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주노동자는 바란다

언제 이주노동자들이 동일노동에 동일 임금을 받는 시대가 올 것인가. 언제 한국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하고, 똑같은 월급을 받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가끔 듭니다.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온 사람들입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가족들과 함께 잘살기 위해서 이 나라에 오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지난 18년 동안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이용당해 왔습니다. 87년도에 가사노동을 하기 위해 오는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고용허가제, 산업연수생, 중국․소련 동포 등 여러 종류의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와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포라고는 하지만 일하기 위해서 온 한국인 2, 3세 조차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나 중․북 아프리카, 몽골, 소련에서 온 사람들이 3D업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은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노동자도 아니다. 우리는 노예다.’ 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이주노동자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 땅에는 등록, 미등록을 합쳐 50만의 이주노동자가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의 정책에 의해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올 것입니다. 2005년도에 11만 6천명이 들어 왔으며, 2006년도에는 10만 5천명이 들어 올 예정입니다. 단일민족의 나라 한국에 외국인 아내를 맞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으며 여기에 혼혈 문제도 있습니다. 한국은 이주노동자와 관련하어 ILO(국제 노동기구)의 협약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족 동반 제도도 없으며, 자녀들에게 충분한 교육도 제공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의 약 60%가 미등록 상태이며 지난 몇 년간, 미등록 이주노동자, 즉 정부에서 말하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도 이 숫자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비인간적인 단속 과정에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임금도 받지 못하고, 인권 침해를 당하고, 산재를 당하고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한국에서 추방당해 왔습니다. 또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무서운 단속 때문에 자살하기도 하고 심장마비로 죽어가기도 했으며,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불러 놓고도 이주노동자의 생활환경 전반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있지 않으며, 또 불합리한 로테이션 제도를 통해 말과 문화를 익힌 숙련된 노동자들을 재활용 쓰레기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법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권리도 없고, 자기 선택권 또한 없습니다. 우리는 송출업체를 믿고 한국에 왔지만 비인간적인, 비인권적인 대우를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 노동자들에게도 피해가 되는 일입니다.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서 싸우고 있는데, 자본가들이 이주노동자들을 데리고 와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또 한국 노동운동을 방해하기 위해서 이주노동자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와 한국노동자를 분열시키고 서로 노동자끼리의 싸움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정부와 자본가의 이런 작전에 반대하여 싸우고 있습니다. 지난 해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을 만든 후에 노동조합 탄압은 계속되어 왔고, 위원장은 현재 11달째 감옥에 갇혀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노조 간부들이나 조합원들이 강제단속에 의해 추방당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많은 종교단체를 통해서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을 찾고 있는데, 이는 특히 ‘가난한 나라, 불쌍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하는 존재다’라는 잘못된 입장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MTU)은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들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또 오랫동안 이 나라의 경제에 도움이 되는 노동자로서 ‘불법체류자’가 아니라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받기 위해서,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부터 산업연수생 제도 폐지, 고용허가제 폐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강제추방 반대를 위해 평등노조 이주지부가 처음으로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주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노동자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한국 노동자들과 함께 어깨를 걸고, 손에 손을 잡고 같이 투쟁하면서, 이주노동자 문제를 한국 사회에 알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폭력적인 정책을 막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노동자들에게 이주노동자들은 아직은 노동자로서, 혹은 동료로서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장이 허락해주지 않으면 이 나라에서 합법적인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또 미등록 상태에서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이 나라에 오는 이주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저임금으로 장시간 일하게 됩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말, 한국 문화, 한국 사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들이 한국에서 일하게 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기나라 문화, 종교, 언어에 대해서 인정도 못 받고 인종 차별을 당하고, 아무리 인권 침해를 받아도, 임금 체불을 당해도 해결을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아직 한자리에 뭉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 스스로 뿐만 아니라 한국노동자들도 같은 노동자로서, 동료로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가와야 합니다. 서로 서로를 믿고 같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합니다. 이번 3월에 있었던 여수 건설노조의 ‘외국인력투입반대’에 대해서 하나만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노동자들이 반대해도 자본가들은 이주노동자를 이용하고 한국노동자들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노동자와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길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2005년에 울산플랜트 건설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에는 이주노동자들도 같이 참여하고 같이 연행당하고, 또 추방당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말은 그냥 말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것을 현실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와 자본가와 싸울 때는 우리들도 단결해야 합니다.


이번 여수플랜트노조의 경우뿐만 아니라 전에도 많은 현장에서 이렇게 이주노동자들은 이용당하고, 한국노동자들은 피해를 받는 일들은 종종 있었습니다.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뭉쳐서 싸워야 합니다. 아무리 피부색, 문화, 언어가 달라도 노동자가 노동자에게 서로 인정받지 못하면 정부와 자본가의 탄압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도 인간이며 똑같은 노동자입니다. 동일노동에 동일 임금을 받고 4대 보험의 보호를 받고 노동자의 권리를 똑같이 가져야 합니다. 이주노동자와 한국 노동자와의 불합리한 임금차이가 한국의 노동자들,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협합니다. 이에 고용주를 위한 법인 고용허가제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와 한국노동자들이 노동자와 노동자의 분열을 없애고 자본에 맞서 당당하게 함께 싸우는 그 날을 위해 지금부터 함께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노사과연≫



현장


이주노동자는 바란다



마쑴 |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덧붙이는 말

"생각하며 투쟁하는 노동자의" [정세와 노동] 제12호 (2006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