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행 ‘감독’은 ‘민주노총 구단’을 자본가 계급에게 팔아넘기려 하는가?

활짝 열린 고양기

활짝 열린 고양기, 주저하는 노동자계급


노무현 투수에 이어 독점자본의 전투적 대변가로서, 또 대노동계급과의 투쟁에서 확실한 1승을 챙겨줄 특급 구원투수로서 등장한, 이명박 정권은 볼펜에서 몸을 풀던 인수위 시절부터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급기야 정권을 잡은 이후에 지속적인 실투를 벌였고 언제 어디서 터져나올지 모르던 인민들의 저항은 광우병문제를 계기로 하여 전국적인 항쟁을 전개하였다. 우스갯소리로 이명박 정권이 하는 짓을 보니 ‘이거 운동권 프락치 아냐’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경찰과 국가기구를 총동원한 그의 투구는 제구력을 잃어 때로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타자의 몸을 향해 위협적으로 날아가 빈볼시비에 휘말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세와 노동�� 지난 5월호 “편집자의 글”에서 촛불투쟁의 성격을 평가하면서  ‘기나긴 퇴조시기를 마감하고 고양기의 문이 활짝 열렸다.’1)고 한 마디로 정리하였다. 그 문은 최대한으로 크게 열렸고, 넓게 펼쳐진 공간에 노동자계급이 들어가 투쟁할 기회가 열렸다. 그런데 이에 연구소 한 회원이 ‘고양기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은 맞다. 그런데 노동자계급이 그 문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현장에서 노조관료들이 막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 지적이 현상의 단면에 대한 정확한 발언이었음을 널리 확인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민주노총의 야구투쟁론


촛불을 든 인민의 투쟁이 최정점에 달했던 6월 10일을 지나고, 6월 13일 다소 당황스러운 소식을 접하였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당면 대정부 투쟁의 성격을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축구경기가 아닌 야구경기에 비유하는 기사를 접한 것이다. 기사를 볼수록 가관이었는데 제도권 언론을 인용한다면 필시 이석행 위원장이 ‘그것은 왜곡된 것이다’라는 식으로 대꾸를 할테니 비교적 그의 말을 가감없이 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민중의 소리 기사2) 일부를 그대로 인용하겠다.


"야구로 치자면 1번으로 13일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다. 2번으로 덤프, 레미콘 등 건설기계분과가 16일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라고 설명했다. 3번과 4번, 즉 추후 파업에 대해서는 지금 준비 중이라며 16일 이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어 3월부터 준비한 6말7초 투쟁을 '9회 말'이라고 비유하면서 "애초 총파업 투쟁으로 계획했던 투쟁이 아닌데 파업 투쟁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 집회를 민주노총이 주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주도'보다는 제대로 복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든 촛불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뒤에서 끝까지 복무해줘야 한다는 것.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촛불 나눠주고, 유인물 배포하는 거 말곤 할 일이 없다"고 말하면서 "파업 역시 주도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복무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투수와 타자의 1대 1 대결을 통해 차근차근 진행하는 야구보다는,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공격 시에는 미드필더들이 빠르게 공격에 가담하고, 수비 시에는 양쪽 날개까지 자기 진영으로 내려와 상대를 저지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의 토털싸커 식의 축구가 현 투쟁을 비유하는데 더 적합한 것이다. 노동자 계급의 투쟁이 고립분산되어 각개격파되는 것이 아니라 강고한 연대투쟁으로 전면적인 전선을 치고나갈 것이라면 더욱 더 그러하다. 그러나 당면 민주노총의 투쟁을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축구로 비유하든 야구로 비유하든 그것이 단지 수사의 문제라면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난 노무현 정권 말기 최악의 노동운동의 시기를 지나며 생긴 나쁜 습관인 생색내기 투쟁, 현장에서는 파업투쟁을 진행하지만 총연맹은 덕아웃에서 지시만 내리는 버릇이 고쳐지질 않고 있는 것이다.

이석행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더욱 더 그러하다. 화물연대 1번타자, 덤프, 레미콘 등 건설기계분과 2번타자 식으로 각각의 투쟁을 분산배치하고 위력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려 하고 있다. 더욱 더 기가막힌 것은 야구투쟁을 진행한다고 하면서도 클린업 트리오라고 하는 3, 4, 5번 타자를 4번타자 금속노조라는 것 외에는 제대로 정해 놓치도 않았다3).

