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마당] 담배에 대한 몇 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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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사실들은 이미 식상한 것을 넘어 진부하다.


우리는 흡연의 해로운 영향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에 걸쳐 매년 350만 명이 담배 때문에 죽는 것으로 추산하는데, 이는 전체 사망자의 약 7퍼센트에 해당한다. 이 수치는 2020년에는 선진 지역에서는 17.7퍼센트, 개발도상 지역에서는 10.9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담배가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병은 약 25종에 이른다. 담배는 폐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하지만 식도와 구강, 인후, 췌장, 신장, 방광 등에도 암을 일으킬 수 있다. 흡연은 심장병, 발작, 고혈압의 주요한 위험 요소이며, 폐렴과 만성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어머니의 흡연은 유산과 신생아 저체중, 아동 발달 장애를 일으킬 위험을 높인다. 부모의 흡연은 유아 돌연사 증후군의 요인이기도 하며, 아동의 높은 호흡기 질환 발생률과 관계가 있다.

대체로 평생 흡연자들은 담배 관련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50퍼센트이며 그 중 절반은 70세에 훨씬 못 미쳐서, 예상 수명에서 평균 22년이 적은 나이에 죽을 것이다. 30대와 40대 흡연자들은 비흡연자에 비해 심장마비를 일으킬 가능성이 5배나 높다.*1)


현재의 흡연양상이 지속된다면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 중 약 5억 명은 결국 담배로 인해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이들 중 절반은 현재 어린아이이거나 청소년이다. 2030년이 되면 담배는 가장 큰 사망원인이 될 것이고 사망자의 수가 세계적으로 매년 1000만 명을 상회할 것이다.**2)


흡연이 몸에 나쁘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3) 그러나 흡연은 계속되고 있다. 담배에 의한 니코틴 중독은 매우 쉽게 되고, 끊는 것은 아편이나 코카인같은 마약 보다 어렵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이것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했던 과거의 다음과 같은 사례들에서 쉽게 알 수 있다.


1600년대 중반 초기에는 많은 나라, 특히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서 담배 반대의 분위기가 살벌하게 변했다. 일본은 흡연자와 담배 재배자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투옥했다. 중국은 불법적인 담배 거래자들을 참수했다. 1617년 힌두스탄의 무굴 황제는 흡연자들의 입을 찢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거의 같은 시기에 터키의 무라드 4세와 그의 동생인 페르시아의 샤 아바스는 흡연을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로 규정했다. 터키에서는 담배설대를 흡연자의 코에 쑤셔 박고 흡연자를 노새에 태워 끌고 다니기도 했다. 흡연자를 참수형에 처하거나 파이프로 코를 꿰어 매다는 경우도 있었다. 페르시아에서는 담배 거래자의 코와 귀를 잘랐고, 담배를 피운 군인의 귀와 입술을 잘랐다. 담배 상인은 자기가 팔려던 잎담배 더미 위에서 화형을 당했다. 술집에서 담배를 피운 외국 상인들은 유독 잔인한 벌을 받았다. 납을 녹여 목구멍에 붓는 벌이었다. 러시아에서는 고문, 시베리아 유형, 죽음이 흡연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흡연자는 식인종에게 먹잇감으로 보내졌지만 매번 달아났다.****4)


당시 그토록 혹독한 처벌이 가해진 것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문화가 자신의 권력을 전복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배자들의 생각에 기인했다. 어찌되었든 그러한 상황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습관은 계속 퍼져갔다고 하니 담배가 가지고 있는 사람을 사로잡는 ‘힘’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2

담뱃잎 60%, 재생 담배와 줄기 30%, 599종의 향료와 보습제를 10% 섞어 담배가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어떻게 보면 담배를 피우는 것은 그리 썩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갈색의 식물과 여러 화학물질을 태워 그 매운 연기를 자기 몸에 집어넣는 기묘한 행위이다. 이러한 행위는 기원전 1세기 경 마야문명의 제사의식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왜 그렇게 했는지는 잘 모른다고 한다. 아무튼 담배를 피우는 습관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되어 유럽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1492년 콜럼버스와 함께 미대륙에 온 그의 부하들은 원주민들에게 배운 담배를 몇 시간씩 피웠고, 이것을 유럽으로 가지고 갔다. 그러나 “이 식물은 이후 50년 동안 선원들의 냄새나는 악습이요, 식물학자들이나 재배하는 진품(珍品)” 정도로 여겨졌다.

이러던 것이 1560년 프랑스 외교관 장 니코에 의해 “의사들도 불치병이라고 포기한 병들에 대해 경이롭고 확인된 가치를 지닌 인디언 약초”로 소개되었고 “담배는 전 유럽에서 기적의 영약”이 되어 “모든 병”에 사용되었다.*****5) 그러나 ‘약’이었던 담배를 “쾌락을 위한 흡연”으로 바꾼 것은 유명한 월터 롤리 경이라는 사람이다. “무모한 탐험가요 영국 여왕의 총신이던” 이 사람에 의해 사교계에 소개 된 흡연은 영국에서 대대적으로 유행하게 되면서 담배는 산업으로 일어나게 된다.*6)

