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육투쟁과 학생사회주의자의 입장

고려대 교육투쟁과 학생사회주의자의 입장


intro


예전부터 높은 등록금이 사회적인 문제로 존재하고 있었지만, 올해처럼 등록금 문제로 언론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적은 없었다. 방송사와 신문매체는 물론이거니와 인터넷 만화들에도 등록금문제가 적어도 한 번씩은 다뤄지는 것을 보면 높은 등록금이 정말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 할만하다. 예전에는 국공립대학이 등록금이 싸서 많이들 간다고 얘기를 했지만, 이제는 그 말이 무색해 질 정도로 국공립대학도 미친 듯이 등록금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문제는 높은 등록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은 사회 속에서 존재하거니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재생산의 첨병에 서 있기에 대학 사회의 모순은 사회의 모순과 닮아 있다. 학생사회주의자들은 이 점을 인지하고 교육투쟁에 개입해야 한다. 단지 열심히 실무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투쟁방향을 제출하고 노동자계급의 관점으로 교육투쟁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교육투쟁은 민주주의 투쟁의 성격을 많이 가지지만 학생사회주의자들은 여기서도 체제의 모순을 알려나가고, 투쟁을 기획해서 계급적 운동의 토양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이 글에서는 현재 당면한 고려대의 교육투쟁 사안과 이에 맞선 투쟁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학생사회주의자들이 대학사회에서 교육투쟁을 어떻게 전개해야 할 것인지 확인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징계철회에 대하여


2006년 4월 이후 고려대에서 7명의 출교자를 위시한 19명의 대량 징계사태가 터진지 어느덧 1년이 다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징계문제는 전혀 풀리지 않고 있다. 이른바 ‘교수감금사태’로 보수언론에서 왜곡보도하고 있는 당시 사태의 본질은 요구서안 한 장조차 받지 않던 보직교수(처장단)들의 고압적이고 비민주적인 학사행정에 기초해 있다. 그리고 징계사태는 보건대의 문제 만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이건희명예철학박사 학위수여 반대시위’, ‘새내기새로배움터 연락처 쟁취투쟁’과 매년 벌어지는 등록금투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던 학생들이 이번 징계에 모두 연루되었다. 이것은 명백한 학생활동에 대한 탄압이며, 진보적 운동에 대한 대대적 공세라고 할 수 있다.


출교라는 강력한 징계 때문에 고려대만 부각이 되었지만, 사실 징계문제는 전 대학적인 문제이다. 교육투쟁을 진행한 동덕여대 학생과 대학 직원노조의 파업에 연대한 한국외대 학생은 징계를 당했었고, 이외에도 수많은 대학에서 교육투쟁을 빌미로 교육투쟁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징계위협을 수차례 가한 바 있다. 사실상 이번 고려대 출교사태는 학생운동이 가장 왕성한 고려대를 본보기로 탄압함으로써 전국의 대학본부가 전국의 수많은 학생과 활동가들에게 ‘너희도 우리 말 안 들으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한 형국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려대본부는 징계사건으로 이득을 얻기 보다는 피해를 입고 있다. 대학본부는 학생들의 끊이지 않는 행동으로 ‘학교본부가 학생들을 탄압한다면 학생들은 더욱 학교본부를 괴롭힐 것’이라는 교훈을 얻고 있는 중이다. 출교를 당하자마자 보수언론과 학교의 대대적인 흑색선전에 굴하지 않고 학생들은 바로 전면전에 나섰다. 징계자들을 중심으로 ‘징계자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고 본관 바로 앞에 3동의 천막을 쳤다. 천막을 거점으로 대대적인 선전전과 항의행동을 벌여 나갔다. 매 시간 마다의 선전전으로 학생들은 학교의 흑색선전이 아닌 항의행동의 진실과 보건대의 통폐합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출교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어윤대 고대총장이 등장하는 공식행사에는 학생들이 어김없이 달려가서 징계의 부당함에 대해 목청껏 소리를 높였다. 이런 일련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교내외의 언론들은 관심을 갖고 고대 징계사태에 대해 취재를 해가기 시작했고 여러 사회적 시선이 작용하자 학교본부는 노코멘트로 일관하게 되었다. 징계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학생들은 천막과 항의행동을 계속 유지할 것이고, 고대본부는 계속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징계자위원회의 비타협적인 투쟁은 이후의 학생운동에서 벌어질 여러 상황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다. 절대 굴복하지 않고 전면전을 벌여 내가면서 원칙적으로 투쟁하는 것. 이것이 투쟁의 성과물이다.


