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베라 폐업이후 670일 만에 출근하는 조합원들을 보며

지난 2004년 6월 21일 회사 측의 일방적인 폐업과 해고에 맞서 회사정상화와 원직복직을 위한 투쟁을 한 지 619일 만인 지난 2월 28일 회사정상화와 전 직원 원직복직에 합의를 했습니다.

이렇게 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포기 하지 않고 투쟁한 우리 조합원들과 연대의 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힘은 결국 2004년 11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와 2005년 8월 중앙노동위원회의 위장폐업 판결을 받아냈고, 서울행정법원의 중재를 통한 합의를 만들어냈습니다. 지난 2월 28일 합의 후 법적인 종결처리와 호텔 재개장에 따른 행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투쟁을 시작한 지 670일 만인 2006년 4월 20일 다시 호텔로 출근을 하게 된 것입니다.

7월 중순경으로 예상되는 영업개시를 위해, 4월 17일부터 호텔수리가 시작되어 전체 조합원 중 70명이 4월 20일에 회사에 복귀하여 청소 및 정비를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인원은 영업개시 1달 전에 모두 복귀하기로 했습니다. 영업개시 전 복귀인원 70명은 기본급을 받고 주 5일근무를 현재 하고 있습니다.


출근하는 우리조합원 동지들의 얼굴은 너무나 행복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모습의 우리 동지들을 보니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하고 눈에 눈물이 솟구치는 걸 억지로 참아봅니다.

그동안 얼마나 어려운 투쟁을 해왔던가. 지난 투쟁의 날들을 생각해보면 한편의 슬픈 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 땅에서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노동자로서 670일 동안 돈 한푼 벌지 못하고 투쟁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를 겁니다. 돈이 없어서 딸자식 유치원을 못 보내게 됐을 때, 어느날 밤 그 어린 6살의 딸이 하는 말, “아빠,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싶은데, 왜 나를 유치원에 못 가게 해?”

그날 밤 집 앞 공터에서 담배만 피우면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 중에 그렇게 가슴 미어지게 울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잘 참아준 아내와 철없던 두 딸들에게 너무나 고마울 뿐입니다.


이제 가족들에게 이런 아픔을 주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합니다. 우리 호텔리베라 조합원동지 174명이 모두 이런 아픔을 이겨낸 정말 자랑스러운 이 땅의 아빠, 엄마, 아들, 딸들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호텔리베라 조합원들은 서민들이 살아가기에는 이 나라가 얼마나 힘든 곳인 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투쟁했던 것처럼 지금도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의 아픔을 압니다. 우리는 함께 투쟁할 겁니다. 어디든 달려가서 함께 싸울 겁니다.

그래서 우리 후손들에게는 정말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줄 겁니다. 투쟁의 현장에서 연대의 힘이 얼마나 큰 힘인지를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땅의 노동자들이여, 우리 함께 연대합시다! 그래서 승리합시다! 그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 세상을 바꾸는 투쟁 우리 한번 만들어봅시다.



**유성 호텔리베라 노사합의문


1.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종결되고 행정적인 제반문제가 해결되어 법적, 행정적 문제가 없을 시 합의 후 조속한 시일내로 영업을 정상화한다.

2.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의 효력은 영업개시날로부터 1년간 유지한다.

3. 판결종료되고 행정적인 제반문제 해결되었을때 생계보조비를 지급하고 영업개시 후 영업이익이 발생하였을 때 기본급의 100%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4. 개보수기간동안 근무직원에 대해 기본급을 지급하고 영업개시일 전 1개월은 전직원을 근무키로 한다.

5. 정년퇴직 해당자는 폐업기간에 한해 근무연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6.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및 일용직의 계약직 전환문제는 노사대화합의 차원에서 적극 검토한다. (비정규직 5명 전원 정규직 전환 합의)

7. 정상영업 후 복귀자에 대해 고용을 보장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며 노동조합 및 모든 복귀직원은 평화적 노사관계를 선언 조속한 호텔영업 정상화에 전력을 다한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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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파업 , 호텔 , 리베라 , 합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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