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40차 임시대의원대회 참관기

민주노동운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 것도 십년이 지난 일이고 이미 위기는 임계수위에 달했다. 노골적으로 사회적합의주의를 위해 복무하는 국민파까지 위기라고 혁신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비정규직 법안 등 당면한 자본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현장 투쟁을 복원하기 위해서 민주노총은 어떻게 뼈를 깎는 혁신을 할 것인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는 어떤 논쟁이 벌어지고 향후 어떤 실천으로 검증할 것인지... 비정규직개악법에 대해서 단지 시행령 개정과 법안 개정으로 투쟁방향을 잡아가는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투쟁은 어떻게 전개해야 하는 것인지 복잡한 머리와 약간의 기대로 대의원 대회에 참가하러 나섰다. 이에 대해서 전국비정규직 연대회의를 중심으로 비정규직법은 수정이 아니라 폐기 무효화 대상이라는 원칙적인 토론이 전개될 것이라는 짐작을 참세상 기사1)에서 할 수 있었기에 약간은 상기된 상태였다.

4월 19일 등촌동 88체육관 2시 민주노총 임시대의원 대회에 도착하였다. 대회장 밖에서 장기투쟁 사업장의 상징이며 힘겨운 투쟁 중에도 다른 사업장 투쟁에도 지속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기륭전자 동지들이 대의원들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동지들이 600일 넘게 투쟁을 지속할 수 있는 근거를 보여주고 있었다. 또 햇수로 3년째 정리해고 분쇄와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코오롱 동지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입구 쪽에는 미선출임원 선거를 알리듯 부위원장 후보들이 대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막바지 유세를 하고 있었다. 들어가면서 ‘노동자 출신’ 단병호의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KTX 민세원 지부장 동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선입견 때문인지 단의원의 모습은 의례적인 덕담을 하는 것같이 보였다. 단의원뿐만 아니라 천영세 의원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한쪽에서는 참가 대의원들의 명단을 확인하며 자료집을 나눠주고 있었다. 참관자도 자료집을 받아가도 되냐며 조심스럽게 묻는 내게 관계자는 그냥 가져가라고 귀찮고 바쁘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2시에 시작하기로 한 대의원대회는 아직도 성원이 되지 않아서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사전행사로 여러 투쟁사업장 동지들이 연단에 올라 발언을 하였다. 자본의 악랄한 노조탄압의 상징인 “삼성”SDI 사내하청 하이비트 동지들의 발언이 있었다. 노조를 결성하기 위한 초동적인 움직임조차 삶을 내걸고 해야 하는 삼성에서 여성동지들 중심으로 사내하청 노동자 40여명이 금속노조에 가입한 것은 단순한 민주노조 설립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것이다. 아시아를 비롯해 전세계에 그 악랄한 노동탄압을 전파하고 있는 초국적자본 삼성의 대응은 이번에도 여지없는 것이었다. 하이비트 동지들은 폭력, 협박, 미행, 고소고발은 기본이고 또 여성동지들에게 가해지는 성추행까지 감내해가면서 투쟁해야 했다. 발언하는 여성동지는 그 부분에서 끝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이에 대의원동지들은 박수로 격려하였고 발언자 동지는 간신히 발언을 마치고 연단을 내려갔다. 다음엔 불매운동을 호소하는 GS 칼텍스 해고자 동지의 발언이 그 다음엔 건설노조 경기서부 지부장 동지의 발언이 이어졌다. 노동자를 허울뿐인 사장으로 만드는 건설현장의 소사장제 ‘시공참여자조항’을 폐지하자는 호소가 이어졌다. 다음에는 삭발을 한 학습지 노조 이인숙 위원장 동지가 연단에 올라섰다. 특수고용 노동자성 쟁취를 위한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또 한솔자본의 만행을 폭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김진찬 동지를 해고하고 부당수수료와 ERP(Enterprise Resours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 등의 갖은 방법으로 학습지 노동자를 민주투사라는 미명하에 착취하는 변재용 사장의 행태를 단호하게 고발하는 모습에서 강한 결의와 의지를 읽어낼 수 있었다.

