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다시 한 번 두마내각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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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이것은 기회주의자들이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항상 사용해 왔고, 또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주장이다. 커다란 것은 단번에 성취될 수 없다. 우리는 작지만 성취할 수 있는 것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그것을 성취할 수 있는지 여부는 어떻게 아는가? 대다수의 정당 또는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가들의 대다수가 동의하는 것이면, 그것은 성취할 수 있다. 어떤 사소한 개선사항에 동의하는 정치가들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것을 성취하기도 그만큼 쉽다. 우리는 유토피아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되며, 큰 것을 추구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현실적인 정치가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작은 것들에 대한 요구에 참여해야 하며, 이러한 작은 것들은 큰 것들을 위한 투쟁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작은 것들을 큰 것을 얻기 위한 투쟁에서의 가장 확실한 단계로 간주한다.

이것이 바로, 혁명가들과는 달리, 모든 기회주의자들, 모든 개량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우익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두마 내각에 관하여 주장하는 방식이다. 제헌의회라는 요구는 커다란 것이다. 그것은 곧바로 성취될 수 없다. 결코 모든 사람이 이 요구를 의식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1) 그러나 국가 두마 전체, 즉 절대다수의 정치가들―말하자면, '전체 인민'-이 두마 내각을 찬성하고 있다. 우리는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 현존하는 악과 그것에 대한 극히 사소한 교정 중에서.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현존하는 악에 불만을 느끼는 최대 다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극히 사소한' 교정을 찬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은 것을 성취함으로써, 큰 것을 위한 우리의 투쟁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이것은 전세계 모든 기회주의자들의 기본적이고, 전형적인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필연적으로 어떠한 결론을 유도하는가? 우리는 어떤 혁명적 강령도, 어떤 혁명적 정당도, 어떤 혁명적 전술도 필요없다는 결론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혁이지 그 이상이 아니다. 우리는 혁명적인 사회민주당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적이고 사회주의적인 개혁 정당이다. 실제로, 기존의 상황이 불만족스럽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존재하리라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물론,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또한 불만족한 사람들의 최대 다수가 이 불만족스러운 상황의 가장 사소한 교정을 언제나 찬성하리라는 것도 역시 분명하지 않은가? 물론, 언제나 찬성할 것이다. 따라서 악을 교정하기 위한 가장 사소한 요구를 언제나 지지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 선진적이고 '계급의식적인' 사람들이 의무이다. 이것은 추구해야 할 가장 확실하고 가장 현실적인 정책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요구 등등에 관한 모든 말은 단지 '유토피아주의자들'의 말, 단지 '혁명적 언사의 남발'일 뿐이다. 우리는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 그것도, 우리는 언제나 현존하는 악과, 널리 유행한 그에 대한 가장 온건한 교정책 중에서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야말로 바로 독일의 기회주의적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주장했던 방식이다. 그들은 사실상 그렇게 말했다! 반사회주의 법률들의 폐기, 노동일의 단축, 질병에 대한 보험 등을 요구하는 사회-자유주의적 경향이 존재한다. 부르주아지의 상당히 커다란 분파가 이들 요구를 지지한다. 요령없는 행동으로 그들을 쫒아내지 말라, 그들에게 우호적인 손길을 내밀라, 그들을 지지하라, 그러면 여러분은 현실적인 정치가가 될 것이고, 여러분은 노동계급을 위해 작지만 현실적인 이득을 획득할 것이며, 그리고 여러분의 전술로 고통받게 될 유일한 것은 '혁명'에 관한 공허한 말들일 뿐일 것이다. 여러분은 여하튼 당장 혁명을 일으킬 수는 없다. 반동과 개혁 사이에서, 비스마르크적 정책과 '사회제국' 정책 중에서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프랑스의 사회주의 각료들도 바로 베른쉬타인주의자들2)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그들은 사실상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반동과, 수많은 현실적인 개혁을 약속하는 부르주아 급진주의자들 중에서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이들 급진주의자를 지지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들의 내각을 지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혁명 운운하는 허튼소리들은 단지 '블랑키주의자'3)나, '무정부주의자', '유토피아주의자' 등의 잡담일 뿐이다.

이 모든 기회주의적 주장의 주요 결함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사실상 그들이 역사의 유일한 진정한 추동력으로서의 계급투쟁이라는 사회주의의 이론을 '단결된', '사회적' 진보라는 부르주아 이론으로 대체한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즉 맑스주의(비맑스주의적 사회주의는 오늘날 진지하게 토론할 만한 것이 못된다)의 이론에 따르면, 역사의 진정한 추동력은 혁명적 계급투쟁이며, 개혁은 이 투쟁의 부차적인 산물이다. 부차적인 이유는 그러한 개혁들은 이 투쟁을 약화시키거나 무디게 하려는 따위의, 실패한 시도들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부르주아 철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진보의 추동력은 그 어떤 제도의 '불완전성'을 깨달은 사회의 모든 분자들의 단결이다. 첫번째 이론[맑스주의 이론: 역자]은 유물론적이고, 두번째 것[부르주아 철학자들의 이론: 역자]은 관념론적이다. 첫번째 것은 혁명적이며, 두번째 것은 개량적이다. 첫번째 것은 근대 자본주의 국가에서 프롤레타리아트의 전술을 위한 기초로서 복무하며, 두번째 것은 부르주아지의 전술적 기초로서 복무한다.

