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 제1권 세미나 후기

「자본론」 제1권 세미나가 끝났다. 자신 있게 “끝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럴 것이듯, 부끄러움 때문이다. 무식함과 게으름은 쉽게 피해갈 수 없는 적이다. 무서운 적이 게릴라처럼 6개월 내내 나를 공격했다. 결국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나는 그들에게 완전히 패배한 것 같다.

그래서 별로 할 말이 없다. 아니,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것은 세미나를 하면서 느꼈던, 「자본론」의 내용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듯한, 그렇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몇 가지 깨달음이다.


어떻게 「자본론」 읽기 세미나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를 떠올려 보았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학교 외의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공부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자본론」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그 시기에 마침 「자본론」 읽기 세미나가 시작되었고, 그 소식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론」 세미나를 시작할 때 나의 목적은 단순히 ‘세미나라는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었다. 나는 맑스를, 혁명을, 사회주의를, 노동자를, 레닌을, 유물론을, 역사를 거의 알지 못했고, 알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상태에서 세미나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몇 주 지나지 않아 나는 곧바로 몇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당연하게도,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지식이었다. 세미나를 시작하기 전, 나는 노동자 착취가 자본주의의 원동력이라는, 그리고 노동자 피를 빨아 먹는 소수의 자본가 계급이 사회의 부를 독차지한다는 이야기 정도만 거칠게 알고 있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들이다. 「자본론」은 그런 식으로 자본주의를 아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자본론」이 자본주의 사회를 진정 과학적으로 분석했는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과학적’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으려면 어떠한 태도와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지는 감지할 수 있었다. 방대한 분량, 무자비한 비판, 넘치는 자신감, 상품의 탁월한 분석, 법칙의 발견, 추상에서 구체로, “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이것이 「자본론」 읽기의 첫 번째 깨달음이다.

두 번째는, 자본주의가 실제로 오늘의 현실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으며, 각각의 주체들은 그것에 어떠한 저항을 하고 있는가였다. 솔직히 나는 ‘책’을 읽기 위해 세미나에 참가했다. 특별한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본론」을 읽으면 뭔가 괜찮아 보일 것 같았을 뿐이다. 하지만 다른 세미나원들은 나와 달랐다. 그들은 나름대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세미나에 참여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자신의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으며, 어떻게 저항을 이끌어내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형식적으로 ‘많이 배웠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솔직히 말해 부끄러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부끄러웠던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어떠한 의미도 생산해낼 의지가 없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세미나를 하면서 절실하게 배운 것은 책은 현실을 대하는 하나의 통로라는 사실이다. 이제까지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것을 현실에 비추어 바라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떠벌리면서 그것을 명분삼아 현실 문제에 눈감으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야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코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다. 아무리 무관심하려고 해도 현실, 다시 말해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으며, 나 또한 그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본론」은 자신을 읽고도 과연 그 고통에 무관심할 수 있는가를 묻는 책이다. 눈을 감지 말고 똑바로 뜨라고 말하는 책이다. 해방을 상상하기 위해서는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 무엇을 위해서인지 이전에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리고 「자본론」을 읽으면서 책과 현실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무엇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무지했던 만큼 후회가 크지만, 늦게나마 그것을 알려준 세미나라는 공간이 너무나도 고맙다.


이번 후기는 결코 완성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아직 너무나 부족하며,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정확하게 판단하고, 진정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욕구를 이제야 가지기 시작했다. 지금 쓰고 있는 후기는 너무나 불만족스럽다.

곧 「자본론」 제2권 세미나가 시작된다. 나는 제2권 세미나에도 참여할 것이다. 그리고 세미나를 통해 조금 더, 어쩌면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시작이 그렇듯, 제2권 세미나 시작을 앞둔 지금, 나는 굉장히 의욕적이다. 비록 나의 적, 무식함과 게으름이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끈질김, 용기, 성실함이 필요하다. 제2권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이 덕목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승리하고 3권 세미나까지 무사히 끝마친다면, 다시 한 번 세미나 후기를 쓸 수 있을 것이다. 후일담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후기를,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느낀 것들만이 아니라 「자본론」을 읽고 ‘나 자신’이 생각한 것을 쓸 수 있는 후기를. <노사과연>


「자본론」 제1권 세미나 후기



김재훈 |자료회원, 세미나 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