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문화제에 참여하는 어느 노동자의 생각

믿을 놈 아무도 없네


믿을 놈 아무도 없네, 이놈 한번 밀어봐?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를 빌미로 대대적인 사유화를 단행하고, 노무현 정부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고통을 강요해 왔다. 이 땅의 노동자, 민중은 자본의 경제적 이익을 정치적으로 실현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지속적으로 고통당해 온 것이다.

상시적인 인원감축, 조기퇴직, 명예퇴직, 정리해고에 이르기까지…. 고용의 유연화를 내걸고 정규직을 감축하고 그 자리에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채워 넣었다. 한편, ’9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 한 이른바 신경영전략을 밀어 붙이며 노동자 분할통제를 지속해오다가 급기야 법적 제도적으로 완성시켜 왔다. 비정규직 보호법이니, 노사정합의주의니, 필수유지업무 지정제 하는 등등의 것들이다.


노동자 민중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경과하면서 그들에게 품었던 일말의 기대가 환상이었음으로 체득했다.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노동통제 정책에 피멍이 들었다. 이른바 개혁정부, 민주화 경력자들에 대한 환상과 기대는 그렇게 해서 깨졌고, 이러한 상황에서 ’0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맞이했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민중들의 열망은 참으로 기이하게도 가장 수구적인 표심으로 표출되었다. ‘연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 강국,'을 이루겠다는 이른바 747(공약)을 내세우며 환상을 유포한 이명박 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



어라~ 아니네, 이럴 수가…!


이명박이 제시한 장밋빛 환상은 곧바로 탄로 나기 시작했다. 취임 3개월 만에 7%성장 목표에서 목표치를 계속 낮춰 4%가 되었다. 이마저 어찌될 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문제는 그의 경제 살리기 정책의 중심을 관통하는 본질적 성격이 문제다. 747공약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졌던 절대 다수 민중들은 어렴풋이나마 그 본질적 성격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물류수송의 비현실성은 물론이고, 식수오염, 환경파괴, 홍수대란 등의 위험성보다, 건설․토목자본에게 천문학적 이윤을 챙겨주면 그만인 정책이라는 사실, 이를 통해 경제성장의 수치를 올려보려는 속셈이라는 사실을…. 대운하 계획에 대한 본질이 전면화 되면서 절대다수 민중은 반대의견을 피력하자, 이명박 정부는 하천정비 사업이니 뭐니 하면서 말 바꾸기하며 여론 반전을 시도해 왔다.


뼈 조각조차 발견되면 되돌려 보내던 미국산 쇠고기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 가더니 자신이 나서서 소의 ‘월령’과 ‘부위’에 대한 조건을 단번에 제거하고 전면 수입을 선언했다. FTA의 조속한 비준에 대한 열망을 앞세워 국내 축산농가나 민중의 건강권을 일시에 팔아넘기는 사건이었다. 이런 충격적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맨먼저 나선 것은 고교생을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이었다. 그들은 인터넷 공간에서의 소통을 통해 의기투합하여 거리에서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소녀와 소년들의 촛불은 대다수 시민들의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 냈다. 민주노총 총파업 선언은 생산에 타격을 줄만한 것이 못되지만, 촛불 문화제에 노동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민중들은 대통령에게 ‘기대와 열망’을 보냈는데, 그는 도리어 일종의 테러행위라 할 수 있는 일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소스라치게 놀란 민중들은 그에 대한 기대를 거두고 있다. 이명박에 대한 지지도는 여론조사에서 7%대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이다.



‘쇠고기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


두 달이 넘게 지속된 촛불 문화제 현장에는 ‘고시철회, 협상무효’, ‘이명박은 물러나라’는 소리가 높다. 자유발언대 연단에서는 쇠고기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 정책, 민영화 정책, 보건의료 정책, 환율과 물가, 한반도 대운하정책들을 성토하는 장이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내외 독점 재벌과 부유한 상위 1%를 중심으로 한 정책,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절대다수의 노동자 민중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정책을 서슴없이 추진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인식되기 시작했다. 