두번째 이론으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되는 것은 평범한 부르주아 진보주의자들의 전술이다. 즉, 언제 어디에서나 '보다 나은 것'을 지지하라, 반동을 선택하든가 아니면 반동에 반대하는 세력들 중 극우익을 선택하라는 전술이 그것이다. 첫번째 이론으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되는 것은 선진적인 계급은 독자적 혁명전술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우리의 임무를 개량주의적 부르주아지 속에 널리 유행하는 슬로건들을 지지하는 것으로 격하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독자적인 정책을 추구하며, 의심할 바 없이 오직 혁명투쟁의 이익에 유리한 개혁, 의심할 바 없이 프롤레타리아트의 독자성과 계급의식, 투쟁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개혁만을 추진한다. 오직 그러한 전술에 의해서만, 항상 무성의하고, 항상 위선적이며, 또 항상 부르주아적 또는 경찰적 올가미를 숨기고 있는 위로부터의 개혁들을 무해하게 할 수 있다.

아니, 그 이상이다. 오직 그러한 전술에 의해서만 중요한 개혁과 관련하여 진정한 진보가 이루어질 수 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 진실성은 국제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전체 역사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개량주의적 전술이 진정한 개혁을 확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진정한 개혁을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혁명적인 계급투쟁 전술을 추구하는 것이다. 실제로, 개혁은 혁명적 계급투쟁의 결과로서, 그 독자성과 대중적 힘, 확고부동함의 결과로서 쟁취된다. 개혁은 언제나 기만적이고 모호하며, 주파토프주의4)의 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들은 오직 계급투쟁의 강도에 비례해서만 현실적이다. 우리의 슬로건을 개량주의적 부르주아지의 그것과 융합함으로써, 우리는 혁명의 대의를, 그리고 따라서, 개혁의 대의도 약화시키게 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혁명적 계급의 독자성과 불굴의 정신, 힘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어떤 독자들은 물을지도 모른다. 왜 혁명적 국제 사회민주주의의 이들 기본적 원칙을 되풀이하는가? 우리의 대답은 이렇다 ― 왜냐하면, [골로스 투르다](Golos Truda)5)와 많은 멘셰비키 동지들이 이들 원칙을 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두마 내각, 즉 카데트6) 내각이야말로 바로 그러한 기만적이고 모호한, 그리고 주파토프적인 개혁이다. 전제와 거래하려는 카데트들의 시도로서의 그러한 개혁의 진정한 의의를 망각하는 것은 맑스주의를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진보철학으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개혁을 지지함으로써, 그것을 우리의 슬로건들 속에 포함시킴으로써, 우리는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의식을 흐리게 하고, 프롤레타리아트의 독자성과 투쟁역량을 약화시키게 된다. 우리의 오랜 혁명적 슬로건들을 온전히 견지함으로써 우리는 현실적인 투쟁을 강화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개혁의 가능성도, 그 개혁들을 반동이 아니라 혁명에 유리하게 전화시킬 가능성도 증대시키게 된다. 우리는 이들 개혁 가운데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것은 모두 카데트에게 넘겨주고, 그 가운데 긍정적 가치를 지닌 것은 모두 스스로 활용한다. 오직 그러한 전술에 의해서만 우리는 트레포프7) 씨 등과 나보코프8) 씨 등이 서로 딴죽을 거는 것을 이용하여 이들 두 존경스러운 곡예사들을 구덩이 속에 던져넣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러한 전술을 추구해야 비로소 역사는 비스마르크가 독일 사회민주주의자들에 관해 말했던 바―"사회민주주의자들이 없다면, 사회개혁도 없었을 것이다"―를 우리에 관해 말하게 될 것이다. 혁명적 프롤레타리아트가 없었다면, 10월 17일9)도 없었을 것이다. 12월10)이 없었다면, 두마의 소집을 저지하려는 시도들은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또 다른 12월을 보게 될 것이며, 그것은 장래의 혁명의 추이를 결정할 것이다....


후기. 이 논문은 우리가 『골로스 트루다』6호의 머릿기사를 읽었을 때에는 이미 집필되어 있었다. 우리 동지들은 자신들의 오류를 수정하고 있다. 그들은 이제 각료직을 받아들이기 전에 두마 내각이 전국의 모든 지방의 계엄령의 폐지, 비밀경찰의 폐지, 총사면과 모든 자유의 회복을 요구하고 확보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매우 좋다, 동지들. 두마 내각에 관한 결의안에 이러한 조항들을 삽입하도록 중앙위원회에 요구하라. 정말로, 당신들 자신이 그렇게 하라. 그러면 결의안은 이렇게 될 것이다. ― 두마 내각, 즉 카데트 내각을 지지하기 전에, 우리는 두마, 즉 카데트들이 혁명의 길을 택하도록 요구하고 보장받지 않으면 안 된다. 카데트들을 지지하기 전에, 우리는 카데트들이 카데트이기를 멈출 것을 요구하고 보장받지 않으면 안 된다.


