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란 무엇인가?

―그 이론적 메모*


1. “시장경제”의 개념에 관한 메모


“시장경제”라는 개념은 그다지 엄밀하게 규정되지 않는 채로 사람들마다 각자 나름대로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시장경제만능”론 등의 논자들은 그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하지 않는 채로 그것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독자적인 “경제체제”인 것 같이 취급하고 있다. 그 경우는 “시장경제”라는 개념은 실제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맑스 경제학에서의 “시장경제”의 이론적 개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상품생산, 상품교환의 발달과 “시장” 범주에 대해서

“시장경제”라는 개념은 복잡하여도 “시장”이라는 범주 그 자체는 그것 만큼 복잡한 범주는 아니다. 원래 “시장”이란 상품이 교환되는 물리적인 장소를 가리킨다. 시장, 시(市)는 어떤 사회에서도 생산물의 교환이 이루어지면 발달하게 된다. 생산물의 교환 속에서 화폐가 발생하고 노동생산물은 가격을 지닌 상품으로 생산되게 된다.

상품생산이 발전하면 “시장”에서 가격을 기초로 해서 거래되는 “상품”의 종류도 한없이 넓어진다.


그 경건함으로 평판이 났던 12세기에도 이들 상품들 중에는 가끔 아주 미묘한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그 당시 프랑스의 한 시인은 린다[파리근교에 있는 마을]라는 시장에서 볼 수 있었던 상품들 중에 옷감, 구두, 가죽, 농기구, 모피류 등과 함께 “몸파는 여자”까지 들고 있다. (칼 마르크스 「자본론��Ⅰ, 김수행 역 비봉출판사 108쪽―이하에서는 「자본론��의 권수와 쪽수만 표기함―역자) 


게다가 노동력이 상품으로 매매되는 것에 의해서 상품 생산은 사회전체의 생산을 전면적으로 포섭하여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이 확립된다. 그리고 양심, 명예 등과 같은 것까지도 화폐로 사고파는 그런 것으로 되고 또한 토지나 화폐, 자본까지도 “가격”을 지닌 “상품”으로 되게 된다.


그 자체로서는 상품이 아닌 물, 예컨대 양심, 명예 등이 그 소유자에 의해서 판매되는 물건으로 되고 이리하여 그 가격을 통해서 상품형태를 취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물건은 가치를 지니는 일이 없이 형식적으로 가격을 지니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서는 가격표현은 수학상의 어떤 종류의 크기[허수]와 같이 상상적인 것으로 된다. (「자본론��Ⅰ, 131쪽)


상품교환이 현물의 장소적인 이동과는 달리 상품소유자들 간의 계약으로서 이루어지게 되면, 물리적인 “장소”가 없어도 “시장”이 이루어지고, 상품교환이 반복해서 대량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이러한 상품교환의 시스템이나 가치형성의 메카니즘 그 자체가 “시장”이라 불리게 된다. 예를 들면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외국환거래시장(외환시장)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어디엔가 외국환을 사고파는 그런 물리적 장소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외환시장의 참가자인 은행 등이 거래 중개를 하는 브로커를 통해서 전화나 텔렉스(Telex)로 사고팔기를 하고 있다. 이런 정보망의 전 시스템이 외환시장인 것이다.


(2) “시장기구”는 생산양식이 아니고 교역양식이다

맑스는 「자본론��에서 상품교환의 기구, 가격형성의 메카니즘으로서의 “시장”이나 “시장가격”을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중요한 기구로 보면서 그것에 대한 해명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동시에 맑스는 “시장기구” 그것 자체는 결코 독자적인 생산양식이 아니라는 것도 거듭 서술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점이 경제학적 변호론의 방법에서 특징적이다. 첫째, 상품유통과 직접적 생산물 교환사이의 차이점을 무시함으로써 이 둘을 동일시하는 것. 둘째,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의 당사자들의 관계들을 상품유통으로부터 생겨나는 간단한 관련들로 해소시킴으로써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의 모순들을 부정해버리려는 시도. 그러나 상품생산과 상품유통은 그 범위나 영향력은 다를지라도, 매우 다양한 생산양식에 속해있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이들 다양한 생산양식들에 공통적인, “추상적인” 상품유통의 카테고리[범주]들을 알고 있다 할지라도 그것들의 생산양식의 “종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며 따라서 그것들을 판단할 수 없다. (「자본론��Ⅰ, 146쪽)


