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부동산 소동

또 한번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다. 한편에서는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노동자 평균임금의 수십 배인 3천만 원, 4천만 원, 심지어 5천만 원대까지 폭등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재벌 기업의 거대 아파트건설업자들이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면서 수백억, 수천억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폭로성 보도들이 줄을 잇는다.

자신의 집을 갖겠다는 소망을 접은 지 이미 오랜 처지인 노동자들이지만, 그들은 지금 이러한 사실들을 새삼 목격하면서 어이없어 하며, 분노하고 있다. 물론 노동자들만이 아니다. 또 자기 집을 갖지 못한 사람들만도 아니다. 폭등하고 있는 것은 주로 대도시, 그것도 특정 지역의 아파트들, 극소수 부유층들이 소유․거주하고 있거나 그들을 예상고객으로 삼고 있는 대형의 호화 아파트들이고, 이러한 폭등을 통해서 사회의 양극화가 턱없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그 태반이 좌절감과 소외감 속에서 분노하고 있다.

아무튼, 그렇잖아도 그 동안의 신자유주의 강행으로 지탄과 원성의 대상으로 되어온 노무현 정권은 이번의 부동산 폭등으로, "민란 직전"이라는 말이 돌 만큼, 결정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군소정당 수준으로 떨어진 정권과 여당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도 지지도려니와, 어떻게 해서든 난파된 배에서 탈출하려 필사적으로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여당 의원들의 모습이 이를 역력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노무현 정권'을 비난하고 규탄하는 데에서 나아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여러 정치인들과 학자들 그리고 시민운동단체들, 한마디로 뛰어난 경세가들의 방략도 속출하고 있다. 귀에 익숙한 '토지공개념'에서부터 '아파트 건설 원가 공개', '아파트 분양가 규제', '아파트 반값 분양'까지.

그러면 과연 노동자․민중은 저들 '경세가들'의 그러한 방략을 믿고 기다리면, 아니, 시민운동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시민적 대중행동을 통해서 정부로 하여금 그러한 방략을 수용해서 시행하도록 강제하고, 그도 안 되면 정권을 바꿔서 그러한 방략을 시행하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현재의 광풍을 잠재울 뿐 아니라, 노동자․민중을 절망하게 하는 그러한 광풍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일까?



정치적 사기들


투쟁하는 노동자․민중 가운데에는 그렇게 믿고 생각할 바보는 없을 것이다. 한국 자본주의가 성숙단계에 접어든 최근 수십 년 사이에 그러한 광풍과 그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혹시 명확한 인식은 아닐지 몰라도, 저들 날고뛰는 '경세가들'의 정책주장들이 결국은 대중을 미혹하려는 정치적 사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이른바 토지공개념은 지난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걸친, 그러니까 노태우 정권 때의 부동산 광풍 때에 특히 경실련이 크게 제기하고 나서서 그 경실련을 일약 대표적․지배적 시민단체로 만든 요술방망이였다. 당시 이 방망이는 그 위용이 대단해서 경실련과 같은 우익적 시민운동단체뿐 아니라 '좌파' 혹은 '좌익'을 자처하는 많은 민중운동․노동운동 단체들까지 함께 어릿광대춤을 추었던 그런 기막힌 방략이었다.1)

그런데 그 '토지공개념'이 과연 투기열풍을 잠재웠던가―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뒤에서 언급하는 바의 자본주의의 산업순환이 투기를 어떻게 조장하고 어떻게 소멸시키는가(즉, 어떻게 소위 거품을 조장하고 꺼지게 하는가)에 대한 무지의 표현일 뿐이다―는 차치하자. 그렇더라도, 그러한 '토지공개념'은 바로 그것을 가장 앞장서서 주장했던 바로 그 핵심 당사자에 의해서 나중에 매장되었다는 사실은 지적해야 할 것이다. 다름 아니라 바로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경실련의 핵심적 '이론가'로서 그것을 주장했던 김태동 교수, 그런데 김대중 정권에서는 청와대의 핵심 정책 담당자가 되었던 바로 그에 의해서 주로 해체되고 매장되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경실련이 다시 '토지공개념' 운운하고 나서다니! 저들이 얼마나 정치적 사기를 일삼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아파트 건설 원가 공개'나 '아파트 분양가 규제'는 어떤가?

