼저 교육부의 교원평가 방안을 살펴보자. 교육부의 교원평가 추진동력은 신자유주의 노무현정권의 ‘저비용, 고효율’의 필요성에 바탕하고 있지만 학부형의 교육개혁열망을 왜곡하면서 온 국민이 교원평가를 희망하고 있다는 주장을 근거로 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원평가의 목적에 대해 “교원의 전문성 신장”이며 “현행 근무성적평정제도가 주로 승진에만 활용되고 있어 교원들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촉진 기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부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더라도 ‘교원의 전문성이 왜 신장되지 않고, 어떻게 신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답은 결코 교육부의 교원평가가 될 수 없다.

교원의 전문성이 신장되지 않는 중요한 원인은 학교 내의 관료주의 때문이다. 교육부-교육청-교장-교감으로 이어지는 관료주의가 만연하면서 교원이나 직원은 무사안일주의와 복지부동의 관행을 익힐 수밖에 없다. 새로 부임한 신참교사는 부임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관료주의에서의 생존방식을 터득하게 되고, 가장 현명한 방법은 ‘사고치지 않는 것’, ‘시끄럽게 하지 않는 것’, ‘시키는 대로 하는 것’, ‘적어도 대답만이라도 예라고 하는 것’을 손쉽게 익힌다. 따라서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만연한 관료주의를 혁신하여 학교를 민주화하고, 학교구성원의 자율성을 신장시켜야 한다.

교육부가 주장하고 있는 이른바 ‘전문성 신장’을 위해 손대야 하는 우선 순위는 무엇인가?

한 사람의 교원은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장기간에 걸친 교원의 양성․임용․재교육(연수)․자기연구 과정에서 탄생한다. 따라서 전문성을 신장시키려면 기존의 교원양성․임용․재교육․자기연구 과정을 검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원의 자기 계발 기제로 ‘평가’가 필요하다면, 합의를 거쳐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기존 양성․임용․재교육․자기연구 과정에 대한 어떠한 검토도 내놓고 있지 않으며, 11월 4일의 교원평가 시범실시 발표에서 공언하였던 관련 대책도 제출하고 있지 않으며 2006년 2월경에야 제출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교원평가만 남게 된다. 이런 까닭에 ‘교원의 전문성 신장’이라는 구호를 사용하고 있으나,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결국 “전문성 신장은 허울일 뿐, 교원을 속아내기 위한 구조조정의 한 방편이 아니겠는가.”

교육부는 교사를 평가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학교현실을 외면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교직원은 교육부-교육청-교장-교감-교직원으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관료체제의 최하 말단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교직원이 교육행위를 수행하나, 실제 결정권자는 따로 있다. 학부모와 학생의 입장에서는 교직원과 직접 대면하고 있기에, 교직원이 결정권자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동시에 교원과 학생․학부모의 관계가 수직적인 경우도 있다. 그런 이유로 교원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불만은 수직적인 관계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으며, 한편으로 한국 교육 전반에 대한 불만이 교원에게 투사된 측면도 있다. 교육부의 교원평가 방안은 한국교육 전반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불만을 관료체제의 말단에 위치한 교원에게 돌리는 측면도 있으며, 그렇게 교원평가 논란이 나오는 순간, 한국 교육정책의 실제 결정권자인 교육부-교육청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평가는 꼭 교원 개인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가? 평가의 대상은 교원 개인일 수도 있고, 학교 전체일 수도 있다.

“교원평가와 관련하여 OECD 검토단은 몇 가지 원리들이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평가는 학교발전을 위한 전략적 맥락에서 실시되어야 한다. 평가의 초점은 교사 개인에게만 전적으로 맞추어져서는 안 되며 전체로서 학교에 평가의 중심이 있어야 한다. 더구나, 평가는 처벌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개선을 위한 도구로 인식되어야 한다”(2004년 OECD의 한국교원정책 검토단, <한국 교원정책 진단과 정책 권고> 중)

교원 구조조정에 활용될 가능성이 여전하다.