그러나 여왕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제임스1세는 당대 가장 강력한 담배 반대 운동가로 흡연을 억압하기 위해 담배에 4,000%의 세금을 물린다. 이것은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가 잉글랜드 사람인 롤리경을 싫어했고 또 스페인이 세계 담배 무역을 주도했다는 점에도 기인하지만 그는 담배의 본질을 당시에 이미 꿰뚫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담배가 자기 왕국의 수입(收入)에 막대한 기여를 하게 되었을 때” 그 반흡연 태도를 누그러뜨렸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혹독한 처벌을 가했던 나라들에서도 지배자들이 담배를 이용하여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자 태도를 바꿨다고 한다. 담배는 이토록 오랜 기간 각국 정부의 중요한 수입원이었고 현재도 그렇다.**7)



3

사람들이 기묘한 행위인 흡연을 반복하게 되는 가장 근저에는 그것이 갖고 있는 중독성 때문이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8) 어떠한 계기에 의해서였던 흡연을 시작하게 되고 그것에 중독이 되어버린 “상습 흡연자들”은 “흡연을 중단하면 담배에 대한 갈망, 과민성 흥분, 불안정, 권태감, 수면 장애, 위장 장애, 근심, 그리고 집중력과 판단력과 정신 운동 능력의 저하 등 여러 가지 불유쾌한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그들의 몸은 담배를 피울 때 몸속에 들어오는 니코틴을 그들의 의지와 동떨어져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니코틴은 집중력을 평소보다 오래 유지해주고 높여주며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을 걸러준다. 또한 공격성을 줄여주고 사교성과 평정심을 유지해준다. 단것을 먹고 싶은 마음을 누그러뜨려 비만이 되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점에서 흡연은 가장 효과적인 니코틴 투여방법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흡연을 반복하게 되는 것은 중독된 몸의 요구 말고도 매우 많은 개인적ㆍ사회적 그리고 심리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다. 즉 “흡연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아주 다양한 작용을”하고 있고 이것이 흡연을 반복하는 혹은 담배를 끊지 못하는 아니면 담배를 끊지 않는 이유이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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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이 상식이 된 지금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새롭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그들이 흡연을 시작하는 직접적인 계기는 매우 많다. 그리고 여기에는 어떤 상징적인 이미지가 결부되어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담배는 처음 도입시절부터 악행으로 규정되어 금단의 것이 갖는 매력을 자신의 것으로 하였다. 흡연은 어른들만의 오락으로 청소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에게는 여성해방의 하나의 상징이었다. 여성에 대해 날씬함을 강조한 버지니아 슬림, 매우 친근한 느낌을 주는 낙타 조 카멜*****10), 강인하고 성공한 남성을 상징하는 카우보이의 말보로*11), 자유롭고 당당하며 세련되고 때로는 반항적이고 고독한 혹은 성적매력을 주는 흡연자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것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팔기위한 담배 산업의 고민의 결과이며 그들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광고회사들의 노력에 기인한다. 담배회사들의 광고비는 다른 어떤 산업분야의 경우보다 많다.**12) 그들은 이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갈색의 풀잎에 불을 붙여 그 연기를 마시는 이상한 행위인 흡연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필요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배회사들은 자신의 이윤을 높이기 위해서 더 많은 흡연자들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담배회사들은 고객을 다른 회사로부터 빼앗아오거나 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광고한다. 하지만 그들은 흡연자들을 계속 묶어두기 위해 통일전선을 유지한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 새로운 흡연자를 만들기 위한 투자로서 예비흡연자들을 자신들의 주변에 끌어들이기 위해 그들은 함께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왜냐하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을 설득하여 그들이 언제나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과 처음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 일단 흡연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게 하면 그들을 그곳에 머물게 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폭로된 그들의 한 내부문서는 “‘예비흡연자 혹은 비흡연자’를 ‘상습 흡연자’로 끌어들이는 요소들을 논하면서, 흡연자는 ‘있지도 않은 니코틴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지는 않는다고”하며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오히려 그는 순전히 심리적인 이유에서 흡연을 시작하는 듯하다. 선망 받는 이미지를 모방하기 위해, 남들이 피우니까, 시험 삼아, 도전하고 싶어서, 대담해지려고, 손이 심심해서 등의 이유 말이다. 처음 걸려든 사람은 얼마간 흡연을 경험한 뒤라야 심리적인 ‘만족감’과 상습벽이 분명해져서 스스로 흡연을 요구하게 된다. 사실 흡연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은 니코틴 내성이 충분히 길러질 때까지 불쾌감을 느끼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서로 다른 두 시장, 곧 이미 욕구를 갖고 있는 소비자들과 새로이 기대를 갖고 접근하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동일한 제품을 개발하고 판촉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 우리가 비흡연자나 예비 흡연자를 유인하려 할 때, 이 형태의 제품에는 그가 현재 알고 있거나 바랄만한 점이 아무 것도 없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니코틴의 역할에 대한 선전을 억제해왔으므로 비흡연자는 궐련이 자기에게 어떤 만족감을 줄 수 있는지를 거의 혹은 전혀 알지 못하며, 당연히 그것을 피워보려는 욕구도 거의, 혹은 전혀 없다. 따라서 우리는 그가 담배에서 진정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는 전혀 불합리한 이유를 내세워서라도 어떻게든 흡연을 시도하도록 만들어야만 한다.***13)



5

담배회사는 비흡연자들이 흡연을 시도하도록 하기 위해 또 예비 흡연자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광고를 한다. 그것의 대표적인 예가 여성흡연자를 늘리기 위한 담배회사의 노력이었다.

