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기 맑스-레닌주의 미학 세미나 후기

2007년 제2기 미학 세미나가 끝났다


2007년 제2기 미학 세미나가 끝났다. 예술이나 미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참관 멤버로 미학 세미나에 참여하게 되었고, 어느덧 6개월이 지나 고정 팀원으로 세미나 마무리까지 함께 하게 되었다. 아름다움이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 좋은 예술 작품일까, 예술 작품의 가치는 시대를 초월하는 것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올바른 예술 작품은 어떠해야 하는 것일까, 대중문화에서 만들어지는 작품들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등등 소박하지만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질문들을 안고 세미나를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세미나를 시작할 때만 해도, 세미나가 끝나면 뭔가 밝아질 것이라 기대했는데, 세미나가 거의 끝난 지금은 오히려 더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번 후기에서는, 그동안 배운 것들을 기억해보고, 텍스트를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점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자 한다.

2007년 10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이어진 이번 세미나에서는 맑스와 엥겔스, 그리고 레닌의 예술관, 미에 관한 그들의 태도, 구쏘련의 미학이론 등을 공부했다. 처음 읽은 교재는 쏘련과학 아카데미에서 펴낸 ��마르크스 레닌주의 미학의 기초이론��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맑스-레닌주의의 입장에서 미의 본질, 예술의 역사, 미학사, 예술에 접근하는 방법 등을 정리한 책이다. 일종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400페이지짜리 책 두 권으로 이루어진 이 교재를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800페이지라는 방대한 분량도 부담스러웠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책이 그 정도 방대한 분량으로도 한참 모자랄 만큼 맑스-레닌주의 미학이란 무엇인지, 미학사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예술의 발전이 어떤 물질적 조건 속에서 진행되는지,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 미와 예술의 문제와 관련해 다룰 수 있는 내용들은 모조리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구에서 주요하다고 평가 받는 온갖 철학자, 미학자들의 논의를 간명하게 정리하고 그것을 맑스-레닌주의적으로 비판하는 「제2장 미학사의 주요한 단계」는 읽으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낀 부분이고, 다시 읽어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때의 어려움은 책 내용의 부실함보다는 책 자체의 물리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인데, 철학자들의 난해한 이론을 제한된 분량 속에 최대한 간결하게 담아내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조금 더 자세한 미학사 서술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얻은 것도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서 주장하는 미학 이론이 내가 생각했던 올바른 미학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고(소련의 미학적 입장이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고 듣기는 했지만), 그동안 리얼리즘, 특히 구태의연한 것이라고만 받아들였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관해 품었던 오해도 일정 정도 풀 수 있었다. 이 책에 따르면 리얼리즘이란 단순히 예술의 형상화와 관련한 특정한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예술과 현실을 연결하는 하나의 태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의 합법칙성을 반영한 가운데 예술 창작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정당해 보인다. 하지만 예전부터 비관적이었던 ‘전형성’, ‘인민성’ 개념은 여전히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내용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논의가 추상적인 차원에서 진행되어 마음에 크게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은,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예술 작품을 거의 접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이 책들을 찾아보지 않은 내 게으름 탓이고, 또 부분적으로는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을 접해볼 수 없는 한국 현실 탓이다. 아무튼 그 때문에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많은 개념들, 이 책이 전개하는 주장의 올바름을 판단하는 것이 한층 더 어려웠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이에 아쉬움을 표했지만, 이 책 자체가 가진 문제라고 할 수도 없고, 밀려오는 궁금증을 해결한 방안도 없어서 아쉬움만 남겨둔 채로 지나친 적이 많다. 오늘날 현실, 오늘날 존재하는 작품들을 토대로 쓰인 미학 개론서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마르크스 레닌주의 미학의 기초이론��을 읽은 다음에는 논장에서 출간한 ��마르크스 엥겔스의 문학예술론��을 부분적으로 읽었다(나머지 부분은 2008년 제1기 세미나에서 읽을 계획이다). 맑스와 엥겔스는 미를 다룬 체계적인 저술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두 사람 모두 미와 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라쌀레의 희곡 ��프란츠 폰 지킹엔��을 가지고 라쌀레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으며, 특히 엥겔스는 각종 서한에서 예술 작품과 예술의 역사를 논평한 적도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아름다움이란 과연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이 책에 실린 ��독일 이데올로기��, ��경제학 철학 수고��, 그리고 각종 서한의 발췌문을 읽으면서 미의 문제 역사 역사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 미와 예술 역시 사회구성의 한 부분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물질적 토대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맑스와 엥겔스가 미를 바라보는 관점뿐 아니라 역사의 운동과 사회 변화 관한 그들의 인식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역시 논장에서 출간된 ��레닌의 문학예술론��을 읽었다. 이 책도 부분적으로만 읽었고(이 책 역시 2008년 제1기 세미나에서 마저 읽기로 했다), 아직 레닌의 다른 책을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간단히 인상만을 말하자면, 이 책을 통해 정책가로서의 레닌의 일면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레닌 역시 예술을 사랑하고 또 중시했던 사람이지만, 그에게 예술이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분야였다. 사실 나는 그동안 예술 그 자체의 의미라든지, 사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는 예술가라는 존재에 사로잡혀 있었다. 물론 ‘예술가’가 사회 속에 존재하는 특수한 존재며 그가 가진 의미가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 하지만 클라라 체트킨과의 대화에서 “나는 어떤 미술 전시회에서 가장 훌륭한 전시품을 보는 것보다 어떤 오지 마을들에 몇몇 초등학교를 세우는 것이 내게는 더 기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라고 말한 것을 읽으면서 나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에서 예술을 대하는 태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레닌의 말 속에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사람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고민이, 그러한 사회에서 예술이 어떠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돌베개에서 나온 ��맑스주의 문학예술논쟁��을 읽고 있다. 라쌀레의 희곡 ��프란츠 폰 지킹에��을 두고 맑스와 라쌀레 사이에 펼쳐진 논쟁과, 그것에 관한 게오르크 루카치, 한스 코흐, 김남천, 조만영의 연구를 실은 책이다. 아쉽지만 아직 이 책에 관한 세미나가 끝나지 않아(아직 한 번의 세미나가 더 남아 있다) 특별히 덧붙일 수 있는 말이 없다. 대표적인 맑스주의 이론가로 잘 알려진 루카치의 논평을 즐겁게 읽었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싶다.

