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투쟁이 점거 9일 만인 지난 21일에 끝났다. 이 땅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중․동 등의 '언론'은 투쟁하던 노조원들이 "백기 투항했다"며 희희낙락이다. 그러면서도 물론, 한편에서는, "불법"이니, "법과 원칙"이니, "엄정한 법집행"이니 운운으로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낙인을 찍으면서 국가의 무한탄압․무한보복을 요구․선동하기에 바쁘고, 다른 한편에서는 갖은 요설을 동원, 이데올로기 공작을 가함으로써 노동자계급을 (자신들이 '시민'이라고 부르는) 소부르주아 대중으로부터, 그리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노동자 대중 일반으로부터 정치적으로 분리․고립시키려 광분하기를 잊지 않고 있다.

저들의 노는 꼴을 잠깐 구경하자. 압권은 역시 [조선일보]인데, 최근에는 "연합뉴스"가 혹시나 질세라 경쟁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바로 거기에서...

포스코 본사를 점거해 농성을 벌여온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은 오랜 농성으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친데다 여론의 압박 등을 못 이겨 전의(戰意)를 상실하는 바람에 와해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는 민주노총 등 외부 노동단체 및 울산을 비롯한 다른 지역 노동조합의 지원을 업고 파업 시작에서 포스코 본사를 점거해 와해되기 직전까지 강경 투쟁 입장을 밝혀왔다.

이들 단체는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의 파업을 지원하는 대규모 집회를 잇따라 열면서 포항지역 건설노조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파업과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한 것에 이어 강제 진압 가능성도 잇달아 내놓자 노조원들은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외부에서 농성 중인 건물 안으로 신문을 투입시켜 포스코 사태와 관련한 시민들의 비난 여론을 전달한 것도 노조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오랜 파업으로 육체적 피곤이 겹친 데다 포스코와 경찰이 건물에 단전․단수 조치를 취해 농성환경이 열악해진 것도 이들이 현장을 이탈하는 데 한 몫을 했다.

노조원들이 여러 가지 요인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심리적 동요를 하기 시작하자 노조집행부 등 점거사태 주동세력들은 조합원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을 것이다.

이후 20일 오후 무더기 자진 해산 해프닝이 발생하는 와중에서 일부가 농성장을 빠져나가고 집행부가 이를 적극 저지하지 않자 대부분의 농성 가담자들은 농성을 포기하고 이탈을 가속화했다.

대부분의 노조원들이 현장을 떠나자 농성을 함께할 지지 세력을 잃은 노조집행부 등 주동세력들도 더 이상의 저항을 포기한 채 다른 노조원들과 함께 농성장을 빠져 나오다 경찰에 검거됐고, 8일을 끌어온 사상 초유의 포스코 점거 사태는 끝이 났다.

이상은 노동자들이 포스코 점거를 끝낸 바로 그날, 그러니까 지난 7월 21일에 '연합뉴스' 명의로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게재된 기사의 내용. 가감 없이 그대로이다. 저들 독점자본과 그 주구(走狗) 나팔수들의 정신세계의 일단을 보여주는 이 기사 제목은, "포항 건설노조 왜 백기 투항했나? ― 여론부담․오랜 농성에 따른 피로".

제목도 내용도 부르주아적 기준으로 보면 아마 "공평무사한 사실 보도"일 것이다. 그러나...

궁금하건대, 저들이 제정신이라면, 한편에서는 "노조는 민주노총 등 외부 노동단체 및 울산을 비롯한 다른 지역 노동조합의 지원을 업고 파업 시작"하여 "포스코 본사를 점거"했으며, "이들 단체는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의 파업을 지원하는 대규모 집회를 잇따라 열면서 포항지역 건설노조에 힘을 실어줬다"고 쓰면서, 동시에, "오랜 농성으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친" 사실과 더불어 저들이 노조원들이 "못 이겨 전의(戰意)를 상실"하게 되는 양대 요인의 하나, 즉 "백기 투항"하게 되는 양대 요인의 하나로 "여론의 압박"을 드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가히 미쳐도 한참 미치지 않고서야, 한편에서는 '잇따른 대규모 집회'로 지지․지원을 받았다고 쓰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여론의 압박을 못 이겨 전의(戰意)를 상실하는 바람에 와해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쓸 수 있느냐는 얘기다.