“시장경제만능”론과 관련해서 중요한 점은 맑스가 「자본론�� 제2권에서 독일 부르주아경제학자 베르너 힐데브란트(Werner Hildebrand)의 논문 「현물경제, 화폐경제, 및 신용경제」를 비판하고 있는 점이다. 힐데브란트는 시장이 발전하는 것을 축으로 하여 국민경제를 세 개의 단계―현물경제ㆍ화폐경제ㆍ신용경제―로 구분하여 파악하려고 했다. 맑스는 이것은 생산양식과 교역양식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 근본적 오류임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사실상 자본주의적 생산은 생산의 일반적형태가 된 생품생산이며 그러나 이것이 그렇게 된 것은, 그리고 그것이 발전함에 따라 점점 더 그렇게 되는 것은 단지 여기에서는 노동 그 자체가 상품으로 나타나기 때문이고 노동자가 노동, 즉 자기 노동력의 기능을 팔고 게다가 우리가 가정하였듯이 그것의 재생산비에 의해서 규정되는 가격으로 팔기 때문이다. 노동이 임노동으로 됨에 조응하여 생산자는 산업자본가가 된다. 그러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생산(그러므로 또 상품생산)은 농촌의 직접 생산자들도 임노동자로 될 경우에만 비로소 그 전체적인 범위에서 나타난다.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관계에서는 화폐관계,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관계가 생산 그 자체에 내재하는 한 관계가 된다. 그러나 이 관계는 기본적으로 말하면, 생산의 사회적 성격에 의거한 것이며, 교역양식의 사회적 성격에 의거한 것이 아니다. 역으로 후자는 전자로부터 생겨난다. 그렇다고 해도 생산양식의 성격 속에서 생산양식에 조응하는 교역양식의 기초를 발견하기보다는 그것과는 역인 것으로 발견하는 것은 소상거래의 돈벌이에 사로잡혀 있는 부르주아적 시야에 적합한 것이다 (「자본론�� Ⅱ, 134-135쪽)


이같이 맑스는 교역양식인 “시장기구”를 그 기초에 있는 생산양식과 혼동하는 것의 잘못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맑스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서의 “시장기구”가 단순한 교역양식이라고만 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음을 이론적으로 아주 깊이 통찰하고 있다.  예를 들면 그 역할들을 그 조목별로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 있다.

○ 상품교환을 통해서 전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해체하고 임노동자계급을 재생산하고 새로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확대시키는 역할.

○ 세계시장으로의 상품수출을 통해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모든 나라들에게 널리 퍼뜨리어 세계를 자본주의화해가는 역할.

○ 상품교환을 통해서 사회의 다양한 소비와 생산(수요와 공급)을 가격기구로 조정하고 자원과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사회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생산․재생산을 계속 유지시켜가는 역할.

○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한 새로운 생산방법을 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을 통해서 사회전체로 파급시키고 사회적 생산력을 높여가는 역할.

○ 노동력의 상품화를 촉진시키고 생산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을 착취하고 생산된 잉여가치(이윤)를 시장에서 상품의 매매를 통해서 실현하는 역할.

○ 노동력 상품을 임금이라는 형태로 매매함으로써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착취” 실태을 은폐시키는 역할.

○ 자본 축적에 의해서 누적하는 생산과 소비의 모순을 공황으로서 실현시킴으로써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역할.