부동산 광풍에 대해서는 노동자․민중뿐 아니라 조․중․동 등의 자본의 언론까지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고, 사실은 그들이야말로 이 사회 이데올로기․여론의 지배자․조성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이야말로 "시장 원리"를 내세우면서 '건설 원가 공개'나 '분양가 규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다름 아니라 그것은 자신들이 대변하고 있는 재벌, 독점자본의 이해에, 그들이 폭리를 취하는 데에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일부 선동적 정치인들이 가끔 '건설 원가 공개'니, '분양가 규제'니 하는 것을 입에 올리지만, 그것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구체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들 정치인들이란 바로 음양의 정치자금이라는 사슬, 사실은 거대한 뇌물 고리를 통해서 저들 거대 건설업자들, 즉 재벌과 공생하고 있고, 또 그들의 포로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금권정치로서의 부르주아 정치, 부르주아 민주주의 아니던가?

실제로, '건설 원가 공개'나 '분양가 규제'는 어떤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아직 한국 자본주의가 덜 성숙하고,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덜 성숙하여 재벌․독점자본에 대해서까지 국가권력이 다소 강압적일 수 있었던 시기, 그러니까 박정희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 나아가서는 노태우․김영삼 정권 시절에까지도, 건설 원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건설 원가 공개가 사실상 필요 없을 만큼 아파트 분양가가 규제되고 있었다. 그렇던 것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와서, 다름 아니라 바로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자유화'되었다. 그런데 독점자본, 재벌에 대해서 어떤 일반적인 규제를 가할 힘도 없는 정권 하에서, 아니, 고용의 비정규직화를 법제적으로 조장하고 한미 FTA를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등, 독점자본의 이해를 위해서 벌 벗고 나서고 있는 정권 하에서 그 규제가 다시 소생한다? 참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사실은 그러한 '원가 공개', 그러한 '분양가 규제'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주기적으로 부는 부동산 광풍, 투기 광풍이 멎는 것도 아니다. 이는, 부동산 광풍, 투기 광풍이 본격화한 것은 분양가 규제가 해제된 후가 아니라 바로 그러한 규제가 시퍼렇게 살아 있던 박정희 정권 하, 특히 1970년대임을 상기하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건설 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를 규제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투기이익의 상당 부분을 아파트 건설업자로서의 독점자본이 직접적으로 챙겨 가느냐, 그 투기이익의 대부분을 개별적인 투기꾼들, 투기자본이 챙겨 가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즉, 현재처럼 분양가가 자유화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는 건설자본들이 폭리를 취하면서 투기를 선도하는 것이고, 분양가가 낮게 규제되는 조건 속에서는 낮은 가격에 분양받은 사적 투기꾼들이 우선 일차적으로는 그 투기이익을 챙겨 갈 뿐이다. 즉, 어느 경우에도 결코 노동자․민중의 몫으로는 되지 않는 것이다.

아파트 반값 분양! 이는 요즈음 일부에서 새롭게 등장한 ―물론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이미 10년도 훨씬 전에 그 유명했던 '왕회장', 그러니까 당시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이나 한번 해볼까' 하는 망상에서 내건 슬로건, 선거공약이지만― 요술방망이인 것처럼 선전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의 선도로 극우 한나라당이 이를 '당론화'하면서 일부에서는 '한나라당의 좌경화'까지 운위되고 있고,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이 '반값 분양'에 '원칙적인 동의'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저들 자본의 언론은 스스로 묻는다. "대규모 공공 아파트 단지를 지속적으로 건설․공급할 수 있을 만큼 수도권에 정부가 토지를 가지고 있느냐 여부가 관건인데, 그러한가"라고. 그리고는 대개 답을 내린다. "극히 제한적"이라고!

