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하여

이주노동자들의 건강은, 그들의 노동조건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 평균 11.5 - 12 시간의 노동시간1), 월 평균 3.7일의 휴일2), 열악한 주거환경과 작업장환경, 추방에 대한 불안감에 따른 정신적 불건강 등은 이주노동자들의 건강을 만성적, 지속적으로 악화시킨다.


최근 한 재단의 보고서3)에서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가장 높은 질환을 위·십이지장 궤양 25.1%, 고혈압 24.9%, 알레르기 18.4%, 류머티스 관절질환 12.7%, 당뇨병 10.3% 등으로 보고하였다. 정신건강과 관련하여서는 일반정신건강 및 불안감척도 등에서 수몰지구 주민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으며, 조사자 중 절반에서 불면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법체류자의 규칙적인 수면율이 47.4%로 합법체류자의 규칙적 수면비율 59.3%에 비해 낮은 것으로 파악돼 불법체류자들의 일상적 불안감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2004년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며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단병호 등4)이 2005년 8월 국회 공청회에서 발표한 연구에서는, 고용허가제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삶의 질과 노동조건들이 전반적으로 평균 이하로 하락하였으며, 특히 노동강도 및 사업장 이동의 자유 면에서 5점만점 중 각각 2.34, 2.39로 크게 악화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같은 연구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중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짧은 체류기간과 사업장 이동금지를 각각 1, 2위로 응답하였다.

결국 3년 이상 노동하는 이주노동자들을 강제단속 및 추방하는 현 정부의 정책들이, 이주노동자들의 삶, 건강, 노동조건 등 모든 것을 악화시키며, 이주노동자들의 일상적 불안감과 스트레스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는 단지 이주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르주아지는 항상 노동자들을 “추방”하였다.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을 할 경우 자본가들 간에 블랙리스트가 돌아다녀 일터에서 실질적으로 “추방”당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해고”, “명예퇴직” 등으로 항상 “추방”당하고 있다. 자본은 노동자계급으로 하여금 서로 개별적 위치에서 경쟁하며 분열하도록, 항상 일정한 수의 노동자들을 불안정한 생존조건으로 “추방”해왔다. 그것이 산업예비군의 형성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늘 존재해왔던 실업 아닌가. 또,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 고된 노동강도와 연장된 노동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파편화된 부속품의 삶을 강제적으로 받아들이며 전인격적인 삶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추방”당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직장에서 명예퇴직 당하거나 산업재해 강제종결 판결을 받은 이후 자살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필요한 노동력으로 취급받고 “추방”당하는 사태가 초래한 비극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래도 저래도 항상 “추방”당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강제추방은 미숙련 노동의 통제 가능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원하는 자본가계급의 “노동자 추방”의 한 형태일 뿐, 본질상 동일하다.


강제추방 및 노동과정 내 착취에 대하여,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쟁취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이주노동자들의 당면한 문제제기의 한 단계라는 측면에서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부르주아적 인권의 관철을 위한 투쟁 혹은 이주노동자들에게만 특별히 불합리한 임노동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한 투쟁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은, 노동자계급 전체를 겨냥한 자본가계급의 공격이 노골적이고 파렴치한 형태로 드러나는 것일 뿐이다. 이미 자본가들은 한국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구별을 두지 않고 착취하고 있다.5) 부르주아지들은 똑같은 조건으로 프롤레타리아트를 산출하였는 바, 단결의 물적 조건은 갖추어지지 않았는가? 남은 것은 이주노동자와 한국 노동자의 구별 없이, 노동자계급으로 단결하여 자본가들과 투쟁하는 것이다.6) 그 투쟁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의 조건을 스스로의 힘으로 변화시킬 때, 이주노동자들은 비로소 하루 12시간의 고된 노동으로 인한 신체적 손상 누적, 산업재해의 위협, 추방의 불안감 등을 분쇄하고 건강한 삶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갈 것이다. <노사과연>


이주노동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하여



김건형 | 회원



1) 유길상 등. “외국인 고용허가제 시행 1년의 평가 및 향후 발전방향”. 한국노동연구원. 2005년 8월. pp. 20.


2) 단병호 등. “고용허가제 시행 1년,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조건 실태조사”. 노동기본권 실현 국회의원 연구모임. 2005년 8월.


3) 설동훈(2006), “외국인 노동자 건강 실태 조사”. 국제 보건의료 발전 재단


4) 단병호 등. “고용허가제 시행 1년,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조건 실태조사”. 노동기본권 실현 국회의원 연구모임. 2005년 8월.


5) “ ... 전국의 4인이하 고용 사업장 근로자대표들은 ‘외국인들에게 연장수당 등 법정수당, 연월차수당, 휴업급여, 해고 및 해고 예고 수당 등을 고용허가제법으로 보장해주는 것은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평등권 침해)이라며, 이에 대해 현재 헌법심판청구를 준비중이다. 기협중앙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480만명에 달하는 4인이하 고용 사업장 근로자들이 이들 혜택을 법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중소기업들도 지난해 8월 고용허가제법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문화일보 060223)....”

자본가들은 고용허가제 공격에 혈안이 된 나머지, 중소사업장의 노동자들에 대한 자신들의 무제한적 착취를 스스로 발설하고 있다. 그들은 역차별 반대 운운하며 노동자들이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윤을 만들어낼 노동재료로서의 평등.


6) 최근 건설노조에서 ‘외국인 노동자 건설현장 내 도입금지’를 요구안 중 하나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과연 이주노동자가 한국의 건설노동자들을 “추방”하는가? 아니면, 자본가계급이 이주노동자와 한국노동자들을 경쟁시키며 “이주노동자”들을 파업파괴자로 활용하는가? “건설현장 내 도입금지”라고 자본가들에게 요구하기보다는, “파업에 동참하여, 함께 건설현장 내에 들어가지 말자”라고 이주노동자들에게 호소하고 조직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문제제기와 함께, 앞으로 현장에서의 단결과 연대를 위한 이주노동자와 건설노동자 동지들의 분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