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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삼성문화제의 이유와 상상력

#이유1


어렸을 때부터, 삼성과 금성은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삼성은 빨간 바탕에 하얀 네모별이 세 개 붙어있는 로고를 썼고, 금성은 왕관 모양의 로고를 썼다. 그것들은 텔레비전 브라운관 아래나 세탁기 정 중앙에 떡 하니 붙어있었다. 나도 너희들과 같은 존재감을 가진 가족이라고 외치듯이 말이다. 그리고 거리 곳곳에 버티고 선 대리점, 할인매장, 백화점 입점의 위용과 애프터 서비스의 안전함이라는 이유로, 지금도 그것들은 별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내 집안 곳곳에 있다.


삼성과의 일대 결투를 준비하는 마당에, 집에 있는 삼성 제품을 세 보았다. 세탁기, 냉장고, 예전에 쓰던 핸드폰, 삼성 카드, 삼성화재종신보험, 집장만을 위해 대출받은 삼성화재대출...그들 말대로 <큰 사랑, 오랜 시간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가족 - 삼성생명광고카피>덕분에 내 생활이 영위되는 모양새다. 이런 젠장.


얼마 전에 친한 언니가 우스개 소리처럼 던진 말이 있다. “내가 네 생각해서라도 삼성 제품 안 사려고 그랬다. 그런데 TV를 사야하는데, 삼성 TV를 이마트에서 특가판매 한다는 거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마트에서 샀다. 그것도 삼성 카드로”(이마트는 삼성그룹 계열사는 아니지만 삼성 이건희의 누이 이명희가 운영하는 (주)신세계의 계열사이며, 삼성과 같은 무노조 경영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올해 계산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이들을 해고하고 재계약을 해지하는 등 인권 유린을 해서 삼성과 똑같이 미운 털이 박혔다.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이지만, 이마트는 삼성의 친족기업이란 말이 있다. 결국 그들은 똑같다는 말이다.)


웃고는 넘어갔지만 우리 생활 곳곳을 점유하고 있는 그들의 위력을 실감했다. 대량 공급, 가격 경쟁력, 차별화된 기업 이미지로 야금야금 잠식하는 삼성 자본의 생활화를 뼈저리게 느꼈다.


#이유2


중소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MP3시장에 대 지각변동이 예고된다고 한다. 애플사가 파격적인 가격의 MP3 제품을 내 놓았는데, 알고 보니 MP3에 들어가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라는 것을 삼성전자가 애플사에 시장가격보다 50%나 싸게 공급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결국 가격 공세와 메모리 물량 부족까지 겹쳐서 MP3를 생산하던 중소업체들은 ‘기술력이나 마케팅 능력이 아닌, 부품납품가에 의해’ 쪽박을 찰 지경에 놓인 것이다. 삼성이 노마진 아니면 손해가 뻔 한 가격으로 플래시 메모리를 제공한 이유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중소형 MP3 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대세다. 중소업체들을 모두 퇴출시키고 삼성-애플-소니의 3강 체제로 재편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치사한 일인가.


삼성의 기업경영 방식의 단적인 예다. 물론 기업, 자본이 인간적일 수는 없다, 당연히. 하지만 삼성과 같이 모든 분야에서,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상식이 통하지 않는 약육강식의 밀림으로 만드는 존재는 없다. 때로는 기업의 이윤추구 방식으로, 사상 초유의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자기들의 입맛에 맞춰 법과 제도를 바꾸는 그들의 힘으로.


문화제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그래서 삼성의 힘을 제대로 보고, 삼성의 이데올로기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그들이 제공하는 생활 구석구석의 편리들을 거부하는 의연함이 필요하다. 인간의 심성을 자본의 욕망으로 변질시키는 전도사, 삼성을 가만히 두는 것은 아무래도 용납이 안 된다. 그들을 포맷시키고 싶지만 그럴 힘은 아직 없으니, 비꼬고라도 싶다.


삼성에 근무하던 누군가는 불륜을 이유로 해고당했다고 한다. 그들의 윤리경영이 제대로 오버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노동조합 만드는 노동자들을 미행하고 감시하고, 도청했던 그들의 전력을 비추어 봤을 때 그들의 윤리의식이라는 건, 허리 아래에 집착하는 호박씨 열라 까는 변태적 윤리의식정도인가 보다. 그래서 싸움의 상대도 안 되는 치사한 적 앞에서 비장할 필요까지 있겠나, 그저 비슷한 각도로 고개를 비딱하게 젖히고 팔짱을 딱 낀 후, 다리를 달달 떨면서 문화제를 준비하려고 한다. “당신들이나 잘하세요.”