 



번역: 최상철(편집위원)


1) 오직 두마의 소수파만이 이러한 요구를 지지하고 있다. ― 레닌


2) 베른쉬타인주의자들 ― 국제 사회민주주의 속의 반(反)맑스주의적, 기회주의 경향의 대표자들. 이러한 경향은 19세기 말에 독일에서 발생했고, 수정주의자의 가장 공공연한 주창자인 에두아르트 베른쉬타인(Eduard Bernstein)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다.


3) 블랑키주의자(Blanquists) ― 블랑키주의는 오귀스트 블랑키(Louis Auguste Blanqui, 1805-1881)가 이끈 프랑스 사회주의 운동의 한 조류로서, 계급투쟁을 부인하고 소수자의 음모에 의해 인류를 해방시키려 하였다. 블랑키주의자는 그러한 사상과 운동을 지지하고 추종하는 사람들.


4) 주바토프주의 ― 모스크바 비밀경찰의 우두머리이자 헌병 대령인 주바토프(Zubatov)의 이름을 딴 '경찰 사회주의' 정책. 1901-03에 그의 주도 하에 전제(專制)에 대항한 노동자의 투쟁을 전환시키려는 합법적인 노동자 조직이 결성되었다. 주바토프의 활동은 내무장관인 B. K. 플레베(Plehve)의 지지를 받았다. 주바토프주의자들은 노동자계급의 운동을 순전히 경제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돌리려 하였으며, 노동자들로 하여금 정부가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도록 만들려 하였다. 최초의 주바노프 조직은 1901년 5월 모스크바에서 '공업노동자 상조회'(Society for Mutual Aid of Workers in the Engineering Industry)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민스크(Minsk), 오데사(Odessa), 빌로(Wilno), 키예프(Kiev) 및 다른 도시에도 조직들이 설립되었다.

4) 주바토프주의 ― 모스크바 비밀경찰의 우두머리이자 헌병 대령인 주바토프(Zubatov)의 이름을 딴 '경찰 사회주의' 정책. 1901-03에 그의 주도 하에 전제(專制)에 대항한 노동자의 투쟁을 전환시키려는 합법적인 노동자 조직이 결성되었다. 주바토프의 활동은 내무장관인 B. K. 플레베(Plehve)의 지지를 받았다. 주바토프주의자들은 노동자계급의 운동을 순전히 경제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돌리려 하였으며, 노동자들로 하여금 정부가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도록 만들려 하였다. 최초의 주바노프 조직은 1901년 5월 모스크바에서 '공업노동자 상조회'(Society for Mutual Aid of Workers in the Engineering Industry)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민스크(Minsk), 오데사(Odessa), 빌로(Wilno), 키예프(Kiev) 및 다른 도시에도 조직들이 설립되었다.

     주바토프주의의 반동적 성격은, 보다 광범한 노동자들을 전제에 대항한 투쟁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합법적인 노동자 조직을 이용한 혁명적 사회민주주의자들에 의해서 폭로되었다. 1903년에 일어난 혁명적 운동 때문에 짜르 정부는 주바토프 조직을 끝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5) [골로스 트루다](Golos Truda, 노동의 소리) ― 멘쉐비키의 일간지. 1906년 6월 7일에 페테르부르크에서 발행되었다. 


6) 카데트 ― 1905년 10월에 창립된 입헌민주주의적인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정당.


7) D. F. Trepov (1855-1906) ― 모스크바 경찰청장. 1905년 1월 9일 이후에는 페테르부르크 경찰청장이었다가 중에는 내무차관.


8) V. D. Nabokov (1869-1922) ― 저명한 카데트 당원, 법학자. 잡지 [오스보보지데니에](해방) 기고자. 제1두마 의원.


9) 전국적인 정치적 파업으로 나타난 혁명운동의 고양에 떠밀려 짜르가 1905년 10월 17일에 공표한 조서(詔書)를 가리킨다. 이 조서에서 짜르는 "시민적 자유의 움직일 수 없는 기초, 즉 인신의 진정한 불가침, 신앙,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를 인민에게 약속하고, 또 입법국회를 소집하고 주민의 모든 계급에게 선거권을 줄 것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인민을 기만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인민에게는 어떤 자유도 주어지지 않았다.


10) 평화적인 총파업과 시위가 대중에 의해서 자연발생적으로 봉기로 발전했던 1905년 12월의 모스크바 봉기를 가리킨다. 자세한 것은, 레닌의 "모스크바 봉기의 교훈"(Lenin Collected Works, Progress Publishers, 1965, Moscow, Volume 11, pp. 171-78)을 참조.





 


덧붙이는 말

* 이 글은 V. I. Lenin, "Once Again About the Duma Cabinet"(Lenin Collected Works, Progress Publishers, 1965, Moscow, Volume 11, pages 69-73)을 번역한 것이다. 전진출판사판 [레닌 저작집 4-1], pp. 356-59의 번역을 참조하였다. 원문은 1906년 6월 28일에 [에호](Ekho) 제6호에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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