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주의의 파산

2006년 11월 30일 국회에서 비정규직 확대법안1)이 통과되었다. 통과된 법 중 하나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제1조 목적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강조는 인용자)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간의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한”다고 한다. 그러면 합리적인 차별도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지배계급인 자본가계급에게 차별(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존재)은 합리적인 것이다. 노동자를 (노동)시장에서 등급을 매겨 구입하는 거만한 자본가계급의 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실 “임금, 근로조건” 등에서 차별을 두지 않으려면 무엇하러 비정규직노동자를 쓰겠는가.

이 법은 또 “기간제 노동자의 총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다”라는 규정이 있지만, 기간제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는 제한하고 있지않다. 결국 자본은 앞으로 모든 신규노동자를 최소한 2년은 비정규직 노동자로 고용할 수 있다. 그리고 물론 2년 이내에 해고하겠지만.

12월 22일에는 “노사관계선진화입법안2)”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기존의 법에서 발전, 가스, 철도, 병원, 석유, 전기, 통신 등이었던 필수공익사업에 항공, 혈액공급사업이 추가되었다. 필수공익사업장에는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도입하고 파업시에 대체근로를 파업참가자의 50%까지 허용한다. 결국 이들 사업장에서 파업은 무력화되었다.


민주노동당은 무엇을 했는가?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11월 30일 제59차 최고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비정규법안처리 관련3)

<중략> 이 자리를 빌어 국민 여러분께 한 말씀 드려야겠다.

어제 거대정당 원내대표끼리 만나 무슨 일이 있든 12월 1일까지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비정규 개악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합의했다. <중략>

안타깝다.

겨우 9석 작은 정당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법사위 회의장 하나 막아서기에도 힘에 부치고 버거운 현실이다. <중략>

고육지책일 뿐이지만 저 거대 정당들끼리 합의하고 밀어붙이면 우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강조는 인용자)


그는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있는지, “의원 9석 가지고는 안 되니“ 90석 100석을 몰아달라는 말인가?!

12월 22일 “노사관계선진화입법안”이 통과될 때는 더욱 가관을 연출했다. 노동해방실천연대(준)는 다음과 같이 고발하고 있다.


단병호 의원은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열린우리당의 로드맵 수정안에 대해 전부 논의하며 합의했고, 이후 환노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수정안에 대해서 적극적인 반대 행동을 취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반대 의사만 표명하였다. 그리고 형식적인 반대조차, 열린우리당과 사전에 합의했던 정치적 액션에 불과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또한 열린우리당 로드맵 수정안에 대해서도, 사전에 단병호 의원이 요구하여 민주노총 김태일 사무총장 책임하에 민주노동당 이해삼 최고위원도 참석한 비공식 논의가 있었던 것도 밝혀지고 있다4).



그러면 민주노총은?


2006년 “민주노총 10대 뉴스”는 주장한다.


2. 사상최대 무기한 총파업

민주노총은 올해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위력적이고 완강한 사상초유의 총파업투쟁을 벌였다. 11월15일부터 12월말까지 40여일간에 걸쳐 민주노총은 노동법 개악 저지, 노사관계민주화 입법안 쟁취, IMF 10개가 한꺼번에 쏟아진다는 한미FTA 중단, 2월27일 국회 환노위에서 날치기처리된 비정규직관련법안 저지, 산재보험법전면개혁 등 4대요구 관철을 위해 총력투쟁을 펼쳤다. <중략>

민주노총은 11월15일 총파업지침 1호를 시작으로 12월21일 총파업지침 8호까지 하달하며 산하 조합원들을 조직하면서 무기한 총파업투쟁을 벌였다. 또 4대요구안 관철과 관련해 정부의 공식답변을 촉구하며 총파업투쟁 과정에서 지도부의 집단구속 가능성을 감안해 별도의 항쟁지도부를 구성했다.

올해 민주노총 총파업투쟁에서는 금속연맹을 비롯해 금속노조, 전국화학섬유연맹 등이 주력부대로 활약해 큰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화물연대와 덤프연대의 총파업, 전교조 연가투쟁, 민주택시 3천대 서울상경투쟁,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결사단식 농성 등이 집중적으로 부각돼 대내외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강조는 인용자>


그렇다! “위력적이고 완강한 사상초유의 총파업투쟁을 벌”여서 비정규직개악법안통과와 노사관계선진화 법안 통과라는 매우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러한 커다란 성과를 거둔 것은 “투쟁”만이 아니라 “사회적 교섭”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교섭은 이렇게 진행되었다!


12월 8일 총파업투쟁의 핵심변수인 로드맵이 환노위를 통과했다.

로드맵은 정규직노조마저 ‘식물노조’로 만들 수 있는 최악의 법안이기에 민주노총은 사활을 건 투쟁을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활을 건 투쟁 대신 열린우리당이 던진 타협안에 연연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 지도부에 수용 여부를 물었다.

12월 7일 밤과 8일 오후까지 수용안의 수용 여부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었다. 일부 필수공익사업장 대표들은 수정안에 대해서 찬성의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더욱 큰 문제는 민주노총 투본대표자회의에서 “수정안 수용 불가”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지도부는 수정안 수용 여부 재논의까지 붙였다. 투쟁을 조직해야 할 시기에 민주노총 지도부는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수정안(로드맵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약간의 양보가 있는 안이다)에 대한 수용 여부를 토론하는 것을 통해 총파업투쟁에 혼선을 초래했다. 일부 필수공익사업장 대표들이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투쟁 자체를 하지 말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필수공익사업장 확대, 대체근로 인정, 정리해고 완화, 부당해고 금전적 보상은 노동조합 자체를 말살할 메가톤급 악법이다. 비록 민주노총이 수정안을 거부했지만 민주노총은 타격을 입었다. 조합원들의 신뢰는 곤두박질쳤고 투쟁의 자신감, 지도부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다5).