노동자들과 함께 뛰는 삼성 공장 앞 전국 순례


문화제를 앞둔 일주일 전부터 삼성 해고 노동자들과 이마트 노조원들은 거제, 울산, 구미, 광주, 천안, 수원의 삼성 공장 앞을 돌면서 삼성의 노동착취와 무노조 경영 뒤에 숨은 인권유린을 증언할 예정이다. 그리고 해당 지역의 이마트 앞에서도 선전전을 하려고 한다. 삼성 때문에 숨죽여온, 이마트 때문에 울먹였던 세월들을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과 함께 뛰면서, 놀면서 풀어 놓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도착한 지역에서는 밤마다 촛불집회를 열고,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삼성 문제에 대한 간담회도 할 참이다. 몸은 힘들겠지만, 투쟁하고 싶었던 노동자들에게 마음껏 투쟁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니까, 가슴 두근두근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 투쟁은 결국 삼성 공장 곳곳에 노조의 깃발을 꽂는 시작이 되고 삼성 비정규직의 실태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힘이 되면 좋겠다.


난장과 문화제


문화제는 10월 29일(토) 광화문 언저리에서 할 예정이다. 아직 집회신고를 안했으니 확답은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삼성본관 근처에서 한다. 왜 본관 앞이※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아닌 근처에서 하냐면, 촛불집회 때마다 경찰들이 경찰차를 이용해 삼성본관 앞을 철통과 같이 둘러싸 놓기 때문에 본관 앞에 모여 봐야, 지나가는 사람들은 문화제를 구경하기 무지하게 힘들다. 문화제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냥 사람들 많이 다니는 곳에서 판을 벌리는 것이, 훨씬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낮에는 난장을 벌일까 한다. 예술인의 노동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삼성화재에 맞서 싸우는 미술인들의 작품 전시회를 비롯해서, 다양한 전시판을 벌이고 노래하고 싶은 사람은 노래하고 춤추고 싶은 사람은 춤을 추는 작은 콘서트도 해보고, 재수 없는 삼성제품을 대안 생리대와 같은 훌륭한 물건으로 바꿔주는 물물교환 장터도 세울까?


그리고 밤에는 삼성이 대변하는 삶의 방식을 부정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모여 어울렁 더울렁 춤을 추는 거다. 끼를 펼치는 문화인들과 전국을 뛰어다니고 돌아온 순례단이 삼성, 그리고 삼성이 물신화시키는 욕망에 대해서, 그게 아니야. 라고 소곤소곤 말하는 거다. 너무 세지 않게 목구멍을 움츠리고, 뱃속 깊이에서 나는 소리로. 삼성 이제 그만.


늦은 준비, 그러나...


문화제 준비가 너무 늦었다. 어찌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렇게 더디게 올 수밖에 없었던 것도, 결국은 삼성에 저항하는 우리 힘이 아직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열심히 준비하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문화제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조직위원이 되어서 후원하고, 자원활동가가 되어서 일을 도와주고, 문화제때 와서 노래를 불러주거나 함께 흥을 나누어주는 것이다. 우리의 즐거움이 삼성이라는 거대한 자본에게 부끄러움을 주었으면 한다. 서로 평화롭게 욕심 없이, 다른 이들 다치지 않게 하면서 노는 거, 삼성은 모를 테니까. 수백억 원 떡값 없이도 사람들이 어떻게 즐겁게 사는지 보여주자. 아자 아자.

덧붙이는 말

필자는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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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 문화제 , 난장 , 전국순례 , 안티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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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너무해

    삼성 소유가의 부도덕적이며 탐욕적인 행태에 대한 응징이 소비자 불매 운동등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이미 삼성공화국이 되어버린 한국내에서 보다는 그 움직임을 전 세계로 파급시켜야 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미 알파벳 사용 선진국에서 구글 만큼이나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매개체인 facebook을 통해 안티삼성 운동을 일으키는 것이 되겠습니다.
    흔히 "남미의 원시림 채벌 반대" 또는 "동물 학대 반대"등의 움직임이 빠른 시간안에 기하급수적으로 파급되지만 실제의 응징 행동은 한 사람의 이름을 추가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구체적 브랜드인 "삼성"이 언급되면 그 것은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쉬운 표현으로 전화기나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일단 삼성은 맘속에서 혐오제품으로 제쳐둘테니까요. 특히 삼성반도체에서 발병한 숱한 백혈병 직원들을 무시하고 협박하여 입막음하려 비인간적인 행태등에 대해선 facebook 가입자들의 정서상 매우 민감한 앨러지 반응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합니다.
    삼성의 만행에 관한 정돈된 자료가 (물론 영문으로) facebook에 정리되면 북미,서유럽,오세아니아 쪽으로 그 자료를 전파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Facebook 사용자 한 사람이 그에 호응을 하면 몇 주 안에 수백만명에게 파급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