대의원 대회는 예정보다 2시간이 지난 오후 4시에 성사되었다. 자료집에서 제시한 안건은 직선제 규약 재정, 재정혁신방안, 노동운동혁신위원회, 미선출 임원 선거, 결의문(한미FTA 투쟁) 채택의 다섯 개 항목이었다. 이외에도 현장에서 대의원 동지들이 발의한 ‘노동법개악 폐기투쟁 결의안'과 '노무현정권 퇴진투쟁 결의안'이 있었다. 회순 변경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제4호 의안인 미선출 임원 선거 안건을 두 번째로 옮기자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석행 의장은 감표위원들이 대의원이 거수한 표찰 번호까지 확인, 기록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위원장은 대의원 번호를 확인해 특정 안건 심의에서의 부재 여부도 실명과 함께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김수정 대의원을 비롯해 발전산업노조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김동성 대의원이 격렬하게 반대발언을 하였고 의장은 의사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민주노동운동 진영의 발목을 잡았던 직선제개정안을 둘러싼 표결이 막 진행되려고 하였다. 직선제개정이라는 것만으로 민주노동운동이 혁신될 수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안건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던 사회적합의주의 주도세력조차도 선거에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찬성으로 전환한 것을 볼 때,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은 단지 절차적 형식적 민주성의 확립만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 각 정파가 스스로 정치적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가 마련이 되지 않는다면, 강승규 비리 이후에도 사회적합의주의 주도세력이 민주노총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 변하긴 힘들 것이다. 물론 직선제는 민주노동운동 혁신의 최소한의 필요조건임을 또 민주노동운동의 혁신이 특정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공세에 밀리는 계급역관계의 문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랜 기간 격론을 벌였던 문제이기에 직선제개정안은 별다른 토론 없이 바로 표결로 들어갔다. 결과는 총 579명의 대의원이 투표에 참가해 임원직선제에는 찬성 407명 반대 172명, 파견대의원 직선제에는 321명 찬성 258명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규약개정을 위해서는 투표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에 임원직선제는 통과되고 파견대의원 직선제는 부결되었다. 반쪽으로 통과된 직선제 개정안은 그나마도 2010년 선거부터 적용되는 것이기에 자본의 전방위적 공세에 맞서야 할 상황에 내부혁신의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현실조건을 바꾸지 못하게 되었다.

중간에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의 연대발언이 있었는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권영길 의원은 보궐선거 지지유세 때문에 참석이 늦었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리고 세간의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을 동일시하는 시선에, “그렇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동일체”라고 선언하였다. 그러더니 18일에 있을 예정이었으나 늦춰진 자신의 대선 출마선언이야기를 하였고 허세욱 동지와 한미 FTA 투쟁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다. 도식화 해보자. 한미FTA 반대 투쟁 그것도 다분히 국수적이고 의회주의적인 투쟁을 위해 민주노동당이 대선에서 유의미한 세력이 되고 또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이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어야 한다. 안 그런가? 지나친가?

