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누가 “산별노조운동의 후퇴와 민주노조운동의 분열을 초래”하는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의 “보건의료산별노조의 규약을 위반한 집단탈퇴 무효”결정에 대해

배경 -

잘 알려진 것처럼 2004년 보건의료노조의 임단협에서 체결된 내용 중 “산별교섭 잠정합의안 10장 2조”*1)를 서울대병원지부는 폐지할 것을 주장하였고, 보건의료노조는 이를 거부하였다.

기존에 존재하는 지부 단협을 후퇴시켜 지부들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독소조항이라며 “10장 2조”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는 서울대병원지부와, 사용자를 교섭테이블에 끌어내고 산별교섭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산별협약의 규정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필요했던 보건의료노조와의 대립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였다. 결국 보건의료노조의 출범에 핵심적 역할을 하였고, 최대의 지부였던 서울대병원노조는 지난 2005년 4월 2일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였다. 그리고 보건의료노조의 주요 사업장의 탈퇴는 계속되었고, 2006년 2월 이들은 전국병원노동조합협의회(병노협)를 출범시킨다. 병노협은 강원대병원지부노조, 경북대병원지부노조, 동국대병원노조, 서울대병원지부노조, 울산대병원노조, 충북대병원지부노조, 한동대선린병원노조, 제주지역의료노조(준)(서귀포의료원지부노조, 한마음병원지부노조, 제주대병원지부노조, 제주의료원지부노조, 한라병원지부노조)으로 구성되었고, 조합원은 5000여 명에 이른다. 보건의료노조의 조합원이 4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10%가 넘는 규모이다.

한편 병노협은 공공연맹을 상급단체로 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추진하여 왔으며, 2006년 1월 10일 공공연맹으로부터 울산대병원노조, 충북대병원지부노조, 강원대병원노조, 제주대병원지부노조, 제주의료원지부노조, 동국대병원노조, 제주한라병원지부노조 등 총 7개 병원 노동조합이 가맹을 승인 받았다. 서울대병원지부노조의 경우에는 이보다 앞선 2005년 6월에 가맹승인을 받은 바 있다.

이 과정은 서울대병원지부노조와 보건의료노조와의 갈등, 그리고 공공연맹과 보건의료노조와의 갈등의 과정이었다.




노동자의 단결권을 부정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

민주노총은 지난 2월 13일(월) 열린 제3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서울대병원지부노조 등의 보건의료노조 집단탈퇴는 무효라는 결정을 내리고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민주노총 규약 4조(목적과 사업) 내용과 민주노총이 지향하고 있는 산별노조 건설의 방향에 따라, 산별노조의 규약을 위반한 집단탈퇴는 무효이다.” 


“집단탈퇴는 무효”라는 결정으로 민주노총은 보건의료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여기서 “집단탈퇴”의 의미는 조합원 개인들의 개별적 탈퇴가 아니라 기업단위노조가 한 단위로서 탈퇴한다는 의미이다. 중집의 결정이 얼마나 구속력을 가지는지는 모호하지만, 어찌되었든 이 결정에 의하면 병노협을 구성하는 노조들은 다시 보건의료노조의 지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결정은 우선 근거가 없다.

중집은 결정의 근거로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민주노총 규약 4조(목적과 사업)의 내용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4조(목적과 사업)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 향상과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보장되는 통일조국, 민주사회 건설을 목적으로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한다.

1.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제민주세력과 연대 강화

2. 민족 자주성의 확립, 민주적 제권리 확보,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

3.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 등 조직역량 확대 강화

4. 산업별 공동교섭 공동투쟁 체제확립, 산업별 노조 건설, 전체 노동조합운동의 통일


이 내용 중 “4. 산업별 공동교섭 공동투쟁 체제확립, 산업별 노조 건설, 전체 노동조합운동의 통일”이라는 조항이 유일하게 중집의 결정과 관련된 내용이지만, 누가 보아도 그러한 결정을 끌어낼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지 못하다.


둘째, “민주노총이 지향하고 있는 산별노조 건설의 방향에 따라”라는 부분이다. “산별노조의 건설방향”은 민주노종이 제시하고 있는 기본과제에 언급되고 있다.


기본과제 

6. 산업별 공동교섭, 공동투쟁 체제 확립과 산업별 노동조합 건설

... 민주노총은 ... 산업별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형태 발전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첫째, 산업별 공동교섭, 공동투쟁 체제를 확립하여 광범한 노동조합을 단일한 전선으로 결집하고 노동조건의 동질성을 확보한다. 둘째, 동종산업 내에서 노동과정과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부분부터 업종별 단일노조 또는 지역노조로의 재편을 추진한다. 셋째, 단위노조의 일상활동, 일상투쟁을 충실히 추진하고, 현장조직의 정착을 통한 현장활동 활성화와 조직간 연대를 공고히 하여 단위노조의 조직역량을 강화한다.


위 내용 중 둘째 부분인 ”동종산업 내에서 노동과정과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부분부터 업종별 단일노조 또는 지역노조로의 재편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중집의 결정과 관련시킬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지만, 이로부터 이번 결정을 끌어낼 수는 없다.