그건 그렇다 치자. 그러면 과연 공공아파트의 '반값 분양'이 실현되면, 이른바 서민, 즉 노동자․민중은 주거의 안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생각할 리 없겠지만 행여라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극히 순진한 것이다. 공공아파트를 반값으로 분양하고, 그 전매를 10년이 아니라 20년, 50년 동안 제한해도 노동자․민중의 주거안정은 확보될 수 없다. 그것은 다시 누군가 투기꾼들의 투기대상이 되어서 노동자․민중의 수중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대도시 고지대 재개발지역의 이른바 '딱지'를 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분양되는 아파트는 이른바 '딱지'를 부여받은 가난한 원주민의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이 되어 몇 번이고 전매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전매를 금지하고, 또 금지하고 있어도 말이다. 바로 경제적․경기적 조건을 거슬러서 경찰적 조치․단속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생한 증거이다.



무지와 교활한 음모


오늘날 다시 몰아치고 있는 부동산 광풍을 '노무현 정권의 정책 실패 탓'으로 돌리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자들은, 그것이 한나라당이나 조․중․동과 같은, 정권을 다투는 극우세력이든, 경실련이나 기타 시민운동단체든, 아니면 <한겨레>나 <오마이뉴스> 등과 같은 '진보언론'이든, 모두 그들의 무지함 아니면 교활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많은 경우는 교활한데다 무지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이 부동산 광풍, 부동산 투기는 결코 '정권' 차원, '정권의 정책'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은 8번 이상이나 작심을 하고 이런저런 부동산 투기대책을 내놓았는데 그 모두가 노무현 정권의 무능이나 조․중․동 등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노무현 정권의 '좌파적 정체성'(?) 때문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어이없으려니와, 그들은 자신들이 사실상 불세출의 영웅적인 지도자로 떠받들고 있는, 예컨대 박정희 정권 하에서는 왜 그토록 부동산 투기가 성했는가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한 정권에서만도 8번 이상에 걸친 '부동산 투기대책', 그리고 사실은 박정희 정권 이래의 거듭된 투기대책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기적으로 재발하고 있는 부동산 투기 광풍은 그것이 결코 정권의 능력, 성격의 문제나 정책의 실효성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웅변해주고 있다. 조금이라도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것을 놓칠 수 없다.

그런데 저들의 무지와 교활함은 그것을 계속 '노무현 정권의 정책 실패 탓'으로 돌리면서, '올바르게' 정책을 바꾸기만 하면, 정권을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듯이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주목하면 저들 스스로 앞뒤 안 맞는 헛소리를 해대고 있다는 것을 저들 자신의 언동에서 간취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 11월 16일에 <조선일보>는 "‘부동산 과열’에도 국경은 없다"는 제목 하에 "전 세계가 부동산 몸살을 앓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지난 1년 새 이상(異常) 급등현상을 보인 20개국을 조사한 결과, 이 중 10% 이상 상승한 나라가 8곳이었다"며, "지난 3년간 선진국들의 부동산 자산가치는 20조 달러 정도가 불어난 것으로도 추산됐다"는 것인데, 목소리 높은 '권위'의 <조선일보>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혹시 '앞뒤 맥락을 무시하고 인용한 것 아닌가' 하는 있을지 모를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 보다 길게 인용해보자.


▲유럽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이 유럽 집값을 천정부지로 밀어올렸다. 프랑스는 2000년대 들어 아파트 가격과 단독 주택 가격이 각각 100%, 70% 이상 급등했다. 특히 파리와 파리 외곽의 집값이 많이 올라 지난해의 경우 14.5% 상승률을 기록했다. 파리 집값이 워낙 비싸지자 중산층 가정들이 시내를 떠나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정책의 기본은 시장 원리에 맡긴다는 것. 대신 저소득층과 서민을 위한 저렴한 공공 임대 주택을 계속 공급하고 주택 수당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서민 주거 안정을 돕고 있다.

영국도 최근 10년 새 집값이 187% 올랐다. 핼리팩스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평균 집값은 1996년 2월 6만2453파운드(약 1억1000만원)에서 2006년 3분기에 17만9425파운드(약 3억2000만원)로 3배 가량 뛰었다. 중앙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고, 이달 9일에도 0.25% 인상, 집값 상승 속도 조절에 나섰다.