1920년대 초부터 담배회사들은 아직까지 담배를 금기로 생각하는 여성들을 담배 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광고를 중요하게 활용했다. 처음에는 오페라 배우들을 비롯한 여성 유명 인사를 이용하여 목에 자극이 없거나 기침이 나지 않는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곧 이어 등장한 흡연이 식욕억제제라는 메시지―껌을 씹고 있는 뚱뚱한 여성과 담배를 피우는 늘씬하고 매혹적인 여성의 대비를 통한―를 전달한 광고는 매출을 3배로 증가시켰다. 이는 여성에 대한 담배 마케팅의 기법을 영원히 바꾸어 놓은 것이었다. 그러나 여성의 흡연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를 바꿔 놓은 것은 대중심리학에 바탕을 둔 우연을 유도한 홍보였다.****14)

1929년 담배회사 사장―이 사람은 앞서 말한 흡연이 식욕억제제라는 메시지를 만들어 낸 사람이다―으로부터 홍보를 의뢰 받은 버네이스*****15)는 정신분석학자를 찾아가 여성이 흡연을 시작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물었고, 다음과 같은 상담 결과를 얻었다.


여성들 중에는 궐련을 자유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흡연은 일종의 승화된 구애(口愛)다. 입에 궐련을 물면 입 부분이 흥분되는 것이다. 여성들이 궐련을 피우고 싶어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게다가 담배를 피운 첫 여성들은 아마 남성적 요소가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이어서 이 습관을 남성적 행위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여성 해방이 진척되면서 여성적 욕구들이 많이 억압당하고 있다. 이제 더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과 똑같은 일을 한다. … 남성과 동일시되는 궐련은 자유의 횃불이 되었다.*16)


당연히 버네이스는 상담 후 여성들에게 흡연을 즐기라는 식의 상투적인 광고는 하지 않았다. 그는 “독립과 평등을 갈망하는 여성들의 사회의식을 파고들었다. 여성들이 내놓고 담배를 피우는 일이 거의 없던 그 시절에, 버네이스는 19명의 예쁜 신인 여배우들에게 부활절 가두 행진 때 담배를 피우면서 뉴욕의 5번가를 걷게 했다. 이 여성들은 담배를 집은 손을 흔들며 '자유의 횃불!'이라고 외쳤다. 이 이미지는 사진사들에게 포착되어 전 세계의 신문들에 실렸다.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17) 그의 탁월한 재능은 1924년 담배소비에서 5%에 불과하던 여성을 1931년에 14%가 되도록 하였다. 여성들에 대한 담배회사의 공략은 놀랍도록 집요했다. 앞서 말했듯이 버네이스의 노력은 수많은 여성들을 흡연대열로 이끌어 왔다. 하지만 당시 판매되는 대부분의 담배는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특별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담배를 만들어 냈다. 버지니아 슬림(Virginia Slim), 실바 씬(Silva Thin), 이브 등이며 이것들은 ‘날씬함’과 ‘사회적 성공’을 강조하는 것들이었다. 이 담배들의 매출이 급증하였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담배가 갖고 있는 여성해방의 이미지는 대중심리학과 심지어 여성 차별에 기초한 것이다.***18)

청소년에 대한 담배회사들의 노력 역시 만들어진 이미지에 대한 중요한 증거의 하나이다. 미래의 흡연자인 청소년들에 대한 담배회사들의 관심은 엄청나다. 청소년들은 담배회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대상이다. 담배회사들은 예비 흡연자들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에 그들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19) 담배회사의 연구개발자는 1973년 그들의 내부문서에 이렇게 썼다.


우리 회사가 살아남아 번창하려면 장기적으로 청소년 시장에서 우리 몫을 확보해야만 한다. 나는 30세 이상의 기성 시장용으로 치부되는 현재의 브랜드들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뜰'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특별히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새 브랜드를 개발해야 하는데, 물론 그러면서도 모든 흡연자들에게 호소력이 있는 제품이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 그러므로 청소년 흡연자를 겨냥한 새 브랜드는 어떻게 해서든 '떠야' 하고 그 판촉은 일체감과 소속감, 동아리 의식을 강조하는 동시에 개성과 '자기만의 것을 할 것'을 강조해야 한다. 10대와 20대 초반은 심리적으로 강한 압박, 불안감과 함께 따분함을 느끼는 시기다. 사회적으로 난처한 상황들에 자주 맞닥뜨린다. … 연소자의 성장 중인 취약한 자아상(自我像)에는 가능한 모든 지원과 고양이 필요하다. … 이 자아상 고양 효과는 전통적으로 담배 브랜드들의 판촉 주제였으며, 여전히 강조되어야 한다. … 청소년들의 유행어에 대한 면밀한 연구와 함께 현재 사용되는 고등학교 미국사 교과서, 귀한 물건을 구하는 통로에 대한 검토는 브랜드명과 이미지 광고의 주제를 찾는 데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20)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면서 갖는 일체감, 소속감, 동아리 의식―특히 요즘과 같이 흡연자들이 탄압 받는(?) 상황에서 이것들은 더욱 크다―등 역시 담배회사들에 의해 이용되고 강조되고 조장되었던 것이다.*21)

담배가 갖고 있는 이른바 ‘금단의 것이 갖는 매력’에 대해 잠시 살펴보는 것은 흥미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무엇을 하지 못하게 하면 그것을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특히 할 수 있었던 것을 하지 못하게 하면 이것은 더욱 크게 나타난다. 담배 역시 이러한 요소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심리적 과정을 설명한 것이 “심리적 저항 이론”이다.**22) 이것은 이러한 현상을 “어떤 대상에 대해서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거나 위협당하게 되면, 그 자유를 유지하기 위한 동기가 유발되어 우리는 그 자유를, 또한 그것과 관련된 대상을 포함하여 이전보다 더욱더 강렬하게 원하게” 되고 “행동하게” 되는 것으로 설명한다.