○ 기타 등등


(3) 맑스는 “시장경제”라는 개념을 『자본론』전권에서 전개하고 있다

맑스는 정치경제학 체계 속의 어디엔가 알맞은 곳에 “시장”이라는 개념 자체를 자리매겨 규정하는 일도 고려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정치경제학비판요강��(1857-8년의 초고)에 “시장”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칼 맑스 「정치경제학비판요강��Ⅰ, 김호균 옮김, 백의, 284-286쪽)

거기에서는 먼저 “시장―그것은 경제학에서 처음에는 추상적인 규정으로서 나타나지만―은 총체적인 자태를 취하고 있다”라고 쓰고 있고, 금융시장으로부터 주식시장, 생산물시장, 원료시장, 국내시장, 세계시장 및 시장의 여러 자태들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생산물시장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상품마다 예를 들면, 연초, 면화, 철, 염료 등등의 상품시장을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시장의 추상적인 범주가 어떤 곳에 들어가야 할지는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다”라고 쓰면서 그 항을 마치고 있다. 

또한 맑스는 「자본론�� 제3권을 위한 “주요 초고”(1864년-65년)의 제5편 제10장(현행의 엥겔스 편집에 의한)에 해당하는 곳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시장의 개념은 그것의 가장 일반적인 특징에 대해서 자본의 유통과정에 관한 부분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이 문장은 원래 초고에서는 「자본론�� 제3권 213쪽 15째줄―“공동시장이 있어야 한다”라는 문장 다음에 연결해 서술된 것이나 현행 본에서는 엥겔스의 편집에 의해서 빠져 있다―역자 주).


이러한 언명에도 불구하고 실제의 「자본론��에서는 “시장의 추상적인 범주”에 관한 서술은 찾아지지 않으나, 그러나 “시장”의 본질적인 해명은 「자본론�� 전권을 통해서 아주 과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론��에서는 상품교환의 장이라는 의미에서의 “시장”의 개념은 제1권의 제1편부터 제3권의 최종 편까지 어디에서나 나오고 있으나 그 “시장”개념의 전제를 이루는 “상품, 화폐, 교환, 가격”에 대해서는 제1권 제1편 “상품과 화폐”에서 기본적으로 해명되어 있다.

맑스는 제1편 “상품과 화폐”에 이은 제2편 “화폐의 자본으로의 이행”에서 처음부터 자본이 발생하고 운동하고 성장해가는 “무대”로서 세계시장을 전제하고 있다.


상품유통은 자본의 출발점이다. 상품생산 및 발달된 상품유통―상업―은 자본이 성립하기 위한 역사적 전제를 이룬다. 세계상업 및 세계시장은 16세기에 자본의 근대적 생활사를 개시한다.……(중략)……새로운 자본은 어느 것이나 지금도 언제나 화폐―일정한 과정들을 거쳐 자기 자신을 자본으로 전화시켜야할 화폐―로서 무대에, 즉 상품시장, 노동시장, 혹은 화폐시장이라는 시장에 등장한다.」(「자본론��Ⅰ, 189-190쪽)


「자본론��에서의 “시장”에 관한 이론적인 해명은 제1권에서 모두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본의 유통과정을 취급하는 제2권 전체는 “시장”의 존재를 전제로 해서 전개되고 있고, 게다가 “시장” 개념의 가장 중심적인 내용을 구성하는 “수요와 공급”, “시장가격”에 대해서는 제3권에 들어서면서부터 깊이 해명되고 있다.

특히 제3권의 제2편 “이윤의 평균이윤으로의 전화”의 제10장 “경쟁에 의한 일반적 이윤율의 균등화. 시장가격과 시장가치. 초과이윤”은 “시장”개념을 이해함에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제5편 “이자와 기업가이윤으로의 이윤의 분할. 이자낳는 자본”의 제22장 “이윤의 분할, 이자, 이자율의 ‘자연’율”에서는 화폐자본이 “상품”으로 되어 거래되는 금융시장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로 경쟁의 작용이 이자율(화폐자본의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것을 해명하고 있다.