현재 출교자만 5명이 있는 반자본주의 운동단체 <다함께>에서는 3월 10일 11일 양일간 고려대 학우강당에서 ‘진보적 대학생이 꼭 알아야 할 9가지 주제’라는 강연회를 개최하기 위해 공간대여를 해놓은 상태였다. 한 달 전부터 홍보에 들어간 큰 강연이었는데, 고대본부에서는 행사 일주일을 남겨두고 공간대여불허를 통보했다. 그야말로 의도적인 방해가 아닐 수 없다. 학교본부 측의 핑계는 ‘외부단체 행사 불허’라고 하지만, 그 동안 많은 기업의 홍보와 북한인권단체의 강연은 너그러이 허용했던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번 사건은 학생운동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다. 학생사회주의자들은 정치활동의 자유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징계투쟁의 성과를 이런 정치행사를 방어하는 행동에서도 이어 나감으로써 부당함에 저항하는 운동의 기풍을 만들어가야 한다. 계속되는 투쟁들을 만들어나가면서 학교본부가 행하는 탄압의 부당함을 알리고, 학생들의 활동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여학생회관


고대본부는 2006년 2학기 말에 여학생들이 편안히 휴식하고 활동하는 공간인 ‘여학생회관’을 학내구성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때려 부수었다. 기존의 여학생회관은 여학우들을 위한 독립적인 공간으로, 성폭력 상담소, 여학생 휴게실, 여학생 열람실 등을 갖추고 있는 공간이었다. 고대본부는 ‘현재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여학생회관 같은 비주류적인 사람들을 보호하는 건물은 필요 없다. 대신 여성의 신장된 권리를 바탕으로 사회에 진출할 여성들의 능력을 함양하며 자본주의적 인간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여학생 회관을 바꾸어 놓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현재 고대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대학에서 여학생들을 위한 시설들을 만들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의 면면을 보면 사실상 ‘남성과는 다른 여성만의 풍부한 감성, 돌봄 노동, 배려심, 공격적이지 않음’ 등등을 계발할 것을 요구 하고 있다. 여성이 가부장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기 위해 현재의 차별과 모순들을 긍정하고 살아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성에게는 자본주의에서 리더쉽을 가지기 위한 ‘가부장적인 역할’들을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 이런 고정된 성역할은 여성들을 더욱 억압해오고, 여성 자신을 검열하게 만들 것이다. 오히려 여성에게는 여성억압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같이 지적하고 이를 깨뜨려 나가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생사회주의자들은 여학생회관을 여성주의적 고민들을 심화해내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여학생회관의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이미 사회에 진출한 여성을 불러 사회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성폭력의 사례와 그에 대한 대처법을 강의하는 강좌를 일상적으로 운영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주의적 고민들을 학생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해야 한다. 여성주의적 고민을 확대할 수 있도록 여성학도서관을 여학생회관에 설치하게 해야 한다. 이 모든 요구사항은 기만적인 여성관을 공격하고, 자본주의 하에서의 여성억압의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투쟁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등록금