11월 4일 교육부 발표에서는 “인사, 승진 제도에 활용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교원 구조조정의 시작이 아닌가’라는 교직단체들의 우려에 대한 답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교육부는 구조조정과 무관함을 역설한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의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 그동안 교육부는 교원평가의 외국 사례로 일본, 미국, 영국을 거론하였고, 국내 사례로 서울의 중동고와 부산의 가야고를 소개하였다. 이 사례들에서 교원평가 결과를 활용하는 방식만 따로 뽑으면 다음과 같다. ,

일본: 승급, 승진, 보수, 인사이동, 지도력부족 교원 관리

미국: 재임용 추천 연계, 격려금, 승진 촉진 요소

영국: 능력개발, 승진, 보수 근거로 사용

중동고: 특별상여금 지급, 포상, 교원자질 향상 및 학교경영 개선

가야고: 담임 배정, 학생의 수업평가 결과는 수업개선에 활용

교육부가 소개한 사례는 모두 교원평가 결과가 인사, 보수, 승진 등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교육부가 ‘활용하지 않겠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믿을 수 있을까? 앞서 소개한 나라들에서는 교직 이직률 및 가장 꺼리는 직업 1위, 교사 부족에 따른 수입(영국), 진보적인 교사 퇴출 통로(일본) 등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중 미국에서 교원평가가 실시되고 있는 것처럼 언급하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국적인 차원에서의 교원평가는 없으며, 몇몇 교육구 차원에서의 교원평가가 있을 뿐이고, 오히려 민주적인 학교운영이 대세다.

또한, 교육부의 주장대로 ‘인사와 승진 등에 반영하지 않는 교원평가’라면, “그럴거면 도대체 왜 하는가?”라는 논란에 언제든지 휩싸일 수 있다. 현행 평가제도인 근무평정제도도 승진과 연결되어 있는 데, 새로운 제도인 교원평가가 인사 및 승진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교육부 정책에 대한 교직원․학생․학부모의 불신은 극에 달해 있으며, 이런 불신은 교육부 정책의 일관성 결여, 철학의 부재 등에서 기인하고 있다. 교직단체가 ‘교원평가 결과를 인사 및 승진과 연결시키지 않겠다’라는 교육부의 호언을 불신하는 데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2004년 9월 교육학회, 교원교육학회, 교육평가학회에 교육부가 공동용역을 줌으로서 시작된 교육부의 교원평가추진이 2005년 ‘대안 있는 투쟁’을 내세우는 이수일집행부가 들어서면서 힘을 얻었다. 2005년부터 시작한 이수일 전교조 집행부는 ‘전면적 폐지투쟁’보다 ‘일방적 강행저지, 대안 있는 투쟁’을 내세우면서 2003~2004년 전 집행부가 구상했던 공교육개편안 중의 일부인 학교자치제를 ‘학교자치 평가제’로 왜곡하면서 전교조의 대안인양 주장했다.

지난 11월 4일 현 집행부는 교원평가를 수용하는 ‘교원평가 시범운영 합의안’을 교육부와 합의했으나 16개 시도지부장들이 참여하는 중집에서 거부당했고, 이어 11월 26일 수원에서 열린 46차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이수일 위원장은 자신의 신임을 걸고 ‘대안투쟁, 조건부 수용론’의 기조에 맞춘 사업계획안을 제출했으나 재석 대의원 과반수인 186표에 한 표 부족한 185표의 찬성으로 부결되자 자진사퇴했고 대의들은 위원장의 사퇴에 따른 비상대책위 구성을 결의했다.

표결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전교조내 ‘대안투쟁으로 위장한 조건부 수용’에 포섭된 세력들도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교원평가를 앞세운 노무현 정권의 ‘교원구조조정’,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에 맞선 교육공공성 강화투쟁은 전교조내부 투쟁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노사과연≫



현장 

‘교원구조조정', '교육시장화'에 맞선 '교육공공성 강화투쟁'은 전교조 내부투쟁으로 시작하고 있다.



김희선|전교조 조합원



덧붙이는 말

"생각하며 투쟁하는 노동자의" [정세와 노동] 제8호 (200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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