2006년도에 민주노총은 싸움을 할 의사도 없고 힘도 없다는 것이 만천하에 폭로되었다. 비정규직 확대법안이 통과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에 분노하고 등을 돌렸다. 노사관계선진화법안으로 공공노동자들은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금속산별노조이다. 새해 벽두부터 자본의 공세는 곧바로 금속노조의 주력인 현대자동차노조로 향하고 있다.

패배한 것은 작은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평가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멀어진다. <노사과연>



사회적 합의주의의 파산



이진우 | 회원



1) “비정규직 보호 법률 해설”, 2006. 12 노동부



주요내용

주요내용



□ 차별처우 금지․시정

○ 비정규직(기간제․단시간․파견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처우를 금지하고,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절차를 마련

※ 사용자 입증책임 부여, 시정명령 불이행시 1억원 이하 과태료



□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 남용 제한

○ 기간제근로의 총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2년 초과시 정규직(무기근로계약) 근로자로 간주

○ 단시간근로자의 초과근로시간을 주 12시간으로 제한

□ 불법파견에 대한 제제와 파견근로자 보호를 강화

○ 파견업무는 현행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하되, 현실에 맞게 확대․조정하도록 요건을 일부 수정․보완

※ 전문지식․기술, 경험 이외에 업무의 성질도 고려(대통령령으로 정함)

○ 현행 파견기간 2년 초과시 고용의제 규정을 직접고용의무로 변경(위반시 3천만원이하 과태료)하면서

- 파견대상업무 위반, 무허가 파견 등 모든 불법파견에 대해서도 고용의무 적용을 명문화

○ 불법파견시 사용사업주에 대한 벌칙을 강화

※ 1년 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 벌금 → 3년 이하, 2천만원 이하



□ 시행시기

○ '07.7월 시행 단, 중소기업의 부담을 감안하여 차별금지․시정 관련 규정은 사업체 규모별 단계적* 시행

* 300인 이상․공공부문 ’07.7월, 100인~299인 ’08.7월, 100인 미만 ’09.7월.



2) “노사관계 선진화 입법 설명자료”, 노동부



주요 입법 내용

󰊱 노동기본권을 국제규범에 부합하도록 신장하고 불합리한 노사관행을 개선

○ 직권중재 제도를 폐지하되, 필수공익사업에 항공, 혈액공급사업 추가

- 필수공익사업에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도입하고 대체근로 허용(파업참가자의 50%를 초과할 수 없음)

< 노사가 자유롭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3자지원신고제도 폐지(ILO 권고사항)

○ 유니온숍 규정을 정비하여 다른 노조를 가입하거나 가입하기 위해 탈퇴하는 근로자에게 해고 등 불이익을 금지(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연계하여 2010년부터 시행)

○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공정성․투명성 제고를 위해 찬반투표 결과의 공개, 투표용지 보존․열람 등의 사항을 노조규약으로 정하도록 의무화

○ 안전보호시설 쟁의행위에 대한 중지명령제도는 유지하되 명령위반에 따른 처벌조항은 삭제(이중처벌 문제해소)

○ 기업단위 복수노조, 노조전임자 급여지원 금지 규정의 시행을 3년간(‘09.12.31까지) 유예

※ 유예기간중 노사정은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시 혼란 최소화 방안, ▲노조 스스로 전임자 급여를 부담할 수 있는 재정자립 방안에 대해 노사정위원회에서 집중 논의

○ 그 외 노동위원회의 조정기능을 강화하고 사적조정인의 수수료나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

󰊲 사업장내 참여와 협력 증진을 위한 기반 강화

○ 노사협의회 위원의 협의회 출석 및 이와 직접 관련된 시간도 근로한 것으로 인정하는 등 노사협의회 역할을 강화

- 협의․의결사항 관련 자료의 사전요청권을 근로자위원에 부여

○ 근로자 감시시설 설치는 협의사항에 추가하고 노동쟁의 예방 관련 사항은 제외

󰊳 취약근로자 보호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

○ 부당해고시 근로자의 신청시 금전보상이 가능토록 하는 등 취약근로자 보호 및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은 삭제하되,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에 대한 이행강제금 및 확정된 구제명령에 대한 처벌조항 신설

○ 기본적인 근로조건 서면명시와 근로자 요구시 교부의무 부과 및 해고사유를 서면통지토록 의무화

○ 경영상 해고시 사전통보기간(현행 60일)을 50일로 단축

- 재고용노력의무를 강화하여 3년이내 동일업무에는 경영상 해고 근로자를 우선 고용토록 의무화

* 선진화 입법 시행시기는 노사준비 등을 고려 2007.7.1부터 시행

⇒ 다만, 직권중재폐지, 필수유지업무도입, 대체근로허용은 ‘08년1월1일, 유니온숍 규정은 2010년1월1일 시행


3) [브리핑] 제59차 최고위원회 발언록 - 2006년 11월 30일 (수) 오전 9시 30분.

http://news.kdlp.org/index.php?comment=&write_name=&password=&main_act=board&board_no=17&jact=art_read&page=12&seq=12&art_no=365049&num=20&category=0.





4) 노동해방실천연대(준), “야합을 중단하고, 노무현정권 퇴진투쟁을 단호히 전개하라!”, 2006년 12월 15일.



5) 노동자해방 당 건설 투쟁단 (당/건/투), “총파업,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