애초에 이석행 지도부는 파업투쟁으로 정세를 더욱 더 고양하고 밀리기만 하던 노동자의 반격을 위한 투쟁을 철저하게 진행할 의지가 없었다. "애초 총파업 투쟁으로 계획했던 투쟁이 아닌데 파업 투쟁으로 하게 됐다"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그가 말하는 ‘복무’라는 것은 여론을 의식한 기회주의에 다름이 아니라는 것은 더욱 더 명확해진다.




민주노총 44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참관하며


2007년 4월 19일 민주노총 40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참관하고 자본과 국가에 포섭된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4)을 간단히 적은 바 있다. 이번 44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참관하고 나니 당시의 비판 수위로는 절대로 충분치 않았음을 사후적으로 확인했다. 2008년 6월 19일 한국여성정책개발원 강당 주변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열리고 있음에도 큰 활기를 느끼기가 힘들었다. 다양한 유인물이 배부되고 현장 주변에서 여러 투쟁사업장의 선전과 재정사업이 벌어지던 여느 대의원대회와 분위기가 너무도 달랐다. 단지 선거가 없는 대의원대회라서 주변이 썰렁할까 하기엔 당면 투쟁의 중요성이 엄중한 것이다. 전부 다 확인을 못했으나 유인물을 배포한 정치조직은 노동자 투쟁연대, 노동해방실천연대(준), 다함께 정도였다. 현장 단위 유인물도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조합의 “이명박 정권의 인간사냥”을 비판하는 유인물과 장기투쟁 사업장 재정후원을 위한 장투카드 신청서 정도였다.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의 한 동지는 후원자가 한 명도 없다고 투덜대면서 가판을 일찍 정리해버렸다. 오죽했으면 그럴까 싶었다. 이제는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은 민주노총대의원들에게 기대마저 버린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든다.

대의원대회 개회는 금속노조의 사전토론이 있었기에 예정된 2시를 지나 3시가 넘어서 시작했다. 함께 참관했던 동지는 저녁 일정 때문에 중요한 토론을 지켜보지 못할 것을 걱정했다. 중요한 토론인 5호의안 ‘6~7월 총력투쟁 계획 건’을 꼭보고 가야겠는데 저녁 일정이 있어 시간상 불가능하겠다는 것이었다. 후술하겠지만 그 동지의 걱정은 기우가 되어버렸다. 이석행 위원장은 총파업찬반투표를 성공리에 진행했으며, MBC 보도를 인용하며 민주노총의 파업 지지율이 60%라며 자신있게 개회사를 진행했다. 광우병 정세를 언급하며 물, 전기, 가스, 철도, 교육, 의료, 언론 사유화 및 대운하에 맞서 투쟁해야 함을 언급하였다. 또 화물, 덤프, 건설 기계 투쟁을 언급하며 1번타자 화물연대 동지여러분 수고하셨다는 덕담을 잊지 않았다. 또 “조ㆍ중ㆍ동”의 왜곡보도를 언급하면서 현장을 취재하는 언론을 다분히 의식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석행 위원장이 개회사에서 발언한 ‘시대가 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민주노조 운동내 국민파 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발언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싸울 것이냐인데 대의원대회와 이후 투쟁을 경과하며 이제 이석행 지도부와 국민파에게는 더 이상 일말의 기대도 할 수 없음이 더욱 더 분명해졌다.

지역본부장 감사패를 전달하고 성원확인(총 대의원 1107명, 성원 996명, 과반수 489명에 참석 대의원 549명)을 거쳐 44차 임시대의원대회가 시작되었다. 여느 대의원대회처럼 회순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대의원대회 자료집에 나온 의안 순서는 다음과 같다.


