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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얼마 전 연대회의에서 기획한 병역거부 수감자 면회투어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나동혁, 조정의민,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된 임성환 씨를 면회하고 왔다. 27일 면회를 했던 나동혁 씨는 3일 뒤인 30일 1년 4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를 했고, 10월 28일이면 임치윤 씨도 출소를 할 예정이다. 아마 올해 안으로 대략 1기(?) 병역거부자들의 출소 행렬은 끝이 날 것 같다. 2001년 12월 비종교적 사유로 최초 병역거부를 했던 오태양 씨가 곧 출소를 하게 되면 오태양 개인의 길고 지리 했던 병역거부 투쟁의 한 장이 4년 만에 마감되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과제들을 남겨둔 채…


2001년 초, 한 시사주간지의 기사로 세상에 드러난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는 한 편으론 입영과 집총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던 우리 사회의 군사주의에 문제제기를 해내며 몇몇 평화주의자들의 병역거부 선언과 반전평화운동으로 이어졌고 다른 한 편에선 그 기준도 애매한 국가안보라는 이데올로기로 젊은이들의 양심을 감옥에 가두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며 대체복무제도 입법을 위한 운동으로 발전했다. 비록 적은 수이긴 하지만 병역거부자들의 사회적 발언은 매 시기 큰 의미를 남겼다. 그것은 지금까지 폭력적 집단주의가 강고했던 한국 사회에 평화적 개인주의의 출현을 알리는 서곡이었고 시민들의 수동적이고 암묵적인 협조와 복종으로 불합리한 시스템이 건재할 수 있다는 외침이었다. 즉 비협조와 불복종으로 이렇게 불합리한 시스템에 문제제기, 해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고한 국가주의가 판치는 사회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잘 봐줘야 한낱 이상주의자들 아니면 군대 가기 싫어서 떼쓰는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취급되었다. 지금까지 비상식적으로 유지, 운영되어 온 군대 시스템은 이러한 시민들의 생각에 ‘나는 힘들게 고생했는데, 쟤들은…’이라고 하는 박탈감을 심어주었고, 과장된 위협으로 인한 국가안보에 대한 공포, 국가가 잘돼야 개인도 잘 된다는 자연스러운 애국심 등이 융합되어 병역거부자와 그 지지자들에 대한 비이성적 마녀사냥이 이루어졌다. 60년간 지속되어 온 처벌 이외에 전혀 다른 대안도 내놓지 않은 채 매년 700여명의 젊은이들을 속수무책 감옥에 들여보내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시민단체들은 대체입법만이 길이라고 주장해왔다. 16대 국회 때부터 해외의 사례들도 조사하러 다니고 연구도 하면서 나름의 입법안을 만들었었고 그 결실로 작년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대표 입법발의를 하여 현재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가 하는 일이 늘 그렇지만 굵직굵직(?)한 사안들만 생기면 이런 소수자들의 인권문제(사실 병역거부자들의 경우에는 소수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는 뒤로 밀리곤 하는데 이 사안도 현재 1년이 다 지나도록 뾰족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별다른 대안도 없이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보이고 있다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앞서 올해 감옥 문을 나오는 병역거부자들을 얘기했다. 하지만 반면에 감옥 문에 들어서야 하는 병역거부자들도 있다. 3년간의 형기가 1년 6개월로 줄어들고 현행 병역법의 위헌 여부를 묻는 위헌제청신청이 받아들여진 이후 400여명대로 줄어들었던 병역거부 수감자의 수도 9월 15일 현재 1,186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정기국회를 지켜봐야겠다.

덧붙이는 말

필자는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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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 , 병역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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