맑스는 “시장”의 현실적 메카니즘을 더욱 구체적으로 다루려고 하는 “경쟁”론에 대해서 “경쟁의 현실 운동은 우리의 플랜 범위의 밖에 있다”라고 쓰고 있다. 그러나 「자본론��은 “시장”에서의 여러 가지 상품가격의 운동을 규정하는 경제법칙의 가장 본질적인 내용을  과학적으로 아주 훌륭하게 해명하고 있다.



2.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관계에 관한 메모


시장경제의 주체는 상품생산자이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자본가로 전화되므로 시장경제는 어찌되든 간에 “자본”이 경제주체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어디까지나 자본주의적 범주이다라는 견해가 있다. 그것이 맑스적인 상품생산사회=시장경제의 이론적인 본질이다고 주장한다.

이 견해는 이론문제로서 시장경제가 모두 “자본주의 시장경제”이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있을 수 없다는 견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맑스는 분명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화” 이전의 논리단계에서 말하자면 이미 제1편 “상품과 화폐”에서 상품생산자의 교환관계 그 자체가 아주 단순한 부르주아적 관계이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노동생산물의 가치형태는 부르주아적 생산양식의 가장 추상적인, 그러나 또한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며, 바로 이런 형태에 의해서 부르주아적 생산양식은 하나의 특수한 종류의 사회적 생산으로 되고 그 때문에 또 동시에 역사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자본론��Ⅰ, 103-104쪽)


시장경제는 역사적인 상품생산사회의 성립과정에서 보면, 상품생산자를 주체로서 성립시키며,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자, 즉 자본가가 주체로 됨은 말할 것도 없다. 「자본론��에서 상품생산사회는 자본주의적인 상품생산사회를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자본론��의 이론적 견지에서 보면, 상품생산사회=자본주의적 시장경제라는 견해밖에 성립하지 않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맑스가 “노동생산물의 가치형태는 부르주아적 생산양식의 가장 추상적인, 그러나 또한 가장  일반적인 형태”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본제적 생산관계의 “생성”과정에서의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전제로 한 상품사회(노동생산물의 가치형태)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맑스는 어디까지나 “역사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는 한에서의 “노동생산물의 가치형태”의 부르주아적 성격을 논하고 있다고 읽어야 할 것이다.

첫째,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사회에서도 농업 등의 분야에서는 자영농민 등의 형태로 자본가적 경제주체에 의하지 않는 상품 생산자가 존재한다.

맑스는 「자본론��제2권의 “자본의 유통과정”에서는 그러한 자본가적 경제주체에 의하지 않는 상품생산자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사회전체의 상품유통이 성립함을 언명하고 있다.

 물론 그 경우의 농업생산물은 시장에서는 자본주의적 상품으로서 취급되어 자본주의적인 상품생산의 가치규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말하자면 농업생산물의 생산과정에서도 자본주의적인 상품생산의 가치생산과정=가치증식과정이라는 이중의 성격을 지니지 않으면 경영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현실에는 독점자본주의 아래에서는 그러한 가치규정은 흔히 유린되고 있지만).

그러나 경제주체의 성격을 범주적으로 엄밀하게 규정한다면, 가족경영의 농민은 자본가적인 주체는 아니다.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사회에서는 그 경제주체의 성격은 소위 쁘띠 부르주아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본가와 노동자의 “중간적인”성격을 지니고 있다.

둘째, 「자본론��에서도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화”는 그것의 전제로서 “본원적 축적”이 필요하듯이 상품생산자가 자본가로 전화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역사적인 조건, 시장 밖에서의 조건이 필요하다. 상품생산 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자본주의가 생겨난다고 할 수 없다.

결국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화”에 있어서는 시장 속의 경제주체만이 아니라, 시장 밖의 국가의 경제정책 방식 등이 불가결한 역사적 요인으로서 전제된다.