1호 의안; 2007년 사업평가 및 결산 승인 건

2호 의안; 2008년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건

3호 의안;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

4호 의안; 노동운동혁신위원회 설치 건

5호 의안; 6~7월 총력투쟁 계획 건

6호 의안; 직선제 종합계획 확정 건

7호 의안; 기타안건


이에 전교조 문태호 대의원은 현정세의 엄중함과 그간 여러 차례 유회되었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근거로 ‘5호 의안; 6~7월 총력투쟁 계획 건’을 1호 의안으로 논의하고 나머지는 순연하며 의안순서를 바꾸어야 한다는 제안을 하였다. 이에 대해 이혜선 전국공공연구노조지부장은 원안대로 가야한다고 반박하였고, 김동성 공공운수연맹수석부위원장은 의안변경에 대한 찬반토론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였다. 주변에서는 고함도 있고 논의는 다소 산만하게 진행되었다. 의장 이석행 위원장은 “도와주십시오”, “함께합시다”라고 진행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원안대로 회순을 진행하자는 근거는 ‘사업평가와 결산 및 사업계획과 예산도 승인하지 않고 제대로 된 민주노총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는가’였다. 그러니 “조ㆍ중ㆍ동”에서 민주노총을 비웃지 않는가라며 다분히 언론을 의식한 발언도 이어갔다. 결국 표결을 거쳤고 원안대로 논의하기로 결정하였다. 함께했던 동지는 전술이 잘못되었다고 했다. “3호 의안;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 앞으로 5호 의안을 내놓는 식으로 제안했으면 중요한 5호 안건을 먼저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었을 텐데하며 아쉬워했다.

‘1호 의안; 2007년 사업평가 및 결산 승인 건’은 이용식 사무총장의 짤막한 평가발제가 있었고 의장의 제안에 따라 대의원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내용은 사전에 중앙위원회 등을 통해 이미 여러차례 논의를 거쳐 수정한 것이라는 것이다. 대의원대회가 예전과 달리 상당히 속도감있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었다. 1호 의안과 관련해 자료집 내용을 보니 이랜드생계비납부현황과 비정규 50억기금 납부 현황 내역이 있었다. 이랜드 노동자 윤수미 동지, 장은미 동지는 민주노총 투쟁 자금 지원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그래도 호의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거는 이해를 해요. 결의는 됐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잖아요. 결의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실천은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와야 하는 걸요.”, “‘왜 결의만 하고 안 지켜’ ‘아휴 민주노총에서 말만 그렇지.’ 그런 악성 댓글도 있어요. 저희는 그런 입장은 아니고요."5) 이런 동지들의 ‘호의’와는 관계없이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는 장기투쟁 사업장 재정후원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한 어떠한 지적도 없었다. 2007년 12월까지 이랜드생계비납부현황을 보면 대학노조와 비정규교수노조 및 인천본부, 대전본부, 전남본부, 울산본부, 제주본부가 납부를 하지 않고 있었고 민주노총중앙의 납부현황은 단12만원에 불과했다. 비정규 50억기금 납부현황은 더욱 심각했는데 단지 3억2백만원 남짓하였다.6)