책에 관한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다. 세미나를 하면서 다른 세미나에 비해 미학 세미나는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맑스와 엥겔스의 책을 읽어야 하는 “맑스 엥겔스 원전 세미나”, “자본론 세미나”, 레닌의 책을 읽어야 하는 “레닌 세미나”와 달리 주교재로 삼아야 할 텍스트를 선정하는 것 자체가 세미나의 일환이다. 또한 미와 예술 문제에 속하는 다양한 문제들 중 어느 것을 중점적으로 다뤄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며, 실제로 팀원들의 관심사에 따라 공부하는 주제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런 특성 때문에 세미나를 하면서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고, 세미나 교재에 집중하기보다는 세미나 교재에서 다루는 수많은 다른 책들에 마음을 뺏긴 적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세미나를 진행했던 상철님과, 규환님의 도움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즐겁게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었다. 특히 세미나 시작하기 전 혹은 끝난 후에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팀원 모두 음악에 관심이 많고, 또 각자 좋아하는 음악도 많이 달라 평소에 듣지 못한 노래들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봤지만 정작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는 고전음악, 접할 기회조차 없었던 세계 각국의 음악, 대중음악만 들었던 나에게 생소하기만 했던 월북 작곡가 김순남, 윤이상의 음악, 그리고 오늘날 대중음악까지. 이곳에서가 아니었다면 아마 그 음악들을 들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여러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설명까지 해준 다른 팀원들에게 감사한다.


앞으로 시작하는 2008년 제1기 세미나는 지난 세미나의 연장선상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이해”를 목적으로 진행된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지난 기수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조금 더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이번 세미나에는 팀원 한 분이 새로 세미나에 합류하기로 했다. 합쳐서 4명이다. 3명이서 진행했던 지난 번 세미나는, 아기자기한 맛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인원 부족 때문에 때로는 힘겨웠고, 때로는 느슨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새로운 팀원을 맞아 이번 1기 세미나는 지난번의 좋은 분위기는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더욱 활기찬 세미나가 되길 기원한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