▲러시아ㆍ중국

러시아는 수도 모스크바가 부동산 폭풍의 진원지다. 2002년 1월 1㎡당 평균 900달러 수준이던 모스크바의 아파트 가격이 2004년 7월에는 1800달러, 올해 10월에는 4100달러까지 치솟았다. 5년 만에 455%가 폭등한 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부동산 급등을 거품으로 규정하면서도 공급 확대를 병행하고 있다.

최근 2-3년 새 급등세를 보여온 중국 부동산 가격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국 70개 도시 부동산 가격은 지난 6월 5.8% 상승에서 7월 5.7% 상승으로 고개를 숙이는가 싶더니 10월 6.6% 상승으로 반등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주택자금 대출 제한과 외국인 부동산 구입 제한 등 최근까지 각종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과잉투자 등으로 중앙의 지시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미국ㆍ일본

미국은 지난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붕괴에 대처하기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펴면서부터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LAㆍ뉴욕 등 대도시들은 최근 3-4년간 2-3배씩 가격이 뛰었다.

이에 따라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04년 6월부터 2년 새 금리를 17차례나 연속 인상했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지난 여름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낙폭이 커지고 있다.

장기 경기 침체를 겪어 온 일본도 올 들어 일부 상업지를 중심으로 부동산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나고야(名古屋) 등 3대 도시의 상업지 가격이 경기 회복 바람을 타고 15년 만에 처음 상승했다. 하지만 인구가 줄고 있어 전국적인 시세는 약세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일보>가 같은 기사 속에서 그래프로 보여주는 "세계부동산 상승 순위(지난 1년간)"이라는 수치는 더욱 명확하다. 그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1위 남아공 35.1% (상승률)

2위 홍콩 31.2%

3위 스페인 17.2%

4위 뉴질랜드 16.4%

5위 프랑스 14.7%

6위 영국 13.8%

7위 미국 13.0%

8위 아일랜드 10.8%

9위 중국 9.9%

자료: 이코노미스트(11월 발표)


또 <조선일보> 12월 5일자는 "인도 부동산, 꺼지기 직전의 거품? 1년 새 대도시 부동산 40% 폭등…외국자본까지 가세"라는 기사도 싣고 있다.

어떤가? 부동산 투기 광풍이 '노무현 정권의 정책 실패 탓'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저들 모든 나라가, 저들이 그토록 본받아야 할 모범으로 찬양하는 미국이나 영국, 아일랜드, 뉴질랜드도 포함하여, '정권의 정책 실패 탓'으로 그러한 광풍을 겪고 있고 겪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진대, 과연 가당키나 한 판단이겠는가?

그런데도 저들은 '노무현 정권의 정책 실패 탓'이라며, 소란을 떨고 있다. 왜 그럴까?

저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데에는 분명 이를 기화로 노무현 정권의 무능, 그리고 저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좌파'의 무능을 선전함으로써 내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그러나 저들이 그렇게 억지 주장하는 데에는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고, 그와 관련한 교활한 음모가 숨어 있다. 다름 아니라 부동산 광풍․투기는 사실은 자본주의 체제가 존속하고 자본주의적 생산이 지속되는 한 해결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투기광풍은 바로 자본주의적 생산의 또 한번의 위기, 즉 공황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은폐하려는 교활한 목적이 숨어 있다.

저들은 물론 그 계급적 무지 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명확한 형태로는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거듭된 경험을 통해서 미필적으로는, 본능적으로는 그것을 알고 있고, 또 크게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정책 조정'을 통해서 그것을 예방할 수 있고, 통제․조정할 수 있다는 듯한 자기기만․자기위안을 일삼고 있다. "거품"이니, "거품의 붕괴 가능성"이니, "(경기의) 연착륙"이니, "경착륙"이니 하는 헛소리들이 바로 그러한 인식과 공포, 자기기만, 자기위안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거듭된 역사적 경험이 입증하는 것처럼, 결코 예방할 수 있거나 통제․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사실 그것은 자본주의적 생산이 발전할수록 '해결'되기는커녕 갈수록 심화되고 증폭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코앞에 있는 것


오늘날의 세계적인 부동산 투기 광풍은 분명 자본주의적 생산의 위기, 즉 공황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정확히 언제, 어떤 계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폭발할 것인가를 점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그야말로 점(占)의 영역이다. 설령 누군가가 '예견'하고 그것이 그대로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우연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머지않아, 필연적으로 폭발하리라는 것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발전법칙에 기초한 과학적 예견이다.