2호 의안도 빠르게 통과되었다. 공공운수연맹 사회연대본부 천연옥 대의원이 사업계획안 중 4) 주요 정치ㆍ연대 사업 기조 중 ‘② 노농연대 대중화에 기초한 진보연대투쟁전선강화와 광범위한 시민사회연대 실현’에서 주요사업 내용으로 제기하고 있는 ‘한국진보연대 가입’7)을 지적하였다. 이 내용을 빼든지 3호 의안을 먼저처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계획안은 원칙적인 내용만을 표명한 것이기에 3호 의안은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으로 두리뭉실하게 넘어갔다. 민주노총의 정세인식과 투쟁 계획 및 사업기조에 대한 다른 논의는 없었다. 사회운동노조주의에 대한 비판까지 기대했다면 너무나 앞서나간 것이 되어버렸다.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으리라 본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2007년 9월 6일 노동자의힘, 다함께, 민주노동자연대, 사회진보연대, 새날을여는정치연대, 이윤보다인간을, 전국학생행진,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준),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주최로 “한국진보연대 출범, 이대로 좋은가?”라는 내용의 토론회도 열린 바 있어 쟁점에 대한 대의원 간에 사투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 것인가 기대하게 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토론은 별볼일 없었다. 한국진보연대의 구성이 자민통 진영의 패권주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또 상층투쟁에 근거한 것으로 현장과 지역투쟁을 상승시키는 것이 아님을 지적하는 세세한 비판은 없었다. 병원노련 대전선병원지부장 이미연 대의원은 민주노총 중앙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을 진행하였다. 이에 대한 비판을 진행한 공공운수연맹 인천본부 이상준 대의원은 ‘종북주의’, ‘통일에 대해 사상적으로 다르다’며 진보신당의 입장에서 발언을 하였다. 이런 식의 ‘종북주의’ 비판의 해악성에 대해서는 ��정세와 노동��, 2008년 2월호에서 채만수 소장이 「오른쪽으로의 폭주」에서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전국공공연구노조조합원 강용준 대의원은 사업비 예산 항목 중 연대사업비로 한국진보연대에 3680만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는 것8)을 문제 삼았고, 이에 대해서 사무총장은 분담금형태로 편성한 것이고 3호의안이 부결되면 자동적으로 예산편성은 폐기되는 것이라 답하였다. 철도본부 김용욱 대의원은 한국진보연대의 상에 대해서 이 이전의 전국연합과 민중연대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답변은 민중연대는 상설공투체였으나 단체별로 1표씩만을 행사할 수 있는 협의체로서의 한계를 지녔다는 내용의 간단한 답변을 하였다. 한국진보연대에 참관할 수밖에 없어서 60만 조합원 민주노총의 격에 맞지 않는다던 민주노총 중앙의 태도와 그간 꾸준히 현장 대장정을 통해 한국진보연대의 당위성을 설파하던 것에 비해 설득력이 부족한 답변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비판도 철저하고 발본적인 것이라 보기 힘들었다. 박수소리로 짐작할 수 있는 대의원들의 분위기는 표결로 간다면 3호 의안의 찬성자가 다수일 것 같았다. 그런데 의장이 산별연맹의 문제제기에 따라 3호 의안을 대의원대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한다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하였다. 표결로 밀어붙이면 통과되었을 텐데... 나중에 한 동지에게 들은 바로는 대의원 중 ‘좌파’라 하는 이들이 논의하여 이런 식으로 하면 퇴장하여 대회를 유회시키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였다고 한다. 그런 식의 방식도 전술로서 사용할 수 있지만 문제는 대의원들 안에서 공개적으로 이에 대한 전면적인 사투를 벌여내지 못하고 단지 정치공학적으로 안건을 무산시켰다는 데에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내부의 민감한 안은 그냥 뒤로 미뤄버린 것이다.

4호 노동혁신위원회 설치 의안도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이제 중요한 ‘5호 의안; 6~7월 총력투쟁 계획 건’을 논의할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웬걸 이 의안마저도 이석행 의장의 두루뭉실 전술로 만장일치로 통과 처리되었다. 대의원 성원점검을 해야 한다는 지적과 토론을 요청하며 의장을 호출하던 대의원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으나, 참석자가 줄지 않았고 늦게 온 대의원이 결합하였기 때문에 과반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하며 얼렁뚱땅 박수와 함께 만장일치로 안건을 처리하였다. 민주노총이 그렇게도 미뤄오던 총력투쟁은 광우병 정국에 떠밀려 사실상 하루파업 그것도 24시간이 채되지 않는 단시간의 이윤 타격을 주지 않는 상징적 파업으로 갇히게 되었다. 찬반투표를 진행한 다수의 사업장에서는 그나마 상징적인 파업도 진행하지 못하고 조합원 총회형식으로 넘어가는 것은 지난 FTA 저지 파업투쟁에서 이미 확인하였다.

6호 의안 직선제 실시 계획은 중앙위원회에 위임하였다. 7호 기타 의안은 없었다. 현장에서 민주노총 대의원의 연서를 받아 즉석에서 중요안건을 제기했었으나 이번에는 그마저도 없었다. 안건의 중반부 쯤 유예되곤 하던 대의원대회가 대의원들의 높은 참여의지로 모든 안건을 처리하였다고 자축하는 분위기에서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저녁 일정을 걱정하던 동지와 함께 허탈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 대의원대회 결의문을 낭독하였는데 이조차 엉뚱한 결의문을 전해받아 잘못 읽어 내려가는 해프닝이 있었다. 가지가지 하였다... 밖을 나서니 아직도 날은 밝아 있었고 여느 대의원대회처럼 이석행 위원장은 나서는 대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