자본주의 체제에서 교육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뜬금없는 말 같지만 등록금 문제는 이 질문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자본주의에서 교육은 크게 두가지 역할을 가진다. 그 중 하나는 이데올로기 유포수단으로서의 역할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 체제가 원하는 노동력의 공급처로서의 역할이다. 결국 자본주의에서 교육을 통해 이득을 보는 쪽은 자본가다. 자본주의 착취체제를 교묘히 은폐하고, 교육을 통해 일률적으로 맞춰 나온 노동력을 자신의 이윤창출을 위해 단물까지 쪽쪽 빨아 먹으며 활용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의 유지/확장을 위해 진행되는 교육에서 착취를 당하는 노동자민중이 엄청난 교육비를 부담하게 된다. 노동자민중의 가정에서는 임금노동자의 노예로서의 삶을 연장시키기 위해, 자본주의 착취체제를 연장시키기 위해 등골 휘어가면서 돈을 마련한다.

교육투쟁은 여기서 문제를 제기하고, 선동해 들어가야 한다. 단지 돈 몇 푼을 깍기 위한 등록금투쟁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교육투쟁을 통해서 자본주의 착취메커니즘을 알려나가고 노동자 계급의 눈으로 세상을 과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선전해야 한다. 학생사회주의자의 운동은 학생대중들이 프랑스의 68년 5월 투쟁에서처럼 노동자에게 ‘우리는 착취자로서의 교육을 거부하고, 계급적 연대로 투쟁해나가겠다.’는 선언을 할 수 있게끔 방향성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투쟁이 더욱 의미있고 올바르게 진행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outro


이렇게 고려대의 여러 사안들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약간의 내용은 약간씩 다르더라도 전체적으로 각 대학에서 벌어지는 비슷한 일들이 담겨 있다. 등록금문제를 비롯하여 진보적학생들에 대한 공간대여 불허, 학생운동에 대한 탄압, 비민주적 학사행정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운동이 위기에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벌써 십 몇 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진보의 요람이라 불리던 대학가도 이제는 더 이상 진보적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원인은 무엇인가? 계급운동의 후퇴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활동가들의 올바르지 못한 대응도 이런 위기의 가속화에 한 몫 하고 있다. 비록 계급적 대안을 가지고 있진 않더라도, 대중들은 자본주의 모순 때문에 언제나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 불만들을 조직하고 대중행동으로 강력한 투쟁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학생사회주의자들의 몫이다. 기회주의자들은 행동하기 이전에 가장 낮은 의식의 대중을 두려워하면서 그 대중의 꽁무니만 좇아가려하지만, 학생사회주의자들은 자신이 투쟁의 최선두에 나서서 투쟁을 지도하고, 계급적 의식을 학내에 도입하려 애쓴다. 그리고 비타협적 투쟁으로 계급사회 학교의 본질을 알려나가고, 자본주의 모순을 철폐한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른 운동단위들에서는 등록금투쟁을 진행한다면서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근본적 본질에 조금도 접근하지 못하는 운동이다. 이들의 주장은 ‘돈 몇 푼을 당장은 깍지 못하더라도 빚만은 돌아오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야말로 교육투쟁을 돈 몇 푼의 사고에서 멈추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미친 듯이 오르는 등록금의 악질적 문제(이월적립금은 몇 천억씩 쌓아두고 돈놀이를 하면서 재정이 없다고 등록금을 올려대고 있는 대학들, 교육비를 조금이라도 주지 않으려는 정부)에 대해서는 생각도 않으려는 운동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교육의 문제는 ‘이자가 있는 학자금대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착취 체제의 유지와 그 비용을 개별 노동자민중에게 부담하면서 계급사회에서 교육의 진정한 본질을 가리려는 구조적 모순에 기반하고 있다. 학생사회주의자는 여기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다양한 투쟁 지점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대중에게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다가올 때 사회주의 운동은 더욱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학생사회주의자들은 교육투쟁에 대한 소극적 대응이 아니라,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서 대중운동을 창출해내야 한다. <노사과연>



고려대 교육투쟁과 학생사회주의자의 입장



노동해방학생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