그래서 세 번째로 제시하고 있는 “산별노조의 규약을 위반한 집단탈퇴”라는 근거가 그나마 언급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노조의 규약에는 가입과 탈퇴에 대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8조(가입 및 탈퇴) 조합의 선언, 강령, 규약을 찬동하여 조합에 가입하고자 하는 자는 소정의 가입신청서를 해당 지부 또는 지역본부를 경유하여 조합에 제출하며, 위원장의 승인으로 조합원 자격을 취득한다. 탈퇴 역시 가입절차에 준한다.**2)(강조는 인용자)


이 규약이 중집의 결정에 대한 근거가 되려면 첫째, “조합에 가입(탈퇴)하고자 하는 자”라는 규정은 개별가입과 개별탈퇴만을 의미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자”를 단체나 조직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1998년 병원노련에서 보건의료산별노조로 전환할 때 기업별노조가 산별노조지부로 조직형태변경, 즉 단체가입이라는 형식을 취한 것은 보건의료노조 스스로 규약의 “자”를 단체나 조직으로 해석한 것이다. 따라서 “집단탈퇴가 무효라면 보건의료노조도 무효”라는 병노협의 주장은 정당하다. 둘째로 규약에 “집단가입과 집단탈퇴를 금지한다”라는 별도의 규정이 있어야만 한다. 규약이 명백히 금지하는 행위를 했을 때만 “산별노조의 규약을 위반”하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행위를 한 것은 규약을 위반한 것이 아니고, 당연히 제재를 할 만한 규약상의 근거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중집의 결정은 억지 주장이다. 규약이 허용하는 행위만을 해야 하고 그 외의 행위는 제재를 하겠다는 결정을 통해 중집은 자신의 무지와 폭력성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폭력은 병노협과 공공연맹에 대한 폭력만이 아니라 바로 민주노총과 나아가 노동자계급 전체에 대한 폭력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들이 폭력적으로 부정한 것은 바로 노동자들의 단결권이기 때문이다. 5000여 명의 병노협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결정으로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고, 병노협으로 단결하고, 상급단체로서 공공연맹을 선택하였다. 조합을 조직할 권리, 탈퇴할 권리, 상급단체를 결정할 권리는 모두 단결권의 기본적인 내용이다. 이를 부정함으로써 멀게는 수백 년에 걸친 노동자계급의 투쟁의 성과를 부정하고, 가깝게는 바로 민주노총 자신이 서 있는 기반을 허물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중집과 보건의료노조는 단결권을 부정하면서 산별노조로의 더 큰 단결을 어떻게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인가? 민주노총 중집은 자해행위에 대해 자기비판 해야 한다.



지도력 파탄을 선언한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는 민주노총 중집이 이러한 무리한 결정을 내리도록 음으로 양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들이 “보건의료노조 집단탈퇴는 무효”라는 결정을 끌어낸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들은 조합원들에게 무엇을 한 것인가?

서울대지부노조의 경우 2004년 보건의료노조 탈퇴 여부를 묻는 투표에 참가한 조합원의 89.9%가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는 것에 찬성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는 “집단탈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개별탈퇴를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탈퇴를 반대한 10% 가량의 노조원은 보건의료노조서울대지부로 남을 것이고, 보건의료노조 관료들은 그만큼은 건질 것이다. 그러면 탈퇴한 90%의 노동자는? 현행법에서 하나의 기업에 2개의 노조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복수노조 금지조항) 새로운 노조를 만들 수가 없다. 그들은 흩어지든지 아니면 굴욕적으로 남아 있든지 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은 당연하다. 이것보다는 집단으로 탈퇴하여 현재와 같이 병노협의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 해당 노조나 민주노조운동의 역량보존이라는 차원에서 이익이 된다. 그래서 서울대병원지부노조는 자신들이 집단탈퇴를 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 관료들의 관심은 오직 자기조직의 이해 즉, 10%의 노동자라도 건지는 것에 가 있는 것이다. 나머지야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이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물론 더 이상의 이탈을 예방하는 쐐기를 박은 것도 커다란 수확일 것이다.

작년에 민주노총의 “강승규 비리사건”으로 이수호가 물러날 때 “솔로몬의 아기”이야기를 운운했다고 한다. 바로 보건의료노조는 공공연맹***3)에 가입한 병노협을 붙잡아 당기고 있다. 그리고 민주노총 중집의 결정으로 보건의료노조는 애기의 팔 하나를 뜯어올 수 있게 되었다며 환호하고 있다. 애기야 죽든 말든...

이번 폭력적 결정은 보건의료노조 관료들의 지도력이 파탄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누가 분열을 초래했는가

자본은 항상 “노사공동체”, “노사화합”, “노사단결”을 말한다. 이들에게는 분열과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노동자이다. 자본의 주구인 부르주아 정치꾼들도 “사회대통합”, “국민의 단결”을 말한다. 이들에게도 분열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노동자이다. 그러나 사실은 어떤가?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으로 분열되어 있는 자본주의 사회를 누가 결사적으로 지키고 있고, 누가 그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는가? 분열의 책임은 바로 자본가계급과 그들의 주구인 부르주아 정치꾼들에게 있다. 지배계급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다.