9회말 이명박 투수 대 민주노총 타자들


자~ 이석행 위원장이 9회말이라고 한 민주노총 구단과 이명박의 야구경기를 감상해보자. 자본구단 측의 전방위적인 공세로 민주노총 구단은 콜드 게임을 간신히 모면하며 9회말까지 경기를 이어오고 있었다. 경기 초반에 노히트 노런의 위기도 있었지만 비정규직 투쟁으로 인한 산발적인 안타로 노무현 투수를 끌어내고 구원투수 이명박을 불러내는 데까지 성공했다. 드디어 9회말이다. 점수는 10:2 타자 일소하면서 안타와 득점을 이어가면 이석행 감독의 구상대로 역전이나 연장전 돌입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1번타자 화물연대는 비조합원을 포함한 현장에서 들끓는 요구로 일주일간 파업투쟁을 이어간다. 운송료 19% 인상, 표준요율제 내년 법제화 추진 합의하며 파업은 마무리되었다. 이명박의 투구수 7까지 가는 스트라이크 둘, 볼 셋의 풀 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으로 출루하였다. 이명박의 빈볼성 투구로 아예 투수를 퇴장시켜 버릴 수 있는 찬스도 있었으나 덕아웃의 이석행 감독은 공을 잘 보고 볼넷으로 어떻게든 누상에 나가라는 사인을 보낼 뿐이었다. 빠른 발로 투수의 견제구를 유도하며 도루를 노려야 할 1번 타자 화물연대는 누상에 나간 이후 별다른 주루 플레이를 펼치지 않았다. 화물연대가 표결에 부치지도 않고 파업을 철회한 후과였다. 2번타자 덤프, 레미콘 등 건설기계분과가 등장하였다. 장타자는 아니었지만 안타를 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타자였다. 건설기계노조가 6월 16일 2박 3일간 파업투쟁을 전개하려던 계획은 정부의 진전 안 제시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2박 3일간 상경 파업투쟁으로 변경되었다. 6월 23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장에서 표준계약서로 계약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끝장 투쟁을 벌이겠다’하였지만 화물연대의 투쟁과 함께 상승하지 못한 탓에 이 투쟁도 자본가들에게 위력적인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2번타자 공을 맞추었으나 내야 땅볼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타자주자는 1루에서 아웃되었으나 1번주자가 2루에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안타하나면 1점 득점인 상황이다. 장타자인 3번 타자가 등장했다. 애초 이석행 감독의 계획에 따르면 3번 타자는 명확치 않으나 공공부문이라고 자의적으로 설정해 본다. 광우병 정세와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을 결합해서 투쟁을 상승시켜야 할 국면이다. 그런데 철도노조는 민주노총의 이번 정치총파업 투표(광우병쇠고기수입 고시철회, 대운하 반대, 사유화 철회, 물가인상 반대 등의 목적사항)에 대해서 광우병과 철도민영화 반대라는 사안만으로 파업의 목적사항을 축소시켜서 투표에 들어갔다. 6월 25일 찬반투표는 가결되었으나 3번타자라는 무게에 걸맞지 않은 것이다9). 헛스윙! 삼진아웃! 벌써 투아웃이다. 슬러거 금속노조 등장이다. 과연 전노협 시절부터 명성을 쌓아온 금속노조 답게 파업찬반 투표를 거쳐 실제로 파업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러나 애초 민주노총의 계획은 7월 2일 파업에 돌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의 고시가 발표되면 바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역시나 쇼파업 뻥파업이었다. 금속노조는 7월 2일 13만 민주노총 파업대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2만으로 하루 파업에 결합하였다. 또 금속노조 46개 사업장 10만 6천여명이 7월 10일 2~4시간 추가파업을 벌인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해볼 때 자본가들의 실질적인 타격은 없다. 잔업거부와 전면적인 라인중지 투쟁을 통한 이윤타격은 아니었다. 이명박 투수 겁도 없이 4번타자에게 한 가운데로 몰리는 정직한 직구를 던졌다. 4번타자 받아쳤다. 공은 내야를 넘어 외야로 날아가고 있다. 그런데 공이 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중견수가 공을 잡아서 외야 플라이로 아웃된다. 9회말에도 득점을 하지 못했다. 민주노총구단 이번에도 자본구단에게 패배하였다.