오늘날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의 경우에는 국가적인 시장경제의 육성 방안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시장 밖에서의 국가적 정책주체가 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점에 이제까지의 역사에 유례가 없는,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의 가능성이 생겨나고 있다.

셋째, 「자본론��의 대상으로는 연구 대상이 “자본”에 한정되어 있으므로 거기에서는 사회주의적 상품생산자는 상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자본론��이 자본주의의 생성ㆍ발전 과정을 주된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며, 자본주의의 몰락기(사회주의로의 이행기)를 직접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사회주의로의] 이행기에는 사회주의적인 상품생산자와 자본주의적인 상품생산자 사이에도 상품교환=시장은 성립할 수 있으며, 사회주의적인 상품생산자와 사회주의적인 상품생산자 사이에도 시장이 성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한계”에  관한 메모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한계”에 대해서 생각하는 경우에는 근대경제학 속에서 이제까지 벌써 여러 가지 논의들이 있어 왔고, 그 속에는 경청해볼 만한 합리적인 사고도 여럿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그러나 과학적 사회주의의 입장으로부터는 더욱 심도 있는 이론적 견지에서 다루어져야 할 논점이 있다는 것, 이 양 측면을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하에서는 (1)에서 먼저 근대경제학의 논의를 소개하고 그 다음 (2)에서 과학적 사회주의의 입장에서의 문제를 서술하고자 한다.


Ⅰ. 소위 “시장의 실패”에 대해서―근대경제학의 입장에서의 논의

근대경제학은 기본적으로는 시장 메카니즘(가격 메카니즘)에 의해서 경제적인 자원의 가장 효율적인 배분이 실현될 수 있고 그런 것에 의해서 생산자도 소비자도 최대의 효용이 얻어진다라는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고에 대해서는 근대경제학의 내부로부터도 “시장은 반드시 만능이 아니다”라는 것이 지적되어 왔다. 그것은 이론사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은 4 단계로 이루어져 왔다.

제1단계---피구(Arthur Cecil Pigou) 등의 후생경제학 이론

▶ 시장경제는 소득의 불균등으로부터 생겨나는 빈곤이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정책적 시정(是正)을 국가의 복지정책으로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

제2단계 ---케인즈의 불완전고용 이론

▶ 시장경제는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없다. 시장에 맡겨두면, 총수요는 부족하여 실업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공공사업 등을 벌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

제3단계---1960년 이후에 거론된 “시장 실패”론

▶ 시장경제는 환경파괴․공해 등의 외부불경제(外部不經濟), 도시문제 등 공공적 인프라의 부족, 공공 소비재의 부족, 소득의 불평등화 등의 폐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라는 주장.

제4단계---1960년대 이후에 거론된 “정보의 비대칭성”론

▶ 시장경제는 정보의 대칭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현실의 시장에서는 반드시 그러한 조건에 있지 않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서 거래의 외곡(불균등)이 생겨난다 라는 주장.


이러한 경과를 거치면서 “시장은 반드시 만능이 아니다”라는 것은 근대 경제학 내부에서도 이론적으로는 확인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문제를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경우에 한정해서 근대경제학의 입장으로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 “시장경제의 한계”의 현상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된다.

(1) 소득의 불평등․빈곤

(2) 실업(불완전고용)

(3) 교통․전력 등 인프라 부족

(4) 공공적 소비재부문의 부족

(5) 환경․공해문제(소위 “외부불경제”)

(6) 한 쪽에서의 인구과밀ㆍ다른 쪽에서의 인구과소

(7) 한 쪽에서의 상품의 과잉생산ㆍ다른 쪽에서의 과소생산(부족)