보건의료노조 관료들도 항상 “산별노조로의 단결”을 말한다. 단결을 해치는 집단탈퇴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은 단결의 수호자이고, 병노협은 단결 파괴자이다. 그러나 사실은 어떤가? 산별협약을 우선시하는 “10장 2조”를 강요한 것은 상대적으로 강력한 기업단위노조를 가지고 있어 더 유리한 단협을 이미 쟁취하고 있는 지부들과의 분열을 자초한 것이다. 병노협의 구성이 서울대병원노조, 경북대병원노조 등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있고 노동조건이 양호한 대학병원노조로 이루어졌다는 데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4) 더구나 “10장 2조” 폐기를 주장하는 서울대병원지부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유인물을 돌리는 행위를 보건의료노조는 “조직질서를 문란하게 한 행위” “보건의료노조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서울대병원노조지부장을 징계하였다.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의 등을 떠민 행위다. “10장 2조”를 고수하면서 결과적으로 지부의 단협 개악을 강제하여 노동조합의 존재이유를 부정하고, 나아가 민주적 토론이라는 공동활동의 전제를 파괴한 보건의료노조가 분열의 1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 2005년 6월 8일 공공연맹 중앙집행위원회에는 서울대병원지부노조의 가맹을 승인하였고,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2005년 6월 9일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는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연대, 양심과 도덕마저 팽개친 채 산별노조운동의 후퇴와 민주노조운동의 분열을 초래하는 공공연맹의 6월 8일 중앙집행위원회 결정사항을 전면 철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5).


우리는 반문한다. 진정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연대, 양심과 도덕마저 팽개친 채 산별노조운동의 후퇴와 민주노조운동의 분열을 초래하는” 자는 누구인가?



어떠한 산별노조를 건설할 것인가?

산별노조 건설이 민주노조운동의 주요한 과제로 된 지 한참 되었다. 분명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단지 산별노조의 건설만이 아니라 어떠한 산별노조를  건설할 것인가도 동일하게 중요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산별노조 건설의 과정은 현장노동자들의 힘을 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조 상층 관료들의 권한만을 키우고, 노동자민주주의가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관료주의를 만연하게 하고, 계급적 단결이 확대ㆍ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조직된 대기업노동자와 미조직된 중소기업노동자로의 분열이 확대되고, 변혁지향성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계급협조주의와 개량주의가 강화되는 과정으로 되고 있다.

이른바 “10장 2조” 문제로 불거진 “보건의료노조의 분열”과 병노협의 건설은 분명 계급협조주의적 관료주의자들에 의해 장악된 산별노조에 대한 신선한 문제제기이다.

2006년 2월 병노협은 출범을 선언하는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우리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 운영, 현장 중심의 투쟁하는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규-비정규직을 뛰어넘어, 조직-미조직을 뛰어넘어, 기업과 업종을 뛰어넘어 지역을 골간으로 하는 산업노조 건설을 추진해갈 것이다.*6) 


이들의 “선언”이 어떻게 구체화될 지는 미지수이다. 계급타협주의를 거부하고 “현장 중심의 투쟁하는 노동조합”, “정규-비정규직의 연대”와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 통해 계급적 단결을 확대하는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노동운동의 절박한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병노협의 힘찬 투쟁을 기대한다. ≪노사과연≫



현장


누가 “산별노조운동의 후퇴와

민주노조운동의 분열을 초래”하는가

―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의 “보건의료산별노조의 규약을 위반한

집단탈퇴 무효”결정에 대해



권정기|편집출판위원장





*) ※10장 2조 : 단, 제9장(임금), 제3장(노동시간단축), 제1조(근로시간단축), 제5조(연, 월차 휴가 및 연차수당), 제6조(생리휴가)는 지부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우선하여 효력을 가지며, 동 협약시행과 동시에 지부의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을 개정한다.


**) 보건의료노조 규약.


***) 공공연맹은 자의반 타의반 싸움에 휘말렸지만, 당연히 책임을 이들에게 물을 수는 없다.


****) 그렇다고 이들의 탈퇴를 보건의료노조 관료들처럼 “대병원이기주의”라고 매도해서는 안 된다. 선진자본주의 국가 노동자들의 성취가 하나의 모범으로 후진자본주의 국가노동자들의 목표가 되고, 투쟁을 자극하는 힘이 된다. 일국 내에서도 대기업노동자들의 성취는 후진부위가 쟁취해야 할 목표가 되고, 이들을 자극하여 투쟁에 나서게 하는 힘이 된다.


*****) 제목 : 산별운동을 후퇴시키고, 민주노조운동을 분열시키겠다는 것인가? 공공연맹은 서울대병원지부노조 가맹승인을 철회하라!


*) [병노협성명] 전국병원노동조합협의회 출범에 즈음하여.


덧붙이는 말

"생각하면 투쟁하는 노동자의" [정세와 노동] 제11호 (2006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