― 교육 시장화

경제특구, 제주도 특별도 등에 교육을 자본시장에 열어주고, 영어몰입교육, O교시 수업, 우열반 편성(영, 수), 방과 후 학교를 사교육 시장에 개방, 일제고사 부활 등으로 학생을 비인간화 시키고, 사교육 시장을 더욱 활성화 시켜 학부모의 주머니를 쥐어짜도록 하는 정책이 그렇다. 기존 50여개의 특목고 외에 자율형 사립고 100개, 기숙형 공립학교 150개를 추가하여 고교 서열화와 계층화를 추진하는 것이 또한 그렇다. 대학입시 자율화 정책으로 내신축소, 본고사 부활, 고교 등급제 적용 등으로 계층 간 불평등을 심화하고, 초중등 교육을 대입 에 더욱 종속시키려는 것이 역시 그렇다. 자율과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을 기업과 같이 최대이윤 추구가 목적인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교육 시장화 정책은 ‘대한민국 주식회사 CEO’다운 발상이다. 


― 공기업 사유화

이명박 정부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유은행과 국유기업 사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여 재벌기업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전히 폐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단계적으로 완화, 대기업의 은행 지분 의결권 한도를 현행 4%에서 15%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수백 개의 공기업을 민간자본에게 팔아넘기려 한다. 정권과 자본의 관심은 공공서비스나 공기업 노동자의 생존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직 공공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공기업을 최대이윤 추구의 도구로 만들려고 한다. 자본에게 있어서 공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이는 듯하다. 공공서비스에 따르는 비용은 모두 정부에서 지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기업 사유화는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재앙이다. 수자원공사를 민영화하여 물을 산업화하면 물 값이 폭등할 것이고, 가스와 발전의 분할매각이 이루어지면 서민들의 연료비 부담은 늘어날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누리꾼(네티즌)들은 공기업 노조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자유게시판에 공기업 민영화 반대 글과 투쟁 지지 글을 계속 올리고 있다.


― 보건, 의료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정권이 추진해 온 의료법 개악, 병원의 영리법인화,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완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 의료산업화 정책들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병원의 영리법인화는 의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인건비 감소를 위해 비정규직은 더욱 확대할 것이다. 건강보험 당연진정제 폐지 기도와 민간보험 활성화 정책은 공적 건강보험의 재정기반을 해체할 것이다. 절대 다수의 노동자 민중의 의료비 부담을 심각하게 가중시키고, 의료자본과 보험자본의 수중으로 들어가게 하는 제도임에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도 민중은 없고 자본만 있을 뿐이다. 이명박 정권의 보건의료정책이 노동자 민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 지는 마이클 무어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로 충분할 듯하다.


― 연금 개악

자본과 정권은 국민연금을 소득비례국민연금으로 개편하여 국민연금의 재분배기능을 폐지하고, 국민연금의 투자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감액한 것으로 기초(노령)연금을 일정하게 확대하도록 하여 국민연금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공무원연금 개악 입장 발표했는데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민간 수준의 퇴직금을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금 공무원 사회는 공무원연금이 개악이 되기 전에 명퇴하려는 공무원이 줄을 서 있는 형국이다. 공무원연금 개악 방침은 공무원 퇴출의 도구가 되어 있는 것이다.



말 바꾸기, 기만책, 공안 탄압


촛불 민심은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근본적인 반민중적 정책 일반에 이르기까지 확장되기 시작했다. 언론장악 반대, 조ㆍ중ㆍ동을 위시한 수구언론 규탄, 공기업 민영화 반대, 교육 시장화 반대, 보건의료 시장화 반대 등등이 그러하다.

이명박 정부는 들끓는 민심을 돌려놓으려고 국면 전환용 말 바꾸기를 계속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반대여론을 의식하여 ‘국민이 반대하면’ 이라는 단서를 달아 유보 하는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물, 전기, 가스, 건강보험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민영화라는 말을 선진화라는 포괄적 의미의 말로 바꿔치기 했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말만이 아니라 기만책으로 정국 돌파를 시도했다. 쇠고기 재협상 요구에 대해서는 추가협상 소동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추가협상 결과에 따라 잠시 동요하는 듯 했으나, 기만책임이 속속 밝혀지면서 ‘촛불’은 이어졌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 정책이 노동자, 민중을 죽이는 것임을 각성하기 시작했고, 촛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말 바꾸기, 추가협상, 조ㆍ중ㆍ동으로 대표되는 수구 언론을 통한 이데올로기 공작으로 촛불을 끄지 못했다. 도리어 화물연대, 건설장비 노동자들의 파업투쟁과 민주노총의 파업선언 등으로 번져갔다. 정부는 드디어 조ㆍ중ㆍ동 나팔수와 권력에 빌붙어 사는 지식인입네 하는 자들의 이데올로기적 공중 폭격과 함께, 검경 등 사법 당국의 공안 탄압으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불법시위, 불법파업 딱지를 전면에 걸고 압수수색, 체포영장 발령, 촛불시위 강제 진압과 연행, PD수첩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네티즌의 출국금지 조치, 전면화한 아이피 추적 등 서슬 퍼런 국가폭력의 칼날을 휘두르며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