사실 그것이 머지않아 폭발할 수밖에 없다는 징조는 부동산 광풍 말고도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부르주아지와 그 이데올로그들은 예컨대 지난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걸친 공황이나 1997-98년의 충격적 공황을 잊고 있지는 않지만, 거기에서 정세를 예측하는 안목은 전혀 배우지 못했다. 그들은 한편에서는 부동산 투기 광풍은 '불길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증권거래소의 투기의 급등, 즉 주가지수의 급등이나 신자유주의적 금융투기는 예찬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의 거래와 투기에 대한 '규제'를 마지막 한 올까지도 걷어내고 '자유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그리하여 최근 주가지수도 폭등하고 있고, 국내외를 망라한 금융투기도 크게 증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부동산 투기 광풍과 주식투기 광풍, 그리고 금융독점자본의 거대화, 활성화는 동일한 뿌리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산업자본의 이윤율의 저락,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이 이른바 '실물경제'라고 부르는 곳에 수익성 있는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조건의 축소가 그것이다. 그리하여, 통화투기를 포함한 금융투기거나 주식투기든, 아니면 부동산 투기 등, 일확천금을 노리고 이리 닫고 저리 닫는 투기자본과 투기활동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앞의 <조선일보> 기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결코 일국적인 현상이 아니며, 특히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전세계적 규모로, 그 동시성을 강화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한편에서는 10년 내외라는, 자본주의 산업순환의 주기성을 띠고,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추세적․경향적으로(일반적으로 '구조적으로'라고 말하는 것) 전개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특히 1970년대 이후의 세계 자본주의가 전반적으로 '저성장', 침체의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부르주아지들, 혹은 그들의 통계조차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저성장', 침체의 이면에는 급성장하고 있는 투기자본, 그들의 항상적인 투기활동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주기적으로 광풍처럼 격화되고, 이윽고 여러 형태의 경제위기로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부르주아지가 그것이 무엇의 징조인지도 모른 채 찬양하는 각국의 주식시장의 고양, 그리고 '거품의 붕괴'를 걱정하는 부동산 투기, 그 가격의 급등 등이 바로 그 주기적 폭발이 머지않았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코앞의 위기가 어떠한 위력을 지닌 것일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십중팔구 결코 심상치 않은 것일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정말 파국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얘기할 수 있을 뿐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최근의 자본주의 발전이 그러한 조건을 조성해왔고, 또 조성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자본의 과잉․거대화와 그에 따른 과잉생산의 항상화, 그리고 그 때문에 경쟁의 수단으로 비약적으로 전개되어 왔고, 전개되고 있는 과학기술혁명, 자본의 직접적 생산과정은 물론 총생산과정에서의 산노동․노동력의 배제, 생산의 무인화, 그에 기초한 이른바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등이다. 이는, 제2차 대전 후 전개된 특수한 조건 때문에 아직 비록 노동자계급이 정치적 지체 상태에 있고, 정치적․이데올로기적 혼란상태에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계급투쟁을 격화시키고, 노동자계급을 결정적인 해방투쟁으로 내몰 수밖에 없는 물질적 조건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이러한 추세 속에서 자본가계급은, 자본 상호 간의 격화될 대로 격화된 경쟁 때문에, 노동자계급의 투쟁에 대하여 폭력적․파쇼적으로 대응하는 것 이외에는 별 다른 방책이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이 국민의 1%를 감옥에 가두어두고 있는 것도, 테러와의 전쟁이니 본토보위니 하면서 파쇼적 입법․조치를 갈수록 강화하면서 심지어 공항에 알몸투시기까지 도입하고 있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그 동안 신자유주의의 충실한 집행자로서 직무해온 노무현 정권이 오늘날 거대한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한미FTA에 반대하는 노동자․농민의 집회를 봉쇄․억압하는 것도, 호가 난 파쇼정권인 박정희나 전두환 정권이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면서 감옥에 가두었던 '민주인사들'의 수보다도 훨씬 더 많은 노동자․농민 등을 구속하고 있는 것도, 조․중․동 등의 파쇼언론, 자본의 맹견이 노동자․농민 등의 운동에 대한 적의를 조금도 감추지 않으면서 이를 부추기고 요구하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자본주의 경제에서 투기자본의 규모가 대략 얼마나 되는가를 보기 위해서, 최근에 프레드 맥도프(Fred Magdoff)가 제시하는 몇 가지 자료를 간단히 보기로 하자.2)