침해된 자유에 대해 저항하려는 인간의 행동은 삶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것은 만 세살 때 처음으로 관찰되는데 이 시기의 아이들은 처음으로 ‘자아(自我)’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기 때문이다.***23) 그리고 이것은 청소년기에 다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왜냐하면 이 시기는 부모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성인으로 나아가는 시기이지만 아직 그들은 의무보다 권리 쪽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이 시기는 중요한데 그것은 그들이 이 시기에 이러저러한 저항을 통해 자신의 자유의 범위와 그 책임에 대해 몸으로 깨닫고 이해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담배회사들은 이것을 놓치지 않는다. 그들은 만화를 이용하고, 카 레이스를 협찬하고 제임스 딘처럼 가죽옷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반항아의 이미지나 말보로맨 같은 강한 남성을 활용하거나 심지어 담배에 꿀을 넣어 단 맛을 첨가하려는 노력도 한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마저도 기회로 이용한다.****24)




6

흡연이 유해하다는 것은 담배가 유럽에 도입되면서부터 주장되어 왔으며 그 선봉에는 미국과 영국이 있었다.*****25) 담배가 암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1761년부터 있었다. 이후 1930년대 궐련을 피우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는 것과 폐암의 발생이 증가되는 것이 관련이 있음이 지적되었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1946년 담배회사의 내부 문서에서도 ‘분명한 발암성’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1952년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담배가 일으키는 암」이라는 기사는 사회에 광범한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1953년 한 과학자는 담배연기의 응축물을 생쥐의 피부에 발라 44%에서 암종(癌腫)이 발생하는 것을 보여줬다. 같은 해 영국의 보건장관은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통계자료가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시사한다’고 발표했”고 담배의 판매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26) 1964년에는 “궐련 흡연이 특정 질병들의 사망률과 전체 사망률에 상당 정도 기여한다”고 하며 “흡연은 미국에서 적절한 개선조치를 정당화하기에 충분할 만큼 중요한 건강 위협 요인”이라는 ‘공중보건국장 자문위원회의 보고’가 발표되었다. 이후 논란을 거쳐 1966년부터 미국 담뱃갑에는 “경고: 흡연은 건강에 해로울지 모릅니다.”라는 경고문이 실리게 되었다.**27) 1971년부터는 미국의 텔레비전에서는 담배 광고를 할 수 없었다. 같은 해 영국 내과의사협회는 궐련의 유행을 ‘대학살’이라고 하였고 중요한 사망원인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영국 담뱃갑에도 “정부의 경고: 흡연은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이 표시되었다. 미국의 경고문도 “경고: 공중보건국장은 궐련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라고 강화되었다. 1973년에는 기내 흡연이 금지되었다. ’80년대에 들어 흡연과 질병의 연관성은 더욱 확실히 증명되었으며 1986년에는 간접흡연의 폐해까지 폭로되었다. ’90년대 초에 이르러 세계 80여개 나라에서 담뱃갑에 경고문을 싣게 된다.***28) 그리고 1994년 미국정신의학회는 ‘니코틴 의존’, ‘니코틴 금단’을 정신과적 질병으로 분류했고, WHO는 니코틴 중독을 ‘담배로 인한 정신적 행동적 장애’로 질병으로 분류했다.****29) 

이러한 담배에 대한 사회적 공격은 전 세계적으로 현재 가장 고조되어 있다. 지난 2003년 5월 21일 192개 국가가 참여한 제56차 세계보건기구(WHO)총회에서 “담배규제를 위한 국제협약(FCTC : 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1999년 제52차 총회에서 결의하여 준비된 이 협약은 각국 정부 대표들이 모여 여섯 차례의 협상 끝에 마련한 것이다. 협약에는 담배광고와 판촉의 규제, 담배 값 인상의 권고, 겉포장의 경고문의 강화 내지는 그림경구의 사용, 마일드 또는 라이트라는 용어의 사용금지, 담배로 인한 피해보상, 담배 성분의 표기 등 11가지 내용으로 되어 있다. 현재 각 국은 협약을 이행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30)

담배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가장 커다란 위기의 시기이다. 그러나 이것이 어떻게 끝나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들은 수많은 위기에 시달려 왔지만 모두 슬기롭게(?) 대처해 잘 극복해 왔으며 세상에는 아직도 뻗어갈 신생 시장(중국, 동남아시아, 동유럽, 여성, 청소년 등)이 많기 때문이다.*31)