한 번의 경기에서 졌다고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지울 순 없다. 그러나 민주노총 구단을 운영할 근본적인 자질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시즌 중에라도 감독을 바꾸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문제는 이석행 위원장이 딱 그러한 감독이라는 것이다. 7월 7일엔 아예 스스로 보수야당이라고 비판해마지 않던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만나겠다고 천명하였다.10) 그토록 노무현 정권을 향한 짝사랑의 감정을 숨기지 못했던 과거는 여전히도 되풀이된다. 상처가 썩을 대로 썩었다.



이대로라면 프락치라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영찬 동지는『정세와 노동』지난 호의 글 「민주노조운동에서 사회주의 노동운동으로!」에서 국민파는 ‘노동운동 내에 존재하는 부르주아 세력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확한 지적이다. 노동자 계급 내에서 끊임없이 ‘개량주의’, ‘실리주의’ 세력인 국민파를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대중적으로 무력화’화는 것으로 필히 진행해야 할 과업이다. 그런데 다음 아고라의 네티즌 대중들―소부르주아적 의식이 강하지만 그들 중 다수는 조직ㆍ미조직 노동자계급 대중일 것이다―도 알아 들을 수 있게 국민파를 이렇게 규정하면 어떨까? 국민파는 노동운동내 정권의 프락치다! 경찰의 물대포가 다수의 촛불 집회 참여자들에게 발사되어 다수의 부상자를 낳은 지난 5월 31일 밤에서 6월 1일 새벽투쟁 당시에도 꿋꿋이 청계천의 노숙 농성장을 ‘사수’해내시던 이석행 위원장님을 생각하면 다소 지나친 표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여러차례의 촛불집회에서 실제 여러 명의 경찰 프락치를 잡아내고, 지도부의 소극성을 비판하며 앞으로 나아갔던 대중들이 민주노총 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기회주의 세력의 실체를 제대로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내 기회주의 세력을 타격하고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민주노조운동 전반을 혁신하지 않고서는 향후 운동의 전진이 불가능하다. 조직된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자본가들의 이윤에 전면적인 타격을 주고 이명박 정권과 전면적인 전선을 치지 않고는 모처럼 열린 정세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전노협시절의 전투적 투쟁을 복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상적으로 이념적으로 혁신하지 않고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다. 아니 먼 미래를 얘기할 것도 없이 당장 눈에 보이는 광우병 투쟁에서도 이명박 정권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사과연>


1) 『정세와 노동』, 2008년 5월호, 권정기 “편집자의 글”,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겠다」, p. 4.


2) 민중의 소리, 허환주 기자 "민주노총 총파업은 순번대로, 차근차근 이어질 것" ―이석행 "13일 화물연대 시작, 16일 덤프, 이후도 준비 중". http://www.vop.co.kr/2008/06/13/A00000210395.html


3) “3번은 현재 투쟁에 동조하는 연맹과 산별노조 이외에 따로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모아서 3번으로 갈 것이다. 그 후 5, 6, 7번은 이미 준비한 대로 민주노총이 치고, 산별노조가 이슈화하는 투쟁들로 갈 것이다.”

 시사저널 [974호] 2008년 6월 24일, 김지영 기자, “이제는 정부와 ‘야구 경기’를 할 것이다”,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46450


4) 『정세와 노동』, 2007년 5월호, 최상철, 「민주노총 40차 임시대의원대회 참관기」.


5) 권성현ㆍ김순천ㆍ진재연 엮음,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줘��, 후마니타스, p. 91.


6) 2008 민주노총, ��44차 임시대의원대회 회의자료��, pp. 74-75.


7) 2008 민주노총, ��44차 임시대의원대회 회의자료��, p. 110.


8) 2008 민주노총, ��44차 임시대의원대회 회의자료��, p. 182.


9) <위원장 담화문>, “철도노동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홈페이지 http://krwu.nodong.net/ 알림/소식 란 167번 글.


10) 민중의 소리, 허환주 기자, "비정규직 문제로 다시 촛불을 붙이자" [인터뷰]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정세균 대표 만나겠다". http://www.vop.co.kr/A00000214104.html


덧붙이는 말

"생각하며 투쟁하는 노동자의" 정세와 노동 2008.7/8 (제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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