파업손실액을 뒤집어 보면


노동조합의 파업권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공기업은 필수유지업무 지정제도로 파업권을 봉쇄하고 있다. 공무원과 교사들은 노동 2권만 보장하고 있다. 그 외에도 직권중재다 긴급조정이다 하여 사실상 노동자 파업은 불법이 아닌 경우가 없다. 예외가 되는 것은 오직 파업의 영향력이 미미한 경우에만 합법이 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파업만 하면 천문학적 파업손실액을 산출해서 ‘파업이 경제를 망친다는 둥’ 노동자를 범죄자로 몰며 어김없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노동자들의 일부가 며칠만 일손을 놓아도 어마 어마한 손실액이 발생한다면, 역으로 파업기간을 제외한 일 년 내내 노동을 통해 발생하는 엄청난 부가가치는 노동자들이 창조해낸 것이 아닌가? 세상을 쥐고 흔들고 있는 엄청난 자본(돈)은 결국 노동자들의 노동의 산물이라면 그들이 가로챈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왜 어디에도 없는가? 그렇다면, 수구 언론과 정부당국은 왜 잠시 일손을 놓았을 때 발생하는 손실액에만 관심이 있고, 파업기간 보다 수백 배의 시간에 노동함으로서 새로운 천문학적인 가치창조의 주역에 대해 존경과 찬사를 보내지 못하는가?



촛불 충격과 반성 그리고 단상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협상에 대해 중고생들의 먼저 나섰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행동에 나선 고교생들의 행동은 조직 노동자로서 생경하기도 하고 문제제기 방식에 있어서 일종의 문화적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그 문제제기의 정당성은 일파만파 동의를 획득했다.

노동자들은 촛불시위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뒤늦게 조직적 참여가 이루어졌다. 민주노총은 미친소 수입 반대,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를 내걸고 파업찬반투표를 조직했다. 자신의 직접적인 요구에 익숙한 노동자들은 확장된 의제에 대해 몸이 확 달라붙지는 못했으나, 촛불집회 결합의지를 강화했다. 일반시민이나 네티즌들의 행동에 노동자들이 뒤따라가 가는 모습을 보인 것은 조직된 노동자로서 부끄러운 일임에 분명하다. 무정형의 촛불시위 현장은 재기 발랄함 그 자체였다. 쇠고기 관련 재협상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전반적인 반 민중적 정책기조에 대한 폭로와 성토의 장이 되었다.

오랜 세월 자본과 정부의 공세에 찌들려 있는 노동자들을 고무시키는 역할을 했다. 촛불이 꺼지면 본연의 정책기조를 밀어 붙일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조직된 노동자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자신의 요구를 전면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일반시민과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분리시키려는 온갖 시도를 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모두 전 민중적 이해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 투쟁과 일반 시민의 촛불을 선도하며 하나가 되어야 한다. 엄혹한 국가의 조직적 폭력 앞에 너끈히 투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은 결국 노동자들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촛불시위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중고생들과 네티즌들의 자발적 의지가 발동하여 만들어 냈다. 우리 노동자들은 이러한 점을 배워야 한다. 조직적 결정만이 아니라 각급 단위와 모임에서 자발적이고 창발적인 실천 방안이 분출되어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자발성과 창발성이 조직적 지도력과 만나면 파괴력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 정책의 근간은 노동자 민중 죽이기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한만큼, 공안탄압을 뚫고 전진하는 길 외에는 다른 어떤 방법은 없다. 여기에 조직된 노동자 민중이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공안탄압을 뚫고 전진하는 것도 모두 조직된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이다. 노동자 민중 투쟁에 재갈을 채워 놓은 온갖 법적,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현 시기를 사는 노동자로서, 이 땅의 민중으로서 저항하는 것은 역사적, 계급적 책무이자 확고부동한 정당성 위에 서 있다는 점이다. <노사과연>

덧붙이는 말

"생각하며 투쟁하는 노동자의" 정세와 노동 2008. 7/8 (제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