7

국제 협약은 담배를 규제하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금 부여를 통한 담뱃값 인상조치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이것은 흡연율을 낮추는 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이며 특히 청소년의 흡연율 감소에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알려졌다. 물론 담뱃값 인상조치는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우리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지난 2005년 4월 ‘국제협약’에 비준을 함으로써 66번째로 담배 규제의 흐름에 동참하였다. 그리고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담뱃값의 인상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자 하였다. 우리나라의 담배값은 상대적으로 매우 싼 편이다. 따라서 이것은 매우 중요한 조치가 된다. 하지만 이것은 이러저러한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담뱃값 인상에 대해 반대하는 논리는 여러 가지이다. 흡연은 중독에 의한 것으로 가격을 올려도 흡연자들은 계속 흡연을 할 것이고 이것은 세금을 더 걷으려는 얄팍한 속셈이라는 비판이다. 이들의 일부는 정부가 자본에 대한 감세조치를 하여 줄어들은 세금을 이것으로 보충하려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조치를 나름대로 계급적인 포장을 하여 비판한다. 몇몇은 담배가 어느 정도 가격 탄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담뱃값 인상이 어느 정도 흡연율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그것은 가난한 사람에게 더 가혹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끊을 수 없는 사람에게는 부담을 지우는 것이고 능력이 없어 끊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불평등한 조치라고 비판한다. 캐나다의 예를 들며 담배밀수가 늘 것이라거나 담배 재배농가, 담배 소매상, 지방정부, 담배제조 종사자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망가져도 내 몸 내가 망가뜨리는 것인데 왜 정부가 상관하느냐면서 이러한 조치는 명백한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의 마지막 주장을 일단 제외하면 이러한 반론은 어느 정도 진실을 반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담배의 중독성은 엄청나다. 따라서 일부 담배중독자들은 가격이 아무리 비싸져도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다. 이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격을 올리면 흡연자중 일부는 담배를 끊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새롭게 흡연자의 대열로 오는 사람도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이것은 거의 절대적이다. 그리고 담뱃값 인상을 포함한 담배 규제의 궁극적 목표는 담배의 근절이다. 따라서 담배의 중독성이 담뱃값을 올리는 것에 대한 반대의 논거로 제시되는 것은 부적절하다. 오히려 그것은 새롭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고, 담뱃값 인상은 그 중요한 수단이 된다.

담뱃값이 오르면 가장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가난한 사람이라는 주장도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분명히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되는 사람은 돈이 없는 사람일 것은 분명하다.  담뱃값이 오르면 청소년의 흡연율이 감소하는 첫 번째 이유가 청소년들이 경제적인 측면으로 볼 때 가난한 측에 속하기 때문이고 여성의 흡연율이 남성들보다 더 떨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이것은 담뱃값을 올리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숨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순수성(?)을 증명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인용하는 것이다.**32)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돈이 없어 못하는 것이 어디 그것뿐인가? 그런 것들은 너무 많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이미 담배에서도 있어 왔다. 이른바 몸에 덜(?) 나쁜 것으로 여겨지는 ‘고급 담배’는 몸에 더(?) 나쁜 것으로 보이는 ‘싸구려 담배’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따라서 능력이 되는 사람이 피워 왔다. 실제로는 몸에 좋지 않기 때문에 몸에 덜 나쁜 담배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수많은 이름으로 담배는 만들어졌고, 몸에 덜 나쁜 것처럼 느껴지는 외제담배는 가격이 비쌌다. 이미 담배를 피우는 것에서도 사회적 불평등은 관철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불평등을 말하고자 한다면 그는 담배의 불평등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그것보다 더 큰 사회적 불평등, 착취 그리고 그것의 기초가 되는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에 대해서 반드시 말해야 한다.***33)



8

나는 6년 전에 담배를 끊었다. 나는 운이 좋게 담배를 늦게 배웠다. 고등학교까지 범생이였던 나는 대학에 와서 그것도 4학년이 되어서야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 담배를 늦게 피우게 된 것은 내게 영향을 많이 준 한 선배의 덕택이다. 그는 나의 교육을 담당했는데 특이하게도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특이하다고 한 것은 당시 남녀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선배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왜 담배를 피우지 않는가를 그에게 질문했다. 그의 대답은 간단하고 단호했다. 혁명의 순간에는 담배가 공급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그러면 되겠는가? 그래서 피우지 않는다.****34)

그 순간 나는 선배들이 세미나를 시작하기 전에 참가자들의 담배를 챙기는 것, 담배가 떨어져 그것을 구하러가기 위해 세미나가 중단되는 것, 농활 때 분배된 담배 개수의 정당성 문제로 싸우는 것 등이 생각났다. 때로는 멋있게 보였고 해방의 상징으로도 보였던 담배에 선배들이나 동료들이 종속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랬다.

그러나 내 삶이 운동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 무엇인가 언짢은 일이 있어 친구에게 얻어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였는데 정말 마음이 편하게 되는 것을 느꼈다. 그 후 나는 담배를 참 많이 피웠다. 어떤 후배는 내가 담배를 끊었다는 것을 놀라운 일이라고 한다. 그는 내가 담배를 절대 못 끊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그런데 내가 담배를 끊게 된 것은 간단한 이유였다. 어떤 계기를 통해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된 나는 집회를 마치고 뒷풀이에 참가했다. 그곳에서 담배를 끊은 여자 후배의 말을 듣게 되었다. 그는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담배를 끊게 되었는데 그러고 나니까 공부가 너무 잘 된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책을 읽어도 도무지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나는 담배를 끊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른 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곳에서는 한 선배―이분은 현 노사과연의 권정기 편집위원장이다―가 담배를 끊으면 하루에 힘이 들어 다섯 시간도 못하던 일(운동과 관련한 일)을 10시간을 해도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나는 공부도 하고 운동도 잘하기 위해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다음 날부터 담배를 끊겠다고 그 자리에서 선언하고 시계를 보면서 밤 12시까지 쉬지 않고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날의 두 사람의 말과 담배를 늦게 피울 수 있게 해준 앞서의 선배의 도움이다.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누군가가 가끔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는 내게 “담배를 완전히 끊은 것 같네.”라고 덕담을 하면 나는 “아니.”라고 말하며 “아직까지 안 피우고 있는 중이고 계속 그러려고 해.”라 대답한다. 왜냐하면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내 마음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담배의 중독성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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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전성식|회원,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회원