물론 그들에게는 가능하다. 그들에게 노동자들, 특히 투쟁하고 그것을 지원하는 노동자들은 여론을 형성하는 '시민'도, 나아가서 생존권을 주장할 수 있는 인간도 아니기 때문이다. 저들의 정신세계에서는, 아니 사실은 자본주의 사회, 자본주의 국가의 정의(正義)라는 관점에서는 그들은 단지 착취와 억압의 대상일 뿐이며, 따라서 그러한 자들이 감히 싸우겠다고 일어선다면 그들은 "불법과 폭력을 저지르는 집단"이어서 단호하고 엄정한 법집행, 즉 체포와 처벌의 대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쟁하던 노동자들이 "백기 투항"하고, 경찰과 검찰이, 즉 국가가 대량구속을 천명하고 나서자 저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예컨대 "‘법과 원칙’은 어디서 놀고 있다 이제야 나타났나"([조선일보])라거나 "노조의 불법 불감증, 엄정한 법 집행이 답이다"([동아일보]) 등이라고 '사설'을 써대고 나서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고 자본주의의 정의이다! 이를 부인하는 것은 사실은 천둥벌거숭이의 관념론의 발로일 뿐이다.

다시 그 기사로 돌아가 보면, 꽤나 공평한 듯, "오랜 농성으로 지칠 대로 지친" 요인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고 있다.

첫째,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한 것에 이어 강제 진압 가능성도 잇달아 내놓"은 사실. ― 맞다! 그러나 이 짧은 기사에서도 정부, 즉 노무현 정권의 그러한 공권력 투입과 '강제 진압 (가능성)'이, 생존권이라는 정당한 주장을 펼치는 인간집단에 대한 잔혹행위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정의에 합당한 사실임을 지적하는 것은 잊지 않고 있다. "파업과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쓰고 있으니까 말이다.

둘째, "포스코와 경찰이 건물에 단전․단수 조치를 취해 농성환경이 열악해진 것도 이들이 현장을 이탈하는 데 한 몫을 했다"는 사실. ― 이 역시 맞다! 그리고 그러한 단전․단수 조치도 결코 잔혹행위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 자본주의 국가, 그리고 포스코라는 대독점자본의 정의이다!

셋째, "외부에서 농성 중인 건물 안으로 신문을 투입시켜 포스코 사태와 관련한 시민들의 비난 여론을 전달한 것" ―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조작하는 이데올로기 공작을 당당히 "시민들의 비난 여론"이라고 부르는 저 파렴치를!

그리고 못지않게 파렴치하게도, 저들은 사실은 농성노동자들에게 '밥'도 들여보내지 않았다는 사실, 그러한 잔혹행위, 아니 자본주의 국가․경찰의 그러한 정의에 대해서는 쓰고 있지 않다!

노동자들이 점거를 풀고 나오자 마자 노무현 정권은 수백 명을 경찰서로 연행(체포)했고, 58명을 구속했으며, 그 이전에 이미 수십 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더 많은 노동자들 구속하겠다는 공언을 거듭하고 있다. 독점자본의 '여론'의 갈채와 찬사를 받으면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노무현 정권이 박정희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 같은 독재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것'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그리고, 때 맞춰 지고의 권부 청와대는, “지난날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행위는 정당성과 순수성 때문에 그 과정에서 어지간한 실수와 허물이 있어도 용납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반독재 민주화 투쟁시대가 아니다”며 “합법적 수단과 대화의 장이 열려 있다”고 말한다. “정통성을 가진 정부의 공권력 행사를 독재정권의 그것과 동일시하는 것은 한여름에 털 코트를 입은 것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도 했다.

맞다. 노무현 정부의 "공권력 행사"를 박정희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 등의 "그것과 동일시하는 것은 한여름에 털 코트를 입은 것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박정희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의 그것과 노무현 정권의 그것은 달라서, 노무현 정권의 그것이 훨씬 더 위선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의 청와대는 박정희나 전두환 정권도 "정통성을 가진 정부"임을 스스로 부인한 적이 없으며, 스스로 "독재정권"임을 인정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똑 지금 노무현 정권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 "정통성을 가진 민주정부"임을 주장해왔다는 사실은 잊은 것인가?

아하! 그래도 객관적으로 박 정권이나 전 정권은 '독재정권'이고,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은 민주정권이라고? 그 증거로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던 여러 '정치학자', '헌법학자' 등등도 그렇게 인정하고, 주장하고 있다고?

맞다! 그런 '학자들'도 많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어용'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만일 그들이 '학자적 양심과 신념'에서 그렇게 주장한다면, 그것은 오직 "국가란 무엇인가"를 알지 못하는, 계급적 억압과 지배도구, 사회질서라는 이름으로 지배계급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조직된 폭력(공권력)으로서의 그 본질을 알지 못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들의 (소)부르주아적 무지와 혼란, 편견 때문일 뿐이다!!! (---사실은 최상의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권도 독재정권일 뿐이지만.)