미선출 대의원 선거가 이어졌다. 후보자들의 발언은 공통적으로 허세욱 동지와 FTA 투쟁을 언급하고 있었다. 약 7분간의 발언만으로 두 동지들에 대해서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지만 그다지 구체적인 투쟁결의를 밝히지 못한 전병덕 후보자에 비해 한미FTA무효화, 비정규직 철폐, 통일 투쟁 등에 이르기까지 총파업 투쟁을 복원하기 위해 현장에서부터 앞장서겠다는 박정곤 후보의 연설이 상대적으로 인상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결국 여성할당 감사로 추천된 김금자 대의원을 비롯해 모든 후보의 당선이 결정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오후 7시 40분경 이석행 위원장이 남은 안건을 5월 중앙위원회로 위임해 달라는 깜짝 발표를 했다. 남아있는 의안은 재정혁신 건, 노동운동혁신위원회 설치 건을 비롯해, 백석근 대의원 외 37명이 발의한 재정혁신안 수정안, 김금철 대의원 외 36명이 발의한 노동법개악폐기투쟁결의안, 김성민 대의원 외 33명이 발의한 노무현정권퇴진투쟁결의안 등이다.2) 이에 대한 이석행 위원장의 변명은 발인된 안건에 대한 토론이 충분히 더 필요하고 또한 현재 성원미달로 정족수가 부족하다는 궁색한 것이었다. 형식적으로만 보더라도 그렇다. 대의원 성원미달인 상황에서 남은 안건을 중앙위원회로 위임한다고 결의할 수 있는가? 남아 있는 대의원들의 의사를 빌미로 삼아 위원장과 지도부의 의사를 독단적으로 관철시키겠다는 것 아닌가? 이에 대한 대의원들의 반발은 당연했고 또 강경했다. 발전산업노조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김동성 대의원은 “남아 있는 안건 중에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재정혁신방안 같은 안건이 있다. 이런식으로 마무리한다고 해서 추후 대의원대회가 다시 유회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라는 원칙적인 발언을 하였다. 이에 이석행 의원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자신의 의사를 철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정혁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이용식 사무총장의 발제는 간략했다. “2006년에만 민주노총의 재정적자가 5억이고 2007년에는 8억의 적자가 예상되기에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맹비 납부율 기준을 현실화하고 맹비를 인상하며 또한 국가세수를 활용하자(제 2호 의안 4항)”는 것이었다. 이용식 사무총장의 발제에서는 민주노총의 회계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었다. 그리고 국가 세수를 활용하겠다는 내용은 ‘미조직노동자, 비정규노동자, 실업자 상담 및 조직화 등 중장기적 전략사업비’를 고용보험 등의 세수로서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앞서 발언을 한 김동성 대의원이 “국가의 재정을 민주노총에 도입하는 것을 처음으로 시도했던 것도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었는데, 이제는 사업비의 일부까지 구체적인 항목을 명시하면서 국가의 지원을 받겠다는 것이냐며 이것은 민주노동운동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발언을 하였다. 이어서 사무금융연맹 이두헌 부위원장의 “맹비 납부 기준 현실화문제에 있어, 단위 연맹뿐만 아니라 총연맹에서도 책임성을 갖추어야 한다(제2조 의안 1항)”는 수정동의안 제안발언이 있었고 이에 대해 사무총장은 이것은 납부경로의 문제이고 직선제추진위원회와 연결시켜서 조율하겠다는 답변을 하였다. 그 외 서울 지하철노조 배상조 대의원의 탄압에 의해 맹비를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이는 중앙집행부에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이 있었다. 결국 표결처리를 위해서 성원을 확인했는데 여러 빈 자리에서 짐작할 수 있는 대로 재석 대의원은 436명으로 과반수 533명에 미치지 못해 오후 8시 20분경 자동 유회됐다. 이날 대의원들이 현장 발의한 ‘노동법개악 폐기투쟁 결의안'과 '노무현정권 퇴진투쟁 결의안' 등은 토론에도 부치지 못하고 부결되었다. 이후 투쟁에 대한 토론도 진행되지 않은 채로 대의원들은 파업가를 부른 후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수많은 혁신의 과제와 당면 투쟁의 무게에 밤샘 대의원대회는 기본이겠구나, 투표하는 중간중간 눈을 붙이면 충분히 버틸 수 있겠거니 했던 햇병아리 대의원대회 참관자는 허탈함과 아쉬움을 지니고 대회장을 빠져나왔다. 나가는 중에 대의원들에게 허리 숙여 죄송하다며 악수하는 이석행 위원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의 옆을 그냥 지나쳐 나왔다.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동지들은 출구에서 비정규직개악안 철폐를 위해 피케팅을 하고 있었고, 몇몇 대의원 동지들은 책임없이 중간에 빠져나간 대의원들에게 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분이 섞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회장에서 GS 칼텍스 한 동지가 재정 후원을 위한 유인물을 내게 나눠주면서 “읽어만 주십시오”하는 모습이 영 지워지지 않는다. 그 동지에게 “당연히 읽어 봐야죠”라고 대답했지만 그 동지의 태도는 ‘후원까지는 기대도 안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알아만 주십시오’ 아닌가. 민주노조 운동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씁쓸한 모습이 대회가 끝난 지금까지도 뇌리에 남아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감상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민주노동운동의 혁신은 민주노총 조합원동지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내외부 모두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고, 자본과 국가가 노동운동을 포섭하는 전략은 전세계적인 것이며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법안 완전폐기를 위한 투쟁전선 복원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노사과연>


민주노총 40차 임시대의원대회 참관기


최상철 | 운영위원


1)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39297 (이꽃맘 기자, “장관대장정 말고 비정규법 폐기! 정권퇴진! 투쟁을”―민주노총 40차 임시대의원대회, 현장에서 많은 안건 발의.)


2) 인터넷 참세상 기사를 인용했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39298 최인희 기자, “민주노총, 임원직선제 규약개정안 통과” - 대의원대회, 파견대의원 직선은 무산.. 부위원장 선거 후 또 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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