*) 타라 파커-포프, 『담배, 돈을 피워라―씨앗에서 연기까지 담배산업을 해부한다, 코키토, pp. 162-3. 이 글은 이 책의 도움을 매우 많이 받았다. 특별한 출처를 밝히지 않은 담배와 관련한 수많은 지식들은 이글에서 빌려왔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담배산업에 대해 쓴 글이고 저자의 표현을 빌면 “좋건 궂건 자본주의적 이상의 전형(典型)인 한 산업에 대한 일종의 입문서다.”(p. 16.)


**) 「정부와 담배규제의 경제학―세계은행 보고서」 (http://www.kash.or.kr/user/main.asp?leftType=2&mainType=pds3) ‘흡연과 경제’ 6번 글.


***)“담배는 크롬, 카드뮴, 비소, 페놀 등 69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 종 이상의 화학물질 등을 포함하고 있다. 담배 1개비를 피울 때 들이마시는 페놀의 양은 1991년 151t의 페놀에 의해 오염된 낙동강 물 1만㏄, 즉 1000㏄ 페트병 10병을 마시는 것과 같다. 담배에 포함된 유해물질에는 사형집행시 사용하는 청산가스도 들어 있다. 담배 30갑에서 나오는 청산가스를 몸무게 70㎏인 정상인에게 단숨에 먹인다면 이중 절반이 사망한다. 암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담배연기가 직접 접촉하는 부위에 생기는 암인 구강암, 혀암, 식도암, 기관지암, 폐암의 경우에는 흡연이 발병원인의 90%를 차지한다. 이중 폐암은 2004년 현재 한국인 암발생의 1위(19.4%)를 차지하고 있다. 담배연기가 직접 접촉하지 않는 기관의 암인 자궁경부암, 췌장암, 방광암, 신장암, 위암, 혈액암의 위험은 흡연할 경우 1.5배~3배 정도 늘어난다. 이밖에 흡연은 고혈압과 고지혈증, 동맥경화, 중풍, 심근경색 등의 위험도를 3~4배가량 높인다. 수많은 질병 가운데 흡연과 연관되지 않는 것은 하녀무릎병(장기간 무릎을 꿇고 바닥을 치울 때 무릎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병)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http://news.media.daum.net/edition/life/200601/20/newsmaker/v11454028.html)


****) 타라 파커-포프, p. 209.


*****) 영국에 역병이 유행할 때 이튼 칼리지의 학생들은 일과인 흡연을 하루라도 거르면 채찍질을 당했다고 한다.


*) 앞의 글, pp. 22-4. 이러한 공헌으로 니코는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남겼다. 담배의 속(屬)명 니코티아나(Nicotiana)는 이 사람의 이름에서 따왔다. 롤리경의 이름은 비틀즈의 노래에도 나온다.


**) 앞의 책, pp. 205-210.


***) 빅 토바코의 하나인 레이놀즈의 회장을 역임한 로스 존슨은 이렇게 말했다. “물론 그것은 중독성이 있다. 바로 그 점이 사람들이 그 물건을 피우는 이유다.” 또 담배 연구가 러셀은 “담배연기에 니코틴이 없다면 사람들이 비눗방울 불기나 불꽃놀이보다 담배를 더 좋아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으며(앞의 책, pp. 194-5.), ‘안전담배’ 개발의 일환으로 나온 무니코틴 담배는 실패했다.(앞의 책, pp. 186-7.)


****) 앞의 책, pp. 189-198.


*****) 낙타 조 카멜은 청소년을 공략할 목적으로 만화로 재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심지어 미국의사협회의 저널에 의하면 6세 아동들이 미키 마우스 만큼이나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1) 최초의 말보로맨은 폐암으로 죽었다.


**) 지금은 상황이 변했지만 아주 달라진 것은 아니다.


***) 앞의 책, p. 116.


****) 이것은 다음과 같은 생각에 기초하는 것이다. “베이컨과 같은 상품을 판촉할 때 전통적인 홍보 담당자들은 그것이 싸고 맛이 좋으니까 더 먹으라고 말하는 광고들은 생각해 낼 것…하지만 더 효과적인 홍보 활동은 제품 그 자체의 특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대중심리학의 원리’에 근거한다. 다시 말해,…대중의 식습관이 의사들에게 큰 영향을 받으므로, 성공적인 베이컨 홍보는 의사들을 설득해 베이컨의 이로운 점들을 들어 적극 권하게 만드는 것…그렇게만 되면 소비자들은 금방 수긍한다는 것이”다. (앞의 책, pp. 126-7)


*****) 그는 프로이트의 조카로서 PR의 개조(開祖)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책『프로파간다』―이 책은 히틀러에게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집단정신(group mind)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생각이 있을 자리에는 충동과 습관과 감정이 있다. 결정을 내릴 때, 첫 번째 충동은 대체로 믿음직한 지도자의 본을 따르는 것이다. 이는 가장 견고하게 확립된 대중 심리의 원리들 가운데 하나다.” (앞의 책, p. 127.) 이 때문에 대통령과 총리의 흡연은 금연운동가의 개탄의 대상이다. (김일순,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대통령과 총리」(시론 115. http://www.kash.or.kr/user/main.asp?leftType=4&mainType=essay) 두 사람이 진정으로 ‘본받아야 할 믿음직한 지도자’인가 하는 문제는 이것과 전혀 무관하다.