Ⅱ.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한계”―과학적 사회주의의 입장에서의 논점

근대경제학의 논의에서 결여되어 있는 것은 그것이 “시장은 반드시 만능이 아니다”라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여도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그것 자체에 내재해 있는 본질적인 한계를 문제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근대경제학은 인류의 하나의 역사적인 교역양식에 불과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초역사적인 전제로서 보며 그것의 “부분적인 실패”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보충할 것인가라는 논의에 그치고 있다. 그러므로 지나친 시장화를 어떻게 규제해야 할 것인가라는 정책적인 문제의식은 희박해지게 된다. 그래서 과학적 사회주의의 입장에서의 “시장경제”에 대한 본질적인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과학적 사회주의의 입장에서 “시장경제”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논할 때에는 다음의 네 가지 모순에 대해서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노동생산물을 상품으로서 화폐와 교환하는 것―말하자면 상품ㆍ화폐관계 그것 자체의 모순(상품의 물신적 성격).

상품생산에 대해서는 모든 노동생산물이 그 사용가치의 “유용성”에 의해서 직접 교환되는 것이 아니라 교환가치가 화폐로 계산되어 교환된다. 여기에는 상품생산에 특유한 내재적 모순이 존재한다.


상품에 내재적인 대립, 즉 사용가치와 가치의 대립, 사적 노동이 동시에 직접 사회적 노동으로서 표현되어야 한다는 대립, 특수한 구체적인 노동이 동시에 추상적인 일반적 노동으로서만 통용되어야 한다는 대립, 물건의 인격화와 인격의 물건화의 대립,―이 내재적인 모순은 상품변태상의 여러 대립들에서 그것의 발전된 운동형태들을 취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들은 공황의 가능성을, 그러나 오직 가능성만을 포함하고 있다. (「자본론��Ⅰ, 146쪽)


둘째. 본래 노동생산물이 아닌 것까지 상품화되어 시장에서 가격이 매겨져서 화폐로 매매되는 것의 모순.

상품교환의 발전은 노동생산물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가격”으로 매겨져 화폐로 매매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맑스는 이미 「자본론��제1권 제1편 “상품과 화폐”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그 자체로서는 상품이 아닌 물, 예를 들면 양심, 명예 등이 그 소유자에 의해서 화폐로 팔려지는 물건이 되고 이리하여 그 가격을 통해서 상품형태를 취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물은 가치를 가지지 않고서 형식적으로 가격을 지니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서는 가격표현은 수학 상의 어떤 종류의 크기[허수]와 같이 상상적인 것으로 된다. 다른 한편 상상적인 가격형태, 예를 들면 어떠한 인간적 노동도 그것에 대상화되어 있지않기 때문에 어떠한 가치도 지니지 않는 미개간지의 가격도 어떤 현실의 가치관계, 또한 그것으로부터 파생한 관계를 감추고 있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자본론��Ⅰ, 131쪽)


이러한 관계는 노동력의 상품화에 의해서 상품생산이 발전하고 시장경제가 사회전체를 전복하게 됨에 따라서 점점 더 가속화되고, 모든 것이 “가격”을 부여받아 화폐로 거래되게 된다. 이러한 “상품화, 시장화”의 한없는 확대는 과연 인간사회에 바람직한 것인가? 결론을 말하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면, 토지. 재생산 불가능한 토지가 돈벌이의 도구로 되고, 투기의 대상으로 되어 생겨나는 토지 버블에 의해서 서민들은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가? 서민만이 아니라 대은행을 비롯해서 한 나라의 경제전체가 거액의 불량채권이라는 이상한 후휴증에 시달리고 있다.

셋째. 노동력의 상품화를 촉진시키고 생산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을 착취하고 생산된 잉여가치(이윤)를 시장에서 상품의 매매를 통해서 실현하는 것의 모순.

상품 생산이 발전하면, 노동력까지도 상품으로 매매되는 역사적 시대가 등장하였다. 노동력이 상품으로 되자, 임노동자에 의한 상품생산에 의해서 잉여가치가 생산되고 시장에서 그 잉여가치가 실현되고 있는 생산양식―자본제적 생산양식이 생겨난다.