또한 그런데, "지난날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행위는 정당성과 순수성 때문에 그 과정에서 어지간한 실수와 허물이 있어도 용납될 수 있었다"니?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국가 권력이, 체포, 구속, 고문, 처형하는 대신에, 용납했다는 말인가? 소위 '여론'이라는 자본의 신문이나 TV, 라디오 방송 등이 용납했다는 말인가?

또, “합법적 수단과 대화의 장이 열려 있다”?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위한 공권력의 발동이 바로 합법인 것처럼, 그 합법이란 것이 바로 수백만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실업으로, 빈곤과 기아로, 산재로, 즉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 아닌가?!

지금 독점자본의 언론은 예컨대 이번 파업으로 인한 포스코의 손해가 2000억 운운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할 포스코에게 빨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것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때마침 정의의 최후 보루라는 대법원은 철도노동자들의 2003년 파업과 관련, 24억 4천만 원을 노조가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고 있다. 부르주아지 신문은 당연히 이를 대서특필하면서 환호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부르주아 국가의 법이고, 합법이고, 정의이며, 국가이다.

그리고 그 "대화의 장"이란 것은 예컨대, "신자유주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노동의 동의를 구하려 만든, ...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을 초래하는 문제들을 노동의 동의를 얻어 관철시켜 사회적 저항을 피하기 위해 만든 장치 ... 신자유주의를 관철시키는 도구"로서의 "노사정위원회"(―김대중 정권이 노사정위원회를 만들 당시 다름 아니라 바로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최장집 교수의 발언―) 등과 같은 기만적 대화의 장 아닌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들이고, 청와대고, 양심적이고 민주적인 사회과학자이고 간에, 문제를 '정권' 차원의 것으로 제기하는 것은 무지 아니면 기만일 뿐이다. 문제는, 어떤 특정한 정권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이고, 그 국가 자체이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 역시 법률적․제도적으로 노동의 유연화를 합법화․장려하고, 그에 저항하여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것은 그 자체 정의이고, 자신들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다. 바로 '(독점)자본의 정의'(!), '(독점)자본의 도구'(!)로서의 역할 말이다.

만일 이번 포항건설노동자들의 투쟁과 그 해체 과정에 어떤 전략 전술적 오류가 있었다면, 우리는 충분히 그것을 검토하고, 비판하고, 다시 동일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한 방안을 토론을 통해서 도출해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의 과제이다.

결론 삼아서 여기에 우선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 역사적 의의의 일단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에 의해 9일간 불법점거된 경북 포항 포스코 본사가 시간이 갈수록 '무기고' 같은 전모를 드러내고 있다. ... 내부 청소 결과 점거농성을 벌인 노조원 수에 근접하는 2000여 개의 쇠파이프가 나왔고 사제(私製) 화염방사기에 쓰인 LP가스통 6개, 대형 솥 3개, 생수 3만여 병, 라면 40개들이 600여 박스, 초코파이 144개들이 500여 박스 등이 나왔다." ― "포스코는 무기고 같았다"는 제목의 고발기사([조선일보], 7월 25일)이다.

그런데, 이들 노동자들은 왜 이러한 '무장투쟁'에 나섰던 것일까?

다름 아니라 바로 이 자본주의 사회에 의해서, 그리고 직접적인 계기로는 포스코에 의해서, 그렇게 무장하고 투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강제 받았기 때문이다.

저들도 물론 알고 있다. 자신들이 노동자들에게 투쟁을 강요한 것이라는 것을. 애써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지만, 잔영이 그들의 머리 속을 채우지 않을 리 없다. 나아가 저들은, 자신들이 노동자들에게 투쟁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도 계속, 그리고 어쩌면 더 가혹한 강도로 그렇게 강요해갈 수밖에 다른 길은 자신들에게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두렵고, 더욱 두려운 것이며, 그래서 그들은 더욱 광분하면서 더욱 강한 공권력, 즉 자본주의 국가의 폭력으로 노동자들을 제압하려 드는 것이다.

더구나 "노조원 수에 근접하는 2000여 개의 쇠파이프", "사제(!!!) 화염방사기" ― 얼마나 두렵겠는가?! 자신들은 노동자가 없으면 무엇 하나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 노동자들은 저렇게 '사제 무기'를 만들어서 대항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직 노동자계급이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부터...!

이번 포스코 점거투쟁이 보여주고 의미하는 것은, 그렇게 저들 자본은 노동자계급에게 전쟁을 강요하고 있으며, 노동자계급은 자기를 무장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당연히 역사적 승리는 노동자계급의 것이다. <노사과연>

포항지역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투쟁

안재호 |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