*6) 앞의 책, p. 128.


**) 앞의 책, p. 128. 버네이스는 녹색인 담배갑이 여성들의 옷과 어울리지 않아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연구자들의 말을 듣고는 실크업자를 설득해서 녹색을 그 계절의 유행색으로 만들었고 사교계의 명사를 설득해서 녹색 드레스를 입고 참석하는 녹색무도회를 열게 했다. 당연히 행사는 담배회사가 후원했다.


***) 이것은 성인 여성에게도 큰 효과가 있었지만, 어린 소녀들에게 더욱 효과적이어서 11세부터 17세까지의 소녀들의 흡연율을 "연령대별로 최소 35퍼센트에서 많게는 110퍼센트까지" 뛰게 만들었다.


****) 어린 나이에 담배를 피게 하는 것은 담배회사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왜냐하면 “종신 흡연자의 75퍼센트는 열일곱 살 이전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사람들이고, 스물한 살이 넘어서 흡연을 시작한 사람들은 90퍼센트 이상이 쉽게 담배를 끊기 때문이다.” (앞의 책, p. 10) 전체적으로는 담배 끊기에 도전한 흡연자 중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만이 이에 성공한다.


*****) 앞의 책, p. 149. 담배회사들은 다음과 같은 청소년의 특성도 이용한다. “그들은 실험을 꺼리지 않으며, 더 높은 연령대에 비해 또래 집단의 다른 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처음 선택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훨씬 높다.”(앞의 책, p. 148)


*1) 말보로의 성공도 이러한 이미지 조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성용 담배로 하찮은 브랜드였던 말보로는 미국에서 동경 받는 남성상인 카우보이를 등장시켜 남성들에게는 ‘자기 손으로 성공한 사나이’, 여성들에게는 ‘낭만적인 과거’를 떠올리도록 조작하였다. 말보로는 “독립성을 과시하고 싶은 젊은 남성 흡연자들에게 잘 먹혀”들었고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흡연자들을, 특히 새 흡연자들을 끌어들”여 미국 시장을 장악했다.


**) 로버트 치알디니, 「6. 설득의 법칙―희귀성의 법칙」,『설득의 심리학』, 21세기북스, pp. 329-371. 이것 때문에 반흡연운동이 역효과가 난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 ‘미운 세 살’은 이러한 현상의 표현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도 이러한 것의 표현이다.


****) 담배회사들은 미국의 각 주 정부와 소송을 하는 대신 거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합의를 한다. 그런데 다음의 현실은 역설적이다. “이제 전국에 걸쳐 많은 보건 정책들이 주(州)차원의 합의에 따라 담배회사들이 제공하는 수백만 달러의 기금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중 많은 금액은 아동 대상의 반흡연 캠페인에 사용된다. 현재 이 문제가 반흡연 운동의 일차적 관심사가 되어 있는 듯한데, 아이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 여러 연구들은 그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원래 권위에 도전하기를 좋아하므로, 수백만 달러를 들여서 담배를 비방하는 광고를 하면 오히려 담배의 매력만 높여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담배는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금단의 열매로 남아 있을 것이다. 담배회사들은 자체적으로도 아동과 10대들을 대상으로 반흡연캠페인을 벌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반흡연 운동가들은 금연 캠페인에 대한 담배산업의 자금 지원을, 10대 흡연을 억제하기는커녕 결과적으로 좀 더 의미 있는 시도들을 위협하는 기업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본다.” (타라파커-포프, pp. 231-2)


*****) 이들 국가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영국과 미국의 지배계급이 인민의 권리에 대해 좀 덜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이 문제에 있어서 이중적이었다. 왜냐하면 국내에서는 담배회사에 맞서 흡연과의 전쟁을 치루지만, 국외적으로는 담배회사를 지원하여 수출을 돕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1996년 ‘워싱턴 프스트’는 이렇게 썼다. “정부의 한쪽 팔이 미국인들에게 흡연의 위험을 경고하는 바로 그 순간에 다른 팔은 이 산업이 해외에서 새로운 세대의 흡연자들을 끌어모으는 걸 돕고 있었다.”(앞의 책, p. 72) 미국과 유럽의 흡연율이 약28%정도에서 고정되어 있고, 세계 11억 명의  흡연자 중 3억 명만이 미국과 유럽에 있으므로 아시아, 동유럽, 인도, 아프리카는 담배회사들의 신천지이다. 이들 지역의 여성, 청소년의 흡연율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으며 이곳의 여성과 청소년이 담배회사들의 목표다.