1) 미국 내의 총이윤 가운데 제조업 자본과 금융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1965년에서 1970년 사이에 제조업 자본이 50% 전후, 금융자본이 15% 전후였는데, 최근 2005년에는 제조업 자본이 15% 이하, 금융자본이 40%에 육박한다.(p. 16, Chart 4.)

2) 1970년 현재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 달러대, 총부채는 2조 달러 정도3)로 부채가 GDP의 약 1.5배였는데, 1985년에 이르면 부채가 GDP의 약 2배로 된다. 그리고 2005년에 이르면, 미국의 부채는 GDP(약 12조 5천억 달러)4)의 거의 3.5배로 급증하여, 전세계의 총GDP인 44조 달러에 육박한다.(이상, p. 7 및 p. 8의 Chart 1.)

3) GDP에 대한 부채 비율은 신자유주의 레이건 정권이 집권하는 1980년 이후 급격하게 증대한다.(p. 9, Chart 2.)

4) 총부채 중 금융자본의 부채 비율이 1975년에는 약 10%였으나 2005년에는 30%에 육박하고 있다. (p. 10, Chart 3. 1997년의 '금융위기'를 상기하라.)

5) 1975년에는 뉴욕주식거래소에서의 하루 거래량이 평균 19백만 주였는데, 1985년이 되면 1억9백만 주에 이르고, 2006년에 이르면 16억 주로, 그 가치가 600억 달러에 이른다.(p. 17.)

6) "세계 통화시장에서의 하루 거래량은 더 커서 1977년에 180억 달러였던 것이 지금은 하루 1조8천억 달러이다! 이는 통화를 거래하는 달러의 양이 24일마다 전세계의 연간 GDP와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p. 17.) "하루 외환 거래량과 이자율 파생상품 계약고(...)는 2001년 4월에서 2004년 4월 사이에 약 74%가 증대, 2조4천억 달러이다."(p. 19.)


결국 맥도프는 오늘날의 미국 자본주의를, 따라서 그 지배․영향 하에 있는 세계 자본주의도 "거대한 카지노"(p. 14)로 규정하면서, 이러한 경제가 폭발․붕괴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하는 부르주아지들을 비판하고 있다. <노사과연>





또 한번의 부동산 소동



채만수 | 소장


1) 이에 대해서는, 특히 그 '토지공개념'에 어떤 계급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가에 대해서, 이미 17년 전에 "'토지공개념' 소동의 본질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비판한 바 있는데, 이는 「정세와 노동󰡕 제4호(2005년 8월)에 재록되어 있다.


2) Fred Magdoff, "The Explosion of Debt and Speculation"(부채와 투기의 폭발), Monthly Review, Vol. 58, No. 6 (November 2006), pp. 1-23에 의한다. Fred Magdoff는 금년 1월 1일에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Harry Magdoff([정세와 노동] 제10호, 2006년 2월 참조)의 아들이다. 국판 23쪽에 달하는 장문의 논문인데, 여건이 허락하면 번역하여 게재할까 하고 생각 중이다.


3) 그래프에서 읽은 대략적인 수치임.


4) 역시 그래프에서 읽은 대략적인 수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