한 상품의 소비로부터 가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화폐소유자는 유통 분야의 내부, 즉 시장에서 그것의 사용가치가 가치의 원천으로 되는 독자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는 한 상품을, 따라서 그것의 현실적인 소비 그 자체가 노동의 대상화이고 그 때문에 가치창조이기도 하는 한 상품을 발견하는 행운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화폐소유자는 시장에서 이 같은 독특한 상품을―노동능력 또한 노동력을 찾아낸다. (「자본론��Ⅰ, 218-219쪽)


그러므로 자본주의 시대를 특징짓는 것은 노동력이 노동자 자신에게는 그에게 속하는 상품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그런 까닭에 그의 노동이 임노동이라는 형태를 지니게 된다는 점에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 순간부터 비로소 노동생산물의 상품형태가 보편화된다. (「자본론��Ⅰ, 223쪽)


넷째. 상품교환으로부터 발생하는 화폐가 자본으로 전화하고 게다가 자본 그 자체가 상품(자본시장)으로 되고 이자낳는 자본으로서 “돈”이 모든 왜곡을 산출하는 모순.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사회에서는 인간사회에서 원래 유용한가 어떤가 보다는 얼마 만큼이 팔리는가가 추구되는 기준이 된다. 바꾸어 말하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에서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화폐”이고 그것이 모든 것이 되어버린다. 요컨대 “돈”으로 모든 것을 따지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이다. 거기에서 인간사회의 모든 “왜곡”이 생겨난다. 인간의 소외현상이 생겨난다.

상품의 물신적 성격은 화폐의 물신적인 성격으로, 그리고 자본의 물신적인 성격으로 발전한다.


이자낳는 자본에서 자본관계는 그 가장 외면적이고 물신적인 형태에 도달한다. 여기에서 자본의 물신적 자태와 자본물신의 관념이 완성되고 있다.(「자본론��Ⅲ, 478-480쪽)


이상의 상품형태의 모순들 중 셋째 모순, 넷째 모순은 분명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에 특유한 모순이다. 둘째 모순은 그것 자체로서는 상품형태일반의 모순이지만, 그것이 보편화되는 것은 노동력이 상품화되고 나서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이 보편화됨으로써 현실화되는 모순이다.

문제는 첫째 모순이다. 이 모순은 상품형태일반에 해당하는 모순이다. 그러나「자본론��제1권 제1편의 상품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아래에서 사적 노동에 의한 사회적 분업을  전제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 첫째 모순도 어디까지나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라는 역사적 조건 아래에 있는 상품생산의 모순이지,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전제로 하는 사회주의 사회 아래에서의 상품(혹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이행기의 사회에서의 상품)에도 무조건 그대로 해당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떠하든 “첫째 모순”과 “사회주의 아래에서의 상품” 사이의 관련은 새로운 시대가 요청하는 이론적 연구과제이다. <노사과연>



이론

“시장경제”란 무엇인가?

―그 이론적 메모*1)



또모요리 히데따까시 | 『經濟』(新日本出版社 刊)지 편집장

번역 : 김성칠(회원)



* 역자주) 이 글은 하나의 논문이 아니다. 일본 맑스주의 월간지인 『經濟』(新日本出版社 刊)지의 편집장이었던 또모요리 히데따까시가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 메모해놓은 것을 번역한 것이다.

* 역자주) 이 글은 하나의 논문이 아니다. 일본 맑스주의 월간지인 『經濟』(新日本出版社 刊)지의 편집장이었던 또모요리 히데따까시가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 메모해놓은 것을 번역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장경제에 관한 이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시장경제를 부르주아 경제학의 입장에서 이해하게 되어 시장경제=자본주의 경제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시장경제를 도입하면 그런 나라들이 곧 자본주의사회로 되어버렸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장경제에 관한 이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시장경제를 부르주아 경제학의 입장에서 이해하게 되어 시장경제=자본주의 경제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시장경제를 도입하면 그런 나라들이 곧 자본주의사회로 되어버렸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고의 재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