*6) 이에 대해 담배회사들이 앉아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이들은 ‘담배산업연구위원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흡연에 의해 발생하는 건강에 대한 우려를 과학적으로 논박하기 위해 노력했다. 위원회는 흡연과 질병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는 과학자들의 의견을 담은『궐련 논쟁에 대한 과학적 시각』이라는 소책자도 발간하는 등 건강에 대한 우려에 논쟁을 유발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물론 자신들에게 찬성하는 사람들에게는 돈을 주면서 글을 쓰게 하였으며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것은 그들의 중요한 전술이었다. 이 위원회는 최근 법정 소송 합의 과정에서 해체되었다.


**) 위원회는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발견했고, 드물기는 하지만 여성들에 대한 자료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재밌게도 이 당시 미국의학협회(AMA)는 경고문을 표시하는 것을 반대했는데 이 협회는 그 해 담배 연구 보조금으로 담배회사로부터 1천만 달러를 받았었다. 지난 시기 의사들은 담배광고의 주요한 모델이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미국 성인 인구의 흡연율은 1950년대 50%였던 것이 1970년에 37%로 떨어졌고 현재는 28%정도이다.


***) 1992년 영국의 새 경고문은 간명하다. “흡연은 죽인다.(Smoking Kills.)” 경고문은 나라마다 천차만별이었고 WHO는 대부분의 경고문이 불분명하다고 했다.


****) 사회적 분위기가 이러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회사들은 의회 청문회에서조차 담배의 중독성 및 암과의 관련성을 부정했다. 그들은 90년대 말이 되어서야 담배의 중독성과 유해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것을 인정한 동기는 과거에 대한 참회가 결코 아니었다. 그들은 부인으로 일관하던 과거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통해 이후 흡연의 책임을 모두 개인에게 돌리려 한다. 이렇게 함으로서 현 세대의 흡연자들이 혹시 미래에 그들에게 법적 공격을 했을 때 이를 방어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 담배의 해악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따라서 이를 반대하는 여러 사회적 노력은 당연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정부가 적극적으로 흡연을 억제하고 나서는 이유이다. 이들 나라들은 이른바 ‘혐연권’과 마찬가지로 ‘끽연권’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고 ‘흡연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의 태도는 급격하게 변화했다. 이것은 이른바 ‘신자유주의’와 커다란 관련이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의 전반적 위기가 재격화’됨으로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사회보장 제도를 공격할 필요를 느낀다. 그들은 금연운동에서 중요한 하나의 계기를 발견한다. 흡연은 그와 관련된 많은 만성질환을 발생시켜 의료비 지출을 크게 늘리고 이것은 커다란 골칫거리의 하나다. 따라서 흡연을 줄이는 것은 그 자체로 흡연과 관련된 질병의 발생을 감소시켜 의료비 지출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다. 동시에 흡연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인정되는 담뱃값 인상은 놀랍게도 흡연자를 줄여주면서도 정부 수입을 크게 증가시켜 주는 것으로 되어있다.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이 정책을 왜 거부하겠는가? 그래서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는 자유주의자들의 공격도 이 지점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1) 그래서 한 담배회사의 회장은 1998년 이렇게 말했다. “공중보건 어쩌고 하는 사람들이 지난 40년 동안 이뤄놓은 것은 무엇인가?”. “그 사람들은 우리를 파산시켜서 흡연을 근절할 생각이지만 내 장담하건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앞의 책, p. 234) 미국에서 있었던 각종 소송에 의해 이들이 엄청난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 와중에서도 엄청난 돈을 벌었다. 1999년 레이놀즈(윈스톤, 세일럼, 카멜을 만드는 빅 토바고)는 미국에서만 75억 6천만 달러를 팔았고 이는 전년에 비해 33%가 증가한 액수였다. 필립 모리스(말보로를 만드는 세계 최대의 민간 담배회사)는 같은 기간 28% 증가한 196억 달러―전 세계적으로는 470억 달러―를 팔았다.


**) 그들은 순수하다. 그들은 이른바 사회지도층․정부고위관료․정치가 등을 설득하기 위해 이렇게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능력도 없는데 담배를 더 많이 피운다. 그들은 그래서 더 병에 많이 걸린다. 이것은 결국 우리가  나중에 책임져야 한다. 그러면 돈이 더 많이 든다. 담뱃값을 올리면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피우지 못하게 되고 이것을 예방할 수 있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순수하다. 나는 적어도 이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러 주장에 반대하는 더 노골적인 주장이 상대측에서도 나온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보건 의료 체계를 고갈시키는 나이에 이르지 않은 흡연자들의 죽음으로부터 사회가―적어도 금전적으로는―얻는 이득도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자 로버트 D. 톨리슨은 흡연율이 낮아지면 ‘기대여명’이 늘어나서 결국 미래의 의료비 총액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앞의 책, p.51)


***) 나머지 이러저러한 반대 이유에 대한 반론은 여기서 다룰 수 없다. 아무튼 그것에 대한 해결책은 순수한 사람들이 이미 제시했다. 적절한 가격 인상, 자금 지원을 통한 재배 작물 변경과 업종 전환의 유도, 담배판매 마진율의 보장 등이 그것이다.


****) 그 당시에는 가명을 곧잘 사용했는데 그 선배의 이름은 준혁(혁명을 준비한다)이었다. 그는 변절하지 않고 지금도 열심히 활동한다. 이른바 ‘민족해방파’ 진영에서. 하지만 나는 그 선배를 아직도 존경한다.


덧붙이는 말

"생각하며 투쟁하는 노동자의" [정세와 노동] 제10호 (2006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